아버지는 옛날부터 그러니까 소생이 출생하기 전부터 〈조선일보〉를 보셨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엄마는 신문을 끊었다. 요즘은 종이신문을 사무실에서나 보지 집에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소생이 종이신문 조선일보를 볼 때 가장 재미있게, 혹은 기다려 가며 읽은 것은 첫째는 ‘이규태 코너’이고 다음은 ‘만물상’이었다.

 

 

이규태나 만물상을 쓰는 분들은 어떻게 그런 이야기들을 알고있었는지 하여튼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줬다. ‘이규태 코너’는 물론이거니와 ‘만물상’도 단행본으로 나온 것이 있다. 상, 하권인가 아니면 몇십 년씩 묶어서 몇권으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소생도 분명 두꺼운〈만물상〉한 권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하여 가지고 있었다. 오늘 생각나서 찾아보니 어느 구석에 쳐박혀 계시는지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오늘 저녁을 먹으러 인근 식당에 들렀다가 종이신문 조선일보를 보게 되었는데 신문을 척!! 펼치니 대번에 똭!! 하고 만물상이 보인다. (요즘 이 똭!! 이라는 글자 쓰는 재미가 솔솔하다.) 제목은 ‘표절 고백’이다. 예전 만물상에는 필자를 명시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필자를 명시하는 모양이다. 햐~ 헬렌 켈러에게 그런 일이....아니, 알렉스 헤일리도...아하!!! 감탄하며 오늘자 만물상을 읽었다. 모두 처음듣는 이야기다. 〈조선일보〉안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옮겨본다. 조선일보에도 재미있는 글들 많다. ‘조용현 살롱’이나 ‘최재천 칼럼’ 이런 것들 말이다. 요즘도 나오는 지 모르겠다.

 

 

 

 

 

 

 

 

 

 

 

‘일류는 세상을 지키고 삼류는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갑자기 지난 토요일 본 영화 베테랑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아무런 맥락도 없는 이 대사가 왜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삼류와 가오가 약간 맥이 닿는 듯도 하다. 원래 삼류가 가오를 잡는다. 아아아!!! 모르겠다. 나는 일류도 아니지만 삼류도 되기싫다. 돈도 없고 가오도 없다. 한심하다. ‘사는 게 뭐라고’의 요코 할미가 된 것 같다.

 

 

2015.9.8. 조선일보 [만물상] ‘표절 고백’

 

헬렌 켈러가 열한 살에 동화 '서리왕'을 썼다. 마거릿 캔비가 쓴 '서리 요정'을 베꼈다고 논란이 됐다. 어린 헬렌이 장애인 학교 교내 법정에 섰다. '서리 요정'을 읽긴 했는데 잊어버렸다고 했다.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았다. 충격은 컸다. 헬렌은 "표절이 편집증처럼 따라다녔다"고 털어놓았다. 스물한 살에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를 내면서 "비로소 완전한 내 것"이라고 했다. 이른 자서전이 표절 꼬리를 떼주기를 바랐다.

 

표절 의혹을 사는 작가는 대개 '잠복 기억'을 들먹인다. 어떤 작품을 읽고 잊어버렸는데 무의식에 남아 있다 튀어나왔다고 말한다. 1970년대 앨릭스 헤일리가 흑인 노예의 조상을 추적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뿌리'를 냈다. 해럴드 쿨랜드의 '아프리카 사람'을 80군데나 베꼈다고 해서 송사가 벌어졌다. 해명이 좀 구차했다. "누군가 준 자료를 보고 썼을 뿐이다. 그게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결국 헤일리는 쿨랜드에게 65만달러를 물어줬다.

 

신경숙 표절 논란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소설가 박민규가 표절을 자복(自服)하고 나섰다. 2003년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07년 단편 '낮잠'이 인터넷 글과 일본 만화를 보고 쓴 것이라고 했다. 출세작인 '삼미…'는 1990년대 PC 통신 게시판에 팬이 올렸던 글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박민규는 "오래전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을 읽은 기억이 있다"고도 했다. 스스로 "명백한 도용(盜用)"이라고 깨끗하게 선언했다.

 

10년 전 첫 단편집 '카스테라'를 낸 박민규와 마주 앉았다. 그는 괴짜 스타일로 화제였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히피 장발을 어느 날 잘라버리고 '펑키 룩'으로 금물을 들였다. 집에서도 히피 옷과 장신구를 걸치고 글을 썼다. 스키 고글처럼 커다란 색안경을 끼고 나타나 인터뷰 내내 벗지 않았다. 고교 땐 "반 평균 점수를 떨어뜨리는 놈"이었고 중앙대 문창과는 커닝해서 들어갔다고 했다. 모두가 베껴도 그는 반역적 작가로 남을 줄 알았다.

 

영화감독 김상진은 "일류는 세상을 지키고 삼류는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그때 박민규는 삼류를 자처하며 세상을 바꿀 것처럼 덤볐다. "예술이란 혁명과 표절, 둘 중 하나"라고 한 고갱처럼 박민규도 "한국 문단의 근친상간 풍조가 소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혁명'을 외쳤다. 문단을 뒤집어놓을 것 같았다. 10년 지나서는 그저 베끼는 사람이었다고 고백한 꼴이 됐다. 실감은 안 난다. 표절 고백이 아니라 세상을 조롱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직 불온하다.

-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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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09-0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 우리 아버지가 늘 보시던 신문으로, 저도 이규태 코너를 즐겨 읽었어요. 아무리 술에 취해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다는 전설도 내려오는 이규태 아저씨!
저흰 아직도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어요. 이름하여 <한겨레신문>. 생전의 저희 아버지가 제일 싫어하신 신문이지요. 아버지는 `일류`, 저와 오빠는 `삼류`ㅎㅎㅎ
그런데 신문 기사를 이렇게 그대로 옮겨도 알라딘에서 뭐라 연락이 안 오나요? 지난번 한겨레신문에 실린 탄저균 미군기지 기사를 그대로 옮겼더니 메일이 왔더군요. 그러면 안 된다나...뭐, 일류의 조선일보는 봐주고 삼류의 한겨레신문은 안 된다는 건지...

붉은돼지 2015-09-09 11:56   좋아요 0 | URL
어멋!! 신문기사를 그대로 옮기면 안되는지 몰랐어요...보통 링크도 걸고 하던데....어쨋든 저한테 메일 온 거는 없는 것 같아요^^ 역시 일류 신문이어서 봐주는 지도 모르죠 ㅎㅎㅎㅎ 아니면 붉은돼지야 뭐 별 시답잖은 소리만 하니 모니터링에서 빠졌을 수도 ㅎㅎㅎㅎ

moonnight 2015-09-0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같은 기사를 앗! 하며 재미있게 읽었어요. ^^ 집에 조선일보와 지역신문 이렇게 두 가지 종이신문을 구독하고 있어요. 조용헌살롱은 얼마전에 책으로도 나왔지요? 아마 종이신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눈이 보이는 한-_-; 종이신문을 구독할 것 같아요.^^
참, 김광일 논설위원님은 예전에 책소개해주실 때부터 팬이었어요.^^(뜬금없는 팬심고백-_-;)

붉은돼지 2015-09-09 11:59   좋아요 0 | URL
와우~ 신문을 두 종류나 보시는 군요,,,,일요일 오전 같이 한가한 날 거실에서 신문을 양 옆으로 넓게 활짝 펼쳐놓고 하나한나 꼼꼼히 혹은 대충 쭉~ 훑어보며 무슨 숨은 그림 찾기하는 듯한 재미가 쏠쏠했는데요....요즘은 뭐 다 인터넷으로 보니 그런 재미는 없는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15-09-09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규태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 부모님 댁에 어디엔가에 있습니다. 저도 자주 읽은 기억이 있구요. 박민규 스타일의 글쓰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고, 소재의 참신함일까, 세태풍자랄까 이런 것들이 맘에 들어서 그의 작품을 읽긴 했습니다. 겉멋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을 했지만, 특별히 혁명이나 전위적이라는 생각은 못 했구요, 그저 자기 마켓팅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말장안 같은 그런게 맘에 들지 않았기에 표절이라고 해도 딱히 실망되지는 않네요.ㅎ

붉은돼지 2015-09-09 12:01   좋아요 0 | URL
저는 뭐 박민규 작품 많이 읽은 것은 없지만 삼미~ 는 무척 재미있게 봐서 햐~ 정말 대단한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요즘은 전체적으로 소설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 표절 고백에도 뭐 별 감흥은 없는 것 같아요.,.^^

비연 2015-09-0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작가 중 박민규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게 과거형이 될려나 싶네요. 표절 고백을 한 건 용감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지언정 그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을테고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제 나올 그의 책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규태 칼럼에 대한 기억은 새롭네요. 재미있었고 늘 신기했죠. 방 가득 포스트잍 등이 가득 붙은 책과 자료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었구요. 요즘은 이런 글을 쓰는 분을 찾기가 좀 힘들어요. 흉내는 낼 지언정.

붉은돼지 2015-09-09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박민규 책은 좋아하는데 왠지 인간 박민규는 좀 낯선 느낌이랄까 와 닿지 않더라구요....물론 제가 뭐 박민규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말이죠. ^^;;;;;;;
이규태는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월급의 반을 책 사는데 썼다고 하더라구요^^
사모님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을 듯 ㅎㅎㅎㅎㅎㅎ

stella.K 2015-09-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도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선일보를 구독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2004, 5년무렵에 구독을 끊었던 것 같아요.
신문은 어른이나 보는 거란 인식이 자리잡아서 그런지 그 유명한 이규태 코너나 만물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봤을 뿐었죠. 그때 야로씨였나? 한 단짜리 만화 만평있찌 않았습니까?ㅋ
저는 주로 방송 프로그램하고 북섹션, 주말 매거진 같은 그런 것만 좋아했었죠.
조선일보 욕을 많이 하지만 그런 건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 같습니다.
구독을 끊고도 한동안 기회만 있으면 주말판을 편의점이나 가판대에서 샀던 기억이 납니다.
김광일 논설위원이 아직도 건재한가 봅니다. 은퇴한 줄 알았는데...ㅎ

붉은돼지 2015-09-09 12:37   좋아요 0 | URL
저는 만평하면 경향신문 김상택 화백 만평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물론 박재동 화백 만평도 무척 재미있게 봤지만서두요..
김상택 화백 만평은 한컷 짜리인데 특이하게도 신문을 펼치면
1면에 똭!!하고 나오죠....아마 그런 사례는 없었던 걸로 알아요
또 그림은 선이 굉장히 많아서 좀 복잡하게 보이지만 그림체도 저는 재미있었어요....
돌아가신 지 한 참 된 것 같습니다. ㅜㅜ
 

   

이건 붉은 돼지가 어젯밤에 꾼 꿈이야기다. 꿈이라서 앞 뒤 맥락이 없다. 나는 그녀와 어딘가에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장소였고 길게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여자였지만 손을 잡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손을 뺄 듯 약간 꼼지락 거렸지만 이내 가만히 있었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또 둘이 어디론가 걸어가다가 잠에서 깻다. 그녀는 아내는 아니었다.

 

잠에서 깨어나서 늘 하듯이 소생이 몸 운동은 거의 안하지만 장 운동은 활발한지 매일 아침 용무를 잘 보고 있다. - 화장실에 앉아 으라차차차 밀어내기 한판을 할려고 하는데, 손 끝이 아리싸리한 것이 손 끝에 그녀의 감촉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 한 구석에도 그 약간은 설레이고 고양된 느낌이 아리싸리하게 남아 있었다. 꿈을 꿀 때는 그녀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꿈에서 깨고 나니 누군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슴 속에 그리고 손 끝에 남아있는 그 아리싸리한 느낌이 좋아서 밀어내기 한판은 잠시 중단하고 변기통 위에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덕분에 사무실에 10분 지각했다.

 

이건 뭐 불륜도 아니고 외도도 아니지만, 아내가 이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쿨하게 이럴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짓도 참... 여러 가지 가지가지 하고 있네...흥흥흥  또 누군가가 그건 돼지 니 놈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한다면 백보 양보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일찌기 예수도 설파하지 않았던가. “누구든지 마음으로 간음하지 않은 자가 있다면 이 여인을 돌로 쳐라.” 그 여인을 돌로 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유일한 자였던, 마음으로도 간음하지 않았던 유일한 자 예수도 그녀를 돌로 치지 않았다. 그녀는 용서받았다.

 

생각해 보면 어젯밤 꿈은 달달했고 짧고 허무했다. 아쉬웠지만(무엇이???? 몰라...) 진짜로 그냥 손만 잡았을 뿐이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사 같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도 한가지인지 모른다. 헛되고 헛되니 우리가 해아래에서 하는 이 모든 수고가 과연 누구에게 이롭단 말인가.

 

옛날에 누구는 낮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자신이 일국의 부마가 되고 재상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외적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아내인 공주도 죽게되자 상심하여 낙향하게 되느데, 이때에 이르러 문득 깨어나니 어느 나무 남쪽가지 아래였다. 나무의 뿌리 부분을 가만히 살펴보니 거대한 개미집이 있었다. 결국 그 개미집이 꿈속의 그 나라였다는 말이다소생이 즐겨 읊조리는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한 구절 " 천년사직이 남가일몽 이었고 태자 가신지 또 다시 천년이 흘렀으니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 에 나오는 그 '남가일몽'이다. 

    

옛날 옛적 어느 절에 조신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불공을 드리러 온 태수의 딸과 사랑에 빠져(이런 땡중이 있나!!!)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고 수십년을 함께 살았다. 하지만 살림이 어려워져 자식이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명을 부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생이별을 하게되는데...문득 깨어보니 꿈이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의 꿈이다. 이광수가 이를 각색해 소설 <>을 썼고 배창호는 영화 <>을 만들었다. 안성기가 조신으로 황신혜가 태수의 딸로 등장했다. 일전에 배창호가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었다가 구조되었는데 자살하려고 한 것이다. 아니다 실족이다. 말이 많았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지세이가 생각난다.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나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 토요토미 쯤이나 되는 사람에게도 인생이 꿈이라고 한다면 소생같은 필부에게 이르면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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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5-08-0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 님의 뭔가 약간은 아리송한 `꿈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고전 읽기 경시대회`에 등떠밀려(?) 출전하느라 무지 고생하면서 억지로 여러번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가 <삼국유사>였는데, 그 책 속에서 읽었던 `두 처녀가 꿈을 사고 판 얘기`도 새삼 생각나네요. 서양 철학자들이 `꿈`에 대해 풀어놓은 인상적인 얘기들을 (생각난 김에) 덧붙여 봅니다.

* * *

우리는 잠자며 잠 깨어 있고, 잠 깨어서 잠자고 있다.

우리 인생을 꿈에 견주어 본 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옳게 본 것이리라. 우리가 꿈을 꿀 때의 심령은 잠이 깨어 있을 때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살며 행동하며 모든 소질들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좀 무르고 흐리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차이가 분명히 밤과 환한 대낮 사이 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밤에서 그늘까지의 차이는 있다. 저 편에서는 심령은 잠자고 있다. 이 편에서는 다소간 졸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암흑이다. 킴메리아 인의 암흑이다.

우리는 잠자며 잠 깨어 있고, 잠 깨어서 잠자고 있다. 나는 잠을 자면서 똑똑히 보지 못한다. 그러나 잠이 깨어 있을 때에도 언제나 흐리지 않게 충분히 또렷하게 보이는 적이 없다. 하기는 잠이 깊이 들 때에는 꿈을 잠재우는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잠이 깨어 있음은 결코 깨끗이 꿈을 씻어 흩을 만큼 깨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꿈은 깬 자들의 꿈이며, 꿈보다 더 나쁜 꿈이다.

우리의 이성과 심령은 잠자는 동안에 나오는 공상과 개념을 받아들이며, 심령이 낮의 행동에 대해서 인정하는 바와 같은 권위를 꿈속의 행동에도 주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른 방식의 꿈꾸는 일이며, 깨어 있는 것이 어떤 종류의 잠이 아닌가` 하고 의문에 붙이지 않는가?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 * * * *

실생활과 꿈과의 친근성

흔히 있는 일이지만, 꿈이 현재와의 인과 관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아무리 해도 알아낼 수 없는 경우, 어떤 사건이 꿈이었는지 혹은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하는 것은 영원히 구별되지 않은 채 놓아둘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있어서 실생활과 꿈과의 친근성이 실제로 우리에게 대단히 실감나게 다가온다. 게다가 이 친근성은 예로부터 많은 위대한 사람들에게 인정되었고 또 언급되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을 떳떳하게 보증할 수 있는 것이다. 《베다》나 《푸라나》는 마야의 직물이라 불리는 현실계에 대한 모든 인식을 꿈과 유사한 것 이상으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온다. 플라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평범한 사람은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철학자는 깨어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 ······ 마지막으로 칼데론은 이와 같은 견해에 완전히 매혹되어 형이상학적인 희곡 《인생은 꿈》에서 이것을 표현해 보려 했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붉은돼지 2015-08-05 10:27   좋아요 0 | URL
삼국유사의 꿈을 판 이야기는 김유신 동생들 이야기로군요...저도 얼마전에 제 딸이 돼지꿈을 꾸었다고 해서 1000원을 주고 그 꿈을 샀습니다. 딸은 엄청 좋아하더군요...다음에 또 꿀테니 사라고도하고..ㅎㅎㅎㅎ 저는 로또를 샀습니다. 딸은 아직 어려서 로또를 살 수없고 ..결과는 뭐, 꽝이죠....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딸에게 더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그 꿈을 제가 단돈 1000원에 사버리다니 제가 좀 잘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뭐 꿈을 믿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CREBBP 2015-08-0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 이런 꿈 얘기가 나오니, 저도 오래전 꾼 `달달한` 꿈이 생각나네요. 그냥 아는 남자였는데 참 내 로맨스 비슷한 감정적 교환이 이루어졌다는 거 아니겠어요. 전 한 번도 그 아는 남자를 남자로 생각한 적도 없고, 만날 때는 주로 부부동반이었는데 말이죠. 그 이후로 뭔가 민망해져서 얼굴 보기가 꺼려지더라구요. 민망한 것의 문제는 스토리가 아니라 그 느낌 때문에 그래요. 너무 생생해서 꼭 진짜로 있었던 일 같은 망측한 감정 때문이죠. 그러고 보면 꿈은 연구할 가치가... 프로이트가 반할만 했던 주제에요.

붉은돼지 2015-08-05 10:30   좋아요 1 | URL
그런 경우는 간혹 있는 것 같아요....꼭 남녀사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꿈 속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평소에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꿈에 떡!! 나타나면 이건 무슨 의미인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뭐..생각해본들 별 뾰족한 해답도 없지만요^^

cyrus 2015-08-0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속의 여인과 단 둘이서 노는 장면이 나와야하는데 하필 꿈이 거기서 끊기고 말았군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5-08-05 10:31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한편으로는 그 정도에서 꿈이 깨어진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ㅎ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5-08-0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전혀 걱정 혹은 기대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꿈속의 그녀는 바로 붉은돼지님의 무의식에 있는 본인 다른 모습이라고 사료됩니다. ^^ 융 할아버지 말씀이세요. ㅎ

붉은돼지 2015-08-05 10:34   좋아요 0 | URL
자기가 자기의 손을 잡고,,아리싸리한 기분을.......무슨 변태같아요 ㅎㅎㅎㅎㅎ

후애(厚愛) 2015-08-0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도 꿈을 자주 꾸는데 일어나면 생각이 안 나요..
예전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잘 생각 나더니만... ㅎㅎ

저도 꿈 이야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붉은돼지 2015-08-06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거의 꿈을 꾸지 않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전쟁하는 꿈, 쫓기는 꿈, 귀신나오는 꿈, 줄거리도 설명하기 어려운 황당한 꿈 등등등
꿈을 많이 꿨던 것 같은데,,,요즘은 기억을 못하는지 어쨋든 꿈이 거의 없어요...
 

 

혼자서 저녁 먹기 3탄이다. 이골 난다. 아내는 오늘 혜림씨와 1박2일로 경주로 떠났다. 아내는 아내의 불알친구와....이렇게 써놓고 보니 많이 이상하다. 아내는 불알이 부재하지만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 의미를 제현께옵서는 충분히 알아들으셨을 것이다. 그럼 죽마고우라고 해볼까? 하니 이게 또 약간은 고개가 갸우뚱하는 그런 느낌이다. 어쨌든 아내의 오래 묵은 친구란 말이다. 그렇다고 천년 만년 묵은 거는 아니다. 아!! 농담도 아니고 다 쓸데없는 한심한 소리다. 쩝...

 

 

아내는 혜림씨를 데리고 아내의 오랜 친구와 그녀의 딸들과 함께 1박 2일 피서를 떠났다. 그래서 나는 또 혼자 저녁을 먹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혼자 저녁먹는 게 뭐 별로 서글플 것도, 어색할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다. 누구나 먹고 살아야하니 때가 되면 먹는 것이고, 인간이란 원래가 고독한 존재니 혼자가 이상할 것도 없다. 한번씩 생각해본다. 소통, 이해, 사랑이라고 하는 것들이 충만하여 넘쳐나도 내가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 너와 나 사이의 어디쯤엔가는 항상 불통과 오해와 배신의 늪이 도사리고 있다.

 

 

혼자 있으니 생각이 자꾸 허리상학적으로 간다. 이렇게 혼자 저녁 먹기 계속하다가는 아예 쌀 포데기 짊어지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어데 아늑한 곳에 굴을 파고 들어앉아 면벽수도 용맹정진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도로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산중으로 들어갈 때 들어가더라도 일단 예약해 놓은 뱅기는 차질없이 타야할 것이다. 고럼... 최근에 본 이스탄불 여행안내서 중 <이스탄불 홀리데이>가 최고인 것 같다. 이번 성지순례길에는 이놈을 지팡이 삼기로 결정했다. 날이 더워서 걱정이다. 

 

추신 : 오늘 저녁 식단은 미소야의 알밥메밀정식이다. 8000원이다. 맛이 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오늘 기분이 약간 맬랑꼬리해진 것이 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 경험상으로 볼 때 뱃속에 뭔가 달달하고 맛난 것이 들어갈 때는 저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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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8-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해 들은 최고의 표현입니다. `허리상학`... 어쩜 이리 형이상학적인 표현을...ㅎㅎ 하여튼 여행으로 안 계신 동안 붉은돼지님 글 많이 그리워질 듯... 넘 오래 계시지 마시고 빨랑 다녀 오세요. ㅎㅎ

붉은돼지 2015-08-03 23:52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허리상학`이니 `허리하학`이니 말들을 흔히 했던 것 같은데요??? 아주 옛날인가??ㅎㅎㅎ
그건 그렇고....저야 뭐 이스탄불에 좀 더 있고 싶지만, 제가 더 있고 싶다고 더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서둘러 돌아올 수 밖에는 딴 도리가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2015-08-03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3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4 0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 신랑은 `야호 신난다` 하며 술친구 불러내는데 참 바람직하신 붉은돼지님^^

붉은돼지 2015-08-04 09:44   좋아요 0 | URL
어멋!! 세실님~ 살아계셨군요 ㅎㅎㅎㅎ 농담입니다...
소식 들으셨죠 짐바브웨의 세실 말입니다. ㅜㅜ

아내가 부재중인 날은 뭐 솔직히 제 나이쯤 되면 `해방의 날` 이기도 하죠...
그간의 압제와 폭정에 시달리던 민중들기 발기하여 피흘려 자유를 획득한....뭐 그런거랑 비슷...ㅎㅎㅎㅎㅎ 이라고 하면 안되겠죠 호호호

저는 약간 히키코모리 스타일이기도 하고 술을 그닥 즐기지 않기도 해서....그래도 예전에 꽤 먹었어요 뭐 지금도 먹으면 좀 먹죠 그래도 튀어나온 배가 있는데..그냥 혼자 조용하게 책 보며 밥 먹는게 좋아요


세실 2015-08-04 10:07   좋아요 0 | URL
사자 세실의 죽음은 안타까워요.
그 의사도 확 그냥.....

닉네임 세실은 성당 세례명 세실리아의 준말입니다^^
제 세례명이죠. 나름 카톨릭신자랍니다.

아무개 2015-08-04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소야도 지점 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것 같더라구요.
저는 미소야에서는 주로 `돈카츠동`만 먹어요.
짭쪼름 달달하니 맛나더라구요.

아...그리고 여자들은 `배꼽친구`라고 하는거 같기도 하던데요^^

붉은돼지 2015-08-04 09:47   좋아요 0 | URL
어쩌다 미소야에 가면 저는 초밥 3개 달랑나오는 알밥 정식을 즐겨먹는데요
어제는 여름특선인가 얼음 둥둥둥 떠다니는 메밀알밥정식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시켜봤는데 별로 였어요

사실 미소야 음식은 비주얼적으로는 깔끔하니 보기 좋은데..일본 음식이 댕충 그렇잖아요..
맛은 없어요...우리 집 근처 미소야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두요

배꼽친구..어릴 때 같이 배꼽 내놓고 놀던 친구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8-0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양은 충분합니까?알밥도 사이즈 작고, 메밀도 적고 돈까스도 쪼꼬맣고...다 먹어도 배도 안부를 것 같아요...(시무룩)

붉은돼지 2015-08-04 09:51   좋아요 0 | URL
당연히 양이 적죠 ㅜㅜ
저기 가기전에 저는 빠리바게트에서 산 모카팡 큰거 하나 콜라 1, 빠리바게트에서 파는 하드 1개를 미리 먹어서 그런지 저 정도로도 충분하더라구요...

원래 배가 부른데다가 간식을 먹어서 배가 좀더 불러져있는데,, 별로 맛없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영 좋지가 않더라구요... ㅜㅜ
 

chaeg 8호의 ‘세계의 도서관을 가다’ 코너에 백남준 라이브러리가 소개되었다. 2003년 백남준 아트센터 설계 국제 공모전에 430여명의 건축가들이 참여했는데 독일의 30대 여성 건축가인 크리스텐 쉐멜이 대상을 차지했다. 작품명은 매트릭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백남준 아트센터는 5600스퀘어미터 규모의 지상3층과 지하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트센터에는 두 개의 큰 전시실과 교육실, 세미나실, 라이브러리, 카페와 아트숍이 마련되어 있다. 아트센터는 2008년도에 개관했다.

 

 

백남준 라이브러리는 아트센터 1층에 있다. 라이브러리는 “입구에 들어서면 하나의 살아있는 듯한 커다란 기계 장치와 마주친다....유리로 둘러싼 작은 방에 규브로 된 독특한 구조물이 있고,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과 인터뷰 영상이 흘러나오는 모니터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 라이브러리는 크게 둘로 나눠져 있다. 백남준의 예술사상, 인문학과 철학적 배경을 아루르는 책들과 일반 대중 독자를 겨냥한 인문교양서들이다. 또 백남준과 관련된 오디오 비주얼 자료와 다큐멘터리 영상자료들이 비치되어 있다.”

 

 

역시 소생이 백남준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이런 아트센터가 있는지도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백남준에 대한 책도 무지 많다. 어린이용 도서도 상당하다. 김용옥이 백남준과 대담한 책도 보인다. 사실 소생은 뭐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대해서 시시콜콜 알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왠지 아트센터에는 한번 가보고 싶다. 혹시 가서 보게 되면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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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8-01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남준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선 모르니 뭐라고 코멘트 하기 어렵지만 그의 아트센터도 부럽다기 보다는 위압감을 느낄정도이지만 라이브러리가 있다는건 부러운 일이네요.
대한출판협회에서 출판활성화와 독서권장의 일환으로 장서가의 서재를 모집하고 있던데, 그 기준이 2천권인가 그렇더라구요. 관심있으면 함 도전해 보세요~^^

붉은돼지 2015-08-02 10:20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런게 있었군요^^
갖고 있는 책을 세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 이천권은
넘지 싶은데....서재 꼴이 말이 아니고 ㅜㅜ 목록도 없고 ㅜㅜ

그리고 선정인원이 다섯명 뿐이더라구요....
 

    

배 나온 돼지가 양반 어쩌고 안동 저쩌고 하며 고리짝 썩는 소리 꿀꿀거려봐야 별 호응도 없는 거 같아서 오늘은 몸빼입고 밖에서 혼자 저녁먹기 2탄을 올려봅니다.

 

역시 페이퍼는 먹방, 패션이나 춤, 여행, 연애 이야기 이런 걸 올려줘야 오호~~ 홍홍홍 하며 홍응도 좋다. 패션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소화해내시는 야무님... 요즘 뜸하시네, 춤이라고 하면 땅고의 여왕 수양님, 역시 뜸하시네. 탱고이야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여행은 아! 일전에 본 춤추는 인생님의 마요르카 여행기...! 멋졌어요. 역시 휴가는 해변에서 보내야 하는데.... 연애는 뭐, 유부남에게는 화중지병. 기억에 예전엔 플라시보라는 분이 연애 이야기 많이 하시고 책도 내셨던 거 같은데 요즘은 뭐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요즘 혜림씨 방학하고 아내가 몹시 분주하다. 그제는 아파트 같은 동 아줌마들과 워터파크 물놀이, 어제는 혜림씨 같은반 학모님들과 화원유원지 피서. 퇴근 길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은 집에서 먹을려고 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혜림이의 절친인 호준이가 혜림이에게 저녁식사 초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호준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는 것이다. 나야 뭐 좋다고 했다. , 그럼 오늘도 본죽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사진찍어 올려야지...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날씨는 정말 지랄맞게 더웠지만.

 

일전에 몸빼입고 밖에서 혼자 저녁먹기를 올렸더니 나름 호응이 좋은 것 같아 이번에는 난이도를 양A에서 양B로 한단계 높여빤스입고 사거리에서 신호대기하기뭐 이런 걸로 한번 해볼까 생각해봤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우리 알라디너님들 반응도 대폭발일텐데...아님 알라딘에서 퇴출되거나. ㅎㅎㅎㅎ

 

풍문으로 듣기에 어떤 한 총각이 밤에 옷갈아 입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입고 있던 트렁크 팬티차림 그대로 동네슈퍼에 맥주를 사러 갔더니(어떤 트렁크 팬티는 자세히 안보면 반바지와 비슷하다.) 슈퍼 아주머니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총각 생각에, ....앞으로 자주 입고다녀야 겠네...이런 한심한 생각을 했던 것인데,,,,다음날 그 총각의 엄마가 어디 나갔다가 오더니 총각에게 하신 말씀이 야야~~ 슈퍼집 아줌마가, 니 빤스만 입고 밤에 돌아댕긴다고 걱정하시더라...우예된 일이고????”

 

총각의 고사를 생각해서 난이도 높이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제처럼 몸빼입고 본죽에 갔다. 메뉴는 냉이강된장비빔밥을 먹고 싶었으나, 알라디너님들이 식상해 하실 것 같아. 아삭소고기콩나물밥으로 주문했다. 냉이강된장보다는 맛이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이스탄불 셀프 트래블은 어제 읽은 78일보다는 내용이 좀더 알찬 것 같다. 그래도 순수박물관하고 1453 파노라마 박물관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구경할 거는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날씨가 부조를 좀 해 줘야 할텐데 걱정이다.

 

 

<추신>

 

중세 기사이야기는 재미있는데 조선시대 양반이야기는 재미없다 그 이유를 가만 생각해봤다. 사실 뭐 생각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래도 생각은 했으니 몇 자 적어본다.

 

첫째, 비쥬얼에서 딸린다. 중세의 기사들은 리차드 기어나, 룻거 하우어 같은 금발의 미남들이 빛나는 은빛 갑옷을 입고 백마를 타고 나타난다. 조선의 양반은 검버섯 핀 얼굴에 쥐꼬리같은 수염을 턱 밑에 겨우 붙이고 있는 꼬장하거나 음흉한 표정의 중늙이들이다. , 게임이 안된다.

 

둘째, 중세의 기사들의 싸움은 칼로 하는 싸움이라 승패가 명확하다. 젊은 근육들이 꿈틀거리고, 현란한 칼솜씨가 있다. 백마가 갈기를 휘날리며 내달리는 레이스도 있고 장렬하고 비장한 죽음이 있다. 보고있으면 재미있고 감동도 받는다. 양반들은 글로 싸운다. 구구절절한 말들이 넘쳐난다.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말이 말을 만들고 그 만들어진 말이 사람을 죽인다. 사약을 멕이거나 묵어놓고 지지고 뽁는다. 몸서리가 쳐진다. 감동도 재미도 없다.

 

셋째, 양반이야기에는 레이디가 없다. 로맨스가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궁중의 여인들이 몇 등장할 뿐이다. 이래서야 곤란하다. 아래 시는 미당의 정암 조광조론이라는 시다. 역시 이래서야 조금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靜菴 趙光祖論> - 서정주 

 

靜菴 趙光祖가 갓 젊은 나그넷길에서 어느 집에 한동안 묵으려 했을

, 그 집 시악씨가 한눈에 반해 홰를 치고 바짝거려 오고 있었던 걸로

보면 趙光祖는 생김새도 아주 잘생긴 美男子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光祖는 그 여인의 秋波를 받아들이질 않고냉큼 딴 집을 찾

아 옮겨 가려고만 하고 있었다.

 

여자가 마지막 작정으로 그 머리에 꽂은 비녀를 빼 光祖에게 주었을

光祖는 그걸 위선 받아 가지고 가긴 했지만, 이내 되돌아와서 그

비녀를 그 여자의 집 한쪽 벽 틈에다 꽂아 놓고 물러가 버렸다.

 

어땠을까?

光祖가 그 때 그 여자의 秋波를 받아들여 한때 히히덕거리며 즐길 수

도 있는 사람이었더라면, 그의 서른 여덟 살 때의 그 飮毒死刑 같은 건

면할 수도 있지 안 했을까? 적당히 그때그때를 끌끌끌끌 히히덕거리면

父母妻子 안 울리고 살아남아 있었을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사진이 돌려지지 않는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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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3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총각 순진하네요 ㅎㅎ
요즘 트렁크 예쁘긴하죠~ 키스 해링에 동물 문양에 알록달록.. 그래도 여자들은 알아요~ 반바지가 아니라는 걸요~~ ㅎㅎ

붉은돼지 2015-07-30 13:27   좋아요 0 | URL
사실 남자들이 조금 어리버리합니다. 세심한 면에서는 많이 부족하죠....뭘 잘 몰라요 호호호

스윗듀 2015-07-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주님의 시가 이렇게 재미있습니까? 돼지가 되먹지 못한 소리를 꿀꿀...은 재미가 없을 거같아서 안읽었는데 상당히 찔립니다 ㅋㅋㅋ

붉은돼지 2015-07-30 13:55   좋아요 0 | URL
아마 미당의 저 시는 <학이 울고간 날들의 시>에 나오는 시일겁니다.
미당의 시편들 중에 <질마재 신화>와 <학이 울고간 날들의 시>는 제가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그리고, lovelydew님~ 재미 없을 것 같더라도 되먹지 못한 소리도 한 번 읽어주셔요^^
세상에는 참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곳에 관심있는 사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참고로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세계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구요...뭐,,, 좋아요는 누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호호호 ~

스윗듀 2015-07-30 16:30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충분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이 취미입니다ㅎㅎ 단지 아직 조선시대 양반들에게는 관심이 못미쳤을 뿐입니다요ㅋㅋㅋ 언젠가는 그분들에게도 미칠 것같습죠. 헤헤

책읽는나무 2015-07-30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은 어떤글이든 읽어도 재밌어요~~굳이 먹방,패션,연애사가 아녀~~~~아니네요 패션과 먹방 얘기가 역시 흥미를 더 끌긴 합니다ㅋ
`좋아요`를 안누를 수가 없군요ㅜ
바지 탐납니다 몸뻬바지는 왜 반바지가
없을까요?
본죽에 엄마 드실 죽을 사러가면서 저 두 메뉴를 저도 봤어요~~맛있나보군요?냉이강된장비빔밥 아삭소고기콩나물밥 기억해두겠습니다
그리고 이스탄불 기행문 기대됩니다^^

붉은돼지 2015-07-31 09:38   좋아요 0 | URL
책 읽는 나무님~ 몸빼 반바지도 있어요...쿠팡에 보시면 많이 있습니다.
커플로도 있어요..가격도 싸더라구여 ㅎㅎㅎㅎㅎ

제 입맛에는 아삭소고기콩나물은 별로구여 냉이강된장비빔밥이 맜있더라구요..^^
기행문은 그렇고.....다녀와서 사진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cyrus 2015-07-3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 시대의 고전소설이 남성, 유교사상 중심이라서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가끔 이루어지지 못한 로맨스가 있는 고전소설은 좋더라고요. 고등학생 국어문제집에 단골로 나왔던 김시습의 이생규장전이라든가 숙향전이 좋았어요.

붉은돼지 2015-07-31 09:4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고전 소설중에 로맨스 소설도 있었던 것 같아요....남녀상열지사도 있었나?????
천녀유혼 비슷한 그런 이야기들도 있죠 아마??

Mephistopheles 2015-07-3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조선에는 서양의 모든 레이디를 한방에 보낼 수 있는 ˝기생˝이 있었답니다.

붉은돼지 2015-07-31 09:4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역시 아둔한 제가 뭘 잘 모르고 나오는대로 주깨다 보니
빠트린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여튼 잘 개발하고 적극 홍보하면....
무엇보다 영화로나 소설로나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한번 터뜨리면 좋은데...
뭐 그게 제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