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호호책방
김유 지음, 국지승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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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호호책방 
 
가끔은 얇은 책의 그림책 한 권이 두꺼운 책을 이길 때가 있다.
주말의 나른한 오후 책상 앞에 앉아 이 그림책을 읽는데 
순간 가슴이 멍해지기도 하고 코 끝이 찡해진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고민들이 모여 작은 문구가 되고
한 권의 그림책이 되었다. 
 
'호호책방' 
 
"언젠가 바닷마을에 작은 책방을 연다면 '호호'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습니다.
함께 호호 웃고 호호 불어주며 작은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곳,
'바닷마을 호호책방'에서 누구나 잠시 쉬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머리말 처럼 그림책을 한 장 두 장 펼칠 때마다 위안이 된다.
가끔 우리가 겪었던 이야기라 그럴까? 
 
바닷가 작은 마을에 여우 씨가 이사를 왔다.
그리고 작은 책방을 열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를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해서 친해질 수가 없었다. 
 
여우 씨는 단지 바다를 보며 넓어지는 마음을 가지고 쓸쓸하고 힘 들 때 책을 읽고 싶어할 뿐이다. 
 
꽃 비가 내리던 날 여우 씨네 작은 책방에 첫 손님이 찾아왔다. 
 
외로움을 가진 아이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 여우 씨는 그 아이에게
'내가 먼저 안아 줘요'라는 책을 처방해 주었다. 
 
새벽에 일을 나간 아빠가 늦은 밤 돌아왔을 때 아이는 아빠를 말 없이 꼭 안아 주었다. 
 
아이가 돌아가고 한참 뒤, 여우 씨는 외로움이 담긴 아이의 이야기를 보석함에 넣었다. 
 
멀리 미국에 가 있는 딸에게서 온 편지를 들고 할머니가 찾아왔다.
편지에는 곧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때로는 그리움이 힘을 줄 때도 있어요" 
 
여우 씨는 할머니에게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해요' 란 책을 처방해 주었다. 
 
친구와 다투고 사과를 하지 못해 고민하는 아이가 찾아왔다.
여우 씨는 젤리 두 개와 '달콤한 사과가 필요해요'란 책을 처방해 주었다. 
 
"난 맨날 마음이 조마조마해요, 또 잃어버릴까 봐, 오늘은 물건에 내 이름을 몽땅 썼어요. 틀려서 놀림 받을까 봐 발표도 잘 못해요"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진 아이에게는 '나를 믿어요'란 책을 처방해 주었다. 
 
여우 씨와 함께 하는 호호책방은 아이들 사이에 이제 유명해졌다.
한 번도 안 가 본 아이는 있어도
한 번도 안 가 본 아이는 없었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창문이 덜컥거리던 밤 
여우 씨네 책방에 도둑이 들었다.
그리고 책 한 권이 사라졌다.
'밥이 되고 꿈이 되는 책' 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도둑을 잡으려 했지만, 여우씨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느 날 사라졌던 책이 편지와 함께 돌아왔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거든요......" 
 
어느 날 아침 씽씽 슈퍼의 할아버지가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지 쌓인 간판도 떼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우 씨는 씽씽 할아버지네 가게가 어떻게 변신할지 기다려졌다. 
 
모두의 이야기가 모여졌다.
그리고 드디어 여우 씨는 책 한 권이 될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렇게 초록초록 봄이 가고 파랑파랑 여름이 오고 있었다. 
 
마음을 호호 불어주는 책방!
우리 주위에도 아마 그런 공간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책방을 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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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의 정체 창비아동문고 343
전수경 지음, 김규아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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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의 정체 
 
책의 제목에서 느꼈던 상상은 완전히 빚나갔다.
진허수~ 
그리고 뭐야 책의 마지막  반전은!
창비어린이책을 가끔 읽는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는 같은 친구 모두의 이야기였다.
교실에서 주연과 조연, 엑스트라는 따로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중요하다. 
잘 모르겠다고 묻어 두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는 마음들이 있으니깐. 
 
허수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반 친구들에게 정체모를 존재로 다가왔다
친할 사이도 없이 다시 전학을 가 버렸다. 
 
현악 사중주의 현아와 나래의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의 책들과는 다른 결말을 느꼈다. 화해라는 선택 대신에  본인의 속 마음을 당당히 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 점이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럼 우리,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는 거지?"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나래는 상처를 받으면서 억지로 현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얘기한다. 남이 뭐라든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미안해" 사과로 항상 끝날 수는 없는 것이니깐! 
 
할아버지의 바다에서는 잠시 눈물이 났다.
어린 시절 누구보다 자신과 함께 했던 할아버지가 이제는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않는다.
그런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해수는 서운하다.
그러나 병실에 두고 온 휴대폰을 다시 찾으러 갔을 때 울고 있는 할아버지와 마주한 6학년 아이 해수
"할아버지는 똑같이 할아버지야"
자신을 좋아했던 예전의 할아버지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재의 할아버지도! 
 
한 달에 한 번 월간 낚시를 하는 범준~
아마도 범준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는 것 같다.
아빠를 만나러 간 날 범준은 친한 친구 찬우가 본인이 짝사랑하는 은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다. 
 
"원래 낚시터에는 초보자의 행운, 따라온 사람의 행운 그리고 실연자의 행운이라는 있거든, 고수도 그 셋은 못 이긴다고 했어" 
 
그런 까닭일까^^ 범준은 아빠가 없는 사이 엄청난 크기의 무지개 송어를 낚는다.
그리고 다시 바다에 보내준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에게 빚지며 살아가는 거니까. 나중에 인간도 땅으로 돌아가며 빚을 갚잖아" 
 
하나 둘 셋! 
우리는 3초 만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윤채와 성우는 3년 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다.
서로가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하기로 한 날
성우는 달걀이 머랭으로 바뀌듯 우정이 사랑으로 마술처럼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3초 만에 알아본다고 했던 성우
그들의 우정, 아닌 사랑은 3초가 아닌 3년이었다. 
 
나는 꽃이다.
여덟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 교실 창가에 시들어가던 꽃이다.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나를 친구들이 발견해 주었다. 
 
"어머 깜비가 밤새 꽃을 피웠네"
"죽은 줄 알았는데 대단하다." 
 
기쁘고 설레고 편안한 마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슬프고 아프고 불편한 마음도 소중하다.
그 마음이 생겨난 이유를 따라가 보면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세상에는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삶에서 잠시 스쳐 지나간 사람도 그리고 지금 현재 나의 곁을 지키는 모든 이들도 소중하다.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불편해 지기도 하지만
늘 새롭게 일어서는 성장이라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여덟 편의 동화에서 느껴지는 아이들의 훈훈한 마음이 찬란하게 빛나길~ 
 
진심을 다하는 순간 찬란하게 빛나는 어린이의 오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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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 #독서 #독서모임 #강사 #교육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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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 바츨라프 스밀의 세계를 먹여 살리는 법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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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식량 과잉과 기아가 공존하는 모순의 시대
모두가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위한 해법은 있는가? 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식량은 넘치는데,
왜 여전히 굶주리는가?'에 대한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있다. 
 
세계는 인구 대비 식량을 30% 더 많이 생산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 3분의 1이 버려지고, 11명 중 1명은 굶주리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역설적인 문제,
즉 식량 과잉과 기아의 공존을 날카로운 통계와 냉철한 분석으로 해부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체코 플제니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다. 에너지, 환경, 인구 등 거시적 관점에서 현대 문명의 작동 원리를 탐구해 온 석학답게, 우리의 식탁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닌, 경제, 정치, 환경 문제와 복잡하게 얽힌  총체임을 책에서 보여준다. 
 
책은 충격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지구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풍요로움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가량이 버려지고 있으며,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 문명의 거대한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스밀은 이러한 불균형이 식량 자체의 부족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생산, 유통, 소비 시스템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현대 농업 시스템의 발전을 면밀히 살피면서도 그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지적한다. 녹색 혁명 이후 농업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 물, 화학 비료 투입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집약적 농업은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생산된 곡물의 상당 부분이 인간의 식량이 아닌, 가축 사료로 사용되어 육류 소비를 부추기는 비효율적인 구조는 인류의 식량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우리의 풍족한 식탁이 지구 자원과 환경에 어떤 부담을 지우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부담이 어떻게 전 세계적인 불균형으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인 바츨라프 스밀은 미래 식량 대안으로 주목 받는 배양육이나 곤충 단백질, 심지어 유기농 농업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낙관론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이 인류의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오히려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유기농이 생산성을 떨어뜨려 대규모 식량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그의 주장은, '친환경'이라는 막연한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오직 데이터와 현실에 기반하여 문제를 바라본다. 그는 식량 문제 해결이 특정 기술 혁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보다 거시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이러한 비판에서 멈추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낙후된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며, 농업 기술이 미흡한 지역에 대한 국제적인 기술 전수와 종자 보급을 통해 식량 분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 중 일부를 인간의 식량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세계를 먹여 살리는 법'은 단순히 식량 문제에 대한 통계적 보고서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윤리적 소비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이 모순적인 명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인류가 직면한 식량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직시하고, 그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길을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성은 삶의 양념이라고 말하지만, 큰 규모에서 따질 때 인류가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은 대개 한정된 공급원을 통해 조달된다." 
 
지금도 약 8억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기아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 분배 시스템의 실패가 주된 원인이다. 
 
#음식은넘쳐나고인간은배고프다 #바츨라프스밀 #데이터  #식량 #분배 #비건 #채식 #김영사 #책추천 #음식 #배고픔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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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토르의 시간
엘렌 식수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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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토르의 시간 
 
엘렌 식수의 '리스펙토르의 시간'은 브라질의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에 대한 엘렌 식수의 깊은 애정과 통찰을 담은 세 편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책에서 엘렌 식수는 리스펙토르라는 독특한 작가의 내면 세계와 작품의 핵심을 특유의 섬세하고 열정적인 문체로 꿰뚫어 보고 있다. 
 
엘렌 식수는 프랑스령 알제리 오랑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작가, 극작가, 시인, 문학 평론가이자 페미니즘 사상가다. 
 
박사 과정 때 한 토론회에서 그녀가 1975년 발표한 에세이 '메두사의 웃음'에 관해 여러 선생님들의 논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 엘렌 식수가 여성적 글쓰기 '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현대 페미니즘 이론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첫 번째 에세이인 '오렌지 살기'에서는 리스펙토르의 작품 세계를 '살아있는 오렌지'라는 독특한 비유와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탐구한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예측 불가능한 생의 에너지와 다채로운 감각의 향기가 숨겨져 있는 오렌지처럼, 리스펙토르의 언어 또한 일상적인 단어들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와 낯선 감각들을 일깨운다.  
 
리스펙토르의 문장이 어떻게 독자의 내면을 흔들고,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지, 작가는 마법 같은 힘의 근원을 섬세하게 파헤친다.
그녀의 분석은 단순히 지적인 이해를 넘어, 리스펙토르의 문장이 가진 고유한 리듬과 질감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에세이는 리스펙토르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핵심적인 주제들을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언어와 침묵의 관계,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고독에 대한 탐구로 저자의 예리한 통찰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리스펙토르의 작품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며, 그녀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 여성으로서의 경험,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탐구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난해한 해석으로 다가오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글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자는 리스펙토르의 글쓰기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을 넘어, 삶의 복잡성과 미스터리에 대한 깊은 사유이자 일종의 '주술'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리스펙토르가 언어의 한계를 끊임없이 인식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 삶의 가장 미묘하고 불가해한 영역까지 포착하려 했던 치열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에게 리스펙토르의 글쓰기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닌,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고 길어 올리는 일종의 ‘의식’과 같다. 
 
이 책은 저자 엘렌 식수가 단순한 전기나 작품 분석을 넘어, 리스펙토르의 언어가 지닌 독특한 생명력과 심오한 통찰력을 마치 연금술사가 귀한 금속을 다루듯 섬세하고 열정적으로 탐구한다.  
 
책을 읽는 과정은  마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보석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여정과 같이 '리스펙토르의 시간' 은 한 위대한 작가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저자가 펼쳐내는 유려하고 사려 깊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리스펙토르의 작품들이 왜 그토록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그녀의 언어는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현실을 예리하게 해부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깃털처럼 섬세하게 감정을 어루만진다. 
 
책을 통해 리스펙토르의 작품 세계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마주하며 리스펙토르의 시간이 멈추지 않고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의 철학적 담론이 담긴 리스펙토르에 대한 분석이 조금은 난해한 부분이 있으나 위대한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으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글쓰기는 신비를 건드리는 것이다. 신비를 짓밟아 진실에 반하는 일이 없도록 말의 끝으로 조심스레 만지는 것이다."
 
#리스펙토르의시간 #엘렌식수 #을유문화사 #에세이 #을유문화사_서평단 #독서
#독서모임 #책 #글쓰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글귀 #글귀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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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프렌즈의 구사일생 세계사 - 죽다 살아난 인류 생존의 의학사 닥터프렌즈의 세계사
이낙준 지음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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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프렌즈의 구사일생 세계사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출간되자 마자 곧 바로 읽게 되는 행운을 맞이했다. 
 
세계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의학과 관계되는 세계사라니~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이겠구나! 하고 책을 펼쳤다. 
 
요즘 학교에서 대학원생들에게 서양의 고전부터 근대까지의 교육의 역사를 강의하면서 흥미로운 시대적 에피소드를 곁들여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다음 주 강의에는 이 책의 한 부분을 이야기 해주어도 학생들이 흥미롭게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에게 의학이라는 분야는 어려움을 넘어 신비로운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자칫 전문적인 영역으로만 이야기가 흐르면 독자들의 가독성이 떨어질 염려가 있지만
이 책은 내용이 재미있기도 하고 그동안 몰랐던
의학의 다양한 분야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책의 마지막까지 새로운 의학의 장르에 몰입하게 된다.
 
의학의 분야는 인류의 생명에 관여하는 전문 분야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시행착오의 과정에 많은 난관이 있었으리라? 고 생각은 했지만 책을 읽고 보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치료법이 뜻하지 않게 인류의 새로운 신약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그러한 임상 실험 과정에 많은 환자가 희생되기도 한 역사를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 
 
독일 전쟁의 역사에서 오늘날 마약으로 유명한 필로폰이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투약되어
3일 간 잠도 자지 않고'하루 240km를 질주하는
강행군의 역사를 써 내려간 기록은 충격적이었다. 
 
임산부의 입덧 치료제로 1950년에 등장한 '탈리도마이드'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수출되며 영국에서만 약 2,000명의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약이 독이 되는 순간의 역사를 이해하게 한다. 
 
'통풍'이 왜? '왕의 병이라고 불렸는지' 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흥미로웠다.
통풍은 기름진 음식, 알코올, 탈수, 액상과당 따위가 요산 축적의 원인인데 고대 사회에서는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된 귀족 부류였다. 
 
소아마비를 예방하기 위해 카페인 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커피를 먹이고, 아이들이 먹지 않으려고 하면 혼을 내는 촌극이 빚어졌다는 역사도 있었다니! 
 
해부학이 발달하면서 시신에서 발견되는 액체를 체계적으로 구분하려고 직접 맛을 본 의사도 있었다. 
 
포경수술의 역사에서는 고대 이집트 사카라의 앙크마호르 무덤 벽화에서 할례 의식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기도 했다.
할례를 시행한 민족들의 거주지가 사막이나 건조한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기후적인 이유로 시작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종교적, 의학적인 이유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와인을 치료제로 인식하던 시대에는 아동이 와인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의사가 아이가 열이 나면 어머니가 독주를 마심으로써 알코올이 섞인 모유를 먹이라고 조언했고, 갓난아이에게 모유와 함께 와인을 주라는 조언을 했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독되지 않는 마약이라는 거짓말로 오늘날 미국 국민을 마약 중독자로 만든 미국의 유명 제약회사 '퍼듀 파마'의 옥시콘틴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보았기 때문에 더 실감나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하루라도 더 살기를 위한 인간의 열망은 빈부의 차이를 넘어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망이다. 
 
인류의 생존력을 끌어올린 세계사 속 다양한
의학 이야기들이 흥미로움을 넘어 의학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로 다가온다. 
 
책의 저자가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기도 하고 
'닥터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라서 그런지
의학이라는 전문적인 이야기에 의학의 역사와 관계되는 흥미로운 콘테츠가 추가되어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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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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