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은 왜 밤에만 필까 - 이야기에 숨겨진 식물의 비밀 이야기 과학도감 1
김은하 지음, 황정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학교 다닐 때 분명 외떡잎 식물과 쌍떡잎 식물의 특징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니 대충 그들의 특징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데 외떡잎 식물은 주로 수염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딸의 과학책에서 보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분명 배운 것이겠지만 그 부분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뭐, 기억이 나지 않는 걸 이야기 하는 것보다 기억이 나는 걸 이야기하는 게 빠르겠지만...

식물을 많이 접하며 살았지만 관심이 없었던 탓에 제대로 이름을 아는 것이 없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괜히 주변에서 야생화나 나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서 덩달아 주의깊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게 관심을 갖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책에서 설명을 보고 실물을 찾아도 어렵거니와 책에 있는 설명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주 기본적인 나란히맥과 그물맥까지는 쉽다. 그러다가 잎이 나는 모양에 따라 마주나기, 어긋나기, 돌려나기, 뿌리나기가 있다는 부분에 오면 음~ 말 뜻으로 대충 짐작이 간다.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다음을 보면 총상꽃차례, 두상꽃차례, 산형꽃차례, 단정꽃차례, 이삭꽃차례 등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그냥 대충 글자만 읽으며 꽃구경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봐도봐도 모르고 꽃이 없으면 도저히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조금은 알 것같다. 여기에 모든 설명이 전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지식은 쌓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다 똑같은 꽃이라도 꽃잎이 어떤 모양으로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열매를 맺는지에 따라 분류를 하고 이름을 달리하는 걸 보면서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산이나 들에 나가 꽃을 보면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느끼는 것이 어딘가 싶다. 식물을 볼 때는 꽃의 모양을 보고 잎의 모양과 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식으로 본다는 말은 듣긴 했다. 조금 있으면 주위에 꽃이 많이 필텐데 자세히 살펴 보아야겠다. 우선 책에 나온 개나리부터 살펴봐야겠다. 흔하게 보던 개나리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개나리는 수꽃만 피는 수그루와 암꽃만 피는 암그루가 따로 있단다. 그냥 다 똑같이 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 그리고 새로 안 사실이 또하나 있다. 식물이 빛을 향해 굽는 것이 햇빛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향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식물에는 옥신이라는 생장호르몬이 빛 반대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쪽이 빨리 자라서 상대적으로 덜 자라는 빛 쪽으로 굽게 되는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 이처럼 내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거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것들이 실은 과학에 근거한 합리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성상으로 보자면 먼저 꽃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고 다음에는 그 꽃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나온 다음 식물의 특성에 대한 진짜 중요한 정보가 나오게 되어 있다. 사실 꽃에 얽힌 이야기는 비슷비슷해서 식상하기도 하고 그림도 내용과 잘 안 맞기도 한다. 아이들이라면 그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갖겠지만 이미 동심을 잃은 나는 그보다는 뒤에 나오는 정보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았고... 특히 도감을 보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들을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초등4학년 과학과목에 식물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온다. 그때 아이가 무척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무작정 외우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단어를 이해하고 원리를 이해하라고 해도 머나먼 이야기로만 인식되는지 그러질 못했었다. 그때 좀더 잘 알려줄걸 하는 후회도 든다. 실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어찌 설명을 해 줄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이제서야 이 책을 읽은 것이 더없이 안타깝다. 진작 읽을 걸... 그러면서 절실히 깨닫는 것 하나. 식물도 그렇게 생기고 자라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더 쉽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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