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인과 바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평점 :
노인과 바다를 30년만에 다시 읽었다.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다. 더 좋다.
30년 전에는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불요불굴의 의지와 인생의 허망함(뼈만 남은..) 위주로 보였다면, 다시
읽는 노인과 바다는 대치하고 있는 고기를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으며, "고기야" 라고 다정하게 부르며, 이틀 동안 굶주리고 있는 고기를 불쌍히 여기며, 그러면서도 미안하지만 너를 잡고 죽여야만 하겠다는, 어부라는 직업의 숙명에 대해서 생각하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그저 먹이사슬의 일부임을 말하는 생태주의 관점을 보게 된다.
그리고, 노인과 소년의 관계, 소년의 노인에 대한 마음 씀씀이, 존중하는 태도가 너무 좋다. 노인이 소년과 함께 배를 타고 있던 40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여 부모의 반대로 더 이상 함께 배를 타지
못하지만 아침마다 저녁마다 노인의 낚시도구를 함께 날라주고, 80일 넘는 기간 동안이나 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을 위해 커피와 맥주를 챙겨주고 먹을 음식을 챙겨준다. 어떻게 그 소년은 노인을 그렇게 살뜰하게
챙길 수 있을까? 노인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면 나오기 힘든 태도일 것이다. 그건 아마도 노인과 함께 배를 탔던 동안 노인에게서 배운, 노인이
소년을 대한 마음과 태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도,
거친 뱃사람처럼 욕설을 하지도 않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했을 것이다. 또 노인의 바다와 고기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에서도 소년은 배웠을 것이다. 바다나
고기를 정복의 대상, 획득의 대상,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 감사의 대상으로 대하는 자세를 배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인과 소년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노인은 꼬박 이틀 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기와 힘겹게 대치를 하고 있는 동안, '지금 소년이 함께 있었으며 얼마나 좋을까'를 몇 번이나 되뇐다. 함께 있다면 나를 도와주고, 나와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한다.
노인이 그야말로 망망대해 바다에서 거대한 고기와 있는 동안 계속 혼잣말을 하거나 혼자 생각하며 고민하는 것도
너무 좋다. 지나가다 잠깐 들른 바다새에게도 말을 걸고, 허약한
바다갈매기를 불쌍히 여기고, 힘들어 하다 가도 다시 의지를 다시고, 가지고
오지 않은 장비들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다 가도 지금 현재의 상황에 충실하자고 말한다. 인생에서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절망에 빠져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는 그 말들이, 그 태도가, 그 내면의 힘이 너무 좋다.
비록 상어 떼에게 고기를 다 뜯기고 뼈만 남은 채 힘겹게 돌아왔지만, 노인은 소년의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한 사자 꿈을 꾸며 잠이 든다. 노인은 패배하지 않았다.
헤밍웨이의 문체는 하드보일드 문체라고 하며 묘사가 생략되고 최대한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도 얇은 편이고 문장도 짧고 간결하여 고등학교 수준의 독해능력이면 영어원서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한다(나의 현재 독해 수준은 고등학교 때 수준보다 낮아졌을 것 같지만…).
영어원서도 언젠가 사둔 것 같은데, 원서로도 읽어봐야겠다.
중딩 첫째에게 "엄마 인생 책이야. 한번 읽어보렴" 했더니 "됐어. 재미없어 보여"라고 바로 반사;;;
초딩 둘째 왈 "재미없어. 읽지마.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는데, 계속 물고기랑 싸우다가 상어한테 다 뺏기고 뼈만 남기고 온 이야기야. 지루해."
"너는 축약본으로 읽은 거고 이건 원본이야 원본!"
"그러니깐 더 재미없지!!"
"그..그..그런가…" 어째 반박할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