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잔소리한다 상상 동시집 1
권오삼 지음, 박종갑 그림 / 상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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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잔소리한다] 서평
권오삼 시 박종갑 그림 상상출판사

동시집을 이렇게 쉽게, 재미있게 적을수 있다니 권오삼 작가님의 상상력과 관찰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제목부터 [개도 잔소리한다]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열한번째 동시집을 내시는 위력과 내공이 느껴집니다



제가 시를 잘 읽지 않는건, 너무 어렵게 적었거나, 난해한 문장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어서입니다. 차례에 보면 글자에 물주기, 단짝, 학교 가기 싫은 아이에게, 빨간불일때는 정지로 총 4부로 구성이 됩니다

[ 비누가 하는 말

물 묻은 손으로
날 문지르지 마세요
그러면 간지럼을 못 참아
뿌글뿌글 거품을 내뿜어요
그리고 미끄덩거려요
물속에선 더 미끄덩거려요
뱀장어보다 더 미끄덩거려요
욕실 바닥에서 모르고 밟았다간
머리 꽈당
응급차에 실려 가요]




[비누가 하는 말] 에서 시를 읽으면서 머리속으로 장면 연상이 되었습니다. 욕실에서 비누를 떨어뜨려 잘못 밟아서 미끄덩 미끄덩 미끄러질뻔한 일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로 옮겨 적으니 이렇게 쉬우면서도, 멋진 시로 탄생이 되었습니다. 비누랑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 밥

시계가 죽었다
밥을 못 먹어서

얼른
헌 건전지를 꺼내고
새 건전지로 갈아줬다

똑-딱 똑-딱
시계가 밥을 먹는다
다시 살아났다

시계든 사람이든
밥 못 먹으면 죽는다
밥이 목숨이다]


[밥]은 읽으면서도 잔잔한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어릴때 고향집에는 괘종시계가 마루에 걸려 있었는데, 째깍거리는 소리가 멈추면 엄마는 "시계 밥 좀 주라"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정말 시계가 밥을 먹는 줄 알았습니다.

어릴적 기억까지 회상하게 하는 시의 언어는 참 아름답습니다


[ 오줌통 비우기

오줌통이 곽 차니
뻥, 퍽, 터질 것 같네
화장실로 종종총총 잰걸음으로 가네
힘을 주어 쏴아쏴아 누네

방귀가 뿌웅뽀옹 나오려고 하네
방귀 나오든 말든 좔좔줄줄 누네

오줌통 얼른 겨우 다 비웠네
아랫배가 홀쭉납작해졌네
몸이 가뿐거뜬 상쾌하네]




[오줌통 비우기]는 읽으면서도 얼마나 공감이 가는지 마치 저의 애기인냥 피식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방귀가 뿌웅뽀옹 나오려고 하네' 이 장면에선 혼자 읽었는데도 낯부끄럽고, 눈으로 읽는데도 마치 소리내어 읽는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작가님의 어휘력이 더욱 상상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이런 똥 얘기를 좋아합니다. 듣기만 해도 웃음코드가 발산되는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 내 얼굴에 있는 친구들

귀, 이 친구는 듣기 좋은 말만 좋아해 (멍청이!)
눈, 이 친구는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해 (비겁쟁이!)
코, 이 친구는 똥냄새를 맡고도 향기롭다고 해 (간신!)
입, 이 친구는 맛없는 데도 맛있다고 하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해요를 잘해 (아첨꾼!)
혀, 이 친구는 맛없는 건 맛없다고 해 (정직!) ]


[내 얼굴에 있는 친구들] 에선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항상 좋은 말을 듣는걸 좋아하고, 똥냄새를 맡고도 향기롭다고 거짓말하는 간신의 코를 가지고 있는 줄을 동시를 읽고 멍 때리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유쾌한 동시를 읽어서 몽글몽글한 엔돌핀이 생긴다고 할까요. 권오삼 시인님의 동시집 [개도 잔소리한다]를 유쾌하게 읽어서 다른 동시집도 궁금해서 찾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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