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오늘 날짜 신문을 마지막으로 신문구독을 해지했다. 강원도 오지를 오가며 생활하자니 챙길 것과 챙기지 못할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삼십 년 넘게 구독해온 한겨레신문을 더 이상 챙길 수 없게 되었다. 강원도 오지까지 신문배달이 가능할 것 같지 않고, 그렇잖아도 요즈음 윤 당선자의 얼굴을 신문에서 보는 날이 많아지면서 정나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책 소개가 실린 토요판은 일주일 중 제일 기대를 품고 기다리곤 했는데 이젠 무슨 낙으로 토요일을 맞이할까나.

 

어렸을 때 아버지가 구독한 신문은 서울신문이었는데 나중에는 조선일보로 바꾸었다. 한자병용의 세로 신문으로 아버지는 늘 사설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착실하게 사설을 읽은 적은 거의 없지만.... 신문은 쌀과 같은 존재였다. 집구석에 쌀 떨어지는 일 없이 살아왔듯 역시 신문 떨어지는 일 없이 평생(직장생활을 시작한 1~2년을 제외하고)을 집구석에 신문을 흘려가며 살아왔다. 손톱을 깎을 때, 댕댕이 밥 그릇과 물 그릇을 받쳐줄 때, 만주 빚을 때, 김치 담글 때....요긴하게 사용했는데 이젠 무엇으로 대체하나....

 

일주일 전에 신문구독을 해지하겠다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꼭 이별통보하는 기분이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배달된 신문을 보고있자니 하루종일 쓸쓸하고 울적해져서 이런 글이나마 쓰고 있다는.....

 

 

Ⅱ.

 

 

왼쪽은 1986년에 출간된 책으로 20대 백수 시절에 책상에 반듯하게 앉아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백수였지만 평생 책만 읽는 형벌이라면 달게 받으리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무슨 수험서 읽듯 한글자한글자 꼭꼭 눌러가며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네루의 <세계사편력>을 읽은 사람이라고 내심 자부해왔다. 그런데....얼마전 강병관의 <책벌레의 여행법>을 읽다가 네루의 이 책이 인도에 관한 역사를 다룬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왼쪽의 책에선 인도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강병관의 <책벌레의 여행법>에서 인용한 인도 역사 부분도 놀라웠다. 그간 인도에 관한 책을 좀 읽었다고 자부해왔는데 정작 중요한 네루의 이 책을 놓쳤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가뜩이나 새로 나오는 좋은 책들로 넘쳐나는데 오른쪽 책은 언제 다 읽나...3권까지 있는데.

 

 

 

Ⅲ.

 

 

올리비아 랭의 <이상한 날씨>에서 데릭 저먼에 관한 글을 읽고 저지른 책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There is no book I love more than Modern Nature.

 

 

 

 

 

 

 

 

 

 

 

 

 

 

 

영화감독 데릭 저먼이 AIDS로 사망한 후 영화배우 틸다 스윈턴이 3년 동안 활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러 사실이 아찔하면서도 즐거웠다. 이 책은 그러니까 데릭 저먼이 HIV에 걸린 후 황무지 해변에 정원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기록한 일기이자 자신의 인생에 대한 명상록이라고 한다.(겉표지를 자세히 보면 저 멀리 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예술가, 작가, 영화제작자, 그리고 동성애자였던 사람의 말년의 일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려나...부지런한 누군가가 번역해주길 기다리는 게 낫지 싶다.

 

대강 펼친 페이지에서 눈에 들어온 문장.(빽빽한 문장이 아니어서 눈에 띄었을 게 확실한)

 

Spent the morning reading Matthew, and Wisdom.

 

Our name will be forgotten in time

And no-one will remember our works

Our life will pass away like the traces of a cloud

And be scattered like mist

That is chased by the rays of the sun

And overcome by its heat

For our allotted time is the passing of a shadow

And will run like sparks through the stubble

 

                                         -p.108 

 

 

Ⅳ.

 

 

강원도 오지는 거대한 숲이자 정원이다. 눈을 비비고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다운 꽃들도 많고 생전 처음보는 곤충(벌레)도 많고 식용 가능한 나물도 많다. 요건 우산나물로 맛은 좋지만 요렇게 이쁜 걸 어떻게 먹나.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신문과의 이별을 달래는 마음으로.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22-04-30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깡촌에 살다가 그나마 소도시로 진출했을 때 가장 기뻤던게 조간신문을 구독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ㅎㅎㅎ 종이신문에 대한 로망은 언제나 있는데 그 썩렬이 면상 볼 생각을 하니 도저히 용기가 안나네요

얄라알라 2022-04-30 21:21   좋아요 1 | URL
박균호 선생님 반갑습니다. nama님 한겨레 구독해지 이유에 아주 공감하던 차, 선생님께서도 공감을 보내주셨네요^^

nama 2022-04-30 21:38   좋아요 1 | URL
저는 깡촌으로 가는 덕분에 신문에서 해방되었어요. 정권 바뀌면...그때도 종이 신문이 남아있을까요?

얄라알라 2022-04-3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산 나물? 처음 들어보는데, 이름을 먼저 알게 되어 그런가, 정말 우산처럼 보이네요. 노끈으로 일부러 묶어놓으신 건지, 아니면 원래 저렇게 묶여서 자라는지 어리석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너무 뭘 모릅니다...

nama 2022-04-30 21:34   좋아요 1 | URL
노끈으로 일부러 묶은 건 아니구요. 그저 자연의 장난(?)으로 저런 모습이 되었어요. 우연이지요. ^^
 

 

-  나는 의사선생님을 잘 믿는 편이다. 일년마다 위내시경을 받아야한다고 해서 오늘 숙제를 했다. 수면내시경으로.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등을 함께 했는데 비용이 137,800원 나왔다. 약간 한숨이 나왔다. 또 일년마다 받으라는 담낭초음파를 예약하고 있는데 정산을 다시 해야 한단다. 가보니 좀전의 결제를 취소하고 새로 결제를 한다고 한다. 43,900원으로 바뀌었단다. 예? 했더니 '중증질환'이어서 그렇단다. 반가운 마음에 헤헤 웃음을 흘리면서 '고마워요'라고 했는데 중증질환이 고마운 건가...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 엇그제 세탁기에 삶은 행주를 헹구기 위해 세탁세제 투여기능을 해제한 줄도 모르고 빨래를 돌렸다. 세제 한 방울 넣지 않고 순전히 물빨래를 한 셈이다. 벌써 한두번이 아니어서 이젠 한숨도 안 나온다. 세제를 넣지 않았는데도 앞자락의 음식물 흘린 부분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한숨을 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일부러야 세제를 안 넣을 수 없지만 종종 깜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세수할 때 비누를 사용하지 않아도 얼굴에는 물길의 흔적이 남는다. 빨래도 그렇다.

 

 

- 어렸을 때 아버지와 라디오로 판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아버지가 적이 감탄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 저도 판소리 배워볼까요?" 했더니 아버지는 조용히 입을 다무셨다. 하라는 말씀도, 하지 말라는 말씀도 없이. 가당치도 않은 얘기에 아버지는 속으로 한숨을 쉬셨겠지. 아마도.

 

 

 

 

이제서야 생애 처음으로 판소리 완창을 들었다. 270분 동안 펼쳐지는 심청가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공연이었다. 런던과 뉴욕에서 보았던 몇 편의 뮤지컬은 그저 장난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비교불가. 뮤지컬을 보면서 저러다가 피 토하고 쓰러지지는 않을까 염려한 적은 없었으니까. 서양의 뮤지컬과 닮은 점은 가사 전달이 어렵다는 것. 예전에 셰익스피어 고향인 스트레포드 어폰 에이본에서 보았던 연극 <한 여름밤의 꿈>을 생각하면 지금도 창피한데 글쎄 한마디도 못알아들었다는 것. 나중에 영국 출신의 원어민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자신도 못 알아듣는다고 해서 조금 위안을 받았다. 이번 완창 심청가를 1/3이나 알아들었을까. (더군다나 내 왼쪽 청력은 청신경이 30% 정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우리말이 영어처럼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면 판소리는 대단한 공연예술로 사랑 받았을 텐데...

 

뚝, 꿍딱, 따다닥, 쿵쿵...고수의 북소리가 그렇게나 아름답고 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소리꾼과 주거니 받거니하는 맛도 각별하지만 그 자체로도 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했다. 소리꾼 없는 고수만의 북소리는 가능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읽은 책 중에서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으로 읽었다. 에세이의 지평을 넓혀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자기계발서로 읽혀서 실망할 뻔했으나 사실을 토대로 한 픽션으로 읽힐 정도로 숨이 막혔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소설을 쓴다면 이런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나의 꿈을 빼앗긴 소설. 역시 소설은 문체 읽는 맛...을 선호한다면 잘근잘근 씹어가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 문장에 매료되어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책. 이런 책을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었는데 내내 후회를 했다. 이런 책을 안 사면 어떤 책을 사려고...그 돈 아껴서 뭐하려고....

 

184쪽

  "멋지군, 자네도 비상용, 그 아가씨도 비상용. 자네 인생 전체도 하나의 커다란 비상용이군. 내가 자네보다 더 많이 아는 척하진 않겠지만, 자네 인생에서 진짜는 논문밖에 없어. 근데 누가 알겠어? 그 논문이 다를 것들보다 훨씬 더 기만적인 비상용일지. 이해가 안 가는군. 솔직히 말해서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본 수아레."

  따다다다다.

  그 말을 남기고 그는 갔다.

  나는 그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의 세계에서 그도 비상용이라는 잠정적인 지위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던 것이지도 모르겠다. 비상용 삶이 넘쳐나는 비상용 도시에서 피어나는 비상용 우정.

 

 

 

 

 

 

 

 

 

 

 

 

 

 

 

 

 

 아주아주아주 야무진 잡지. 김진해, 신형철, 이라영. 이 세 분만 실렸어도 충분히 만족했을 터. 한겨레의 믿음직한 구석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잡지.

 

 

 

-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빌린 걸 후회하며 읽게 되는 책으로는, 이런 책은 사야지....

 

 

 

 

 

 

 

 

 

 

 

 

 

 

 

 

 

 

 

 

 

 

 

 

 

 

 

 

 

 

 

- 삼천포로 빠져서 이내 흥미를 잃게 된 책으로는

 

 

 

 

 

 

 

 

 

 

 

 

 

 

 

 

한 나라에 대한 여행기는 비판보다는 애정이 실린 글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인도는.

그리고 다른 사람이 쓴 책은 되도록 적게 인용하고.... 여행은 체험.

 

 

 

- 원하던 실물을 접했으나 이내 관심이 시들어버린 책

 

 

 

 

 

 

 

 

 

 

 

 

 

 

 

몇 개월 동안 이 책을 빌리고자 틈틈이 대출 확인 작업에 들어가서 결국 내 손에 넣었으나, 그 지난한 접선 과정에 비해 막상 책을 몇 쪽 못 읽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인연이 아닌가보다.

 

 

 

 

 

 

 

 

 

 

 

 

 

 

 

 

마음(정신)을 다루는 책은 케바케라서 딱히 잘 읽히지 않는다. 마음의 풍경은 천차만별. 도움이 될까 읽어보지만 당신은 당신의 문제, 내 문제는 따로....이런 식.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5-13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마님이 열독 하신 책들
2022년에 만난 책들중 맘에 쏘옥 들었던 책들입니다.

한겨레 21 잡지 스물 한명의 작가 인터뷰 정말 재밌게 읽어서
담번에도 요런 기획물을 원할 정도 ^ㅅ^

nama 2022-05-13 21:48   좋아요 1 | URL
한겨레 21의 이런 기획, 정말 야무지지요. 열 권의 책 부럽잖은 한 권의 잡지를 보면서 글을 쓰는 것도 이래야되지 싶어요. 심장에 박히는 한 문장에 대한 열망.
 

 

 

 

1. 뮤지엄 산에 있는 이 조형물 이름은.....'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

2. 제라드 맨리 홉킨스는 누구..... 영국 시인(1844~1889)

3. 이 조형물이 형상화한 것은.....홉킨스의 시 '황조롱이'

4. 이 조형물을 만든 사람은.... 마크 디 수베로

5. 마크 디 수베로는 누구.....이탈리아계 미국인(1933~ ) 상하이 출생. 크레인을 조각 작업에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 뉴욕에서 활동 중.

6.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작품 설명이 검색해도 안 나와서

7. 홉킨스는 어떻게 생겼나.....

 

 

8. 요건 무슨 책.....

 

 

9. 언제 구입했나.... 1980년 11월

10. 그동안 많이 읽었겠네..... 아니. 홉킨스가 있는 줄 몰랐다니까.

11. 시 <황조롱이>도 실렸나.....당연

 

 

12. 해석 좀 해주면 안되나..... 번역본 있어

 

 

13. 글씨가 크네. 무슨 책.....

 

 

 

 

 

 

 

 

 

 

 

 

 

 

14. 글자가 커서 읽기 편하겠네..... 너무 커서 작은 눈이 적응을 못함.

15. 시가 어렵군. 그런데 "오 나의 기사여", "buckle" 이런 게 뭘 뜻하나....그게 동성애와 관련이 있다고 함.

16. 홉킨스는 카톨릭 사제라던데.....그게 그러니까. 좀 베껴볼게.

 

' 시인 스스로 자신의 걸작이라고 말한 <황조롱이>는 홉킨스 자신의 동성애적 욕망을 그리스도에게 투사함으로써 위험한 욕망을 안전한 욕망으로 승인받는 형식을 휘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경향은 동시대 다른 남성 문필가에게 찾아볼 수 없는 홉킨스만의 특징으로, 그의 갑작스런 카톨릭 개종의 원인도 이에 근거해 유추해 볼 수 있다.'

 

17. 어디에 있는 글..... 구글링

18. 조형물 하나 이해하는데 이런 걸 꼭 알아야 하나.....알려고 노력해야지.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도 그딴 식으로 하지.

19. 왜 기-승-전-윤이야..... 화가 나서

20. 끝났어? ..... 응. 안녕.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3-17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7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일이 있어야 한다. 젊으나 늙으나 여자나 남자나. 홀로 있는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게 되는 순간 불화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다. 무료함은 애정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심심하다고 애정에 기대면 애정은 매정으로 변한다. 오랜만에 이곳에 들어와 이런 말을 하는 이유.... 은퇴하면 겪는 일이다. 그러니 늙어 죽을 때까지 홀로 있고, 홀로 할 수 있는 일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말이 내 입에서 이렇게 빨리 나오게 될 줄이야. 잠깐입니다.^^

 

집 구석구석에 쌓이는 책이 번거롭고 흉칙해서 도서관에 열심히 드나들었다.(요즘엔 이런저런 물건을 하나하나 버리는 게 일이다.)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들을 마음대로 빌릴 수 있어서 좋은데, 마음에 드는 책을 빌리고 나면 갈등이 생긴다. 그래도 이건 사야되지 않을까? 흥! 언제 다시 읽겠다고! 책은 널려 있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는 일은 만들지 말자며 조용히 마음을 접는다. 늘 일기를 쓰지만 다시 읽지는 않는다던 올리버 색스의 말이 떠오른다. 읽기도 한번으로, 쓰기도 한번으로. 다만 여운을 남기는 몇 권에 대해서 작은 기록을 남길 뿐이다.

 

 

 

 

 

 

 

 

 

 

 

 

 

 

 

 

이 책을 쓴 두 저자의 공통점. 징집을 피하기 위해 한 사람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한 사람은 미국에서 영국으로 갔다는 점이다. 징집을 회피했다고 영원히 모국에서 배제당하지 않았다는 점도 같다. 올리버 색스는 뉴욕과 런던을 넘나들며 책을 출판했고 제이 파리니는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부동시'라는 해괴한 사유로 군면제된 사람은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 국적을 바꿔가며 징집을 회피한 어느 가수는 무릎 꿇고 읍소해도 끝내 모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지.

 

각설하고.

 

<온 더 무브>에서 인상적인 부분.

 

* '삶의 마지막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고마운 생각이게 하라' - W.H.Auden.

  (Let your last thoughts all be thanks.)

   이 말을 인용한 올리버 색스는 이런 말도 했다.

 

" Wystan's mind and heart came closer and closer in the course of his life, until thinking and thanking became one and the same."(Wystan은 바로 Auden)

 

 thinking과 thanking 이 하나가 되었다고라...

 

* p. 79~80  '런던으로 돌아와 의대에 다니던 시절에 마이클 형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래야 했는데. 형하고 외출해 맛난 것도 사 먹고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고 음악회도 가고(형 혼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한 그런 일들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하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는 부끄러움(나를 그렇게 필요로 했는데 곁에 있어주지 못한 나쁜 동생이었다는 죄스러움)이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복받쳐 오른다.'

 

정신질환을 앓았던 형에 대한 미안함을 평생 떨칠 수 없었던 색스의 슬픔을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부분은 읽고 또 읽어도 눈물이 핑돈다.

 

<보르헤스와 나>

p.128. "나는 더 이상 체면을 차려야 할 이유가 없어. 노년이 되면 좋은 점 중 하나지. 어떤 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p.202. "시간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는 물었다. "그렇지 않네." 그는 자문자답했다. 그러고는 쇼펜하우어를 인용했다. "그 어떤 사람도 과거에 산 적이 없으며, 미래헤도 절대 살지 않을 것이다. 현재만이 모든 생명의 형식이다." 그러고 나서 보르헤스는 어느 불교 학자의 말을 인용했다. "삶은 생각이 지속하는 동안만 지속한다."

 

p.233. "아, 트라팔가 전투, 맞아. 사격수가 옆 배의 돛대 뒤에 숨어서 비겁하게 그를 저격했지. 그렇게 총을 맞고 죽어가던 넬슨 제독을 생각해 보게. 넬슨은 중위에게 말했다지. '하지 중위, 내가 총에 맞았네. 척추뼈가 으스러졌어. 이제 나는 죽을 거야.' 그리고 한 시간도 안 되어 그는 죽으면서 이렇게 말했지. '최소한 나는 내 할 일은 다했네.'"

 

p241. "나도 괴물일세. 자네도 괴물이야. 마음속에 네시나 그렌델을 품고 살아가지 않는 사람은 없어. 우리는 한밤중이면 어두운 물속에서 수영을 하지. 나는 떨면서 잠에서 깨어난다네. 자네는 그렇지 않나?"

 

모두 보르헤스의 말이다.

 

 '삶의 마지막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고마운 생각'이기는 아무리해도 불가능할 것 같으니 '최소한 나는 내 할 일은 다했네' 하면서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생각.

 

이 책에서 보르헤스가 언급했던 책을 찾아본다.

 

 

 

 

 

 

 

 

 

 

 

 

 

 

 

 

p.107  "소설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소설이지."

         "태평양 어느 섬에 갇힌 도망자, 살인자. 시간은 해체되고 현실도 해체되죠." 알래스테어가 말했다.

         "독자도 보이지 않게 되지. 심지어 독자 스스로에게도. 이야기만이 살아있을 뿐이야. 그래, 사라지는 건 작가의 운명이기도 한거야." 

 

 

 

 

 

 

 

 

 

 

 

 

 

 

 

p.112  "공간이 부풀어 오르다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의 무한한 확장에 비할 수는 없었다. 나는 하룻밤 사이에 70년, 아니 100년을 산 것 같은 기분이었다."

 

 

 

 

 

 

 

 

 

 

 

 

 

 

p.132  "나는 <베오울프>를 사랑해. 그래서 북해를 좋아하는 거야. 베오울프는 갑옷을 입고 허리에 큰 칼을 차고 수영을 하지. 아홉 마리의 괴물이 그를 바다 밑으로 끌고가. 베오울프는 하나씩 다 죽여버리지. 쉭쉭! 주변으로 퍼지는 핏물을 상상해 보게. 베오울프는 탈진해서 핀란드로 쓸려가지."

 

나는 대학 때 이 책을 읽긴 읽었으나 이해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고, 그 후 영화로도 봤으나 역시 이해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는....

 

------------------

 

p.135 "저는 아무 생각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남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대부분 아무 생각이 없긴 하지만요."

  "젊은 남자의 운명이야. 집중력이 제한되는 것 말이야. 내가 눈이 멀어서 갖게 된 몇 안 되는 이점 중 하나는 발기의 대상에 시선을 더 이상 고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일세. 이제 나는 내면을 본다네. 물론 그 내면에는 산도 있고 위험한 절벽도 있지만."

  "'아, 정신이여, 정신에는 산도 있고 폭포 절벽도 있다네.'"나는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유명한 시를 인용하면서 말했다. 보르헤스가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본 제라도 맨리 홉킨스.

 

 

 

 

 

 

 

 

 

 

 

 

 

 

큰글씨 책으로 나와 있다.

 

 

 

 

검색해보니, 예전에 뮤지엄 산에서 찍었던 요것이 '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라고 한다. 이 시인의 '황조롱이 새'라는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나. 하여튼 퍼즐 맞추는 기분.

 

 

-------------------

 

p.110  "그래! 그리고 주세페 자네가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면 레오폴도 루고네스도 추천하겠네. 예수회의 역사에 대한 그의 책을 먼저 읽게. 얼마나 걸작인지! 하지만 요즘 누가 루고네스를 읽나? 그는 내 젊은 시절의 영웅이었지. 시인 겸 번역가, 신학자, 역사학자, 에세이스트, 극작가, 소설가였지. 요즘 그렇게 많은 장르를 다 쓸 줄 아는 작가가 누가 있겠나?"

 

그래서 찾아 본 레오폴도 루고네스의 책

 

 

 

 

 

 

 

 

 

 

 

 

 

 

 

 

----------------

 

p.109  "미국에서는 아예 읽히는 게 거의 없지." 보르헤스가 말했다. "나는 자네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지. 강연하려고. 예를 들면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에 말이야.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라고 말하지. 스티븐슨, 체스터턴, 웰스, 그리고 치디옥 티지본. 이제 시인이 나왔구먼."

  알래스테어가 눈썹을 치켜떴다. "티치본을요?"

  보르헤스는 우리의 관심에 표정이 밝아졌다. " 그 시인은 사실 단 한 편의 시만 썼네. '애가'라는 시지. 자기 자신을 위한 애가야. 그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시해할지도 모른다는 혐의로 런던의 탑에 갇혔어. 그가 천주교 신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나. 그가 갇힌 건 스코틀랜드의 메리 1세 여왕을 왕좌에 앉히려는 배빙턴 음모사건의 일부였어. 그 시는 가장 완벽한 시야.

 

내 청춘의 전성기는 근심거리로 뒤덮여 있을 뿐,

내 기쁨의 연회에는 그저 고통 한 접시밖에,

내 작물의 수확은 가라지밭에서일 뿐,

내 모든 선(善)은 수확의 헛된 희망일 뿐,

대낮이 지나가지만 나는 태양을 볼 수 없고,

나는 지금 살아있지만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

 

그래서 찾아 본 원문.

 

Elegy

 

My prime of youth is but a frost of cares,

My feast of joy is but a dish of pain,

My crop of corn is but a field of tares,

And all my good is but vain hope of gain:

The day is past, and yet I saw no sun,

And now I live, and now my life is done.

 

My tale was heard and yet it was not told,

My fruit is fallen, and yet my leaves are green,

My youth is spent and yet I am not old,

I saw the world and yet I was not seen:

My thread is cut and yet it is not spun,

And now I live, and now my life is done.

 

I sought my death and found it in my womb,

I looked for life and saw it was a shade,

I trod the earth and knew it was my tomb,

And now I die, and now I was but made:

My glass is full, and now my glass is run,

And now I live, and now my life is done.

 

 

각운이 a,b,a,b,c,c 로 입에 척척 달라붙는 맛이 있다. '내 젊음은 지나갔지만 나는 아직 늙지 않았고'.......

 

 

 

 

 

 

 

 

 

 

 

 

 

 

 

 

 

왼쪽은 구매하고, 오른쪽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도서관에서 구매하게 한 책. 담배보다는 커피 마시는 게 내 취향인 듯....

 

 

 

 

 

 

 

 

 

 

 

 

 

 

 

 

 

책 먼저 읽다가 넷플릭스로 영화 보고 다시 책 마저 읽었다. 책에 비해 영화는 생략이 많아서 좀 무뚝뚝하게 여겨졌다. 필히 책을 보시기를.

 

p.68

"....피터, 남들이 하는 말을 절대로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남들은 너의 깊은 속을 절대로 모르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게요."

"하지만 피터, 말을 꼭 그런 식으로 할 필요는 없단다. 남의 말을 아예 귀담아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그런 사람은, 보통 모질게 자라서 모진 사람이 되게 마련이거든. 넌 상냥한 사람이 되어야 해, 상냥한 사람이 넌 어쩌면 남들한테 큰 해를 입히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왜냐면 넌 강하니까. 너 상냥함이 뭔지 아니, 피터?"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

"그래, 그럼 가르쳐주마. 상냥함이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앞길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려고 애쓰는 거란다."

"그런 뭔지 알겠어요."

조니는 다시 입술을 물었다. "피너, 난 이때껏 걸림돌 같은 거였단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편하구나. 잘 알아들어 줘서 고맙다. 자, 이제 그만 가 봐야겠다."

 

 

p.341

"음, 네 손으로 편하게 해줘라." 필이 명령했다. "제일 빠른 방법은 모가지를 비트는 거야. 우습지, 안 그래? 그렇게 배짱이 두둑하지만 않았어도 다치는 일은 없었을 거 아냐."

"세상의 이치를 보여 주는 것 같네요." 피터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 꼬맹이는 철학자 나부랭이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필은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내 생각엔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은데."

 

 

이런 대화를 나누는 부분은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피터의 아버지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영화만 보면, "자, 이제 그만 가 봐야겠다." 이 대사가 얼마나 섬뜩한 말인지를 알 수 없다.

"내 생각엔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은데."라는 대사가 자기의 운명을 암시한다는 것도 알 수 없다. 독자에게 힌트를 주는 이런 말들을 읽는 맛이란....

 

 

오늘은 여기까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3-16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마 님 은퇴라시니 그동안 열심히 일한 만큼 이제 많이 쉬면서 또 좋은 시간 엮으시길 바랍니다. 잠깐인 거 맞는 것 같아요 ^^
페이퍼 보다 몇몇 겹치는 것들이 있어 반갑습니다. 특히 원주 뮤지엄산의. 저 붉은 조형물이 그런 것이었군요. 몰랐어요. 홉킨스 시집 찜해 갑니다.

2022-03-16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6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je 2022-03-1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ma님 덕분에 저는 퍼즐을 찾았습니다. 뮤지엄산의 저 작품에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저도 오랜만에 사진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퍼즐을 맞추는 일이 남았습니다 ㅎㅎ

nama 2022-03-16 17:55   좋아요 1 | URL
겨우 퍼즐을 맞추었더니 홉킨스의 <황조롱이>라는 시가 숙제로 남았습니다.ㅎ

라로 2022-03-16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삶은 생각이 지속하는 동안만 지속한다.˝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저도 요즘 환자들을 보며 생각해요. 제가 간호사이면서도 너무 매정한 것 같지만, 기구에 의존해 생명을 부지하는 환자들을 보면 이렇게까지 하고서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너무 자주 해서 요즘 괴로워요. 하지만, 그들 덕분에 저는 제 삶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인생은 참 오묘합니다.

nama 2022-03-17 08:27   좋아요 0 | URL
참 어려운 문제예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문제인데...
라로님 글에서 늘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 잘 이겨내실거예요~~
 

 

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배 Beyond Trust를 탔다. 이 배는 월, 수, 금 오후 7시에 출항해서 제주항에는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 닿는다. 화, 목, 토는 제주에서 오후 7시 30분 출항, 다음날 오전 10시에 인천에 도착한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를 열 시간 넘게 배에서 뒹굴다보면 제주가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것 같고 우리나라가 큰 땅덩어리로 다가온다. 여행 기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것도 좋다. 여행이란 이동 시간이나 여행 기간이 좀 길어야 여행맛이 난다.

 

작년에 이어 이번엔 8코스부터 시작한다. 보통 하루에 최소 2만 보는 걷게 되는데 생각보다 지치지 않는다. 제주 올레길이 워낙 다양하고 아름다워 여간해서 여독이 쌓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솔비투르 암불란도. 걸으면 해결된다. 이 문장 하나 마음에 담고 걷고 걷다보면 어느새 끝이 보이고 길은 다시 그 다음 코스로 이어진다. 14코스까지 걸었는데 벌써 14-1 코스가 궁금해진다. 사진 몇 장 올려본다.

 

 

 

 

 

 

 

 

 

 

 

 

 

 

 

 

 

 

 

 

 

 

 

 

 

 

 

다음은 모슬포 이야기.

 

 

 

 

하루에 다섯 번 운행되는 마을순환버스를 타려면 눈이 밝아야한다. 카카오맵으로 행선지를 확인하는 건 기본, 버스정류장을 찾을 것, 정류장 유리에 붙어있는 버스노선표를 자세히 확인할 것, 또한 버스라는 게 반드시 버스모양이 아닐 수 있음을 염두에 둘 것 등.

 

아담한 녹색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하마터면 저 버스를 놓칠 뻔 했다. 리무진 밴이라니. 저런 차는 동남아를 여행할 때 현지 당일 패키지에서나 타봤지 국내에선 타본 적이 없다. 손님이라곤 남편과 나, 단 둘. 요금은 일인당 1,150원. 40여 분을 달리는데 도무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엇엔가 홀린 것 같다. 여행맛이 제대로다.

 

 

이 노선표를 찾아낸 우리가 기특하다. 전날 버스 때문에 우왕좌왕 고생을 한 덕에 눈이 밝아졌다.

디지털 세상에 살다보니 아날로그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마치 아날로그 세계에 처음 진입한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선 아날로그가 디지털이다.

 

 

 

상점 중에서 다방이 가장 많은 동네, 모슬포.

 

 

 

요건 <골목다방>의 메뉴판. 이름에 걸맞게 골목처럼 쏙 들어가 있는 다방.

 

 

 

70~80년대 동네에서 흔히 보던 잡화점을 으례 연쇄점이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반가워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냈더니 다들 '연쇄점'이 뭐냐고 묻는다. 옆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지역에서 성장했는데....거 참...

 

 

 

모슬포에 숙소를 잡으려고 여러 호텔 예약앱을 들여다보았으나 별로 만족스럽지 못해 그냥 현지답사를 했다. 두어 군데 호텔을 둘러보았으나 내키지 않아 이리저리 발길을 돌렸다. 모슬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터덜터덜 오르며 "깨끗하고 있을 것 다 있고, 전망 좋고, 가격은 한 삼만 원하는 그런 민박집 어디 없을까?"하는 순간 눈 앞에 예쁘장한 간판이 보였다. <다락민박>. 심지어 집 앞은 올레길 11코스다. 내가 원하는 게 그대로 이루어지다니....그런 일도 다 있다니....게다가 주인아주머니는 어찌나 친절하신지 어느날엔 떡 한 접시와 잡채 한 접시를 갖다 주셨다. 체크아웃할 때는 물이 필요하냐고 물어주셨다. 제주도 한달살기는 이런 곳에서 해야 되겠구나, 다짐했다.

 

 

 

 

100km 쯤 걸었더니 양말이 닳았다. 내 연골은 안녕하신지...묻지 않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2-01-25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