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포스팅한 '향신료 전쟁에 관한 책'에서 마지막에 언급한 것은 하비에르에 관한 책이었다. 드디어 다 읽었다.
아시아 선교의 아버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16세기에 세계를 훑고 다녔다. '나바레, 파리, 베네치아, 볼로냐, 리스본, 모잠비크, 소코트라, 고아, 코친, 진주해변, 실론, 말라카, 암보니아, 테르나테, 모로타이, 가고시마, 히라도, 야마구치, 후나이 그리고 중국의 상천도를 오가며 아시아에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김상근 교수는, '역사적인 인물의 생애를 연구할 때, 그가 태어난 곳과 활동하고 임종한 장소까지 현장을 확인한 후 집필을 하는 습관이 있어, 이 책도 하비에르가 태어난 스페인에서부터 그의 시신이 모셔진 인도 고아까지 긴 순례를 마친 뒤에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은이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하비에르 유적을 잊을 만하면 만났던 나는 내내 하비에르가 궁금했었다. 궁리 끝에 찾아낸 책도 있었다.

그런데 영인본이었다. 책을 카메라로 찍어서 책으로 만든 책. 영인본이라는 심리적 거리감에 굴복, 읽어볼 엄두도 못냈는데, 김상근의 위의 책을 읽은 후, 가만히 들여다보니 문장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
김상근의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 선교에 관한 부분이었다.
{p.226)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인종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인종 중에 일본인을 능가하는 인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 우호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른 어떤 것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깁니다...."
(p. 280) 하비에르는 일본에서 선교가 성공을 거두려면 인도나 몰루카 제도에 투입되던 선교사와는 차원이 다른 , 특출한 선교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활동할 선교사는 고도의 철학적 이론으로 무장한 불교 승려들과 신학적 논쟁을 벌일 수 있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어야 했다.
하비에르가 일본에서 보낸 시기는 1549년 8월 15일 부터 1551년 11월 20일 까지. 그러니까 16세기 중반으로 일본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외교관이자 교수로서, 역시 이쪽 세계를 누비는 서현섭의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책에도 하비에르와 일본의 기독교 선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p.159) 그때 항해장이 '선교사들은 영토 정복의 앞잡이'라는 의미의 말을 했다고 한 것이 히데요시의 귀에 들어갔다. 히데요시는 1596년 12월 교토와 오사카에서 프란치스코회 소속 신부와 선교사 6명, 일본이 수도자 및 신도 등 모두 24명을 체포하여 나가사키로 연행하여 처형하도록 명하였다.
일본에서 기독교가 거의 전멸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체제 위협을 용납할 수 없었고, 영토 정복에 겁먹을 수도 있었고, 동성애를 금하는 교리에 거부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아래 책 <일본의 굴레>에 나온다.) 아무래도 내가 납득하는데 시간이 걸릴 듯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을 난독, 다시 정신차리고 포르투갈로 돌아온다. 향신료 전쟁의 주인공은 포르투갈로부터 시작했으니까.
대항해시대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역학 관계가 왕조사 위주로 잘 정리되어 있으나...친절함에도 불구하고 family tree에 머리를 쥐어짜는 느낌?
하여튼 수험생 공부하듯 이 책 저 책 들춰가며 내용을 서로 보완하며 읽는 맛에 여름 더위를 잊을 정도.
왕조사 위주의 책을 구태의연하게 보는 저자 주경철의 관점은 매우 세밀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통이 크면서 섬세한 책인데 975쪽으로도 부족한지 설명이 압축되어 있다. 당장은 대항해시대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부분만 읽었는데 콘사이스(concise)하다고 할까. 간결하다. 그동안 읽었던 대항해시대 관련 책을 압축, 보충 설명하는 듯하다. 자루에 대충 줏어담은 돌멩이들을 흔들어서 반듯하게 정리하는 느낌이다. 읽을 만하다. 읽다보면 저 두꺼운 책도 다 읽을 날이 오리라. 책을 쓴 사람도 있는데 읽기가 쓰기 보다 어려울까.
그래도 소설 한 권쯤은 읽어줘야지.
두 번 놀란 책. 책이 얇고 작아서 놀랐고, 내용이 빈약해서 놀랐고. 하루키의 글이니까 책으로 나왔지 무명 작가의 책이라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할 책. 아무래도 소설, 에세이가 눈에 안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