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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소리 하지 마
남의 일은 다 쉬워 보인다. 그러니 이런 말들이 오가는 것일 게다.
A : 너는 멋을 내는 것 같지 않은데 옷을 세련되게 입는단 말이야.
B : 모르는 소리 하지 마. 나 이거 엄청 신경 써서 옷 입은 거야. ‘튀지 않게 입되 세련되게 입기’가 내 콘셉트야.
A : 너는 글을 막 쓰는 것 같은데 글이 질서 정연해서 좋아.
B : 모르는 소리 하지 마. 글 쓸 때 내가 얼마나 시간을 들여 고치고 또 고치는데.
A : 엄마가 만든 음식은 다 맛있어요.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엄마 손만 거치면 맛있는 음식이 되나 봐요.
B :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음식 맛을 내기 위해 내가 몇 번을 먹어 보며 간을 맞추는데.
A : 따님은 꽤 공부를 잘했나 봐요. 수시 모집에 한 번에 붙다니요.
B :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다섯 개의 대학에서 떨어지고 여섯 번째 대학에 붙었답니다. 여러 번 떨어져서 마음고생이 많았지요.
A : 당신은 운이 좋군요. 갑자기 노래 하나로 인기 가수가 되다니 말이죠.
B :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제가 열심히 했는데도 얼마나 운이 따르지 않는 가수였는데요. 무명 시절 십 년을 거쳤답니다.
남들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말자. 남의 일은 다 쉬워 보이나 그들 나름대로 어려운 시간을 거쳤음을 놓치지 말자. 남을 올바르게 봐야, ‘왜 나만 되는 일이 없나?’라고 불평을 늘어놓지 않게 될 테니까.
백조의 우아한 모습만 보느라고 물밑에선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음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 않도록 하자. 겉만 보는 건 전체를 보는 게 아니고 그것의 반만 보는 것이므로. 아니 반도 보지 못한 것이므로.
- <피은경의 톡톡 칼럼>, 158~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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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은경의 톡톡 칼럼>


추신)....................................................
A : 페크는 운이 참 좋단 말이야. 처음으로 낸 책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 신간 중에서 블로거 베스트셀러로 종합 4위에 오르고, 에세이 부문 2위에 오르다니 말이야.
B : 모르는 소리 하지 마. 그 책을 내는 데 28년이나 걸렸대. 젊음을 바쳐 글을 써서 책을 내고 나니 나이가 들었다고 한탄하던 걸. 내 젊음을 돌리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