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한다는 것은 연주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들을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 클라우디오 아바도 - P5
"다들 클래식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도 모르겠는데", "왜 이렇게 어렵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 그러니 난 안 듣고 싶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차마 그 말을 못 하고 대신에 그 말이 "꼭 클래식을 들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아닌 질문으로 바뀌고, 나아가 "왜 클래식을 들어야 합니까?"로 전환된 것입니다. 클래식을 듣고 싶다기보다는 "클래식을 듣지 않으면 안 되냐?" 하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죠. 이것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죠?"라는 질문입니다. 어느 학생이 "나는 역사를 전공하려는데, 수학을 공부해야 해?"라고 묻는다면 이 질문 속에는 바로 "나는 수학이 어려워", "수학공부는 하기 싫어", 이어서 "수학을 안 하면 안 돼?"라는 속뜻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이 학생은 수학을 하는 이유를 묻지만, 실은 수학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 P31
우리는 평생 생산성生産性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새벽종이 울리고 새아침이 밝으면, 아침 공기도 즐기지 못하고 여명의 아름다움도 보지 못한 채로 일을 하러 튀어나갔습니다. 그 - P35
래서 주변의 모든 것에다가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하는말을 달고 살았지요. 즉 우리에게는 돈과 밥이 다였던 것입니다. 돈과 밥이 우선이요, 돈이나 밥이 나오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물론 돈과 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리고 이제거의가 밥은 먹을 수 있고 돈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쓸모 있는 일만 하고, 모든 것에서 쓸모만을 찾던 우리들……… 이제 쓸모없는 일을 해봅시다. 그것이 당신의 삶을 바꾸어주고, 여유 있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도록 해줄 것입니다. 클래식을 듣는 것은 실로 쓸모가 없기 때문에 가치로운 일입니다. - P36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클래식 음악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입니다. 클래식은 지금의 나를 보다 크고, 보다 가치 있고, 자족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그것이 우리가 클래식을 듣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목표를 지니고 듣는다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클래식은 듣는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나의 성장을 위해서 듣는다고 의식하면서 적극적으로 감상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 - P38
성장의 속도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클래식은 어떻게 나를 성장시킬까요? 클래식 음악은 우리가 발을 담그고 있는 이 번잡한 세상과 나를 유리流離시켜줍니다. 분리해주고 차단시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세상에서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게 하고, 남의 기준에 나를 적용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힘을 줍니다. 클래식을 듣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세상의 잣대로부터 벗어나서 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클래식을 듣는 행위는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무기 속에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 P39
고대 로마시대에 계급을 일컫는 데에서 클래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 로마 사람들을 6단계의 계급으로 분류했는데, 가장 놓은 계급을 라틴어로 ‘클라시쿠스Classicus‘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영어로 ‘클래스‘라고 하는 것이죠. 특히 이 클라시쿠스는 군대에 가지 않는 클래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권력이나 돈으로 병역의무를 피해가는 특권층을 가리키는 것이냐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습니다. - P51
그런 클래스에서 ‘클래식‘이라는 말이 나와서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클래식은 어떠한 분야에서 최상위의 가치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클래식이란 말은 "가치가 불변하고 영구적이며,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품위가 있으며, 절제되고 모범적인"이라는 뜻을 내포하게 되었습니다. - P52
우리가 듣는 클래식은 거의가 1600년 이후에 만들어졌고 주로 듣는 클래식은 대략 1700년 정도부터 1950년까지의불과 250년의 기간에 집중적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아마도 클래식 콘서트나 방송에 나오는 레퍼토리로만 살펴본다면, 이 250년 사이의 음악이 95퍼센트가 넘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바흐가 클래식 음악의 기초를 세웠던 약 1700년경부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1950 - P56
년 사이에 우리가 지금 ‘클래식‘ 안에 포함시키는 대부분의 음악이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에게는 지루한 설명일 수도 있는데, 늘 이쯤에서 ‘고전음악’과 ‘고전주의 음악‘을 혼동하는 경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체 고전음악(그러니까 클래식) 중에서도 ‘고전주의 음악‘이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까지의 채 100년이 되지 않는 기간의 예술 사조인 고전주의古典主義에 해당하는 음악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고전주의 음악은 고전음악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전체 고전음악보다는 시대적 범위가 좁습니다. - P57
그러므로 클래식을 듣는 행위는 내가 판단하고 내가 선택하고 나의 취향과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탐구하고 작품들을 섭렵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클래식의 대중화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대중이 한 명씩 개별화가 된 후에 각 개인이 각자의 클래식을 수용할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클래식의 가치를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 P74
첫째로, 클래식 감상은 시간을 투자하는 취미입니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입니다. 이 말은 다들 아시죠. 음악은 한순간의 예술이고, 그 순간이 사라지면 음악도 흩어집니다. 감상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물상으로 남아 있는 미술품이나 책으로 남는 문학하고는 다르죠. 물론 음악도 악보가 남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음악은 실제로 소리가 나는 순간에만 음악인 것입니다. - P77
둘째로, 클래식은 집중해서 들어야 합니다. 어떤 분은 클래식을 듣는다지만,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듣고, 공부하면서 듣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듣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 P78
셋째로,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은 적극적으로 들어야 합 - P79
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곡을 들을 때는 이왕이면 좌정해서 듣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음악회에서처럼 말입니다. 클래식은 원래부터 집중해서 듣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그러므로 소극적으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곡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멜로디가 어떻게 움직이고, 각 악기들(무슨 악기인지 모른다고 해도)이 어떻게 주고받으면서, 음악의 크기나 빠르기나 분위기가 달라지는가를 따라간다는 기분으로 들어야 합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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