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6년 동안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짓고 씨앗을 보급하며 씨앗 살피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경이로움 때문이다. 같은 일인 것 같지만매년 다르다. 씨앗 한 알은 항상 자연의 관계에서 매년 새로운 이야기가되어 나온다. 같은 콩을 심었는데 파란콩과밤색콩, 등틔기가 나오고,
키가 작은 것을 심었는데 키가 큰 것이 나오고, 같은 씨앗이 나오더라도 저마다 다르다. 가뭄에도 자라는 것을 보면서 씨앗이 어떻게 땅과 하늘, 수많은 미생물, 나의 노동과 어우러지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재미는보통 농부의 즐거움과 다르다. 재배와 판매에 목적을 두는 농부는 수확량에만 목표를 두지만 나는 씨앗에서 다시 씨앗으로, 씨앗과 내 몸의 작용까지 전 과정을 참여하고 관찰하면서 자연의 이치를 꿰뚫는 통찰력을 얻는다. 해마다 눈이 있되 다 보지 못했던 것들, 귀가 있되 다 들리지않았던 것들, 코가 있되 냄새를 다 맡지 못하는 것들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직관력까지 얻는다. 겨자씨만 한 한 알의 씨앗이 해를거듭할수록 거대한 나무로 자라고, 뿌리로부터 수십 미터 멀리로 뻗어가는 가지들에 어떻게 영양분이 전달되는지, 나무를 해부하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교한 원리로 수백 수천 년 이어지는 자연의 섭리는 경이롭다. - P188

자급의 아름다움은 마음을 스스로 짓는 일이며 몸을 스스로 짓는 일이며 이것은 곧 하늘의 뜻이다.

- 변현단 - P195

헤시오도스 시대 이래로 웬델 베리만큼 농사(農)의 대의명분을 웅변적으로,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제시해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글이 특히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삶과 그의 말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인데, 나는 앞으로 두 세기가 지나도 안목있는 독자들은 웬델 베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를 읽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 P196

두 번째로, 농본주의자들이 묘사하는 상냥한 세계는 사실은 실제로존재했던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 따르면, 농사와 농촌생활은 지루하고 고단하고 불안정하고 성차별적이었다. 나아가, 농본주의는 실은 토대부터 불의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서든 땅은 선주민으로부터 빼앗은 것이기 때문이다. 농장생활은 고되며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 농본주의의 세계는 남성들이 지배하며 여성과 아이들, 자연에는 극히 불리한 곳이다. 또 농사일은 힘들기 때문에 다른 재능이나 관심이 계발될 여지가 없고, 그래서 인간의 잠재력과진정한 문화가 꽃피지 못하고 좌절된다. 농촌공동체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서 폐쇄적이며 적대적이다. 최악의경우에는 폭력적이고, 사람을 구속한다. 농본주의라니, 사라져서 속이시원하다! - P198

예를 들어서, 현재미국에서 농업정책이라고 하는 것들은 한마디로 각종 보조금으로 구성된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인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농산업 및 기업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주면서 과잉생산을 부추겨서, 미국을포함한 전 세계 소농들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모두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일이다. - P204

그렇다면, 복합영농을 하는 작은 농장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농사와 접촉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 - P206

은, 단순히 우리가 식품을 생산하고 농촌지역을 조직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즉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둘러싼기본적인 사실들에 관해서 사고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산업농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죽음을 감추어 도살을 ‘효율적‘으로만들어왔고, 그 결과 죽음은 추하고 불경한 것이 되었다. - P207

"농본주의 사회에서 삶(生)은 영웅적인 것이 아니다. 농부에게 죽음을부정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농본적 삶이란 특정 장소의 생태적) 건전성과 장기적인 생산성을 보존하려는 노력 속에서, 생사(生死)의 현실들과 참을성 있게, 힘들게 타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오늘날 가족농과 농본주의가 배척을 받고 있는 까닭에는 그런 점도 일부 기여하고 있을지 모른다. 좋은 농사는, 웬델 베리에 의하면, 견실함, 힘든노동, 친밀한 이웃관계, 실질적인 유능함, 검소함,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바로 그런 자질들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고도망치고 있다. 죽음, 시간, 노동, 자연 그리고 인간본성과 아예 절연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 데이비드 오르 - P208

좋은 도시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우리나라 도시사회학계의 원로였던 강대기 교수는 ‘걷고 싶은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단언했다. 문자 그대로 걷기에 편안하고 잘 정비되어 있으며, 환경적으로도쾌적하고, 차량의 위협으로부터도 보호되며, 제인 제이콥스가 언급한
‘길 위의 눈‘이 많아서 사회적 위협에서도 안전한 도시, 다양한 서비스기능이 한군데 모여 있어서 도보나 자전거 통행만으로도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도시, 공원이나 공공도서관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사회적 자본이 형성될 수 있는 시설들)가 충분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동시에 차이가 인정되고 수용될 수 있는 포용적인 도시라면 좋은 도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P214

도시의 변화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물리적 요소이며, 물리적 요소의 변화를 통해 공동체의 참여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존엄성과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파하르도 시장은 이러한 사회적 도시계획‘에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였는데, 쿠리치바시장 자이메 레르네르가 대중화한 ‘도시침술‘ 전략이다. 도시침술이란 특정 지역에 자극을 주어서 주변 지역을 되살리고 생기가 돌게 만드는 도시재생 전략이다.

- 이상헌 - P217

스위스의 세계적인 조력존엄사단체 디그니타스의 대표도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려면 모든 국민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공의료시스템과 통증완화 의료제도도 동시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유영규 외,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 P225

내가 나이 듦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나이 듦은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계급이나 성별, 가족관계에 따라 각자 다른 의미상 속에서 경험된다는 사실이었다. 죽음 역시 그러한 게 아닐까?

- 이희경 - P227

최근 들어 동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동학의 제2대 지도자이자 한살림운동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한해월 최시형이다. - P228

손병희는 거동이 불편한 최시형을 가마로 메고 다니느라 어깨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였다고 한다(238쪽). 이러한 사실은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한 연속성을 말해준다. 실제로 최시형이 이끌었던 동학농민혁명은이후에 손병희가 기획한 삼일 독립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손병희에게 있어 삼일만세운동은 동학농민운동의 재봉기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국사 시간에 양자를 마치 별개의 사건인 양 공부했다. 두사건 사이에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 사상적 연속성을 놓친 것이다.」그러나 사상적으로 보아도 <삼일독립선언서>는 개화파보다는 개벽파의 작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1980년대에 한살림운동을 전개한 무위당 장일순은 삼일만세운동에 나타난 비폭력은 동학의 정신이라고 하였다(김익록 엮음,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113쪽). 그런 점에서 최시형은 이후의 삼일운동, 한살림운동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P235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최시형은 관군의 추격으로 도망자 생활을 하면서도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구었다고 한다. 이에대해 제자가 "직접 드시지도 못할 채소는 심어서 무엇하시렵니까"라고묻자, "이 집에 오는 누구라도 먹고 이것을 쓴다면 안될 일이 뭐가 있겠느냐"라고 답했다(246쪽). 이 대화는 최시형이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했음을 말해준다. 그 정신과 실천을 동학에서는 ‘개벽‘이라고 하였다.

- 조성환 - P236

이 이야기는 실화다. 2023년 봄에 일어났던 유전자변형(LMO) 주키니호박 사태의 발단이다. 검역기관과 식약처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아무도모르게 우리 식탁에 유전자변형작물이 올라왔다. 소비자들과 생협은엄청난 충격과 함께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무고한 농부는 생계도 잃었지만 정부는 책임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나이 든 서러운 농부, 기후재난, 거짓말하는 장관, 농민에게 유독가혹한 정부, 음흉한 종자회사, 재앙적 과학기술의 침투, 아무 일도 안한 검역기관, 국경을 넘어 어디든 가는 택배, 위태로운 한국 유기농업의 현실 한 조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 P238

옛날 농부들은 수챗구멍에 뜨거운 물을 버리지 않았다. 땅속에 살아있을 벌레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 - P241

작은 미생물과 서러운 농사꾼과 오늘 저녁 밥상, 그리고 10년 후 살아갈 세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밥 한 그릇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은 선문답 같은 비유가 아니라 정말 한 끼 먹을 때마다 세계 먹거리체계의 그물망을 압축시켜 끌고 오는 우리 식탁에도 적용되는 것같다. 그 밥 한 끼니를 식탁에 올리느라 인간들과 비인간 생물들의생명과 삶터를 파괴해도 그 과정은 숨겨지고 보이지 않는다. 그 참혹함이 눈에 보인다면 우리는 도저히 밥을 먹지 못할 것이다.

- 조미성 - P243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나 SF소설가 테드 창 같은 인물들이나서서 챗GPT가 정말 ‘지능‘이라 할 만큼 정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따져 물었다. - P244

존스는 이런 새로운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것을 전제로, 미세노동이 오히려 자본주의에서 해방된 생활양식을 탄생시키는 배양실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 장석준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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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따지는 책이 나왔다. 가상공간에서 친구 맺은 이의 글과 사진에 호의로 클릭한 ‘좋아요‘는 개인 컴퓨터나 핸드폰에서 일곱 단계의 층을 거치며 전기를 소비한다는데, 저자는 ‘디지털 오염‘을 주목한다. ‘녹색‘, ‘친환경‘, ‘지속가능‘ 같은 어휘로 홍보하는 디지털통신은 온갖 자료를 대륙과 우주로 이동시키느라에너지를 낭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막대한 통신장비의 유지와보수, 그리고 각종 장비에 들어가는 희귀금속의 채굴, 가공, 폐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막대하다는 거다. 도로를 달리는 내연기관 못지않다는데, 우리는 인터넷 없는 디지털은 상상하지 못한다. 챗GPT는 인터넷통신이 소비하는 전기의 10배 이상을 요구한다고 한다. - P116

4월 둘째 주 주말에 만개하던 수도권의 벚꽃이 올 3월 넘기자마자 일제히 만개하더니 느티나무 가로수는 4월부터 그늘을 펼쳤다. 보름은 빨라진 느낌이다. 3월 벚꽃에 꿀벌 한 마리 없었는데, 근린공원의 4월 양버즘나무 잎사귀에 애벌레가 보이지 않는다. 애벌레 없으니 새가 모이지 않는다. 씨줄과 날줄로 이어진 생태계는 혼란스럽다. 환경부는 금세기 마칠 즈음, 한반도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사상에사과를 올릴 수 없다는 뜻인데, 그 무렵 자손은 선조를 어떻게 기억할까? - P117

만년설이 녹으면 영구동토에 얼어붙은 동물의 사체가 드러난다. 시베리아에서는 출토되는 매머드 상아로 일확천금을 꿈꾼다는데, 상아와더불어 얼어붙었던 바이러스까지 퍼질 수 있다. 기후위기는 감염병 창궐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전문가들은 경계한다. 숙주 유전자에 끼었던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해 현존하는 생물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얼어붙은 과거의 생물에서 진화해 현재 분포하는 생물이 위험해질 수있다. 문제는 그중 사람과 동물을 동시에 감염시키는 인수공통바이러스로, 티베트고원도 예외일 수 없다.

- 박병상 - P118

요컨대 코로나에 대한 의료대응 측면에서, 한국은 민간자원을 거의동원하지 않고 공적 자원은 보건의료 기능의 근간까지 파괴해 총력 동원하는 방법을 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민간에는 코로나 보상금 명목으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지금도 버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으나, 공공자원은 일시적 지원이 끝나고 긴 어둠만 기다리게 만들었다. 코로나 손실보상금은 2023년 3월까지 총 8조 6,544억 원이 지급되었는데, 만약 2,000억 정도가 소요되는 훌륭한 공공병원을 10여 개 짓고운영했다면 지금쯤 공적 의료체계가 강화되고 다음 팬데믹에 더 훌륭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근시안적 정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정형준 - P129

그래서 왜 이렇게 민간기업들이 여기저기서 산업단지를 추진하는가 하고 조사해보니까, 2008년 특례법이 나오더군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1호 법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인데,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그 법을 그때 알게 되었어요. 결국 단순히 자본주의 기업들의 횡포라기보다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죠.

산업단지와 관련해서는 그렇습니다. 민간기업들이 주도하는 지방산업단지가 이렇게 많이 무분별하게 추진된 것은 특례법 영향이 큽니다. 그 전에는 국가·지자체 주도 산업단지가 많았다면 특례법 이후엔 민간기업들이 산업단지를 주도해왔어요. 심지어 어떤 경우엔 산업단지한다고 하고 아파트를 짓기도 해요. 택지개발사업 절차를 밟는 것보다 특례법을 활용하면 인허가가 쉬우니까요. 폐기물처리 단지를 만들면서 산업단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문제는 여야 차이가 없어요. 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어쨌든 민주당이 비판적으로 거론하잖아요. 그렇지만 산업단지 특례법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아요. 민주당 정치인들도지방에서 산업단지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죠. - P145

발전원이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바뀌었다고 해서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요.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발전단지나 송전선 인근 주민들에게는 똑같은 폭력일 뿐입니다. - P147

진천에는 산업단지가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서 도시인지 농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예전 구로공단 같은 것들이 전부 농촌으로 오면서 이렇게 된 것이죠. 서울에서 굴뚝이 사라진 대신 농촌에는 어마어마하게 굴뚝이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렇게 농촌주민들의 피눈물 위에 세워진 산업단지인데 실제로 공장들이 다 입주해서 가동이 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 P148

오랜 삶터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이 쫓겨나고 귀한 농토가 산업폐기물로 오염되는 일들이 무슨 국가나 지자체가 공익을 위해 하는 일도 아니고, 민간 대기업 돈벌이를 위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주의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죠. 산업단지가 들어와야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좋아진다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어요. 지방자치단체장은 실적이 된다고 생각하죠. - P149

전국적으로 보면 충청도가 수도권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니까 현재 충북에 굉장히 많은 산업단지와 폐기물 매립장, 소각장 등이 들어와있고 충남에서도 계속 시도되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다시 말하지만, 이게 다 민간기업이 하는 거라는 거예요. 생활폐기물을 지자체가처리하니까 흔히 오해를 하는데, 산업폐기물은 민간기업의 돈벌이 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폐기물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이윤이커지니까 바람직한 거예요. 도시에서는 이 문제가 눈에 안 보이니까 산업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도, 관심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전체 폐기물 중에 생활폐기물은 12% 정도이고 나머지 88%가 산업폐기물인데, 대부분의 언론이 생활폐기물 얘기만 하잖아요. 산업·의료 폐기물로 민간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문제의식이 없어요. - P150

주민들이 사업의 실체를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아까얘기한 예산 신암면 조곡리에서 SK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 명칭이
‘그린컴플렉스‘예요. 자원순환시설이라고 했는데 내용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었던 것이죠. 이름도 늘 이런 식으로 지어서 사람들이 좋은 건가보다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요. 기만하는 것이죠.

가장 큰 문제는 자본과 나쁜 정치가 결합을 해서 농촌을 이윤추구공간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촌이 만만한 거예요. 반대도 약할 것 같고, 땅값도 쌀 것 같고, 여기선 뭐 좀 나쁜 짓 해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계산도 있겠죠. 그래서 제가 정치의 문제라고 누누이 말하는 거예요. 도시에서 토지강제수용하고 산업폐기물 묻겠다고 하면 난리가 나겠죠. 군청 소재지가 있는 읍에서도이런 일 안합니다. 가장 외곽에 있는, 인구 적고 고령화된 가장 취약한면 지역 마을에서 하죠. - P152

우리가 농촌문제라고 얘기하지만, 산업시설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사실 이건 도시문제죠. 도시의 짐을 모두 지고 있는 농촌이 지금우리 사회의 시야에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농촌·농사를 천대해서는 사회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있잖아요. 우리 정부가 자급률을 제고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그런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70대 이상 농가경영주가 이미 42%가 넘어요. 농지는 해마다 1.2%씩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10년쯤 지나면 농사지을 사람도, 땅도 없다는 이야기죠. 농촌이라는 공간을 보존하고 농토를 지키고 어떻게든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민을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사회와 국가가 농사를 천대하고 무시하고 있어요. 정부가 자급률 얘기하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이죠. 농림축산식품부는 법에 따라서 계획을 세워야 할 의무가있으니까 식량자급률, 곡물자급률 올리겠다고 목표는 제시하지만, 실제 자급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떨어져왔죠. 앞으로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윤석열 정부도 식량자급률 올린다고 하면서도 국가산업단지 15개 조성한다고 발표했어요. 그게 어디에 들어서겠어요? 최근20년 동안 산업단지로 전용된 농지면적이 충남에서만 700만 평이에요.
또 국회에서 예산심사할 때 보면 늘 신규 도로건설 예산이 들어가 있는데, 도로도 농지하고 임야 덮어서 만드는 거예요. 공항 건설도 그렇고,
농지 잠식할 온갖 개발계획 다 통과시키면서 식량자급률 올리겠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죠. - P153

경제관료나 주류 정치인들은 농업은 없어져도 좋은 산업 정도로 생각하겠지요. 농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아깝다고 하는데, 다른 산업들에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돈은 얼마인데요. - P155

‘지역균형발전‘이라고 부르짖는데 열쇠는 농촌에 있습니다. 농촌이 피폐해져서 균형이 깨진 거예요. 독일이나 프랑스를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우리처럼 극악하지 않은데, 독일은 연방제고 프랑스도 지방분권이 잘되어 있는 나라죠. 농촌지역은 읍·면 단위 자치를 하고 있어요. - P161

농촌을 지키고 농업을 유지하려면 읍·면 자치를 부활시켜야 합니다. 읍·면 자치는 원래 우리도 했어요. 1961년에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서 폐지된 거예요. 그 전까지 읍장이나 면장, 의원과 면 의원 선출했고, 조례도 만들고 예산심의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것 다 했어요. - P162

어떻게 전국정당이 시골 구석구석까지 챙기겠습니까. 읍·면 자치를 하려고 하면 읍이나 면에도 정당이 있어야죠. 지금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정당법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어 있습니다. 국회에서 정당법을 바꾸는 게 가장 간단하지만 한국 국회는 그야말로 서울과 기득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라서…. 사실 이것도 5·16쿠데타 이전으로 회복하자는 것에 불과한데 말이죠. - P165

국가 차원에서 추첨제 시민의회가 정치기구로서 법으로 보장되기 이전이라도, 생활영역에서 승자독식을 거부하고 추첨이라는 방법을 도입하고, 선거를 해야 된다면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든지 해서 우리 안에서부터, 일상에서부터 승자독식 문화를 깨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치기사가 생산되는 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정치인이나 관계자라는 사람들 말을 받아서 다른 매체보다 먼저 보도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까 정말로 시민들이 알아야 될 제도에 관해서는 요령 있게 맥락을 가지고 보도가 되지 않고, 정확하지 않은 기사들이 양산되는 것이죠.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해서 나오는 의견이 중요하지,
지금처럼 엉터리 같은 보도들을 쏟아내면서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은진정으로 국민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죠.

- 하승수 - P168

도덕·정치·사회 철학의 중심적인 과제로 재차 부상했다. 자유주의가 통합을 위한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은, 이해할 만하게도, 특정 의미와 실질적 가치를 담은 목적지향적 법질서의 구축을 포기하고,
추상적·보편적인 제도적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자유주의의 이성도 가치와 도덕의 화해와 합의의 지난함 혹은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
곧 도덕적 입장은 이성으로 논증될 수 없고 도덕적 차이는 이성으로 중재될 수 없다는 무력감의 자각에서 오는, 요컨대 ‘도구적 이성‘이었다. - P171

테일러는 17세기 과학혁명의 유산, 특히 인식론과 과정에 집착하는도구적 이성관이 철학 전반을 넘어 현대 문화와 현대인의 의식 전반에스며들었다고 탄식한다. 그리고 인간학 탐구를 자연과학에서처럼 인과적 규칙성의 발견과 동일시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단언한다. 가령 텍스트에 대한 독해는 늘 부분적이어서 타자의 해석 (역시 부분적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선과 가치를 취급하는 초월적·존재론적 명제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최종적인 언명을 할 수 없다. 그가, 끝없는 ‘비교판단‘을 통해 ‘오류를 제거해나가는‘ 이행(行), 곧 ‘해석학적 순환‘에서 ‘실천이성‘ (도구적 이성과 대비된)의 역할을 살피고, H. G. 가다머의 ‘지평들의 융합‘ 개념, 폴 리쾨르의 내러티브 이론 등을끌어와 해석학적 인간의 불가피성을 주목하는 맥락이다. 도덕적 근원을 표출하는 일도 해석, 설득, 수정, 재해석의 "지속되는 과정"인바, 그자체가 논쟁적이기 때문이다. - P172

특히 오늘처럼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선불평등한 것들을 평등하게 대우한다는 것과 공평무사하다는 것은 전혀다른 문제일 것이다. 테일러에 따르면, 국가중립성이란 "자유주의의 허세"에 불과한,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개념이다. "중립이란 없거니와, 중립적 자유주의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현실세계와는 무관한 천사의 관점일 뿐이다." - P178

1이 모두가 시사하는 바는, 분배정의를 위한 단일의 원칙군을 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평등 원칙과 기여 원칙이 대립하고, 분배정의에 관한 수학적 증명이나 도식주의적 환원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질문과 답변을 판단하는 결정적 준거란 없다. 특정 사회에서 무엇이 정의로운지를 결정하는 일은 역사, 경제, 통합 정도에 비춘, 그 사회에 적합한 가중치와 관련된, 비환원적 원칙들을 상호적으로 결합하는 문제인 것이다. - P182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열린자세일 터인데, 민주주의는 철학자 톰 네이글이 말했던 "인식론적 절제"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동원하는 길고 지루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가령 분배정의에 접근한다면, 결정적인 분배 원리를 지시하는 ‘철학자의 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공감할 만한 원칙들에서 만족할 줄아는 것이 중요하다.
테일러의 저술에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상대 주장에서 최상의 것을 포착하려는 ‘정신의 너그러움‘이 일관되게 포착된다. 인식과 도덕이불완전한 인간은 ‘인식론적 잠정성‘, 해석학적 순환의 운명에 갇힌 존재이며 어둡고 흐린 거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본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석양이 돼야 날기 시작하고, 모든 학문에 통달했다는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기에 이르지 않는가. 그리하여 테일러는 인간학이 미래를 자연과학적으로 예측한다는 오만을 버리라고 충고하며, 자유주의의위기와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한다.

- 고세훈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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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모든 무기는 적군만 요격할 뿐 민간인과 다른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된다. 베트남전쟁의 네이팜탄도, 베트남 삼림의 5분의 1을 고사시킨 고엽제도 적의 은신처와 군사시설을 없애기 위한무기였을 뿐이다. 이 둘 모두가 민간인과 생태계에 미친 고통이 너무크다는 점에서 금지된 무기가 된 것은 베트남전쟁 이후의 일이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 고도화된 요격기술로 민가에 타격 없이 군사시설만 대상으로 전투를 치를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전쟁은 전투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파괴 역시 격전지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 P90

쟁도 계속되고 있다. 영국을 기반으로 군사활동으로 인한 비인도주의적 피해와 환경문제를 연구하는 민간단체인 갈등·환경관측소(CEOBS)는 이번 IPCC가 호소하고 있는 전인류적 노력의 대상에서 군사활동은제외되어 있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 이들은 IPCC가 군대와 군사활동의온실가스 배출량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국가 간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94

그러니까 전쟁은 전 인류가 기후위기의 살얼음판 위에서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인류가 발 딛고 서 있는얼음판에 불을 붙이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의 전쟁은 그 자체로 인류를 기후위기에 고립시키는 잔인한 범죄행위 그 자체다.

- 배보람 - P96

비폭력행동의 유효성이 증명되다
대부분의 경우에 전략적인 비폭력행동이 무장투쟁보다 효과적일 수있다는 사실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프리덤하우스가 내놓은 최신 연구에 의하면, 지난 35년 동안 독재에서 (다양한 수준의) 민주주의 체제로이행한 약 70개 나라를 조사해본 결과, 아래로부터의 무장투쟁 또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해서 그런 변화가 이루어진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더욱이 외국의 개입(침략)으로 민주주의가 도입된 곳은 거의 없었다. 약 4분의 3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로의 변화는 비폭력적 수단을 사용한 민주적 시민사회 조직들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 스티븐 준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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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9년 만에 최종 승인한 제6차 종합보고서(2023)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앞으로 10년‘이라고 못박았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2040년에는 지구 기온 상승 1.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 P51

한편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내놓은 <기후불평등보고서 2023〉은1990년 이후 온실가스배출량 증가의 4분의 1이 전세계 상위 1%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 P51

<개미와 베짱이>는 아니타가 살고 있는 말라위 브와브와에서 시작하여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끝이 난다. 영화의 이러한 구조는 우리들 삶의 문제는 언제나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자리에서 시작되며 그 끝도 마찬가지라는 제작자의 의도를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아니타의 삶은미국행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없이 지속된다. 아니타는 여전히 마을사람들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실천을 지금도 해나가고 있을것이다. 농부로서 여성으로서 기후재난의 최전선에서 마을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 정형철 - P57

우크라이나는 이번 침공에서 러시아가 장악해 독립국으로 선포한 동남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돈바스 지역뿐만 아니라 2014년에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상당부분을 점령한 남부의 헤르손과자포리자 지역까지 반환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범재판을 통해 침략자들을 처벌하고 전쟁배상까지 하라고 요구한다. 이것이 우크라이나가 내세우고 있는 휴전 또는 종전 조건이다.
러시아가 제시하는 조건은 그 반대다. 즉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령한지역과 권한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상 변경’을 인정하고, 배상과 처벌 등의 요구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 P63

이렇듯 한번 시작한 전쟁은 멈추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제전적 대리전 양상을 띨 경우 더욱 그렇다. 3년간이나 끈 무참한 살육전 뒤 휴전했으나 70년이 되도록 전쟁상태가 지속되고 있는한반도의 비극적인 상황이 전형이다. 잊기 쉽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이 끔찍한 한국전쟁이라는 선례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관측들이 이미 흘러나오고 있다. 푸틴이든 젤렌스키든미국이든 결정적인 패배보다는 승리도 패배도 없는 장기 소모전이 정치적으로는 훨씬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최대의 피해자는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들이다. - P64

그렇다고 미국과 서방에 늘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엄청난 돈이 들고 국론은 분열되고 새로운 적들이 생겨난다. 1970년대 초 미국이 중소분쟁의 틈을 타 중국과 손을 잡고 소련을 고립시켜 패배로 몰아갔던 상황과 달리, 지금 미국은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손을 잡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 P65

었으니 그럴 수 以2003년의 이라크 침공은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 2001년의 9·11 사태 뒤 미국사회를 엄습한 공포, 그래도 아직은 압도적이었던자기 힘에 대한 과신, 교만, 그리고 정부의 기능부전이 미국을 이라크침공으로 몰아갔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그 명분은 2001년 대형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등을 무너뜨린 전례 없는 자폭적 테러 9·11 사태를 주도한 이슬람급진조직 알카에다를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지원하고 있고, 대량살상무기를 제조 보유하고 있으며, 쿠르드인들을 탄압하고, 걸프전 뒤의정전 결의인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미국과 영국의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침공의 구실로 내세웠던 핵심 의혹들인 대량살상무기 보유도, 알카에다와의 연계도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조사 결과 그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지만 실은 처음부터 근거가 불확실한 주장들이었다. 분명한 증거들이 있어서 침공을 한 것이 아니라 침공을 위해 증거들이 필요했으며, 그 증거들은 의심스런 자료들을 토대로 발명되고 조작됐다. - P66

워싱턴체제란 베르사유체제를 보완하는 워싱턴회의(1921~1922)에서정한 일종의 동아시아태평양판 전후 체제다. 패전국 독일의 중국 산둥반도 이권 등을 당시 전승국이었던 일본이 차지하면서 미국과 영국이 일본의 대두를 억누르려고 했다. 워싱턴회의는 해군 군함 보유 비율을일본에 불리하게 정하는 등 제국주의 전승국들 사이의 세력을 서방 제국들에 유리하게 재편했다. 말하자면 당시 더 큰 힘을 지녔던 미국, 영국이 중국 등 동아시아 이권을 놓고 일본이 그들의 경쟁자로 떠오르는것을 막기 위해 강제한 규칙이었다.
이것은 후발자 일본을 2차 세계대전(아시아태평양전쟁)으로 내몬 르상티망의 원점일 수 있다. 베르사유체제가 나치독일의 대두와 2차대전을 초래했듯이, 워싱턴체제가 군국일본의 대두와 아시아태평양전쟁을초래했다는 얘기다("파시즘의 불길한 징후.… 바이마르시대 닮은 한국·미국사회", <민들레>, 2023년 1월 11일). - P71

뒤늦게 거의 막차를 타듯이 제3세계권에서 제1세계로 ‘점프‘한 분단국한국은 제1세계가 주도한 식민지배와 분단, 전쟁의 희생자이면서도 제1세계의 기득권 구조에 적극 가담하려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질서를 규정해온 것은 패전국이자전범국인 일본을 미국의 최대 동맹국으로 바꾼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1951년 9월 체결, 1952년 4월 발효) 체제였다. 샌프란시스코체제는 패전국 일본을 미국의 동아시아전략 핵심 교두보로 육성해 이 지역 냉전에서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 때문에 패전국 일본 대신 한반도가 분단되고 전쟁까지 치르면서 일본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 한승동 - P75

대소 냉전 시기 한국은 미국의 최전선국이었고 일본은 후방국이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는 대중 전선의 최전선국이 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남북한은 이 점에서 같은 운명인데 어리석게도 서로 대화 한번 못한 채 주변국의 총알받이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 남문희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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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도 국토부도 아닌 환경부에서 규제개혁 유공자가 나온 것은 환경부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일이다. - P24

엄밀히 말하면 사실 지금 우리에게 4대강은 없다. 16개의 보로 각각나누어진 기다란 호수가 있지 물이 흐르는 강은 4대강사업과 함께 진즉에 없어졌다. 수질관리 기준, 녹조를 비롯한 조류예보 기준 등도 모두흐르는 강을 대상으로 한 기준에서 고여 있는 호소(湖沼)를 기준으로 바뀐 지 오래다.

- 정규석 - P28

IPCC는 인류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안정화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9년 대비 48% 줄이고, 2050년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P32

이처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전진하고 있지만, IPCC는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이 2040년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 이하로 안정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년 이상 꾸준히 줄여온 국가는 18개국에 불과했다. - P36

이번에 정부가 수립한 계획의 가장 큰 특징도 2030년 감축목표량을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현 정부 임기 동안 2030년까지의 총감축량 25%를 줄이고, 다음 정부는 3년 만에 75%를 줄여야 한다.
계획 수립에 산업계의 목소리만 반영했다. 산업부문 감축부담을 14.5%에서 11.4%로 줄이고, 줄어든 810만t을 전환과 불확실한 국제 감축, 탄소포집이용저장(CCUS)으로 넘겼다. 산업부문의 감축량은 코로나19로 자연스레 감축된 것보다 적은 양이 2030년의 목표로 제시되었다. 이건 산업계에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면제 신호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 P37

탄소중립 시대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멈추고,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시민 생활에 꼭 필요한 기초경제에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 공항 건설, 전쟁과 군사훈련 등이다. 꼭 해야 할 것은 불볕더위와 한파를 견디면서도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드는 주택보급, 무상버스, 식량생산, 돌봄,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산불방지, 자원순환, 재생가능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이다. - P39

1.5℃ 못 했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 못 했다고 인류가 절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과 지구에서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이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가장 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큰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인간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지만, 시간을 당겨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재현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원을남용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하면서 파괴된 현장은 지금 펼쳐진 장면만으로도 충분하다.

- 이유진 - P41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사태를 근본적으로 보자면, 이는 비교적 부국에 사는 우리들은 눈에 띄게 좋은 것만 취하고 누리는 반면, 인간과 자연을 파멸로 내몬 결과들에 대해선 눈 밖으로 밀어냄으로써 더이상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별로 좋지 않거나 불편한 것에 대해선 이를간단히 외면해버리거나 망각해버리는 것, 그러면서도 우리 스스로는문명인으로 산다고 계속 착각하며 사는 것, 이것이 우리를 속 편하게만든다. - P46

그것은 현 시스템에서 이윤을 얻는 자들이 보이는 무지막지한 행동방식들이 결국 자본주의를 원활히 작동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우리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영향력 있는 자리에 들어가 탐욕의 전제조건들을 충실히 구현하는 자들, 바로 이들이현 시스템으로부터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는 점이다.
포퓰리스트, 즉 대중인기영합주의자들(실은 좌파도 마찬가진데)은 이런 일을 비교적 간단히 해치운다. 우선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선전선동을 본질적으로 대리만족감, 특히 분노라는 토대 위에 구축한다. 분노란 대단히 강력한 감정인데, 이는 도덕적으로 형성된 단순논리의 주장들로써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슬픔이나 무기력 같은, 다른 감정들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노를 활용하는 것이다. - P47

연대란 우리가 이 지구에서 가장 억압받는 자들과 힘을 합치는 방법을 찾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의 희생 위에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그만두는 것이다. 자연은 한계가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부(富)를 서로 나누어야 한다. 복지체제를 위한 우리의 정당한 투쟁에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의 지배자들이 우리의 요구와 압박을 세상의 약자들에게 전가(파괴의 외부화)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 홀거 하이데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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