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가 살짝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을 나타낸 적은 있어도 소리내어 깔깔 웃어본 적이 언제였나 싶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책을 만났다.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때문에 미소를 지었고 그들보다 한 수 위인 선생님 때문에 소리내어 웃었다. 웃은 이유는 바로 그거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모든 우주가 자신을 기준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조차도 그와 곤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우선순위에 더 높게 두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한 가지 이야기를 하면 생각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오죽하면 유치원 선생님은 누구네 부모님이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손임이 왔으며 심지어는 싸운 것까지 다 안다고 하지 않는가. 피죤 선생님 반 아이들도 그랬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도,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생님은 아주 현명하게 대처를 한다. 그 방법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처음에 표지 그림을 보고 유럽쪽 작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약간은 어수선한 아이 모습은 독일 작가 그림에서 보여지는 특성이다. 물론 내 짧은 지식을 가지고 전체를 아는 것인 양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또한 주근깨가 나 있는 결코 예쁘지 않은 모습에서는 삐삐가 연상되기도 했다. 천방지축에 정신없는... 그러나 책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구니 버드는 미적 감각도 있으며 예의 바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아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한 달이나 늦게 전학을 온 구니 버드. 게다가 전학 온 첫날부터 특이한 옷차림(잠옷차림)에 보호자 없이 혼자 교실을 찾아 들어가서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보며 완전 문제아가 하나 등장했구나라는 섣부른 판단을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지어 내고, 아니 자신의 이야기를 조리 있고 스릴 있게 들려주는 모습, 말 할 때와 기다릴 때를 알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정확하고 예의바르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혀 남과 눈을 마주치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 친구가 말을 하게 되고, 책상 밑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친구가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는 선생님이 결코 아이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지 않는다. 구니 버드가 이야기 하는 시간에는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청중이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는, 그리고 간혹 자신의 이야기를 불쑥 꺼내는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니 버드가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금방 선생님의 위치로 돌아가 위에서 말했듯이 멋지게 상황을 해결한다.

일종의 옴니버스 구성을 차용하고 있어서 여러 편의 이야기를 읽은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라고 본다.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때론 선생님이 통솔하고 가르치기도 하며, 그러다가 때로는 서로를 변화시킨다. 구니 버드가 매번 독특하고 상황에 맞는 옷을 입고 오는 것을 보며(마치 프리즐 선생님처럼...)  선생님도 자극을 받아 옷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것을 멋낸다는 견지에서 보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았다. 작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의 간단한 대화를 집어 넣어 교실의 모든 상황과 아이들의 특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게 바로 좋은 어린이책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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