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양극화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에 대한 물음_손화철

프랑스의 기술철학자 자크 엘륄은현대 기술이 자율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거기에 더해 기술(technique)과 구별되는 기술에 대한 담론(technologie), 즉 기술을 궁극적인 문제 해결의 전형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보았다. - P22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해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로 할루시네이션 현상과 편향성 문제가 있다. 할루시네이션 현상은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 P23

인공지능의 편향성 문제는 인공지능이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반영한결과를 산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교수‘는 남성과, ‘청소‘는 여성과 더가깝게 연결짓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상의 편견이 우리가생산하는 데이터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학습해서 나오는 결과에도 그런 편향이 묻어 있는 것이다. - P24

좀더 직접적인 경우로 인공지능의 기능을 위해 인권침해적 노동이용인되기도 한다. 주로 제3세계에 퍼져 있는 일명 ‘유령 노동자‘는 인공지능이 부적절한 내용을 산출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입력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가상의 질문을 던지고 부적절한 대답을삭제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때로 끔찍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거나읽어야 하고, 비정기적으로 불시에 부여되는 일감을 선착순으로 얻어내기 위해 상시 대기해야 한다. 작업의 질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지만, 실수도 반항도 용납되지 않고 노동자 인권은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챗GPT에 포르노 소설을 쓰라는 것 같은 부적절한 쿼리(정보 요청 명령문)를 입력하면 대답을 유보하는 것은 기술적 탁월함이 아닌 비인간적인 노동의 결과다. - P26

현대 기술사회의 사고방식을 ‘기술의 패러다임‘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문제풀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 P30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고, 그 해결책은 언젠가 발견되며, 만약 해결책이 없다면 처음부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패러다임은 모든 물음과 생각거리를 재빨리 문제와 문제 해결의 조합으로 바꾸어버린다.
기술의 영역에 특화된 이런 사고방식을 교육, 정치 같은 인간 삶의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기술에 대한 담론에서도마찬가지다. 기술에 대한 담론은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맴돌며 더 깊고 넓은 차원으로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문제와 문제풀이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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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_김정현

인공지능의 원리를 대단히 거칠게 요약한다면, 그것은 몹시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적당히 처리해서 결과물을 내놓는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컨대 지금까지 우리가 컴퓨터기술과 결부시켜온 엄격한 논리적 인과관계, 연산능력에 기초를 두고 있지 않다. 객관적으로 타당한 결과보다는 확률적으로 정답에 가까운 답을 내놓기위한 기술이고, 따라서 대단히 임의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술이다. - P3

삶에서 효율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아이들을 돌보고 친구나 노쇠한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말일까. 한편 의료, 정치,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인간은 무능력하고 무기력해졌다. - P5

위치정보시스템(GPS)에 의존하는 습관이 우리 뇌에 있는 해마를 위축시켜 인지장애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 P5

문화적 다양성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있어서 생태적 다양성만큼 불가결한 조건이다. - P7

생성 인공지능 시대와 시민사회의 과제_구본권

사람은 자신보다 훨씬 강한데다 작동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없다. - P14

블랙박스 인공지능이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 되고, 통제와 규제가 시도되는 배경이다. - P15

언급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블랙박스적 속성으로 인해 설명 가능한인공지능(XAI) 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성공한다 해도 매우 좁은 영역에서 제한적 효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국의 컨설팅기업 가트너는 생성 인공지능 플랫폼에 대해 규제당국이 유념해야 할 문제로 여섯 가지를 지목했다. ① GPT 모델의 설명불가능성, ② 부정확한 허구 답변(환각 현상), ③ 기밀 데이터 침해, ④ 편향성, ⑤ 지적재산권·저작권 위험, ⑥ 사이버 · 사기 위험이다. 모두 믿을 만한 해결책 마련이 어려운 문제다. 이는 생성 인공지능으로 인해 ‘탈진실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우려로 이어진다. - P17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식량과 정보가 부족했던 수만 년 전 구석기 환경에 적응된 두뇌를 갖고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말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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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띄엄띄엄 읽으니 앞 부분에 인상 깊었던 내용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네. 다시 찾아보며, 되새기고 읽고 싶은 책 추가하기.


 

조형근의 글 더 좋은 경쟁논리 대신 반전의 시대정신을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 '사다리를 걷어차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한들 오를 수 있는 사람만 오른다는 것. 결국 개인의 능력주의, 경쟁의 논리, 신자유주의의 시대정신에 따를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윽고 영국의 좌파사상가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말을 소개한다. "사다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다당신은 사다리를 혼자 올라간다그 결과 노동계급과 공동체의 연대감은 약화되고위계라는 독을 달게 만든다."
신자유주의의 강화 탓에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겼으니 그 사다리를 다시 이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소위 진보 개혁진영의 상식이 되어 있다하지만 사다리의 논리는 어떤 것인가그것은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능력에 따른 개인의 사회적 이동가능성이라는 문제로 대체한다사다리를 타고 오를 기회가 잘 제공되기만 한다면 불평등 자체는 아무리 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러므로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오를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다누가 그 기회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을까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모두 경쟁의 논리다신자유주의의 시대정신이 바로거기서 숨 쉬고 있다함께 돕고 기대자는 연대의 정신은 거기 없다. - P41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유래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최자영의 글 민중에 의한 권력통제와 분권으로도 흥미롭다.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지만 학교에서 배운(외운) 개념 이외에 민주공화의 의미도 모르고 살았다.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더 공부해야 할 문제.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한다민주와공화의 개념을 합쳐놓은 것이다그런데 민주(民主, demokraita)와 공화(共和, res publica)는 기원과 담기는 내용이 서로 같지 않다기원에서전자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후자는 로마의 공화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그 내용에서는 전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을 전제로하는 것이라면후자는 다소간 시민들 간의 불평등을 전제로 한 귀족공화정에서 유래한다. - P51

















미국과 서구의 지원 하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에게 행하는 끔찍한 학살, 인종청소에 대한 아론 마테의 글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그 기원에 관하여도 더 알아야 할 문제. 이 꼭지를 읽고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을 읽게 되었다.


이스라엘이 바로 그들 자신이 식민화한 사람들로부터 ‘자기방위를 하고 있다는 논리는이미 오래전부터 이스라엘 상층부가 채택하고 있는 입장이다. 1956년에 가자에서 이스라엘 병사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는데그 장례식에서 이스라엘의 명망 높은 군 지도자 모셰 다얀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늘 (팔레스타인살인자들을 비난하지 맙시다저들이 우리를 지독하게 미워한다고 개탄할 필요는 없습니다저들은 가자의 난민촌에 갇혀서 지난 8년 동안 꼼짝없이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자신들의 눈앞에서 우리가 과거에는 그들의 선조가 거주했던 땅과 마을을 우리 재산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말입니다."

다얀 장군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에 이스라엘 군대를 이끌면서 군사작전을 펼쳤던 사람이다그는 자신의 조국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들의 삶터를 빼앗아서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다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추방해온 일을 되돌리거나 바로잡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식민화를 더욱 공세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명했다. - P8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나희덕의 대담 생명을 이야기하는 문학을 읽고 그동안 관심만 가졌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읽어야겠다는 결심. 도서관에 대출예약 중.


예술은 인간을 넘어서 모든 생명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문학이 사람을 갑자기 변화시킬 수야 없겠지요. 그래도 문학은 끊임없이 인간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문학도 없고, 예술이 없다면 인간은 더욱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짐승과 다를 바가 없어질 것입니다. 저는 그런 맥락에서 이 시대 교육과 문화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오늘날 세계 어디에서나 문학을 비롯해서 교육과 문화가 타락하면서 인간이 대단히 왜소해졌어요. 잘 먹고 잘 자면 그걸로 만족하고 더이상의 욕구가 없는 것같이 보입니다. 뭔가 정신적인 것,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저는 대중문화가 인간을 작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문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111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정희진의 글 딜레마가 아닌 파국은 가장 먼저 읽은 글. 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지만.


<오펜하이머>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오펜하이머의 딜레마와 좌절이다. 자신이 만든 무기로 살릴 수 있는 인류와 죽어야 하는 인류. 그 자신 이후의 과학기술…. 미국이 수소폭탄을 개발하면 소련은 더욱더 강력한 수소폭탄을 개발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인간의 삶은 본디 딜레마와 좌절로 점철되어 있지만, 오펜하이머처럼 지구의사를 좌우하는 경우라면? 그는 모순된 인물이 아니라 엄청난 모순을 감당할 수 없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 능력이 책임감이라고 할 때,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 P200



 















현기영의 <제주도우다>에 대한 정우영의 서평을 읽고읽지 않은 책장에 있는 <순이삼촌>을 꺼내어 책상에 올려두었다.


광복의 1945년에서 대한민국 수립의 1948년까지를 흔히 해방공간이라고 하는데, 온 국민이 새 국가 건설의 꿈에 한껏 부풀었던 그때는 불행히도 한국사에 유례없는 무서운 폭력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삼 년의 기간을 지나면서 국가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거의 절반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제주도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당시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열정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그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는지, 삶과 죽음은 무엇이고 인간은 또 무엇인지를 작가는 이 소설에서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3, 361) - P237
































오랜만에 여유로운 토요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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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2-17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정희진쌤 부분만 홀랑 읽고 꽂아두었는데.... 햇살과함께님 글 읽고 반성하면서 책 꺼내둡니다.
잘 읽고 갑니다^^

햇살과함께 2024-02-17 11:33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녹평은 한꺼번에 읽지 못하고 주말마다 몇 챕터씩 읽고 있어요...
다음 호 오기 전까지 다 읽자 주의 ㅋㅋㅋ

페크pek0501 2024-02-17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평론, 모셔 두고 있어요. 저도 읽어야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02-17 15:23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답답한 현실에 자괴감이 들지만… 알아야하니까요^^
 

현기영 <제주도우다>

서평 정우영

현기영 <제주도우다>

광복의 1945년에서 대한민국 수립의 1948년까지를 흔히 해방공간이라고 하는데, 온 국민이 새 국가 건설의 꿈에 한껏 부풀었던 그때는 불행히도 한국사에 유례없는 무서운 폭력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삼 년의 기간을 지나면서 국가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거의 절반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제주도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당시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열정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그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는지, 삶과 죽음은 무엇이고 인간은또 무엇인지를 작가는 이 소설에서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3권, 361쪽) - P237

서평 온수진

역시 배신이야말로 달콤한 것. 이 책은 보고서가 아니었다. 아니, 보고서에 부합하는 내용도 조금은 있고, 오충현 교수(동국대)의 자세한 학문적 설명도 부연되어 있다. 하나 이 책은 마음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주 저자인 김성란 님은 마음을 다듬는 ‘평화의 씨앗‘ 활동가다. "씨앗부터 키우려면 씨앗부터 키우는 행위와 씨앗부터 키울 수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을 다듬지 않고 하는 행위와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마음 다듬기는 어느 쪽이든 빈 수레가 되기 쉽다. 건강한 숲을위해 씨앗부터 키우는 노을공원시민모임과 행위에 담긴 인식을 살펴마음을 다듬는 ‘평화의 씨앗‘이 손을 잡은 이유다." 즉,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행위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에, 나아가 행위와 마음이 순환하고 연결되는 것에 집중한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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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되 중심이 되지 말라"_정성헌/이문재

밥운동, 물운동, 불운동 셋이 맞아떨어져야
정 맞아, 애들이 안 움직이잖아요. 어제 TV를 보니까 서울시내 애들 중 놀 데가 없는 애들이 80%가 넘어요. 먹고 뛰어노는 게 기본인데. 하루에 필요한 활동량을 계산한 게 있어요. 13세까지는 일일 활동량이 2만 보 이상이래요. 그래야 건강한 몸이 된답니다. 19세까지는 1만8,000보고, 어른들은 7,000보 이상이면 괜찮대요. 그런데 기분 좋게 걸을 데가 마땅치 않아요. 난 조금만 살펴보면 생명사회를 만들 수 있는생활운동은 아주 쉽다고 봐요. 문제는 지나친 디지털화예요. 이런 연구결과가 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5살이 될 때까지 4만 회 이상 질문을 - P173

해야 뇌가 정상적으로 발육이 된다, 그런데 온갖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차단하고 있어요. 애들이 자극적이고 빠른 것에만 반응을해서 즉자적인 인간이 되어버린다고.

이 ‘가속 노화‘라고 있다던데요.
정 그래요, 젊은이들이 빨리 늙어가요. 어린이 성인병까지 생겨나잖아요. 이거는 전적으로 잘 먹지 않고 잘 움직이지 않고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거거든. 이걸 역으로 뒤집으면 해결이 돼요. 덜 소비하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교육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 내가 인생과 사회의 주인으로 사는 것과 디지털문명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봐요. 이렇게 진짜 인문적교양을 쌓게 하면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오지 않겠어요.
어쨌든 나는 밥운동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밥을 제대로 먹으려면 땅하고 물을 살려야 하는 거고. - P174

인터뷰 마무리로 대담집 마지막에 실린 ‘정성헌의 귀띔 40가지 중 일부를 옮긴다. 선생의 운동론과 구체적 실천 지침, 사상, 비전이 압축되어 있다.

• 보고 싶은 사람이 돼라.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훌륭한사람은 보고 싶은 사람과 똑똑한 사람을 넘은 그 무엇일 것이다. 남이있어야 내가 있다. • 마음의 스승을 모셔라. • 나의 분신을 찾아라. 나와뜻을 함께할, 나보다 더 훌륭하게 일할 좋은 사람을 찾아라. 그런 사람이 많아야 튼튼한 조직이 된다. 크게 생각하고 멀리 보되, 실행에서는작은 일부터 구체적으로 면밀하게. • 운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이다. 교육에 충실하라. • 그 사람이 주체가 되게 하라. 남을 운동하게 하는 게운동이다. • 강사가 돼라. 강사가 되면, 누군가를 가르치면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 • 쉬운 말을 써라. • 반드시 현장을 조사하라. 현장을 조사하면 그 과정에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운동을 하게 된다. 공을 세우려 하지 말고 일이 되도록 하라. • 중심이되 중심이 아니어야 성공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냐‘는 측은지심을 가져라. • 풀을 아끼는 게 나를 아끼는 것이다. 시민을 넘어 천지인민, 국민 5% 즉 250만 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상유십년(尙有十年)!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의 시간이 있다. 3년간 해보고 1년 조정기를 거쳐 다시 3년씩 두 번 더 해보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 P177

이 들녘이 낯설다_최용탁

내가 다섯 살이던 1969년에 아버지는 당시 열풍처럼 일어나던 이농을 감행, 가족을 이끌고 서울로 갔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우리가 처음자리를 잡은 곳은 청계천 둑길 아래 철길이 지나가던 판잣집이었다. 얇은 합판을 얼기설기 붙인 두어 평 남짓한 박스 같은 집에서 할머니와고모까지 여섯 식구가 살았다. 아버지는 고물상으로, 어머니와 고모는방직공장으로 일을 나가면 동생과 나는 밖이 무서워 나가지도 못하고종일, 기형도 시인의 표현대로 ‘찬밥처럼‘ 집 안에 담겨 웅크려 있었다. 거기서 채 일 년도 살지 못했다. 어느 날 판잣집이 헐린다 했고 곧 우리식구는 군용트럭에 세간과 함께 어디론가 실려 갔다. 그곳이 지금의 성남, 당시에 광주대단지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요컨대 대대적인 서울 판잣집 철거에 따라 강제이주를 당했던 것이다. 산을 밀어 황토가 발목까지 빠지던 수진리고개 근처에 천막을 치고 아버지는 불하받은 땅에 벽돌을 찍어 직접 집을 지었다. 하지만 기반시설이 전혀 없이 수만 명을강제로 몰아넣은 광주대단지는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나마 방두 칸짜리 벽돌집이라도 서둘러 지은 우리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곳곳에 겨우 천막을 치고 하루 먹을거리를 찾아 눈에 불을 켠 사람들이아귀다툼을 벌였다. 내 기억이 그 무렵부터는 아주 선명하다. 아버지가일하던 고물상에 종일 붙어 앉아 폐지로 들어온 만화책으로 글을 익힌다음 닥치는 대로 만화와 잡지 따위를 읽었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이 거친 어른 남자들의 드잡이와 욕설, 툭하면 일어나던 칼부림까지 어린 내게 심연으로 남은 시간이었다. - P180

위기 이후의 경제철학을 위하여_홍기빈

이는 진화를 유전자의 변화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편향을 보여주는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찰스 다윈이 개진했던 진화이론은 유전자와 무관한 것이라는 점, 유전자의 발견과 연구는 20세기의 산물이지만 다윈의 진화 이론은 그 훨씬 전인 19세기 중반에 발전되고 개진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여, 다윈이 제시하였던 진화의 핵심 개념은 자연선택과 생물종의 적응변화, 두 가지이며, 이 두 개념은 유전자와 같은 좁은 의미의 생물학적 현상으로 국한될 이유가 없다. 생명체의 적응 노력은 한시도 쉬지 않고 또 무한히 다면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자연의 선택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 P185

딜레마가 아닌 파국_정희진

이는 안보 딜레마의 원리가 가져오는 평화와 비슷하다. 안보 딜레마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자위력 행사‘가 주변국의불안을 일으켜 다른 국가 역시 군사력 증가로 대응함으로써, 군사력 상호 경쟁의 안보 불안을 말한다. 이 불안은 모두가 총을 들고 있지만 쏘지는 않는 상태 혹은 쏘겠다고 협박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쟁의 기운은상존하지만 전쟁은 아니다.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가짐으로써 유지되는 전쟁 없는 상태, ‘평화‘다. - P197

<오펜하이머>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오펜하이머의 딜레마와 좌절이다. 자신이 만든 무기로 살릴 수 있는 인류와 죽어야 하는 인류. 그자신 이후의 과학기술…. 미국이 수소폭탄을 개발하면 소련은 더욱더강력한 수소폭탄을 개발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인간의 삶은 본디 딜레마와 좌절로 점철되어 있지만, 오펜하이머처럼 지구의사를 좌우하는 경우라면? 그는 모순된 인물이 아니라 엄청난 모순을 감당할 수 없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 능력이 책임감이라고 할 때,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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