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트는 중국과 접한 파키스탄의 국경도시. 내일 중국 입국을 앞두고 50분에 걸쳐 길잡이의 주의사항을 들었다. 지도, 의약품, 과일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물품들을 체크했다. 여기서 지도는 중국 국경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지도를 말한다. 여행 안내책에 있는 작은 지도조차 가차없이 찢어냈다.

이렇게 엄격한 이유는 우리가 가는 곳이 신장위구르 지역이어서다. 자세한 건 쓰지 않으려 한다.

44,000원 주고 12기가 해외로밍을 해왔는데 이쪽 동네에서는 별 소용없이 인터넷이 자주 끊어진다. 사진 업로드 계속 실패. 설마 지도가 그려진 부분이어서 검색에 걸렸다? 간신히 한 장 올린다.

지도 없는 여행가이드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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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이곳은 아들보다 딸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아들을 교육시키면 겨우 제 앞가림하는 한 인간을 만들뿐이지만, 딸을 교육시키면 한 집안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란다. ‘교육 받은 딸이 가정과 지역사회에 더 큰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경험적 신뢰가 쌓이면서 딸의 교육을 우선시 하는 풍토가 정착‘(제미나이)되었다. 실제 여성 문해율이 파키스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약 90% 이상이라고 한다. 아가 칸이라는 이슬람 이스마일파 수장이 20세기 중반부터 훈자 지역에 여학교를 설립하고 교육 인프라에 집중 투자했다고 한다.

오늘은 주차장에서 일행을 기다리다가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이 손에 공책을 들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었다. 9학년으로 우리로 치면 중학교 3학년?
손에 들고 있는 건 영어공책. 시험공부하는 중이라고 한다. 보여달라고 했더니 선뜻 보여준다.

The outdoor activity was cancel. 이라고 쓴 문장이 눈에 띄어 살짝 알려주었다. cancel을 canceled로 바꿔야 한다고. ‘수동태‘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다. 웬 선생질...

진지하게 공부하는 여학생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거리마다 온통 남자들만 돌아다니는 모습만 보다가 나란히 앉아 공부하는 여학생들을 보니 훈자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 중 호텔 프론트에서 여성 직원을 본 건 여기 훈자가 처음이고 영어도 잘하는 듯싶었다. 역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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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파키스탄은 차도르를 안쓰고 있네요.중동만큼은 아니지만 이슬람을 믿는 동남아 여성들도 얼굴에 헬멧처럼 얼굴만 내놓은 모자 비슷한 것을 쓰던 것 같은데 파기스탄 여성들이 저렇게 얼굴을 내놓는 것이 좀 생소한 느낌이 드네요.

nama 2026-09-18 09:57   좋아요 0 | URL
다른 데서 저런 맨얼굴은 거의 못봤어요. 교복입은 저 여학생들은 동네에서 자유롭게 있다가 우리 눈에 띄었던 것이구요.
대체로 엄격하지 않아 보여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훈자 여행. 차라리 카메라가 없다면 좋겠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상념이 흐트러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순간순간이 사랑스럽고 아깝고 안타까운 걸. 영원을 향한 무의식적인 집착.

오늘은 호퍼 밸리라는 산악 빙하 지대를 보러 갔다. 거대한 계곡을 밀고 내려온 빙하는 흙으로 덮여있어 거무튀튀하고 거칠어 보였다.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보았던 푸른색과 회색의 강렬한 인상의 빙하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바다와 산악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터.

어제 예약했던 백숙을 먹었는데 예상 밖이었다. 함께 먹은 일행에 따르면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닭가슴살 부위가 소고기 장조림처럼 작은 결로 찢어지는 게 국내에서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다나...양도 넉넉해서 네 명이서 한 마리를 다 못 먹고 남겼다.

여기서 퀴즈 하나.
질문) 파키스탄 훈자에서 파는 한국식 백숙 한 마리는 가격이 얼마일까요? (아래 사진 참조)
a. 2299 루피(약 14,500원)
b. 3399 루피(약 17,000원)
c. 4499 루피(약 2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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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광활한 대자연이네요.사진을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네요^^

nama 2026-09-16 20:45   좋아요 0 | URL
삭막하면서도 묘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잉크냄새 2026-09-1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하도 온난화로 자꾸 작아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 되겠네요.

백숙은 고도와 접근 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므로 가장 비싼 ‘C‘ 로 갑니다.

nama 2026-09-16 21:21   좋아요 0 | URL
빙고! 문제의 난이도를 높여야겠네요. ㅎㅎ
 

꿈꾸던 훈자에 도착했다. 잘 닦인 카라코람 하이웨이 덕분에 예상했던 스릴은 거의 없었다. 낙석으로 도로가 막힌다거나 비포장 길을 덩컹거리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깔끔하다.

위염(식도염)이 낫는가 싶더니 장염이 살살 기미를 보인다. 라카포시 빙하로 가는 두 시간의 트레킹을 도중하차했다. 이젠 기를 쓰고 산에 오르지 않아도 슬프거나 속상하지 않다. 영원한 게 어디 있으랴.

오늘은 훈자에 도착한 날. 호텔 주변의 한국음식점에서 내일 먹을 닭백숙을 예약했다. 저녁으로는 어제에 이어 비상식량, 일명 전투식량 비빔밥을 먹었다. 어제는 버섯맛, 오늘은 김치맛. 마침 식당에 라면을 먹으로 온 길잡이(가이드)와 합석,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골수 인도파 여행자 출신인 길잡이와 모처럼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얘기하다보니 바라나시가 화제에 올랐다. 화장터로 향하는 들것에 실린 시체의 발이 뺨에 닿았었다는 경험담을 듣고 있으니 바라나시가 그리워졌다. 5세기가 공존한다는 도시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우간다>도 기억하는 사람.

*<우간다> .. 우리는 인도로 간다... 인도 가이드북.

훈자라는 제목에 내용은 바라나시... 여기는 인도가 아닌 파키스탄인데 자꾸 인도에 있다는 착각을 한다. 원래는 한 나라였으니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갠지스 강은 물질적으로는 더럽지만 정신적으로는 깨끗한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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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9-1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자마을도 이제 오지라는 타이틀을 그만 반납해도 될 것 같네요.
살구꽃 필 때가 훈자마을의 절정이라는데 살구꽃 시절은 아닌 듯 합니다.
여튼 제 버킷리스트를 사진으로나마 감상해도 좋습니다.ㅎㅎ

nama 2026-09-15 21:04   좋아요 0 | URL
훈자까지는 고속도로지만 훈자에서는 여전히 도로가 열악하네요. 폭 좁은 낭떠러지에 비포장길이 많아요. 길잡이에 따르면 예전보다 번화해졌다고 하네요. 제 느낌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오지예요. 지금은 관광객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하는데 시절에 따라 부침이 있겠지요.

가을이라 호두와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두 쓰레기가 될 텐데. 여행 사진을 남기지 않으면 어떨까.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 또 고민. 자연히 사진 찍기가 즐겁지만은 않다. 여행와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원..참.

카라코람 하이웨이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사진만.

* 카라코람 하이웨이(KKH):
-- 파키스탄 북부지역과 중국 신장 위구르를 연결하는 산악도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파키스탄 북부지역 카라코람 산맥>>중국의 파미르고원을 관통 >> 카슈가르까지.
-- 약 1,200 km
-- 핵심 지역: 길기트 ~ 훈자 ~ 파수 ~ 소스트 ~ 쿤제랍고개 ~ 타슈쿠르
-- 건설과정에서 약 3,000명의 노동자 사망.

내가 가는 길을 닦느라 숨진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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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이 비용부담을 한 도로로 알려져 있는데 말이 차관이지 거의 중국인 노동자를 이용해 건설해서 파키스탄에 빚더미를 안겨준 도로라고 알려져 있지요.

nama 2026-09-15 00:21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파키스탄 희생자가 중국 희생자의 4~5배라고 하는데요. 확인이 필요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