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있는 집 자식들이 잘되는 건 왜 그렇게 뻔해 보일까.언니, 언니는 무너지다를 무‘노‘지다로 발음하는 거 알아?언니, 이 술집 선불이야.언니, 어묵탕에 청양고추를 넣어야지 오이고추를 넣는 사람이 어디 있어?언니, 나 오늘 돈이 없어서 고깃집 앞을 지나다가 울 뻔했어.언니, 오늘 목사님의 설교 주제는 ‘우리는 왜 일하고 있는가‘야.언니, 맛동산을 물에 불리면 개똥처럼 보이는 거 알아?그 밖에 그 아이가 했던 많은 말들이 밤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 P181
언니, 김오리는 늙지 않잖아. 이십 년 뒤에도 그 얼굴이고, 삼십년 뒤에도 그 얼굴이잖아. 내가 환갑이 되어도 김오리는 지금그 얼굴이야. 김오리의 매력 자본은 사라지지 않는 거야. 김오리는 나와 다르게 늙지 않고 썩지 않는 거야. 하지만 그런 김오리도 언젠가 결국 잊히겠지. 그렇더라도 진짜가 아닌데 잊힌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오리는 상처받지도 않을 거야. 상처받을 줄 모르는 존재이니까. 그건 너무 부러워. - P183
언니, 관종이 되려면 관종으로 불리는 걸 참고 견뎌야 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언니는 모르지? 한가지 더 언니가 모르는 게 있어. 관종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거야. 그걸 왜 모를까. 왜겠어. 언니가 꼰대라서 그런 거지.- 이서수, 젊은 근희의 행진 - P184
어느 한 부분이 움직이면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의 힘과, 방파제에 부서지는 물결의 힘과, 무거운 하늘 아래 수평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조증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느낌에는 어딘지 초월적인게 있었다. 손을 뻗으면 세상을 쥐고 있는 영혼과 접속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명료한 자각의 순간과 마주했다. 내가 자살하려고 하는 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란 걸 일순간 깨달았다. 내가 자살하려고 하는 것은 살아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 P343
그를 보고 재빨리 웃어 보였지만 목울대가 울컥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울지 않으려고 커피를 들고 수선을 떨었다. 크림을 더 섞고 설탕도 더 섞었다. 블랙커피 색이 점차 밝아지는 걸 지켜보면서 며칠 전에 간호사가 한 말을 생각했다. 적어도 저 남자 같지는 않잖아요. 어쩌면 간호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이 아저씨같지는 않을 것이다. 몇 달 동안 하는 일마다 엉망으로 꼬이는 바람에 나는 상황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의지마저 잃었다. 이 나라가 끔찍하다고ㅡ갇힌 기분이라고 정신과 의사에게 말했을 때 나는 몇 년 동안 마음속에서 조금씩 자란 생각을 말로 표현한 것이었다. 길을 잃은 기분이었고 무기력함을 느꼈다. 변화를 향한 나의 꿈은 헛되고 무익해 보였다. 미국은 약한 것들을 무자비하게 뭉개버리는 기어였지만, 나를 꾸짖은 정신과 의사는 옳았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미국을 전연 다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에게 미국은 이민자가 의사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나라였다. 이곳은 망명과 기회의 나라 - P356
였다. 거대한 실험. 세계 제일의 나라. 그곳에는 자체의 결점이 있고 그것도 치명적인 결점이 대부분이지만, 절망은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말을 더듬는 아저씨가 그 증거였다. 그는 자신의 외로움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독한 패배감에 젖거나 자기감정에 몰입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안고 있지만 노래를 불렀다. 자신이 기댈 수 없었던 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의 말을 앗아간 폭력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의 고통은 냉소를 키우는 변명이 되지 않았다. 그는 분노를 방패처럼 들지 않았고 그 압력 아래에서 무너지지도 않았다. 삶은 그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목소리를 주었으므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다. - P357
"아주 간단해요." 여자가 또 한 번 설명했다. "논문의 승인 페이지를 새 서식으로 작성하고 논문 심사위원회의 서명을 받으면 돼요."그게 끝이었다. 종이 한 장과 세 명의 서명. 4년 동안 이 문제는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보였다. 무슨 의례인 양 행정실의 이 여직원을 찾아올 때마다 서명을 받지 못한 채 돌아섰다. 매번 어깨를 으쓱하면서 관심을 꺼버리고는 학위가 뭐 중요하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물론 학위는 매우 중요했다. 학위를 받는 게 그저 두려웠을 뿐이었다. 성공이 두려웠고, 실패가 두려웠고, 내 병이 두려웠고, 내 잠재력이 두려웠고,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게 두려웠다. 젊은 시절 아빠도 학위를 따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재능과 실력이 있었지만 음대 학사 학위까지 몇 학점을 남겨놓고 그만두었다.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을 결코 잊지 못한다. 아빠는 학위 받는 게 두려웠던 거야. 아빠는 나를 빚고 만들었다. 나를 세상으로 인도했다. - P386
오랜 시간 우리는 한패인 동시에 동료-한 거푸집에서 만든 두 개의 형상—였지만 나는 아빠가 아니었다. 내가 아빠의 길을 따라갈 필요는 없었다. - P387
어제 우체국 택배로 도착한 한편 11호 플랫폼
이번 글꼴 아주 특이하다. 'ㅍ'이 사다리 모양.
택배 봉투에 세계문학전집 문장을 넣은 아이디어도 좋네.
<인생의 베일> 이 책은 읽어본 책이다. 무려 2011년에 읽었네!
내용은 대충 기억나는데 아마 영화도 봐서 기억이 나는 듯?
다시 읽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