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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평점 :
도서관에서 둘째가 읽을 과학 책 찾다 과학 분야 근처 스포츠 분야에서 발견한 책이다. ‘걷기’ 관련 책을 좋아해서(많이 읽진 않았지만) 덥석 집어왔다(옆에 있던 <요가의
언어>라는 책도 같이 집어왔는데 이 책은 읽지 않고 그냥 반납했다. 대충 넘겨본 책에서 보이는 동작들이 너무 고난이도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3기니>를 읽다가 도통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가볍게 읽으려고 펼쳤으나, 뇌과학자가 쓴 책이었다.
뇌과학자가 쓴 걷기 관련 책이라, 책이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역시 과학 싫어하는 나…), 아주 난해한 수준은 아니고 역시 다양한 뇌
관련 실험이 나온다. 걷기를 좋아하는 저자가 뇌과학적 관점에서의 걷기의 필요성,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걷기는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고, 내면을 자신과 차단시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역시 운전을 하고, 항상 기차를 타고
출근한다. 그러나 걷기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이동수단이다. 걷기로
많은 것을 해소할 수 있다. 걷기는 정신을 맑게 해 꼼꼼히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몸과 뇌의 경험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다른 종류의
움직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자전거, 기차, 버스와 같은 이동 수단은 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 환경과
단절시킨다. 기계적으로 전진하고, 때로는 유리 가림막 뒤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며, 충돌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 잡히고 새로운 노래를 찾아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거기엔 매우 특이한 수동성이 있다. 바로
앉아 있는데도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걷기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걷기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 발이 다른 발보다 앞서 나가고 자신의 동력을 사용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고 우리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P19~20
걷기를 좋아한다. 헤비 워커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꾸준하게 하고 있는 운동이 걷기다(지금은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있다. 3개월 완료하고, 4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러나 필라테스는 걷기와는 달리 언젠가 끝이 있을
운동이다). 지하철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하철을 싫어하는
이유로 - 지하철은 환승 포함 많이 걸어야 한다는 그 이유 -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한다. 지하철은 매일 일정 수준의 걷기를 강제할 수 있는 멋진 교통수단이다(물론
지하철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호주머니 속 개인 연구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가? 스마트폰 워킹앱은 걷기를 실천에 옮기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만보계는 나의 죄책감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나는 하루에
최소 9,500보를 걸으려고 노력하고 가능한 매일 1만2천 보 이상 걷기를 바라며, 1만
4천보 이상 달성한다면 아주 만족한다. 현재 나는
9,500 보라는 일일 목표는 거의 매일 달성하고 있고 한 달 기준 18일 정도는 1만 2천 보를, 10일 정도는 14,500보를 달성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만보기 기능이 없다면 매일 몇 보를 걷는지, 정확하게
오랫동안 기억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앱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기록한다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이러한 지루한 작업은 주머니 속 작은 로봇에 맡기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 P36~37
저자처럼 나도 스마트폰 워킹앱으로 매일 걸음수를 기록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만보계를 허리에 차고(삐삐처럼 생긴… 너무 옛날사람 인증^^;;) 매일 걸음수에 신경 썼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아이폰의
건강 앱으로 매일의 걸음수를 관리한다. 항상 만보를 마음속 목표로 삼았고, 첫해엔 연평균 7,425보를 달성했고, 이후 계속 꾸준히 올라가서, 2019년에는 연평균 9,967보로 거의 만보에 도달했고,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걸음수가 조금 줄었으나, 9,000보 이상은 되었다. 오늘 기준 2022년 평균 걸음수는? 9,514보~! 12월에 날씨가 추워서 평균보다 많이 걷지 못할테니 조금 낮아질 것 같다.
걷는 목표를 가지고, 계속 꾸준히 관리하면 자꾸 결과를 갱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더 열심히 걷게 된다. 알라딘도 독보적 활동이 생기면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독서와 걷기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2가지를 결합한 최상의 활동이다.
규칙적으로 걷기운동을 하는 이들은 단 며칠이라도 걷지 못하면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함을 느끼고, 때로는 기분도 우울해지는데, 이에 대한 자가 처방은 밖에 나가 걷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입증되지 않은 감정에 대한 과학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걷기, 특히 자연환경에서 규칙적으로 하는 걷기 활동이 실제로 기분을 더 좋게 한다고 밝혀졌다. 이렇듯 좋은 산책은 기분을 북돋아주고, 그 외에도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 P167
우리는 야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적게 시간을 보낸다. 미국에서 실시한 어느 대규모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사무실, 집, 가게와 기타 건물 안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87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어느 연구에서는 "앉아 있는 것은 오늘날의 흡연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 주장의 배경은 단순하다. 신체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도록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움직임이 없는 삶은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근육량, 근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장기간의 무활동 상태는 뇌에도 유사한 변화를 일으킨다. - P168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처럼,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기분이 좋지 않다(코로나 격리기간에도 독보적 채우려고 방부터 방까지 수시로
걸어다녔다…).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 노동자로, 수시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주어야 하지만 막상 일할 때는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 출퇴근 시에는
가급적 차를 타지 않고, 외부회의 시에도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고,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고 잠시라도 걸으려고 한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걷기를
좋아한다. 그중 내가 최우선으로 꼽는 걷기의 매력은 머릿속의 소란함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걷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하며 천천히 심사숙고할 자유를 준다. 오래전부터 걷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왔다. 고대 그리스의 소요학파 철학자들은 이동을 하며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학파의 어원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걷는다‘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걸으며 생각한 것만이 가치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 P191
역설적으로 걷기는 일종의 활동적인 나태함이고, 의식과 연결된 몽상에 빠지게 만든다. 걷기는 목적을 가진 행동이며
집중을 요하지만 딴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며, 이때 그날 하루, 지나간
하루, 앞으로의 1년, 지난 10년, 얻었거나 잃은 기회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율리시스》에서 작가 제임스 조이스는 이것을 잘 표현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걸어서 통과한다. 강도를 만나고 유령들을 만나고 거인도 만나고, 늙은이도 만나고 젊은이도 만나고, 아내와 사랑하는 형제들도 만나고,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면서 결국 자신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걷는
동안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다른 이들과 소리 내어 대화를 할 수 있고, 또 음악, 오디오북, 팟캐스트 등을 들을 수도 있다. 다른 이들과 함께 걷는 장점은 정보의 교환을 돕고 이 정보를 자신의 기억과 생각, 감정과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96~197
나에게 걷기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혼자 걷기도 좋고, 같이 걷기도 좋고, 도심 골목길 걷기도 좋고, 공원이나 시골길 걷는 것도 좋고, 여행 가서 걷는 것도 좋다. 혼자 걷을 때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냥 아무것도 듣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길을 걸을 땐 몸은 그냥 알아서 목적지를 가고, 머리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 대해, 회사일과 집안일과 책에 대해, 가족과 친구/동료와 나에 대해, 또는 엉뚱한 상상으로 마구 오가며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걸을 때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듯한 유체이탈의
느낌이 좋다. 걷다 보면 고민하던 문제와 걱정들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지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이 든다. 몸이 묵직해지는 만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 책을 읽은 후, 이 가르침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할 수는 없을까? 한가지 방법은 워킹
앱Walking App을 사용하는 것이다. 알림 수신 설정을
하라. 오늘 몇 보를 걸었는가? 자신의 걸음수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 동일 연령대, 나라 평균도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를 조금 더 늘리기 위해 자동차를 목적지에서 조금 더 멀리 주차하고, 버스에서 한 정류장 더 일찍 내리고 가게와 학교로 걸어가는 것 같은 간단한 실천을 해볼 수도 있다. - P240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걷기는 우리의 사회적·심리적 그리고 신경 기능의 모든 면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개선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처방으로, 적든 많든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적당한 속도로 매일매일 자연 속에서도 도심 속에서도 수행해야 한다. 걷기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당장 나가서 걸어라.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오후의 햇살과 밤의 가로등 불빛이
눈동자에 비춰 춤을 추고,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발 밑의 땅을 느껴라.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걷기의 리듬에 맞춰
여유를 찾고, 마음과 정신이 떠돌고 고심하고 사색하고 과거로 여행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탐색하게 하라.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라. 걷기는 우리의 깊은 진화론적 과거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듯이 걷기는 우리에게 무한한 도움을 줄 때문이다. - P241
저자의 결론처럼, 뇌과학은 잘 모르겠고, 그냥
걷자. 목표가 3천보든,
5천보든, 만보이든 각자의 사정에 맞게, 꾸준히
기록하며, 걷자. 그냥 걷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