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의 순환 :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많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 동안 만족할 수는 있겠으나 그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만약 만족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권태’라는 손님이 찾아와서 ‘만족하는 시간’을 끝장내어 버린다. 행복한 시간 뒤에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게 우리의 삶이다. 만족과 권태의 순환 그리고 행복과 불행의 순환이 있는 삶을 초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시간이 만들어 내는 삶의 굴곡에 크게 흔들리지 않아야 잘 살 수 있다. 여러 곡선의 삶의 고갯길을 넘어지지 않고 잘 가야 하는 것이다.
2. 제자리걸음의 시간 : 시원하게 뚫린 길을 가고 싶었으나 내가 가고 싶은 길엔 곳곳마다 장애물이 놓여 있다. 그 장애물을 뛰어넘느라 몸이 지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자리걸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제자리걸음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시간’ 때문이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시간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 내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데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제자리에서 나이만 먹는 게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음’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고, ‘늙음’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리에 이르는 걸 의미하니까.
3. 심리적 시간 때문이다 : 이번 새해를 맞이하면서 '시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 부모님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간다고 느껴지는 걸까.
스티브 테일러 저, <제2의 시간>에 따르면 그것은 ‘심리적 시간’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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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빨리 흐르는 듯 느껴질까? 독일에서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면 시간이 ‘길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한창 재미있을 때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지루하고 초조할 때에는 더디게 늘어질까? 왜 시간은 사고, 위급한 상황, 환각 상태에 있을 때나 완전히 몰입한 운동선수, 정신분열과 같은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유난히 천천히 흐르고, 심지어는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일까?” - 알라딘 제공.
“자주 언급되는 이론은 나이가 들수록 일정 기간의 시간이 전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면서 시간의 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1877년 폴 자네Paul Janet가 가장 처음 제기했다. 19세기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 사람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느끼는 일정 기간의 시간의 길이는 인생 자체의 총 길이에 따라 변한다. 10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이고, 50세의 남자에게는 50분의 1이다. 만약 태어난 지 1개월 밖에 안 된 아이라면 일주일은 무려 살아온 삶의 4분의 1에 해당하므로 일주일이 영원히 계속 되는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 알라딘 제공.
....................스티브 테일러 저, <제2의 시간>에서.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시간의 빠름’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10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이고, 50세의 남자에게는 50분의 1이다.’라는 설명은 일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해석해 보았다. 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일의 속도가 느려져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되는 거라고.
독서로 예를 들면 이렇다. 한 달에 다섯 권을 읽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이삼십 대의 사람들에겐 젊기에 그 계획의 실천이 쉽지만 사오십 대의 사람들에겐 나이가 들어 눈의 피로가 생기고 체력도 약해져 읽는 속도가 느려져서 다섯 권을 다 읽지 못한 채로 한 달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아직 다섯 권을 읽지 못했는데 벌써 한 달이 가 버렸네, 하면서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경험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예전에 비해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것.) <제2의 시간>에서 조언하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 그래야 삶을 풍부하게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에 정신을 쏟지 말고 현재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만끽하란다. 예를 들면 샤워를 할 땐 딴 생각을 하지 말고 샤워의 상쾌함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커피를 마실 땐 꼭 신문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커피를 다 마셔버리고는 ‘어, 벌써 다 마셨네. 신문을 읽느라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도 못했는데.’하고는 아쉬워한다. 다음부턴 커피를 마실 땐 커피의 맛을 놓치지 말고 커피의 맛을 음미하는 것에만 집중해야겠다.
또 하나의 조언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라는 것. 그래야 시간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익숙한 생활을 반복해서 하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나의 경우엔 집에서 책만 읽으며 지내는 것과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여행을 하는 것을 비교하면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처럼 느껴진다.
아, 알겠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경험은 없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로 단조로워져 그날이 그날로 생각되어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없어져 버려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지나 보다.
4. 시간이 답이었다 : 나의 마음의 감옥에 갇혀 버린 것들이 날개 달린 새처럼 날아가 버렸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았다. 그래서 홀가분해졌다. 진작 날려 버리고 싶었지만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답이었다. 마음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흐르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니 마음도 흘렀다. 마음의 감옥에 갇혀 버린 것들에게 애써 날개를 달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시간의 위대한 점은 한 순간도 정지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슬픔이라도 치유하는 건 ‘시간’이고, 어떤 고통이라도 그 끝은 있게 만드는 것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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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투수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커브볼을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우리를 향해 가끔씩 던집니다. 이럴 때 절망하지 말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여름더위가 지나가듯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힘내야 합니다.
....................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56쪽.
시간이 흘렀다는 건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 시간이 힘듦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 있기에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서 억울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 시간은 앞으로도 가지게 될 테니까.
5. 중요한 건 시간 관리 : 얼마 전, 한 일간지를 통해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는 아이디어가 조용한 곳에서 샘솟기 때문에 침대에 들어갈 때에도 펜과 메모지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매일 쓰려고 노력한단다. 영감이 오길 기다린다면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 항상 연필과 노트를 옆에 두고 살 것.
- 가능하면 매일 쓰려고 노력할 것. 하루에 한 문단이라도 쓸 것.
나는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 영감은 오지 않고 서재에 글을 올린 지가 오래됐다고 느끼고는 급하게 글을 쓰는 방식으로 할 때가 많았다. 글을 매일 쓰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알랭 드 보통에게서 배운다. 그의 작가적 성공은 재능보단(재능도 있겠지만) 노력의 결과라고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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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책을 좋아한다. 위의 세 권을 읽었는데 다 좋았다. 아래의 읽지 않은 책 중에서도 하나씩 골라 사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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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잘하는 것을 딱 하나를 말하라면,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이 아닐까. 알랭 드 보통도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책을 많이 낸 것을 보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원과 같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겠다. 각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시간의 가치가 달라지므로.
*** <참고사항> ***
참고로 시간에 관한 책으로 이런 책도 있다.
톰 체트필드 저, <인생학교 | 시간>
시간에 관한 책을 읽는 일은 그 시간을 쓰고 사는 자신을 읽는 일이고, 자신의 삶을 읽는 일이고, 세상을 읽는 일이 될 것 같아 관심이 간다. <제2의 시간>과 <인생학교 | 시간> 중에서 어느 것을 구입할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