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벼룩을 찾아라 이야기 보물창고 6
얀빌럼 판 더 베이떠링 지음, 이옥용 옮김, 자비네 빌하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다닐 때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했었다. 탐정이라는 직업이 멋있게 보이기도 했었다.(하긴 책대로만 된다면 진짜 멋있을 것이다.) 이 책 표지를 본 순간 탐정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우선 돋보기로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증거요, 강아지가 파이프 담배를 물고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있다는 것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는 탐정의 행동이라는 것이 두 번째 증거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내심 기대를 하며 읽어 내려갔다. 

오위겐 오윌레는 탐정이다. 표도르는 오위겐의 친구고...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영미권 이름과는 어딘지 다르다. 알고 보니 작가는 네덜란드 인이란다. 그래도 아무튼 생소한 이름이긴 하다. 어쨌든 오위겐은 항상 표도르를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표도르는 언제나 뒤를 돌아본단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려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손을 멈추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표도르는 오위겐이 끄는 트랙터에 고리를 걸어 끌고 다니게 만든 작은 상자에 들어 있다. 즉 어쩔 수 없이 뒤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작부터 이러니 작가의 능청을 각오해야겠다. 

오위겐과 표도르는 트랙터를 타고 다니며 사건을 찾는다. 그러나 사건이라는 것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 법. 그럴 때는 주스도 마시고 파이도 먹는다. 밖에서 먹는 간식이라...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다. 드디어 사건 의뢰자가 나타났다. 코끼리를 탄 아하루다. 아하루는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스타 벼룩을 찾아야 한단다. 좀 있으면 공연이 시작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단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의 대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아하루의 아빠는 임금님이란다. 그러나 오위겐은 전혀 거기에 토를 달지 않는다. 지금까지 어려운 사건을 몇 건이나 해결했느냐는 아하루의 질문에 오위겐은 어려운 것도 없었고 쉬운 것도 없었고,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사건을 해결한 적이 한 건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하루 역시 오위겐의 말에 토 달지 않는다. 

이렇게 오위겐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작되었다. 오위겐과 아하루의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서로 엇나가는 이야기만 하고... 게다가 오위겐은 표도르의 멍멍 소리까지 통역을 해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셋의 이야기는 각자 반 박자씩 엇나가기만 한다. 그래도 셋은, 아니 둘은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탐문 수사부터 시작해서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아하루의 말처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나중에는 표도르까지 없어져서 찾아야 하는 것이 둘로 늘어난다. 어디 그 뿐인가. 표도르 몸에 있던 벼룩까지 가세를 해서 일은 점점 꼬인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른의 기준으로 보아서 사건이 꼬인 것이고, 오위겐은 그렇게 멍청한 탐정이 아닌가 보다. 결국은 아하루에게 벼룩을... 그러니까 서커스에서 공연할 수 있는 벼룩을 구해준 것이다. 물론 진짜 스타 벼룩과 이야기가 다 된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잠시 멍한 기분이 든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사건을 해결하긴 했는데 그게 맞나... 독자는 바쁘기만 하다. 글도 읽어야 하고 그림도 봐야 한다. 글에는 없는 이야기들이 그림에 훨씬 많이 있으니까. 아이들의 재치 있는 대화가 마치 생략과 은유가 많이 들어간 만화를 보는 느낌이다. 항상 아이들의 대화는 상대방의 질문 보다 반 발짝씩 앞서 있다. 그래서 반응이 더딘 어른들은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처음에 읽을 때는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별 재미를 못 느꼈는데 다시 한 번 읽어 보니 이게 굉장히 재미있고 언어유희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항상 시간적 순서에 따르고 공간적 이동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만을 보다가 이런 책을 보니 정신 없기는 해도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허, 이것이 읽을수록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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