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버나드 쇼 저, <쇼에게 세상을 묻다>

 

 

 

 

 

 

 

 

 

 

 

 

 

 

이 책은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버나드 쇼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말년의 역작.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생 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현대 사회의 정치적인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낸다. 버나드 쇼의 표현대로라면, "무지한 노인네가 그 동안 공부하고 일평생 세상사람들과 부딪히고 냉엄한 현실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알게 된 기초적인 사회정학을 그것조차 모르는 더 무지한 사람들과 나누려는 시도"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셰익스피어 이래 최고의 극작가"이자 영국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사상가로서 버나드 쇼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도 숱하게 인용되는 그의 명언들이 과연 어떤 사상적 맥락 속에서 탄생한 것인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알라딘, 책소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차례’에 나와 있는 다음의 문구를 읽고서 끌렸기 때문이다.

 

“현명함은 경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받아들이는 능력에 비례한다.”

“도둑질은 도둑이 하면 죄가 되지만 금융가들이 하면 능력이 된다.”

“의지와 지식이 있는 한 사람이 의지도 지식도 없는 열 사람을 항상 이기기 마련이다.”

“세상에 황금률 따위는 없다는 것이 바로 황금률이다.”

“우리 사회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를 모두 필요로 한다. 낙관론자가 비행기를 발명하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발명한다.”

 

 

이 책을 사고 뿌듯했다. 정치, 경제, 종교, 문화 전반의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버나드 쇼의 입담을 감상하는 일은 즐겁다. 세상을 통찰한 버나드 쇼(1856~1950)의 시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밑줄긋기

 

 

 

우리 중 최고라는 사람도 99퍼센트는 군중에 속하고 1퍼센트만 적임자에 속한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몇 가지가 다인 줄 알고 자기가 모르는 수많은 것들은 받아들일 여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자만’이라는 천박한 질병에 시달린다. 나는 몇 가지는 매우 잘한다. 하지만 그 밖의 분야에서 구제불능의 얼간이나 다름없는 내 모습을 보며 나의 자부심은 산산조각나고 만다. 결국 군중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나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는 셈이다. - 51쪽~52쪽.

 

 

 

 

 

 

 

현재 신문을 보면 한 가구당 소득은 주당 40실링인데 그 중 14실링이 임대료로 나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땅주인이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간다고가 아니라 자기들 수입이 너무 적다고 불평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주의 권리는 집행관과 브로커, 경찰, 심지어 모든 육해공군의 비호를 받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내고 남은 돈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어야 노점 상인들도 임대료를 낼 수 있게 된다. 부자 의원들의 재산은 노동자들에게 임대료를 받고 그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한 결과다. - 65쪽~66쪽.

 

 

 

 

 

 

 

지금의 우리 사회처럼 생산수단이 사유화되고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계급사회로 가기 마련이다. 계급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의 소득수준을 넘어서는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당한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무능력과 실패는 대부분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둥근 구멍에 네모난 말뚝을 끼우려는 사회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다보니 나타난 결과다. - 83쪽.

 

 

 

 

 

 

 

만약 은행고객들이 금융이 무엇인지, 그리고 은행은 어떻게 해서 호화로운 건물을 사용하면서 고객들에게 그렇게나 많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면, 아마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시민으로서의 자질이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기껏 배우는 것이라고는 사어가 된 라틴어로 유베날리스의 외설스러운 풍자시를 읽는 것뿐이다. - 145쪽.

 

 

 

 

 

 

 

군인들이 모두 전쟁에 찬성하고 민간인들은 전쟁에 반대할 것이라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그 반대가 진실에 더 가깝다. - 225쪽.

 

 

 

 

 

 

 

H.G. 웰스는 우리 젊은이들이 영웅적인 모험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강력히 설득하면서 지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러한 기회가 없다면, 젊은이들은 정치적 잘못을 저지르거나 헛된 스포츠에 인생을 낭비할 것이다. ‘악마는 노동을 게을리 하는 자에게 해코지한다’는 격언은 ‘자질이나 재능을 썩히고 있는 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 228쪽.

 

 

 

 

 

 

 

우리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전쟁과 우상화된 정복자 개념뿐만 아니라 실제 전쟁을 치르는 살아있는 인간을 하나의 인간 유형으로서 고찰해야 한다. 우리가 흑인, 유색인, 황인, 백인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인종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명화된 사회에는 군인, 경제인, 종교인, 과학인 등이 존재하고 정치가는 이들 각각에 대한 지식과 연구가 필요하다. 어떤 이유로든 이들을 공통된 인간성으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다. - 228쪽.

 

 

 

 

 

밑줄긋기는 요기까지...

더 읽지 못했으므로...

 

 

 

..........................................................

설날을 쇠러 2박 3일, 지방에 갔다옵니다.

여러분, 설날 즐겁게 보내세요.

저도 즐겁게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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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2-1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언냐도 설 잘 보내셨나요?
저도 오늘에서야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비밀 댓글 ㅋ) 무플 방지에 제가 먼저 앞장서야 했는데 한 발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들렀답니다. 뭐 댓글 없어도 글만 좋음 됐지 넘 신경 쓰시지 마시어요. 우리가! 있잖아요^^*

페크pek0501 2013-02-14 12: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아휴, 웃겨요.
우리가 있잖아요, 라는 말에 감동해요. 아주 좋은 말이에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요즘 팜 님의 잘 나가는 글발을 축하드립니다.^^

종이달 2022-05-20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2-05-24 12: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이란 그렇게 말이 많은 게 아니야. 못해준 것만 생각나는 것이 사랑이라구. 그걸 당신이 알기나 해?” - 신경숙 저,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그가 나를 위해 밥상을 차려 놓으면 좋겠다, 가 사랑일까 아니면 그를 위해 내가 밥상을 차려 놓고 싶다, 가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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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3-02-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받는 사랑이고, 하나는 주는 사랑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소통하는 게 사랑이겠죠. 그런데 그게 늘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인간의 사랑은 외사랑이거나 짝사랑이 대부분은 아닐지...ㅋ

부족한 저를 살뜰히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3-02-12 13:16   좋아요 0 | URL
댓글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다렸어요,님이 예전처럼 활동할 기운을 갖게 되시길... ㅋㅋ

아마 제가 숨어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면 님도 저와 똑같이 했을 겁니다. 그렇게 믿어요.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반가운지...
 

 

 

 

1.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것은 G.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해서 쓴 것으로 박범신 저, <은교>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변형해 다음과 같이 써 본다.

 

 

“늙음은 늙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가엾다.” - pek0501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는 것은 죽을 나이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늙은이가 되어 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것도 가여운데, 주름살이 생기고 흰 머리가 생기는 ‘늙음’까지 얹혀 주다니…. 잔인한 세월이여.

 

 

 

 

 

2.

처음 30세가 되었을 때 ‘3’이라는 숫자에 기절할 뻔했다. 내가 30대에 들어서다니, 이러면서... 처음 40세가 되었을 때 ‘4’라는 숫자에 기절할 뻔했다. 내가 40대에 들어서다니, 이러면서... 지금도 내 나이의 숫자를 생각하면 기절할 것 같다.

 

 

이런 나를 보고 60대나 70대의 사람들은 “뭐, 그 정도의 나이 가지고 그래. 그 정도면 젊은 축에 드는 거야.”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60대나 70대의 사람들도 30대에 들어섰을 때, 또는 40대에 들어섰을 때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누구나 자기 나이에 대해서만 심각한 법이다.” - pek0501

 

 

 

 

 

3.

이곳 알라딘 서재에는 추천 수와 댓글 수가 유난히 높은 블로거들이 있다. 그런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 내가 봐도 잘 쓴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글 쓰는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글을 보는 안목도 높아져서 자신의 글에 결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예전에 잘 썼다고 생각한 글이 지금 보면 형편없는 글로 생각된다. 내 글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 것이다.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글을 보는 눈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 일이 많으리라.

 

 

그러니까 글을 잘 쓰는 인기 블로거에게 악성 댓글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만약 인기 블로거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은 심리로 악성 댓글을 쓰는 경우라면 말이다. 왜냐하면 이미 스스로 자신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을 테니까. (이것, 나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4.

시를 쓰는 친구와 전화 통화로 한두 시간쯤 수다를 떠는 일이 있다. 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 친구의 이름을 A라고 하자. 내 이름을 B라고 하자.)

 

 

친구 : 내가 글 써야 할 게 있어서 묻는 건데, 내가 묻는 말에 한참 생각하지 말고 바로 대답해야 돼.

나 : 알았어.

친구 : A 하면 떠오르는 건?

나 : 시.

 

 

우리는 깔깔깔 웃었다. 그 친구가 물어본 사람들 열 명 중 다섯 명은 나처럼 ‘시’라고 대답을 했단다. (그 친구는 산문을 쓰기도 하는데 시를 더 많이 쓴다.) 그러니까 그 친구의 이미지는 ‘시’였던 것이다.

 

 

그 다음엔 내가 물었다. ‘나’하면 떠오르는 게 뭔지 궁금했기 때문.

 

 

나 : 나도 물을게. B 하면 떠오르는 건?

친구 : 방대한 독서량.

 

 

우리는 또 깔깔깔 웃었다. 그 친구가 덧붙여 말했다.

 

 

친구 : 너한테 책에 대해 물으면 뭐든 척척 대답하잖아.

 

 

그런데 재밌는 건 다른 친구들의 반응이다. 이런 걸 묻진 않았지만 학교 동창생들은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렇게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니가 글을 써? 블로그가 있어? 되게 안 어울려.”

 

 

내가 글 쓰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글쟁이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깔깔깔 웃고 만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책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누구나 상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한 사람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시각이 제각각이다.

 

 

 

 

 

5.

얼마 전, 똥을 밟은 적이 있다. 개똥인 것 같다. 거리를 걷다가 바로 내 앞에 똥이 있는 게 보였는데, 피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냥 관성으로 걷다가 밟고 나서야, 아 조금 전 똥을 분명히 보았는데 밟다니, 이랬다. 엠피쓰리로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당한 일이다.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새로운 무의식>에 따르면 모든 감각은 ‘무의식의 체’를 거친 뒤에야 의식에 입력된다. ‘무의식의 체’로부터 의식에 입력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똥을 보았으면서도 밟았다는 얘기다.

 

 

친정에 가는 길이었는데 똥을 밟아 불쾌했다. 그날 부모님과 점심을 먹는데 똥 밟은 일 때문에 비위가 상해 점심을 맛있게 먹질 못했다. 그 똥은 거리에 며칠째 그렇게 있었다. 만약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이 개똥을 치우지 않은 부주의로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싶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게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길을 또 걷게 되었는데 똥이 없어졌다. 생각해 보니 바로 그 전날에 내린 비 때문이었다. 비가 똥을 치운 것이다. 사람들은 거리에 침을 뱉기도 한다. 그런데 비가 한 번 내리고 나면 거리에 있던 침마저도 없어진다.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서만 비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세상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비’였다. 비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를 알겠다.

 

 

지금 비가 오고 있다. 세상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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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2-0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가 들면서 집착이 줄어들었습니다. 젊음의 패기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가인데 만족합니다. '지혜의 탄생'에서는 지혜의 정점을 50대로 잡으니, 저는 50대의 인생도 기대가 됩니다.

페크pek0501 2013-02-01 14:50   좋아요 0 | URL
예, 저도 50대의 인생도 60대의 인생도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좀 더 알아가게 될 것이므로 정신도 성숙해지고 글도 성숙해질 테니까요.

비에 바지가 흠뻑 젖어 들어왔어요.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빗속을 걸으며 이 글에서 고칠 데가 몇 군데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냥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방금 몇 군데 고쳤답니다. 언제쯤 완벽하게 쓸 수 있을런지...

제 목표가 첫 댓글을 받는 것인데, 마립간 님 덕분에 목표달성했어요.
그래서 안심하고 퇴장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이 글, 오늘 아침에 급하게 써서 올린 글이야요. 새 글을 올린 지가 좀 돼서...)ㅋ

잘잘라 2013-02-02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 끝~~~!!! 좀 아까 비가 그쳤어요. 상쾌한 밤이예요. ^^

페크pek0501 2013-02-04 14:23   좋아요 0 | URL
상쾌한 밤이면 멋지요. 아침은 아침대로 밤은 밤대로 비가 오고 나면 멋져요.
하늘의 선물이죠.

감기몸살 걸렸어요. 저 환자예요. ㅋㅋ
님도 감기조심하시길...
이 하찮은 글에 댓글을 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크아이즈 2013-02-0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에 만족못한다는 말에 백만 개의 별을 답니다.
제 글에 만족한다는 사람들을 가끔씩 보는데 그런 사람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글 쓰기에 스트레스는 덜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태어난 저 같은 자는 이런 씨잘데기 없는 고민이 있었기에 그나마 버티는 게 아닌가 하고 위로 삼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옛날에 쓴 글 읽어 보는데 어쩜 그리 하자투성이인지요. 확 덮어버렸습니다!!!
오늘 쓴 글은 내일이면 또 확확 덮어 버리고 싶어지는 걸요. 이것도 병입니다.ㅠ

페크pek0501 2013-02-04 14:27   좋아요 0 | URL
백만 개의 별... 님은 스케일이 크시다...
저는 글을 올리고 나서 며칠 뒤에 보면 그 글이 후져서, 뭐 이런 걸 올렸나, 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십 몇 년 전엔 제가 쓴 글에 감탄을 하곤 했어요. 너무 잘 쓴 것 같아서요. 웃기지 않습니까.

감기몸살 걸렸어요. 저 환자예요. ㅋㅋ
님도 감기조심하시길...
이 하찮은 글에 댓글을 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1. 시간의 순환 :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많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 동안 만족할 수는 있겠으나 그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만약 만족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권태’라는 손님이 찾아와서 ‘만족하는 시간’을 끝장내어 버린다. 행복한 시간 뒤에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게 우리의 삶이다. 만족과 권태의 순환 그리고 행복과 불행의 순환이 있는 삶을 초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시간이 만들어 내는 삶의 굴곡에 크게 흔들리지 않아야 잘 살 수 있다. 여러 곡선의 삶의 고갯길을 넘어지지 않고 잘 가야 하는 것이다.

 

 

 

 

 

2. 제자리걸음의 시간 : 시원하게 뚫린 길을 가고 싶었으나 내가 가고 싶은 길엔 곳곳마다 장애물이 놓여 있다. 그 장애물을 뛰어넘느라 몸이 지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자리걸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제자리걸음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시간’ 때문이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시간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 내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데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제자리에서 나이만 먹는 게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음’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고, ‘늙음’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리에 이르는 걸 의미하니까.

 

 

 

 

 

3. 심리적 시간 때문이다 : 이번 새해를 맞이하면서 '시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 부모님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간다고 느껴지는 걸까.

 

 

스티브 테일러 저, <제2의 시간>에 따르면 그것은 ‘심리적 시간’ 때문이란다.

 

 

....................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빨리 흐르는 듯 느껴질까? 독일에서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면 시간이 ‘길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한창 재미있을 때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지루하고 초조할 때에는 더디게 늘어질까? 왜 시간은 사고, 위급한 상황, 환각 상태에 있을 때나 완전히 몰입한 운동선수, 정신분열과 같은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유난히 천천히 흐르고, 심지어는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일까?” - 알라딘 제공.

 

 

“자주 언급되는 이론은 나이가 들수록 일정 기간의 시간이 전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면서 시간의 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1877년 폴 자네Paul Janet가 가장 처음 제기했다. 19세기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 사람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느끼는 일정 기간의 시간의 길이는 인생 자체의 총 길이에 따라 변한다. 10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이고, 50세의 남자에게는 50분의 1이다. 만약 태어난 지 1개월 밖에 안 된 아이라면 일주일은 무려 살아온 삶의 4분의 1에 해당하므로 일주일이 영원히 계속 되는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 알라딘 제공.

....................스티브 테일러 저, <제2의 시간>에서.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시간의 빠름’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10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이고, 50세의 남자에게는 50분의 1이다.’라는 설명은 일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해석해 보았다. 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일의 속도가 느려져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되는 거라고.

 

 

독서로 예를 들면 이렇다. 한 달에 다섯 권을 읽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이삼십 대의 사람들에겐 젊기에 그 계획의 실천이 쉽지만 사오십 대의 사람들에겐 나이가 들어 눈의 피로가 생기고 체력도 약해져 읽는 속도가 느려져서 다섯 권을 다 읽지 못한 채로 한 달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아직 다섯 권을 읽지 못했는데 벌써 한 달이 가 버렸네, 하면서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경험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예전에 비해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것.) <제2의 시간>에서 조언하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 그래야 삶을 풍부하게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에 정신을 쏟지 말고 현재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만끽하란다. 예를 들면 샤워를 할 땐 딴 생각을 하지 말고 샤워의 상쾌함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커피를 마실 땐 꼭 신문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커피를 다 마셔버리고는 ‘어, 벌써 다 마셨네. 신문을 읽느라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도 못했는데.’하고는 아쉬워한다. 다음부턴 커피를 마실 땐 커피의 맛을 놓치지 말고 커피의 맛을 음미하는 것에만 집중해야겠다.

 

 

또 하나의 조언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라는 것. 그래야 시간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익숙한 생활을 반복해서 하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나의 경우엔 집에서 책만 읽으며 지내는 것과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여행을 하는 것을 비교하면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처럼 느껴진다.

 

 

아, 알겠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경험은 없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로 단조로워져 그날이 그날로 생각되어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없어져 버려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지나 보다.

 

 

 

 

 

4. 시간이 답이었다 : 나의 마음의 감옥에 갇혀 버린 것들이 날개 달린 새처럼 날아가 버렸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았다. 그래서 홀가분해졌다. 진작 날려 버리고 싶었지만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답이었다. 마음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흐르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니 마음도 흘렀다. 마음의 감옥에 갇혀 버린 것들에게 애써 날개를 달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시간의 위대한 점은 한 순간도 정지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슬픔이라도 치유하는 건 ‘시간’이고, 어떤 고통이라도 그 끝은 있게 만드는 것도 ‘시간’이다.

 

 

....................

삶이라는 투수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커브볼을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우리를 향해 가끔씩 던집니다. 이럴 때 절망하지 말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여름더위가 지나가듯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힘내야 합니다.

....................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56쪽.

 

 

 

 

 

 

 

 

 

 

 

 

 

 

 

 

 

시간이 흘렀다는 건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 시간이 힘듦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 있기에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서 억울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 시간은 앞으로도 가지게 될 테니까.

 

 

 

 

 

5. 중요한 건 시간 관리 : 얼마 전, 한 일간지를 통해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는 아이디어가 조용한 곳에서 샘솟기 때문에 침대에 들어갈 때에도 펜과 메모지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매일 쓰려고 노력한단다. 영감이 오길 기다린다면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 항상 연필과 노트를 옆에 두고 살 것.

- 가능하면 매일 쓰려고 노력할 것. 하루에 한 문단이라도 쓸 것.

 

 

나는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 영감은 오지 않고 서재에 글을 올린 지가 오래됐다고 느끼고는 급하게 글을 쓰는 방식으로 할 때가 많았다. 글을 매일 쓰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알랭 드 보통에게서 배운다. 그의 작가적 성공은 재능보단(재능도 있겠지만) 노력의 결과라고 봐야 할 듯하다.

 

 

 

 

 

 

 

 

 

 

 

(나는 그의 책을 좋아한다. 위의  세 권을 읽었는데 다 좋았다. 아래의 읽지 않은 책 중에서도 하나씩 골라 사 볼 생각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잘하는 것을 딱 하나를 말하라면,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이 아닐까. 알랭 드 보통도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책을 많이 낸 것을 보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원과 같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겠다. 각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시간의 가치가 달라지므로.

 

 

 

 

 

*** <참고사항> ***

 

참고로 시간에 관한 책으로 이런 책도 있다.

 

톰 체트필드 저, <인생학교 | 시간>

 

 

 

 

 

 

 

 

 

시간에 관한 책을 읽는 일은 그 시간을 쓰고 사는 자신을 읽는 일이고, 자신의 삶을 읽는 일이고, 세상을 읽는 일이 될 것 같아 관심이 간다. <제2의 시간>과 <인생학교 | 시간> 중에서 어느 것을 구입할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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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1-2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시간관리가 답이었군요.
어느 하나에 집중할 것, 기록할 것, 다양한 경험을 할 것.
이렇게 세 가지 마음에 담아가요^^
저도 커피 마시며 다른 것 두세 가지 하다가 보면 커피는 한 방울도 안 남고
내가 언제 이걸 다 마셨지? 그럴 때 있거든요. ㅎㅎ 먹을 땐 먹는 것만, 읽을 땐
읽는 것만. 잘 땐 자는 것만. 그렇게!! ㅎㅎ 자면서도 잡념에 잔 건지 안 잔 건지ㅜㅜ

페크pek0501 2013-01-26 15:2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그래요. 잠잘 땐 잠만 자고 싶은데, 온갖 상념이 머리를 점령할 때가 있어요.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첫 댓글에 감사드려요. 첫 감동이네요. 긴 얘기는 다음에 님의 서재에서... 지금 무지 고단해 잠을 자야 할 것 같아요. 눈이 감겨요. 어제와 오늘 바빴거든요. ㅋ

다크아이즈 2013-01-24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위대한 점은 한 순간도 정지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슬픔이라도 치유하는 건 ‘시간’이고, 어떤 고통이라도 그 끝은 있기 마련이다. - 이런 단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페크님, 그래서 만날 감탄하면서 보는 페크님 글.
지금 보다 더 많은 알라디너들이 페크님 글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저^^*

매일 써야 조금이라도 는다는 말 공감하며 또 들를게요. 페크 언냐^^*
앗, 위에 프레님도 납시었다. 방금 놀러 갔다 왔어요. 흐흐~~


페크pek0501 2013-01-26 15:26   좋아요 0 | URL
페크 언냐, ㅋㅋㅋㅋ 아, 분하다. 작은 차이로 언니 소릴 듣다니...
제가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데...
처음 서재활동을 할 때 외롭고 서글펐어요. 젊은이들 사이에 끼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젠 저와 동갑인 분도, 저보다 두 살 많으신 분도, 두 살 적은 분도 알아서 좋습니다. 제 또래이기에 반갑고 위안이 되어요.
님을 또 알아서 좋습니다.
님은 좋으시겠다. 저보다 젊어서... ㅋㅋ

잘잘라 2013-01-2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글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특히 마음에 와닿아요. 마음의 감옥이라는 표현, 저도 오늘 종일 생각했거든요. 침맞으러(손이 따뜻한 의사선생님이 인자한 목소리로 꼭 사흘 연속 치료받으러 오라고 당부하셔서 오늘도 갔어요.) 가는 길에, 요즘 마음 감옥에 갇히는 일이 너무 잦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 마음 감옥은 싱겁게도 맞는 열쇠가 많다. 걷기, 잠자기, 노래하기, 춤추기, 그림그리기...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열쇠를 집을 수 있다.' 제 생각은 여기까지였어요. 페크님 글을 읽으며 깨달았어요. 그런걸 하면서 흘러가는 시간이 진짜 열쇠였다는 것을요. 올레~!!!

페크pek0501 2013-01-26 15:29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은 뭔가요. 페이퍼 같은 댓글이라서 여러 번 읽게 만들어요.
열쇠... 멋진 표현인데요.
제 페이퍼의 글보다 더 좋은 글이에요. 히히~~

oren 2013-01-25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간다고 느껴지는 걸까'라는 물음에 대해 제가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대답도 덧붙여 봅니다.
* * *
젊은이의 입장에서 보면 인생이란 하나의 끝없이 긴 미래로 보이며, 노인의 입장에서 보면 극히 짧은 과거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의 모든 사물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아 보인다. 청년시절에는 그처럼 크게 보이던 인생이 꿈과 같이 덧없고, 다만 급격한 현상의 무의미한 교체로 생각되어 허무와 무상이 뚜렷이 들여다보이고 또 마음에 스며든다.

청년시절에는 시간이 가는 것이 무척 더디다. 그러므로 일생의 4분의 1은 행복한 시기고 또 가장 길게 생각되는 부분이며, 그 동안에 기억하는 일들은 어느 시기의 기억보다 훨씬 많다. 자기의 생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때 누구나 그 4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그 밖의 4분의 3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기간은 계절에 있어서 봄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해가 너무 길어 지루하게 생각될 정도지만,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면 낮이 무척 짧아지는 대신에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노년기에는 왜 과거의 생애가 그처럼 짧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조금도 소중할 것 없는 대부분의 불쾌한 일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고, 극히 작은 부분만 남아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빈약해지고 길이도 짧아지는 데서 오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삶의 예지』中에서

페크pek0501 2013-01-26 15:31   좋아요 0 | URL
이번에도 좋은 글을 들고 오셨네요.
그러고 보면 여러 사람이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썼군요.
저도 어느 책에서 같은 주제로 쓴 글을 읽었는데, 이 페이퍼엔 넣지 않았어요.
글이 길어지는 게 싫어서요. 다음에 기회 봐서 올려야지, 했어요.
감사합니다.
 

 

 

 

오늘이 제 서재의 방문자 수가 5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날입니다. (현재 50015명으로 되어 있군요.)

 

 

어느새 방문자의 수가 5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5만 명을 기록하는 그 지점에서 그 순간을 기념할 만한 글을 올리려 했는데,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채 5만 명을 뛰어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기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 예전에 올렸던 글을 하나 골라 올립니다. 이 글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올립니다만, 혹시 이 글을 읽었던 사람이라도 이 글을 올린 지가 1년이 넘었으니 또 읽어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입니다.

 

 

 

 

제목 : 패배할 땐 웃기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늘 과묵한 내가 갑자기 즈베르꼬프하고 격투를 벌인 일이 있었다. 하루는 그가 휴식 시간에 친구들과 미래의 정부(情婦)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햇볕을 쬐고 있는 강아지처럼 들뜨기 시작하더니, 자기는 영지 마을의 계집애들을 하나도 그냥 놔 두지 않겠다, 그건 - droit de seigneur(귀족의 권리)이므로 만약에 농부들이 건방지게 반항한다면 그 따위 텁석부리 악당들은 모조리 곤장을 먹인 후에 인두세를 곱절로 물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얼빠진 동료들은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나는 달려들어 격투를 벌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마을 계집애들과 그 아버지들을 동정해서가 아니라 이런 풋내기에게 모두들 박수를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운 좋게 이겼지만, 즈베르꼬프는 바보이긴 해도 쾌활하고 활달한 성격이었으므로 허허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실은 나의 승리도 완전한 것은 못 되었다. 마지막으로 웃은 것만큼 그가 덕을 본 셈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저,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이 글은 자신이 상대의 웃음 때문에 완전한 승리자가 되지 못함을 말하고 있다. 상대편에서 보면 그 웃음 때문에 완전한 패배자가 될 뻔한 것을 면한 것이다. 그 웃음이란 바로 마음의 여유인 것이다. 즈베르꼬프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 네가 이겼다. 네가 이겼다고 인정해 주지. 그런데 그게 뭐 대단한 건가.'

 

그런 마음의 여유가 ‘허허’ 웃게 만든 것이리라.

 

 

(혹시 여러분은 누군가로부터 창피를 당하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에 처했을 때 그래서 패배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 때,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면서 그 상대에게 분노를 느껴 화를 벌컥 낸 적이 있습니까? 그럴 땐 화내는 대신 시치미 떼고 웃어 버리는 겁니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초라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일 수 있으니까요.)

 

 

 

 

 

 

..............................

이 글을 고른 이유 :

삶이란 한 번씩 찾아오는 패배감을 견디며 살 때가 많은 것이므로.

그들만의 축제를 부럽게 바라보는 구경꾼이 된 느낌으로 살 때가 많은 것이므로.

 

 

 

.............................

추신 : 나는 언제 패배감이나 구경꾼이 된 느낌을 갖는가

- 내 나이의 숫자를 생각하면서 세상의 무대 뒤로 퇴장한 느낌이 들 때.

- 거울로 예전에 비해 생기를 잃은 얼굴을 보면서 ‘이렇게 늙어 가는구나’하고 생각할 때.

- 돈을 버는 일엔 으레 스트레스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책이 없고 그저 감내해야만 한다고 느낄 때.

- 나보다 훨씬 늦게 서재 활동을 시작한 분들의 서재에서 내 서재의 세 배쯤 되는 하루 방문자의 수를 볼 때.

- 추천 수와 댓글 수가 나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서재를 볼 때.

- 고등학생인 걸로 아는 블로거가 쓴 글이 나보다 더 잘 쓴 글로 느껴질 때.(그가 누구인지 짐작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가끔 내 서재에 댓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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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1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만 명 돌파했다는 페이퍼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오만이군요! 축하드립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13-01-20 12:4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 위의 추신이라고 글을 추가했는데, 누굴 말하는지 아시지요?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멋져요.

이진 2013-01-20 17:44   좋아요 0 | URL
와하하... 페크님 감사해요!
저러한 쓰디쓴 패배감은... 패배감이랄것도 없는 구경꾼이 된 느낌은 저도 매일 느낍니다. 그게 과해지면 외로움이랄까요. 그래도 페크님이 계셔서 오늘은 밝네요. 감사드려요 ㅎㅎ

다크아이즈 2013-01-20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페크님, 추카드립니다.
단기간에 이런 목표 달성한(?) 이는 페크님 말고 또 있을까요?

페크pek0501 2013-01-20 12:51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여기까지 오는 데 4년 걸렸어요. 천천히 기어가고 있어요.
구차달 님, 소이진 님, 팜 님... 세 분의 발전 속도는 날아가는 수준이라서
제가 가장 뒤처질 거예요. 그래도 화를 벌컥 내지 않겠습니다.
허허~~ 웃겠습니다. 즈베르꼬프처럼요.
으음~~ 여러분들은 날아가고 저는 기어가도 이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3-01-2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분 모두 고맙습니다. 조금 전에 페이퍼 끝에 추신의 글을 추가했어요.

그냥 패배감이나 구경꾼이 된 느낌이라고 하면 어떤 걸 말하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까, 해서요.ㅋㅋ

잘잘라 2013-01-20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057번째 다녀갑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페크pek0501 2013-01-22 14:20   좋아요 0 | URL
저는 50100번으로 들어왔어요. 크하하하하~~
반가워용. ^^

oren 2013-01-2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자수 5만을 돌파하신 걸 축하드려요. 그리고 '목적이 달성되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조금 진전시킨 것으로밖에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ㅎㅎ
* * *
아테네인은 적을 격파하고 끝까지 승리를 이용하며, 패배하더라도 최소한의 후회만 합니다. 나라를 위해서는 자기 몸을 자기 것으로 생각지 않고 희생하며, 나라를 위해서라면 일을 수행할 때 그 목적을 결코 남의 일로 여기지 않습니다. 책상 위의 계획일 뿐 행동에 옮겨지지 않은 일도 그들은 사실상 손실로 계산합니다. 게다가 계획이 현실화되고 목적이 달성되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조금 진전시킨 것으로밖에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일이 중간에 틀어져 좌절하게 되면 그들은 다른 계획으로 그 손실을 보충합니다. 아테네인은 결정사항을 곧 실천에 옮기므로, 그들만이 목적을 희구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노고도, 위험도 꺼리지 않고, 이 모든 것에 생애를 걸고 노력하며, 시종일관 발전에 쫓겨 현재를 즐길 여유조차 없습니다.
- 투키디데스,『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에서

페크pek0501 2013-01-22 14:21   좋아요 0 | URL
"책상 위의 계획일 뿐 행동에 옮겨지지 않은 일도 그들은 사실상 손실로 계산합니다."
- ㅋㅋ 저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요. 이렇게 따지면 저는 늘 손실을 보고 사는 셈입니다.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거든요.
자주 갈등을 느낍니다. 게으른 자유를 누리며 무능하게 살까, 부지런을 떨며 유능하게 살까?
저는 게으르고 유능하게 살고 싶은데, 그건 불가능하니 그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을 합니다.
현재 게으름의 자유에 빠져 지내고 있어요. 애들이 방학이라 저도 방학처럼 살고 있어요.
늦잠을 자는 버릇까지 애들을 닮아 있어요.

오렌 님처럼 직장 다니시면서 글을 자주 올리시는 분을 보면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에요.
새해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손실이라 간주하고 앞으로 분발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