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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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화책의 주제, 장르는 정말 다양하다. 특히 어른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주제로 하는 내용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부모의 강압적인 행동에 의해 부모에게 맞춤아이가 되는 내용 등을 통해 아이에게도 인권이 있으며,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화책을 읽다보면 엄마인 내가 깨우치고 깨달아야 할 부분들이 너무도 많음을 느낀다. 내가 범하는 오류를 짚어줄 때마다 과연 나는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는건가? 를 생각하며 의기소침해졌다가, 동화 속에서 보여주는 결론을 통해 다시 한번 힘을 내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한걸음을 또 내딛는다. 이번에는 <<엄마 사용법>>이다. 제목부터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줄 듯 싶어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또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도 든다. 일반소설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더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기에, 나는 동화를 사랑한다.

 

"나도 엄마 갖고 싶어요. 엄마 사 주세요." (본문 7p)

"난 한 번도 엄마를 못 가져 봤잖아요." (본문 10p)

 

처음부터 파격적이다. 엄마를 사달라니. 일주일만 있으면 여덞 살이 되는 현수는, 친구들은 다 엄마가 있다며 엄마를 사달라고 조른다. 여기서 말하는 엄마는 바로 생명장난감이다. 조립을 하면 생명이 생기게 되고 스스로 움직이는 장난감이다. 생명장난감은 한번 조립을 마치면 되돌릴 수 없으며, 생명장난감은 조립된 후 처음 본 사람을 주인처럼 따르게 된다. 하지만 망가진 장난감은 '바이오 토이'사의 '파란 사냥꾼'들에 의해 회수된다. 현수가 이렇게 아빠를 조르는 것은 신제품인 '엄마' 광고를 본 후다.

광고 속 엄마는 같이 놀아 주고, 옷도 입혀 주고, 맛있는 간식도 차려 주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안된다고 했지만, 아빠가 출장 가 있는 동안 봐주기로 한 할아버지가 다친 탓에 할 수 없이 엄마를 사주기로 했다.

현수는 엄마가 배달된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 '엄마 사용법'을 읽어보았다.

 

엄마는 모든 집에 어울리는 완벽한 제품입니다. 조립을 마친 후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면 엄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해옥한 집을 만들어 보세요. (본문 31p)

 

 

 

현수는 조립 설명서를 보며 아주 많이 신경을 썼지만 부품을 떼어 내다가 손가락을 찔렸고, 그 때 피 한 방울이 엄마의 가슴 부분에 떨어졌다. 놀라 재빨리 닦으려했지만, 핏방울은 금세 엄마의 가슴 안으로 스며들었고, 겉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살짝만 발그레해 자국이 남지 않아 다행이었다. 조립이 끝나고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자 엄마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천천히 눈을 뜨고 현수를 보았다. 이제 현수도 엄마가 생겼다. 이제부터 모든 게 완벽해지는 거다. (본문 41p)

학교 가는 길에는 언제나 조심해야한다. 학교 가는 길목에 도망친 생명장난감 고릴라가 지붕 위에서 똥을 던지기 때문이다. 똥을 피하려고 하늘을 쳐다봐야 하기 때문에 현수는 매번 학교에 지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깨워주지 않은 탓에 지각을 했다.

키도 크고 힘도 센데다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태성이는 현수의 엄마가 불량품이라고 놀렸다.

 

"엄마는 아이를 돌보라고 있는 거야. 청소랑 빨래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 주고, 뭐든지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게 엄마야. 아침엔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밥 차려 놓고 날 깨워 줘야지. 그게 아니면 엄마가 왜 필요하냐?" (본문 49p)

 

아닌게 아니라 현수의 엄마는 조금 이상하다. 학교가 끝나고 엄마를 보여주려고 민지를 데리고 왔는데, 엄마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문병을 가기 위해 엄마랑 할아버지한테 간 현수는 조금은 이상한 엄마지만, 현수가 원하는 엄마를 가질 방법을 알게 된다.

 

"....네가 생각한 엄마는 어떤데?"
"음, 안아 주고, 책도 읽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엄마요."
(본문 67p)

 

이제 현수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함게 하하하 호호호 웃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생명장난감은 마음이 없어야하고, 웃을 수 없기에 불량품으로 신고된 엄마와 현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엄마는 고장 난 게 아니에요!"
"웃은 게 이미 고장 난 거야.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제품이지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니까."
(본문 88p)

 

 

 

세상의 엄마들은 너무 바쁘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식사 준비를 해야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를 시켜야하고, 늦지 않게 학원도 보내야한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어린이로 키우기 위해 한글을 배운 뒤부터는 책을 읽어주는 법은 없다. 함께 산책할 시간도 없고,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시간도 없다. 엄마도 바쁘게, 아이도 바쁘게 하루 일과가 빈틈없이 돌아간다.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제품이지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과연 아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집안일 때문에 아이가 내밀고 있는 손을 못 본척 한 적은 없나? 나는 그저 집안일을 하는 제품이었던 것은 아닌지...자꾸만 되돌아 보게 된다.

 

"진짜 엄마이시군요. 생명장난감은 집안일은 잘 하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본문 106p)

 

생명장난감이 탄생되는 멀거나 혹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 <<엄마 사용법>>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쾌한 이야기 속에 '가족''엄마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행복한 결말에 따뜻한 감동으로 가슴이 채워짐을 느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되풀이 했던 '사랑한다'는 말은 어느새 그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몇월몇일에 이가 나고, 언제 첫 걸음마를 떼었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억하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아이가 몇 점을 받았는지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하고 있는 집안일을 팽개치고 달려가던 나는, 집안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하던 시간들을 점점 줄여간다. 나는 엄마인가? 생명장난감인가?

 

"엄마는 불량품이 아니라, 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닐까? 갓 태어난 아기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네가 엄마에게 알려 주면 어떻겠니? 엄마는 너를 처음 보아서 모르는 것일 뿐이니까 말이다." (본문 73p)

 

 

 

나는 진짜 엄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만, 아이가 원하는 엄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현수의 엄마가 현수가 원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하나씩 배워가는 것처럼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채워나가면 된다는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엄마 사용법>>으로 나는 또 하나를 깨닫고 배웠다. 아이가 원하는 엄마, 진짜 엄마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짧은 글이지만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너무 잘 표현한 작품이다. 하나둘 깨달아가고 배워가면서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깊이 새겨본다.

 

(사진출처: '엄마 사용법'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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