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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공장 블루스 - 매일 김치를 담그며 배우는 일과 인생의 감칠맛
김원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평점 :
[김치공장 블루스] 서평
책을 읽는 동안 이렇게도 공감이 되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마치 저의 얘기인 것 같아서 함께 울었다가 웃었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존댓말로 말하다가 말이 복잡해지면 반말을 쓴다는 글에 아주 폭소를 했습니다.
저도 외국인 노동자들과 2년동안 일을 해 봤기 때문에 그 상황과 느낌을 잘 알거든요. 한국말을 알면서도 애매할 땐 "나 한국말 몰라요" 이렇게 말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수히 봐 왔거든요.
김치공장을 운영하면서 여사님들과의 이야기편에도 김치담기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제게는 너무나 상황이 잘 보여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김치양념 냄새가 온몸에 배여서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는 대목에선 많은 생각들이 교차를 하였습니다.
대기업에서 나와 엄마가 하시는 김치공장으로 출근을 하신 원재님과 주변 인물들의 인간적인 희노애락이 한편의 영화같았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일궈오신 김치공장속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그 속에서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서 눈시울이 적셔졌습니다.
한때 엄마의 식당에서 저두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저의 엄마를 한번 생각하게 되고는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모든 어머니들의 위대함은 자식을 향한 마음아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P183 "음, 뭔가 가끔, 가끔이지만 말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랑 내가 좋아하는게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게, 그냥 좋아서 말야...,"
좋아하는 일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연결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저도 그 연결고리를 찾고 있습니다.
P184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해야 돼요. 주말까지 현업 끌어안고 일하는 거. 그건 본인 좀먹는 거에요.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안 하고 끊는 연습도 해야 돼요"
선배들은 항상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꿀팁들을 전수해 주십니다.
P191 천재는 사회적 산물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랬다. 본인을 알리는 데 게으른 천재는, 천재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기껏 맛있는 양념을 준비해서 좋은 평가를 얻어놓고도 아무에게도, 어디에도 알리지 못했으니 어디 가서 광고하다 왔따는 말도 못 하게 생겼다.
이 부분에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미국까지 가서 김치를 알리려고 한 행사에서 기껏 준비해간 김치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증거 사진을 하나도 못찍고, 다른 업체에서 생색을 내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일까 싶었습니다
P218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게, 내가 회사의 돈을 아끼거나, 벌어줄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을 잘하고 싶고, 나이 들수록 '나는 그럴 때 기뻐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요.
P219 사실 퇴사 고비 때마다, 그 때문에 버텼어요. 가족들에게도 민망해서 못 하는 말이죠. 사장님께서 잡아주신 것도 정말 큰 힘이 됐지만, 저는 모르겠어요, 이 업무 자체가 참 소중해요.
인터뷰에서 김치 공장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를 느꼈습니다. 함께 한다는 말을 먼저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월급 받고 일을 하는 대상이 아닌 내가 몸을 두고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는 것을 이 분들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제주로 혼자 떠난 여행에서 어머님이 유람선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찡하며 저의 엄마를 생각했습니다. 혼자서 평생 장사하시면서 제대로 잠도 못자고, 잘 챙겨 드시지도 못하고, 혼자서 5남매를 키우느라 치과 치료도 못 받아서 노후에 치과를 제집처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들의 희생앞에서 자식들은 그 큰 사랑을 알지 못합니다. [김치 공장 블루스]는 도미솔 식품의 변천사와 현재의 모습들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어서, 코로나 사태에 직원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김치공장을 몇달이고 문을 닫아야 할때, 저의 일 처럼 마음이 아팠고, 사장님이 기숙사에 격리된 외국인들의 안부를 물어가며 음식을 직접 넣어주는 모습에서 인간애를 넘어선 그 무엇을 느꼈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식구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얘, 나는 4만원으로 이거 다 못 만든다"의 광고처럼 계속해서 그 명맥을 이어가시기를 바래 봅니다. 책을 덮고 한동안 심장이 어찌나 뛰는지 혼이 났습니다
금방 버무린 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맛있게 익어가듯이 그렇게 김치공장도 그속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맛있게 익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