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처음 듣는 당신에게
박종호 지음 / 풍월당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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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을 가기 전에 연주될 곡목을 미리 들어보지도, 공연 이후 다시 감상하지도 않고서, 클래식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안 들린다 하며 클래식과 내 귀만 탓하는 것은, 시험 보기 전에 예습도 복습도 하지 않으면서 시험 어렵다, 머리 나쁘다 하며 시험과 내 머리만 탓하는 것과 같다는 큰 깨달음에 가짜 청중은 무척 뜨끔하여 반성하게 된다. 클래식은 몰입의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작가님의 따끔한 충고를 깊이 새겨야겠다!


이렇게 음악회의 결과는 연주보다는 감상자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회는 연주자만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자도 마치 시험을 준비하듯이 음악회를 대비해야 합니다. 대단한 음악 애호가나 전공자 혹은 엄청난 지성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세계적인 작곡가들이 만든 명곡을 아무런 준비 없이 처음 들어서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착각입니다. 청력이 좋다고 음악이 들리는 것이 아니랍니다. – P118~119


청중은 음악회에서 연주될 곡목을 예습해가야 합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음악회에 임하는 가장 중요한 선제 조건입니다. 그리고 음악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음악회의 기본 사항이며, 음악회의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 사항입니다. 이런 생활이 쌓인다면 우리의 공연문화는 분명 멋지게 발전할 것입니다. - P171


음악회에 간다고 해서 다 훌륭하거나 멋진 청중인 것은 아닙니다. 음악회의 문화를 역행시키는 가짜 청중은 많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열 가지를 골라봤습니다.


첫째로 집에서 음악은 듣지 않으면서, 연주회만 찾아서 다니는 사람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한 번 들어서 느낄 수 있는 음악이 아닙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그는 음악가이거나 상당한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최소한 집에서 그 곡을 5회에서 10회 정도는 듣고 음악회에 가야만, 작곡가의 의도나 연주의 개성이나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에서 음악을 전혀 듣지 않고 심지어는 무슨 곡이 연주되는지도 모르는 채로 음악회만 다닌다면 그들이야말로 대표적인 가짜 청중이며, 연주장의 분위기를 망치는 존재들입니다. - P193


그러므로 클래식을 감상한다는 것은 위대한 사상을 배우는 인문 공부입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음악과 관련된 인문적인 흥미가 생기게 되며, 또한 음악을 통하여 다양한 인문 분야에 대한 더욱 깊고 넓은 공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음악을 들으면서도 오직 음악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역사, 사회, 지리, 문학, 미술, 사상 등의 공부도 함께 해보면서 들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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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1-06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클래식 공연을 가기 전에는 적어도 2박 3일 동안 면벽참선하고 완전 비건을 준수하여 심신과 오장육부를 청결하게 만든 후에, 공연할 곡을 열 번 이상 들어 주제와 부주제 정도는 외워서, 공연 전에 아무리 늦어도 두 시간 전에 연주회장 근처에 도착해 일찌감치 밥 먹고 한 시간 정도는 여유를 둬 미리 트림과 방귀는 다 끝낸 후, 30분 전에 입장, 경건한 공연 관람을 해야 한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클래식은 나날이 죽어 자빠지는 겁니다. 지가 기껏해봐야 음악이잖아요. 관객이 음악가와 연주자를 위해 그 지랄을 해야 하는 인문학적 고행을 요구한다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금도 거기 있는지 모르지만 압꾸정 학파들의 과도한 몰입과 강요가, 저는 느므느므 웃깁니다.
클래식도 그냥 즐기는 겁니다. 청자의 기호가 제일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미리 알고 들으면 좋겠지만 풍월당 학파의 지나친 근엄주의, 솔직히 겁나게 웃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1-06 20:59   좋아요 2 | URL
ㅋㅋㅋ 책도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 같은 면이 많지만^^ 고수이신 골드문트님은 즐기실 수 있지만 저같은 초보는 즐기기 위한 초석은 필요하다는 말에 절감합니다^^ 저는 심지어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가는 경우도 있어서:;; 최소한 1-2번은 듣고 가야죠~

바람돌이 2023-01-06 2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수 콘서트도 노래 알고 가야 재밌는거니까 당연한거겠죠. 아는 곡이 히나도 없으면 당연히 재미없을듯요. 앞으로 혹시 클래식 공연 갈 일이 생기면 명심해야겠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1-06 22:3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콘서트도 노래 잘 모르면 재미없더라고요^^ 예습의 중요성^^

은하수 2023-01-06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다른 콘서트 취향이 있으니 알아서 하는 거 아닌가요?
모든 연주 음악을 다 들어볼순 없어요. 모든 레파토리를 대체 어디서 찾아 들을 수 있는건지 궁금하네요 유튜브에 다 나와 있는것도 아니고 음반을 다 갖구 있는것도 아닌데요
전공자도 아니어서 열심히 듣기만 하는지라 콘서트 전에 예습을 하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그럼에도 공개된 곡들은 들어보고 가려고 하는편인데요... 어느 정도 공감은 되지만 처음 듣건 아니건 가짜청중이라는 용어가 좀 거슬리긴 합니다.

햇살과함께 2023-01-07 21:4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각자 알아서 하는거죠^^
다만 작가님은 클래식을 좀더 잘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좀 세게 말씀하신 걸로 이해됩니다^^
저는 가짜 청중이 맞고요 ㅎㅎ

새파랑 2023-01-07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짜 청중 ㅋ 왠지 반대의미의 찐팬이 떠오릅니다. 클래식은 좀 예외일 수 있겠지만 잘 모르는 가수의 콘서트는 안가지 않나요? ㅎㅎ

내 시간을 들여서 가는건데 가짜청중이고 분위기를 망친다는 비판은 좀 아닌거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3-01-07 21:42   좋아요 1 | URL
작정하고 세게 쓰신듯요 ㅎㅎ
잘 모르면서 가서 들으면 뭔가 알겠지 하는게 착각이라는^^

scott 2023-01-07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님 말씀처럼 음악은 배경 지식을 갖고 있으면 이전 보다 더 풍성한 선율과 화음에 젖어 들게 됩니다
오페라 장르는 특히 배경 스토리 주요 인물들 관계를 알고 들으면 재미가 두 배가 됩니다
말러 교향곡들도 배경 지식이 있으면 말러에 확 빠지게 되고 당시 시대와 연관된 것들 찾아 읽어 나가면서 동시대 음악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달라 집니다(그림 감상 하는 것과 다름)


한 때 가짜 청중이였던 저
오페라 볼때 푹 잠 잤었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1-07 21:43   좋아요 1 | URL
저도 졸다 오는게 태반!
책도 그렇듯 클래식도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잘 즐길 수 있겠죠 scott님 처럼요~~
 

요즘에는 좀 덜해진 것 같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음악 애호가는 뚜렷하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 부류는 레코드 음악을 주로 듣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음악회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나뉜다는 말을 쓰는 것일까요? 두 가지가 다 좋은 것이 아닌가요? 뭐가 문제이고 어디에서 갈린다는 말인가요?
문제는 레코드를 열심히 듣는 사람은 방에 틀어박혀서 자신의 레코드만 파고, 음악회를 다니는 사람은 음반은 듣지않고 무대만 찾아다닌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미에서도 전자를 ‘레코드 컬렉터recordcollector‘라고 부르고, 후자는 ‘콘서트 고어 concert goer‘라고 부릅니다. 물론 ‘오페라 고어opera goer‘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후자에 포함되겠지요. - P103

이렇게 음악회의 결과는 연주보다는 감상자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회는 연주자만 준비 - P118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자도 마치 시험을 준비하듯이 음악회를 대비해야 합니다. 대단한 음악 애호가나 전공자 혹은 엄청난 지성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세계적인 작곡가들이 만든 명곡을 아무런 준비 없이 처음 들어서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생각하는 자체가 착각입니다. 청력이 좋다고 음악이 들리는 것이 아니랍니다. - P119

그리고 기억나는 것은 시민회관의 공연이 끝난 후에 어두운 조방 앞부산에서는 과거 조선방직공장이 있던 넓은 터를 조방 앞이라 불렀다밤길로 나오면, 한 달을 기다렸던 음악회가 끝나버렸다는 허허로운 마음과, 음악에서 받은 새로운 인상과, 오늘도 공부를안 했다는 걱정과, 그리고 가까운 부둣가 특유의 약간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어서 집으로 가야겠다는 조바심이 묘하게 얽힌 채 집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던 것입니다.
를 한 달에 한 번의 부산시향 정기연주회는 저의 사춘기를키운 커리큘럼이었습니다. 항상 프로그램 곡목을 미리 들으며예습했습니다. 나중에 서울로 올라와서도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의 연주회도 물론 그렇게 다녔습니다. 분명 서울악단들의 연주력이 더 좋았지만, 조방 앞 공터에 켜진 푸른 가로등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부두에서 불어오던 비릿한 바닷바람을 받으며 집으로 가던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었죠. - P123

콘서트와 레코드의 결합

음악회만 다니면 행복할 것 같지만, 결국은 레코드로 돌아오게 되는 것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음악회라는 공간은 일회성과 즉흥성과 현장성에서 평생에 담아둘 인상적인 기억을 갖게 하지만, 대신에 늘 완벽하지 못합니다. 도리어 완벽보다는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음악회가 더 많다고 할 수있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음악회임에도 반복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통하여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음악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가치도 깨우쳐가게 되는 것입니다. - P124

음악회는 음반과는 달리 실제로 ‘시간의 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한 번 지나면 그 음악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같은 곡목을 같은 연주가가 공연하더라도 이전의 연주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실제 공연은 단 한 번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음악회는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 P125

하지만 음악이라는 장르의 특징은 여기서 두드러지게 다릅니다. 즉 창작자와 감상자인 나 사이에는 재현이라는 과정, 즉 연주자가 있는 것입니다. 한 단계가 더 있는 것입니다. - P129

살롱 음악회의 가장 중요한 정의이자 개념은 살롱이라는 방에서 열린다는 점이 아니라, 음악회의 모든 비용을 주최자, 즉 살롱의 주인이 부담한다는 점입니다. 이 점만이 살롱 음악회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의미이며 살롱 음악회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주최자인 주인은 작곡가나 연주자에게 금일봉을하사하여 후원의 형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것 역시 살롱 음악회의 기본적인 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답하여 작곡가는 주인에게 자신이 새로 작곡한 작품을 선사하는데, 이것이 바로 헌정獻呈입니다. 많은 명곡들의 악보나 해설에 보면 ‘누구에게 헌정했다‘는 문장이 붙은 것을 볼 수 있지요. 나중에는헌정이 진정한 헌정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했지만, 원래 헌정이란 후원과 교환하는 가치였습니다. 여기에 와인이나 음료나사교 등은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 P145

그래서 주최 측에서는 극장을 잡아서 (처음에는 빌려서)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예술의전당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公 음악회‘ 또는 ‘공개公開 음악회’의 탄생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것을 처음 촉발시킨 스타가 바로 베토벤이었습니다. 슈퍼스타 베토벤의 등장은 공공 음악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당시에는 이런 한 작곡가를 중심으로 하는 음악회를 ‘아카데미Akademie‘라고 불렀습니다. - P151

청중은 음악회에서 연주될 곡목을 예습해가야 합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음악회에 임하는 가장 중요한 선제 조건입니다. 그리고 음악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음악회의 기본 사항이며, 음악회의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 사항입니다. 이런 생활이 쌓인다면 우리의 공연문화는 분명 멋지게 발전할 것입니다. - P171

음악회의 중요한 덕목은 시민의 교양을 높이는 데에 일조한다는 것이라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교양의 기본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입니다. 남이 떠먹여주는 지식을 섭취하는 것이 교양이 아니라, 무엇을 찾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탐색하는 것이 교양입니다. 그런 점에서요즘 성행하는 해설 음악회의 부작용을 고민해야 합니다. - P173

이제 클래식 감상이라는 행위는 다만 듣는 것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인식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클래식 감상의 특징이자, 클래식의 어려운 점이며, 또한 동시에 클래식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공부는 자신이 스스로 하는 것이 진짜일 것입니다. 누가 제시하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진정한 공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 P174

이렇게 클래식을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한 듣기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와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점점 진정한 공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일단 클래식 감상이라는 배를 타면 그 배는 여러분을 태우고 광활한 인문적 지식의 망망대해로 나아갈 것입니다.
클래식 감상은 실로 신나는 공부이며, 여러분은 큰 공부의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축하드릴 일이지요. 이제 클래식이아름답게만 들리는 감각의 즐거움 너머로 진정한 지적 즐거움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 P176

그렇다면 얘기가 나온 김에 박수는 언제 치는 것이 좋을까요? 꼭 치고 싶다면 두 가지 타이밍이 있습니다. 첫째는 지휘자나 연주자가 인사를 할 때 치십시오. 가장 안전하고 무난하며, 예의에 맞는 타이밍입니다. 사실 그때 치는 것이 맞는 때입니다. 그런데 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처럼 연주자가 아예 보이지 않거나, 무대 앞으로나오지 않는 공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50번째로 치십시오. 그러면 실수할 리가 없습니다. 그 공연장에서 50명쯤이 박수를 친 다음에 친다는 마음이라면, 실수도 없고, 선동도 아니고, 진정으로 자신의 칭찬을 표현하는 셈입니다. 박수는 천천히쳐도 늦지 않습니다. - P181

콩쿠르를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세계 최고’를 겨루는 대회인 양 여기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콩쿠르는 ‘젊은 음악가들의 등용문‘일 뿐입니다. 그러니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우승 - P189

자가 세계에서 가장 연주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부터 그는 직업 연주가의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월드클래스의 대접을 받으면서 시작하게 되기는 하겠지요. - P190

음악회에 간다고 해서 다 훌륭하거나 멋진 청중인 것은 아닙니다. 음악회의 문화를 역행시키는 가짜 청중은 많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열 가지를 골라봤습니다.

첫째로 집에서 음악은 듣지 않으면서, 연주회만 찾아서 다니는 사람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한 번 들어서 느낄 수 있는 음악이 아닙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그는 음악가이거나 상당한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최소한 집에서 그 곡을 5회에서 10회 정도는 듣고 음악회에 가야만, 작곡가의 의도나 연주의 개성이나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에서 음악을 전혀 듣지 않고 심지어는 무슨 곡이 연주되는지도 모르는 채로 음악회만 다닌다면 그들이야말로 대표적인 가짜 청중이며, 연주장의 분위기를 망치는 존재들입니다. - P193

일곱째로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를 보러 다니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지금 공연계에 만연한 문제입니다. 곡목과 관계없이 연주자를 따라서 음악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 공연을 보러 간다는 사람에게 "무슨 공연을 보러 가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백건우 들으러 가"라고 말합니다. "정명훈이 지휘해"라고 대답합니다. 네, 다 좋습니다. 하지만 음악회의 본질은 좀 다르죠. 유럽 사람들은 "나 저녁에 브람스를 들으러 가" 내지는 "저녁에 말러를 만날 생각하니 벌써 들떠있어"라고 말합니다. 그다음에 연주자나 악단을 말해야죠. - P196

외국의 오케스트라에서 이런 말이 돌고 있습니다. 유럽사람들은 레퍼토리를 보고 음악회를 찾고, 일본 사람은 지휘자를 보고 찾으며, 한국 사람은 협연자를 보고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미성숙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할 때는 한국에서의 프로그램은 쉽고 대중적인 곡으로 바꾸고, 협연자도 한국에 잘 알려진 사람이나 한국인으로 바꾼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부끄러운일입니다. 이제 우리도 작곡가와 곡목을 보고 음악회를 선택하는 성숙한 음악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P197

그러므로 클래식을 감상한다는 것은 위대한 사상을 배우는 인문 공부입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음악과 관련된 인문적인 흥미가 생기게 되며, 또한 음악을 통하여 다양한 인문 분야에 대한 더욱 깊고 넓은 공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음악을 들으면서도 오직 음악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역사, 사회, 지리, 문학, 미술, 사상 등의 공부도 함께 해보면서 들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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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연주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들을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 클라우디오 아바도 - P5

"다들 클래식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도 모르겠는데", "왜 이렇게 어렵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 그러니 난 안 듣고 싶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차마 그 말을 못 하고 대신에 그 말이 "꼭 클래식을 들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아닌 질문으로 바뀌고, 나아가 "왜 클래식을 들어야 합니까?"로 전환된 것입니다. 클래식을 듣고 싶다기보다는 "클래식을 듣지 않으면 안 되냐?" 하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죠.
이것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죠?"라는 질문입니다. 어느 학생이 "나는 역사를 전공하려는데, 수학을 공부해야 해?"라고 묻는다면 이 질문 속에는 바로 "나는 수학이 어려워", "수학공부는 하기 싫어", 이어서 "수학을 안 하면 안 돼?"라는 속뜻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이 학생은 수학을 하는 이유를 묻지만, 실은 수학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 P31

우리는 평생 생산성生産性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새벽종이 울리고 새아침이 밝으면, 아침 공기도 즐기지 못하고 여명의 아름다움도 보지 못한 채로 일을 하러 튀어나갔습니다. 그 - P35

래서 주변의 모든 것에다가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하는말을 달고 살았지요.
즉 우리에게는 돈과 밥이 다였던 것입니다. 돈과 밥이 우선이요, 돈이나 밥이 나오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물론 돈과 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리고 이제거의가 밥은 먹을 수 있고 돈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쓸모 있는 일만 하고, 모든 것에서 쓸모만을 찾던 우리들……… 이제 쓸모없는 일을 해봅시다. 그것이 당신의 삶을 바꾸어주고, 여유 있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도록 해줄 것입니다. 클래식을 듣는 것은 실로 쓸모가 없기 때문에 가치로운 일입니다. - P36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클래식 음악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입니다. 클래식은 지금의 나를 보다 크고, 보다 가치 있고, 자족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그것이 우리가 클래식을 듣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목표를 지니고 듣는다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클래식은 듣는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나의 성장을 위해서 듣는다고 의식하면서 적극적으로 감상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 - P38

성장의 속도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클래식은 어떻게 나를 성장시킬까요? 클래식 음악은 우리가 발을 담그고 있는 이 번잡한 세상과 나를 유리流離시켜줍니다. 분리해주고 차단시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세상에서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게 하고, 남의 기준에 나를 적용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힘을 줍니다. 클래식을 듣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세상의 잣대로부터 벗어나서 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클래식을 듣는 행위는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무기 속에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 P39

고대 로마시대에 계급을 일컫는 데에서 클래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 로마 사람들을 6단계의 계급으로 분류했는데, 가장 놓은 계급을 라틴어로 ‘클라시쿠스Classicus‘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영어로 ‘클래스‘라고 하는 것이죠. 특히 이 클라시쿠스는 군대에 가지 않는 클래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권력이나 돈으로 병역의무를 피해가는 특권층을 가리키는 것이냐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습니다. - P51

그런 클래스에서 ‘클래식‘이라는 말이 나와서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클래식은 어떠한 분야에서 최상위의 가치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클래식이란 말은 "가치가 불변하고 영구적이며,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품위가 있으며, 절제되고 모범적인"이라는 뜻을 내포하게 되었습니다. - P52

우리가 듣는 클래식은 거의가 1600년 이후에 만들어졌고 주로 듣는 클래식은 대략 1700년 정도부터 1950년까지의불과 250년의 기간에 집중적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아마도 클래식 콘서트나 방송에 나오는 레퍼토리로만 살펴본다면, 이 250년 사이의 음악이 95퍼센트가 넘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바흐가 클래식 음악의 기초를 세웠던 약 1700년경부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1950 - P56

년 사이에 우리가 지금 ‘클래식‘ 안에 포함시키는 대부분의 음악이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에게는 지루한 설명일 수도 있는데, 늘 이쯤에서 ‘고전음악’과 ‘고전주의 음악‘을 혼동하는 경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체 고전음악(그러니까 클래식) 중에서도 ‘고전주의 음악‘이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까지의 채 100년이 되지 않는 기간의 예술 사조인 고전주의古典主義에 해당하는 음악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고전주의 음악은 고전음악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전체 고전음악보다는 시대적 범위가 좁습니다. - P57

그러므로 클래식을 듣는 행위는 내가 판단하고 내가 선택하고 나의 취향과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탐구하고 작품들을 섭렵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클래식의 대중화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대중이 한 명씩 개별화가 된 후에 각 개인이 각자의 클래식을 수용할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클래식의 가치를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 P74

첫째로, 클래식 감상은 시간을 투자하는 취미입니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입니다. 이 말은 다들 아시죠. 음악은 한순간의 예술이고, 그 순간이 사라지면 음악도 흩어집니다. 감상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물상으로 남아 있는 미술품이나 책으로 남는 문학하고는 다르죠. 물론 음악도 악보가 남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음악은 실제로 소리가 나는 순간에만 음악인 것입니다. - P77

둘째로, 클래식은 집중해서 들어야 합니다. 어떤 분은 클래식을 듣는다지만,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듣고, 공부하면서 듣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듣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 P78

셋째로,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은 적극적으로 들어야 합 - P79

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곡을 들을 때는 이왕이면 좌정해서 듣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음악회에서처럼 말입니다. 클래식은 원래부터 집중해서 듣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그러므로 소극적으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곡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멜로디가 어떻게 움직이고, 각 악기들(무슨 악기인지 모른다고 해도)이 어떻게 주고받으면서, 음악의 크기나 빠르기나 분위기가 달라지는가를 따라간다는 기분으로 들어야 합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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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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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둘째가 읽을 과학 책 찾다 과학 분야 근처 스포츠 분야에서 발견한 책이다. ‘걷기’ 관련 책을 좋아해서(많이 읽진 않았지만) 덥석 집어왔다(옆에 있던 <요가의 언어>라는 책도 같이 집어왔는데 이 책은 읽지 않고 그냥 반납했다. 대충 넘겨본 책에서 보이는 동작들이 너무 고난이도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3기니>를 읽다가 도통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가볍게 읽으려고 펼쳤으나, 뇌과학자가 쓴 책이었다.


뇌과학자가 쓴 걷기 관련 책이라, 책이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역시 과학 싫어하는 나…), 아주 난해한 수준은 아니고 역시 다양한 뇌 관련 실험이 나온다. 걷기를 좋아하는 저자가 뇌과학적 관점에서의 걷기의 필요성,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걷기는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고, 내면을 자신과 차단시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역시 운전을 하고, 항상 기차를 타고 출근한다. 그러나 걷기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이동수단이다. 걷기로 많은 것을 해소할 수 있다. 걷기는 정신을 맑게 해 꼼꼼히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몸과 뇌의 경험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다른 종류의 움직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자전거, 기차, 버스와 같은 이동 수단은 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 환경과 단절시킨다. 기계적으로 전진하고, 때로는 유리 가림막 뒤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며, 충돌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 잡히고 새로운 노래를 찾아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거기엔 매우 특이한 수동성이 있다. 바로 앉아 있는데도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걷기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걷기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 발이 다른 발보다 앞서 나가고 자신의 동력을 사용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고 우리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P19~20


걷기를 좋아한다. 헤비 워커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꾸준하게 하고 있는 운동이 걷기다(지금은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있다. 3개월 완료하고, 4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러나 필라테스는 걷기와는 달리 언젠가 끝이 있을 운동이다). 지하철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하철을 싫어하는 이유로 - 지하철은 환승 포함 많이 걸어야 한다는 그 이유 -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한다. 지하철은 매일 일정 수준의 걷기를 강제할 수 있는 멋진 교통수단이다(물론 지하철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호주머니 속 개인 연구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가? 스마트폰 워킹앱은 걷기를 실천에 옮기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만보계는 나의 죄책감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나는 하루에 최소 9,500보를 걸으려고 노력하고 가능한 매일 12천 보 이상 걷기를 바라며, 1 4천보 이상 달성한다면 아주 만족한다. 현재 나는 9,500 보라는 일일 목표는 거의 매일 달성하고 있고 한 달 기준 18일 정도는 1 2천 보를, 10 정도는 14,500보를 달성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만보기 기능이 없다면 매일 몇 보를 걷는지, 정확하게 오랫동안 기억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앱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기록한다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이러한 지루한 작업은 주머니 속 작은 로봇에 맡기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 P36~37


저자처럼 나도 스마트폰 워킹앱으로 매일 걸음수를 기록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만보계를 허리에 차고(삐삐처럼 생긴너무 옛날사람 인증^^;;) 매일 걸음수에 신경 썼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아이폰의 건강 앱으로 매일의 걸음수를 관리한다. 항상 만보를 마음속 목표로 삼았고, 첫해엔 연평균 7,425보를 달성했고, 이후 계속 꾸준히 올라가서, 2019년에는 연평균 9,967보로 거의 만보에 도달했고,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걸음수가 조금 줄었으나, 9,000보 이상은 되었다. 오늘 기준 2022년 평균 걸음수는? 9,514~! 12월에 날씨가 추워서 평균보다 많이 걷지 못할테니 조금 낮아질 것 같다.


걷는 목표를 가지고, 계속 꾸준히 관리하면 자꾸 결과를 갱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더 열심히 걷게 된다. 알라딘도 독보적 활동이 생기면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독서와 걷기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2가지를 결합한 최상의 활동이다.



규칙적으로 걷기운동을 하는 이들은 단 며칠이라도 걷지 못하면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함을 느끼고때로는 기분도 우울해지는데이에 대한 자가 처방은 밖에 나가 걷는 것이다놀랍게도 이 입증되지 않은 감정에 대한 과학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걷기특히 자연환경에서 규칙적으로 하는 걷기 활동이 실제로 기분을 더 좋게 한다고 밝혀졌다이렇듯 좋은 산책은 기분을 북돋아주고그 외에도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 P167

우리는 야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적게 시간을 보낸다미국에서 실시한 어느 대규모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사무실가게와 기타 건물 안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87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심지어 어느 연구에서는 "앉아 있는 것은 오늘날의 흡연과 같다"고 표현했다이 주장의 배경은 단순하다신체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도록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움직임이 없는 삶은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근육량근력의 감소로 이어진다더 나아가 장기간의 무활동 상태는 뇌에도 유사한 변화를 일으킨다. - P168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처럼,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기분이 좋지 않다(코로나 격리기간에도 독보적 채우려고 방부터 방까지 수시로 걸어다녔다…).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 노동자로, 수시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주어야 하지만 막상 일할 때는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 출퇴근 시에는 가급적 차를 타지 않고, 외부회의 시에도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고,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고 잠시라도 걸으려고 한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걷기를 좋아한다. 그중 내가 최우선으로 꼽는 걷기의 매력은 머릿속의 소란함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걷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하며 천천히 심사숙고할 자유를 준다. 오래전부터 걷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왔다. 고대 그리스의 소요학파 철학자들은 이동을 하며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학파의 어원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걷는다‘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걸으며 생각한 것만이 가치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 P191

역설적으로 걷기는 일종의 활동적인 나태함이고, 의식과 연결된 몽상에 빠지게 만든다. 걷기는 목적을 가진 행동이며 집중을 요하지만 딴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며, 이때 그날 하루, 지나간 하루, 앞으로의 1, 지난 10, 얻었거나 잃은 기회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율리시스》에서 작가 제임스 조이스는 이것을 잘 표현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걸어서 통과한다. 강도를 만나고 유령들을 만나고 거인도 만나고, 늙은이도 만나고 젊은이도 만나고, 아내와 사랑하는 형제들도 만나고,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면서 결국 자신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걷는 동안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다른 이들과 소리 내어 대화를 할 수 있고, 또 음악, 오디오북, 팟캐스트 등을 들을 수도 있다. 다른 이들과 함께 걷는 장점은 정보의 교환을 돕고 이 정보를 자신의 기억과 생각, 감정과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96~197


나에게 걷기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혼자 걷기도 좋고, 같이 걷기도 좋고, 도심 골목길 걷기도 좋고, 공원이나 시골길 걷는 것도 좋고, 여행 가서 걷는 것도 좋다. 혼자 걷을 때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냥 아무것도 듣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길을 걸을 땐 몸은 그냥 알아서 목적지를 가고, 머리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 대해, 회사일과 집안일과 책에 대해, 가족과 친구/동료와 나에 대해, 또는 엉뚱한 상상으로 마구 오가며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걸을 때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듯한 유체이탈의 느낌이 좋다. 걷다 보면 고민하던 문제와 걱정들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지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이 든다. 몸이 묵직해지는 만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 책을 읽은 후, 이 가르침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할 수는 없을까? 한가지 방법은 워킹 앱Walking App을 사용하는 것이다. 알림 수신 설정을 하라. 오늘 몇 보를 걸었는가? 자신의 걸음수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 동일 연령대, 나라 평균도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를 조금 더 늘리기 위해 자동차를 목적지에서 조금 더 멀리 주차하고, 버스에서 한 정류장 더 일찍 내리고 가게와 학교로 걸어가는 것 같은 간단한 실천을 해볼 수도 있다. - P240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걷기는 우리의 사회적·심리적 그리고 신경 기능의 모든 면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개선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처방으로, 적든 많든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적당한 속도로 매일매일 자연 속에서도 도심 속에서도 수행해야 한다. 걷기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당장 나가서 걸어라.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오후의 햇살과 밤의 가로등 불빛이 눈동자에 비춰 춤을 추고,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발 밑의 땅을 느껴라.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걷기의 리듬에 맞춰 여유를 찾고, 마음과 정신이 떠돌고 고심하고 사색하고 과거로 여행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탐색하게 하라.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라. 걷기는 우리의 깊은 진화론적 과거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듯이 걷기는 우리에게 무한한 도움을 줄 때문이다. - P241


저자의 결론처럼, 뇌과학은 잘 모르겠고, 그냥 걷자. 목표가 3천보든, 5천보든, 만보이든 각자의 사정에 맞게, 꾸준히 기록하며, 걷자. 그냥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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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8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네요. 저는 매일 만보 이상을 걸으려고 하는데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제가 걷고 있는게 잘하는 거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네요. 후훗.

햇살과함께 2022-11-28 19: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못하는게 없으신 분!
저도 차 가급적 안 타고 튼튼한 두 발로 계속 열심히 걸으려고요~!
오늘도 11000보!!

서니데이 2022-12-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햇살과함께 2022-12-08 19:5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저 이거 처음 인데요~!
이런 것도 되네요 기분 좋네요^^
 

보다 자유로운 창의적 인지 상태를 장려하고 싶다면, 근로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화면에서 떨어져 움직이라고해야 한다. 움직임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고, 이전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교류할 수 있는 실내·외 공간이 있는 사무 공간과 건물이 장려되어야 하며,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영감을 쉽게 기록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근무하면서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고, 지원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지식기반의 근로자들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꽉 막힌 사무실에서복잡한 문제에 대해 심오하고 창의적인 해결 방안들을 생각해낼 것을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무력감을 주기도 한다. - P207

인간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 워커 Walkers들이다. 걷기는 몰 - P209

입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수단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걷기는 다른 두 가지 정신의 상태를 오가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마음을 비우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집중해야 할 특별한 생각이 없는 상태로 걸을 때 기억과 의미를 처리하는 뇌 영역전반에 거쳐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인 연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 P210

책 전반에 거쳐 살펴보았듯이 걷기는 우리를 또렷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벗어나 해결방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꿈에서 깰 때의 경계 또는 꿈꾸는 중의 상태와 비교할 수 있는 독특하고 놀라운 창의적 문제 해결 상태다. ‘한숨 자고 생각해보자 Sleep on it‘라는 표현은 수면의 재생과 창의의 힘에 대한 일상적인 증거이고, 수많은 작가들은 수면의 위대한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증언해왔다. - P211

내가 경험한 가장 좋은 산책은 친구와 가족과 함께 도시에서, 또 가끔은 시골에서 걸었을 때다. 기억에 가장 남는 산책들은 춥거나 화창한 날씨와 함께였다. 약간의 추위는 몸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고, 약간의 햇빛은 모든 것을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진다. 나는 특히 밤 산책을 즐긴다. - P217

사회적 걷기는 여러 가지 긍정적이고 강력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조금 더 사적인 일대일의 관계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사회에서 사회적 응집력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은흔히 함께 하이킹을 하거나 특별한 목적지 없이 대화를 하며도시를 걷고 함께 시위행진에 참여한다. 함께 걷다보면 앉아서 대화를 나눌 때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깊이 대화가 진전된다. 마크 트웨인은 이 생각을 다음과 같이 우아하게 표현했다.

보행의 가장 참된 매력은 걷기 그 자체나 경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데 있다. 걷기는입의 움직임의 타이밍을 맞추고, 혈액과 뇌에 자극을주어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주변 경치와숲의 향기는 무의식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고, 눈과 영혼 그리고 감각에 위안을준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대화에서 비롯된다. - P221

이 책을 읽은 후, 이 가르침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할 수는없을까? 한가지 방법은 워킹 앱Walking App을 사용하는 것이다. 알림 수신 설정을 하라. 오늘 몇 보를 걸었는가? 자신의 걸음수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 동일 연령대, 나라 평균도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를 조금 더 늘리기 위해 자동차를 목적지에서 조금 더 멀리 주차하고, 버스에서 한 정류장 더 일찍 내리고 가게와 학교로 걸어가는 것 같은 간단한 실천을 해볼 수도 있다. - P240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걷기는 우리의 사회적·심리적 그리고 신경 기능의 모든 면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개선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처방으로, 적든 많든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적당한 속도로 매일매일 자연 속에서도 도심 속에서도 수행해야 한다. 걷기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당장 나가서 걸어라.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오후의 햇살과 밤의 가로등 불빛이 눈동자에 비춰 춤을 추고,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발 밑의 땅을 느껴라.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걷기의 리듬에 맞춰 여유를 찾고, 마음과 정신이 떠돌고 고심하고 사색하고 과거로 여행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탐색하게 하라.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라. 걷기는 우리의 깊은 진화론적 과거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듯이 걷기는 우리에게 무한한 도움을 줄 때문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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