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이 분야가 자못 흥미롭다.















국내 저자의 책이라 가독성이 좋아 재밌게 읽었는데...지금 재독하려고 하니 완독한 지 일 년도 안됐건만 새롭게 다가온다. 책을 다 읽었다는 게 뭔지, 내 자신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읽었다고, 이미 읽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향신료 전쟁>에서 기본을 닦고 읽으니 내용 파악은 쉬웠으나 좀 더 정밀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시간이 좀 걸렸다. 다시 읽고 재차 내 것으로 소화하고 싶으나 왠지 학생이 된 느낌?















며칠 끙끙거리며 읽었다. 휘리릭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으나 읽다보면 어느새 끝이 보인다. 물론 재밌는 건 마찬가지.


와중에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자비에르가 스페인어로는 하비에르라는 사실을 몰라서 그간 이 책의 존재를 몰랐다. 억울한 심정.

프란치스코 자비에르는 누구? 16세기 동남아시아 일대, 일본에서 기독교를 전파했던 선교사로 이 분을 빼고는 동남아시아와 일본의 기독교를 논할 수 없다. 


https://blog.aladin.co.kr/nama/1113975


2007년의 마카오여행기에 자비에르를 발견(?)한 놀라움을 기록했었다. 이 놀라움이 왜 계속되냐면, 잊을만 하면 곳곳에서 조우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고아,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마카오, 필리핀의 세부(작년에 갔었는데도 벌써 가물가물하다.) 에서 이 분을 기리는 성당을 보았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책이 나올만 한데... 바로 위의 책도 그 궁금증에서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발로 뛴 책. 주문을 넣고 기다리는 중이다. 기왕이면 일본의 나가사키에도 가볼까... 모색 중.


몇년에 걸쳐 두고두고 하는 공부가 좋다. 독서에도 주제가 있으면 더 재밌다.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책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음은 <욕망의 향신료 제국의 향신료>에 실린 글이다.


p. 355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반다제도 주민을 학살했고, 경쟁 관계에 있는 섬들의 육두구 플랜테이션 농장을 파괴했으며, 몰래 거래했다는 이유로 원주민을 가혹하게 처벌했다. 그들은 향신료 교역을 거의 완벽하게 독점했기에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는, 그 시대의 건물, 운하, 렘브란트의 그림, 과학, 프로텐스탄트 계몽운동은 부분적으로는 말레이군도 사람들의 고통으로 일궈낸 것이다.


30년도 더 된 일이지만 만약 암스테르담의 운하에 가보기 전에 위의 책들을 읽었더라면 여행의 방향은 더 선명해지고 나라는 인간도 지금보다 나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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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둥지 튼 (아마도)박새 가족을 들여다보는 기쁨과 그 기쁨 못지않은 걱정의 나날이었다. 과연 어린 새끼들은 먹이를 잘 얻어먹는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어미새는 어디에서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는지...별의별 걱정이 들곤 했다. 그래도 어미새는 사람을 피해서, 우리가 보지 않는 사이에 부지런히 제 둥지를 오고갔는지 드디어 새들이 둥지를 떠났다.



텅 빈 둥지를 살피다가 창고 구석의 바닥에 놓여있는 싱크대 설거지통에서 한 마리를 발견했다. 탁구공 만할까. 눈망울은 초롱초롱. 쪼르르 달아나는데 다른 두 마리도 기어나와 쏜살같이 숨어버린다. 두 마리가 더 있는데 어디에 있나? 전부 5마리.


괜한 걱정이지 싶다. 새들이 어련히 알아서 살아갈까.



딸 친구가 만들어준 말풍선. 인간의 자식들도 어련히 알아서 성장하니 부모의 걱정일랑 지나치지 않는 게 좋다. 새삼 깨닫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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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지구 정복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신견식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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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잘하려면 ‘누구라도 좋으니 원어민에게 배우기‘를 모토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세계를 누비는 베테랑 작가의 언어 학습기 혹은 세계 탐험기. 특히 아시아 변방 취재기와 언어마다의 말맛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임. 생생한 현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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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한켠을 차지한 책장에 둥지 튼 박새 가족.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 뒷면에는 아래에선 보이지 않지만 지붕 밑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어미새가 길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엔 겨우내 쌓인 솔잎 뭉치인줄 알았다. 작은 깃털이 바람에 떨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 하마터면 휙 걷어치울 뻔했다. 걱정이 생겼다. 혹여 어미새가 못 오면 어쩌나. 지붕너머로 잽싸게 오가는 어미새를 보면 식구처럼 반갑다. 


밀란 쿤데라의 <존재의 아름다움>이 너희들보다 아름다울까.




 **덧붙임 2025.07.21.

위 글에서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고 자신있게 썼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창고 앞면에 내 주먹보다 큰 개구멍? 아니 새구멍이 있었다. 어쩐지 새 똥이 창고 안에 길을 만들었다 했더니 관찰이 부족했다. 뭐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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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7-1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에 둥지를 튼 박새 가족.
책으로 더 포근하고 다양한 세상을 만날듯요.

nama 2025-07-14 10:21   좋아요 1 | URL
소나무에 매단 빨강 지붕의 새집 대신 책장을 선택한 걸 보면 새의 안목을 인정해줘야 할듯요.

hnine 2025-07-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 사진이네요.
동고비라는 새가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우연이나 즉흥적으로 하는 과정 하나도 없이 정성과 노력으로 하는 일이더라고요.
어미새가 찾아 올 수 있기를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nama 2025-07-14 10:24   좋아요 0 | URL
동고비 책 쓰신 분이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도 쓰신 분이더라구요. 사놓긴 했으나 언젠가는 읽겠지요.
오늘은 비가 와서 어미새가 함께 둥지에 있다고 하네요. 방해가 될까 싶어서 궁금하지만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어요.

잉크냄새 2025-07-1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새가 둥지를 트는 안목이 있네요.
가운데 책 제목에 ‘벌레‘ 가 있어서 먹이 공급처에 가장 가깝게 지었네요.

nama 2025-07-14 20:42   좋아요 0 | URL
박새가 안목도 있지만 머잖아 음악성까지 겸비할 것 같아요.
 

친구에게 오이지를 담가달라고 해서 몇 개 얻어 먹고 있다. 늘 부글거리는 속도 편해진 듯 싶다. 내년부터는 좀 정신차리고 오이지를 담가 먹어야겠다고 다짐은 해본다. 마음이 늘 바깥에 있으니 집안 살림은 마지막 차례가 된다. 식구들에게 밥을 해먹이는 일이 평생 과제 중의 과제이다.


도쿄에 다녀온 지 닷새가 되었다. 8박 9일 동안 아사쿠사의 좁아터진 호텔을 베이스캠프 삼아 도쿄 시내를 우왕좌왕하다가 왔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아니 아무도 내가 어디를 가는지 관심도 없는데 참으로 열심히 다녔다. 집안 살림은 어설퍼도 여행만큼은 야무지게라고나 할까. 다만 야무지지 못한 위장 때문에 내내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여행의 신도 내 꼴을 봐주지 않으려나 보다.


여행 전에 읽은 책 중 단연 압권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책.















2007년에 나온 책을 그때 구입하고 앞부분만 조금 읽고 밀쳐놨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너무나 재밌다. 맛집이나 핫플레이스와는 관계가 멀지만 일본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다녀오고나서 눈에 들어온 책은
















궁금해서 일단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첫장부터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새로 책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반쯤 읽고 여행 중에 읽으려고 했으나 단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온 책으로는
















p.124

'후수로 일린다'는 무도 용어인데, 시간적인 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난제에 재빠르게 대응한다 해도 '선수를 잡았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릴 때 그에 대해 어떤 답을 가지고 대응하는 행위는 모두 '후수로 밀린다'가 된다.

  이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후수로 밀리는' 훈련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고, 거기에 어떤 대답을 해서 정답을 맞히면 칭찬받고 틀리면 벌을 받는다는 학교 교육의 형식이 애당초 '후수로 밀리는' 연습이다. 취직을 해도 '후수로 밀리는' 훈련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주어진 과제를 적절히 해낸다'와 같은 식이다. 과제가 우선적으로 주어지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는 틀에 익숙한 사람은 모두 '후수로 밀리는' 사람이다.

  왜 우리는 '후수로 밀리는 ' 훈련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강요당하는 것일까. 별로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질문을 하거나 과제를 내는 쪽은 '보스'이고 대답하거나 평가받는 쪽은 '부하'이기 때문이다. '무비판적으로 상급자를 따르는 마인드'를 형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후수로 밀리는' 기술만을 선택적으로 체득한다. 

                                         '선수를 잡거나 후수로 밀리거나' 중에서


무엇이 '선수'이고 무엇이 '후수'인가. 누가 '선수'이고 누가 '후수'인가. 나는 '선수'인가 '후수'인가. 이어지는 이런 물음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p.145

<사기> 등에 나오는 공자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허구다. 공자는 아마도 이름 없는 무당의 아들로서 일찍 고아가 되어 미천하게 성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을 처음으로 깊이 응시한 이 위대한 철인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사상은 부귀한 신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읽은 부분으로 나머지도 빨리 읽고 싶다.)



이제 본론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이다. 구글 지도로 못가는 데가 어디 있나, 싶었는데 이 곳이 그러했다. 지나가는 행인,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 등 8명에게 물어 겨우겨우 찾아갔다. 길 찾기에 일가견이 있는 남편도 힘들어 한 곳이다. 


고인이 된 분의 서재를 찾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저 까만 빌딩에 손을 댄 순간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수만 권의 책을 읽고, 수백 권의 책을 써도 결국은 누구나 죽는구나,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주인을 잃은 저 검은 빌딩은 고인의 무덤이자 비석 같은 것. 그는 '선수'일까 '후수'일까. 뭐 그런 생각도 무심히 하게 되는 곳.



현관문 앞에서 하릴없이 서성이다가 돌아왔다.
















이 책을 쓴 사람, 다치바나 다카시. 참 행복하고 뿌듯하게 읽었던 책이다. 
















몇년 전 친구가 읽고나서 나에게 넘긴 책. 이제는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이어서 찾아간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와세다대학교에 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시작으로 참 꾸준히도 책을 쓰고 있다. 사진 속의 칸칸이 모두 그가 써내려간 책이다. 읽는 속도가 쓰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작가. 쓰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못 읽겠다고 징징대는 이 누구.



이제 결론이다.


츠바야 서점에도 갔었다. 



엄청 커다란 책에 가격도 엄청 나다. 




감히 만져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한바탕의 꿈 같은 여행이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무라카미 하루키도, 데이비드 베일리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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