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추적자 드라마 대본집 (총2권) 추적자 드라마 대본집 3
박경수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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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잘 시청하지 않지만 <추적자>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드라마였기에 시청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간혹 많은 인기를 누린 드라마나 영화가 소설화되어 출간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렇게 '드라마 대본집'으로 출간되어 읽어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흥미로움이 대본집에서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컸지만, 과연 대사와 지시문으로만 되어 있는 구성이 작품이 전해주고자 했던 흥미와 긴장감 등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긴장감과 흥미로움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를 본 것도 아닌데, 대사와 지시문만으로 그들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배우들이 드라마 대본을 받고 작품을 선택하면서 느꼈을 그 감동이 마치 나에게도 전달되어지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건데, 대본집이기에 장소나 행동 등에 대한 묘사가 없어 더욱 빠른 전개로 그 긴장감을 배가 시켰던 것 같다.

 

<<추적자>>의 줄거리는 사실 멜깁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영화 <엣지 오브 다크니스> 등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리 신선한 소재는 아니었다. 물론 약간의 스토리 상의 차이는 있지만, 딸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그다지 생소한 스토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자>>가 끌리는 것은 등장인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있는 인물묘사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배우 박근형이 어떻게 소화했을지 너무도 궁금한 한오그룹 서회상이 보여주는 구수한 사투리와 주인공이자 진실을 파헤지는 백홍석을 도와주는 만년 반장인 홍 반장의 캐릭터, 강동윤을 옆에서 도와주는 지적이면서도 냉철하고 냉대함이 돋보이는 신혜라 그 외에도 결혼에 두 번 실패했지만 정의와 의리에 몸받치는 조형사 등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개성들이 이 드라마의 품격을 높이고 있었다.

여고생의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권력자간의 암투는 가진 자들이 행하는 힘 앞에서 한없이 무너져내리는 힘없는 서민들의 설움으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시청자들도 그랬을 듯) 울분을 참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스토리가 독자를,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것은 아버지로서의 백홍석이 우리를 대신해서 그들을 집행해주리라는 희망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권력, 재력이라 할지라도 진실 앞에서는 약자임을 밝혀주기를 바랐던 마음 때문이리라.

 

동윤       수술만 성공하지 않았어도...니가 PK준만 안 잡았어도...법정에서 죽이지만 았았어도...탈옥만 안 했어도...백홍석. 니가 멈췄으면, 니가 포기했으면, 나도...나도...왜...왜...포기하지 않은 거야? 왜?

홍석        나는...수정이...아버지니까.

 

홍석        ...우리 미연이 꿈은...가을이 되기 전에...거실에 커튼 바꾸는 거였어.

              우리 수정이는 전교 석차 50등 안에 드는 게 꿈이었다.

              ...내 꿈은...내년에 적금 타면...우리 수정이 방 도배해주고, 침대 바꿔주는 거였어.

동윤        누군가 꿈을 이루면 누군가는 꿈을 잃는 법이지. (본문 260p)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강동윤과 딸 지수의 사고를 무마하려는 서회장으로 인해 수정의 교통사고는 수정이 마약과 원조교제를 일삼아 당하게 된 사고로 치부되고, 이에 격분한 아버지 홍석은 지수와 동행했던 PK준을 사살한다. 그러나 그 뒤에 더 큰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 홍석은 진범을 쫓으려하고, 그로 인한 서회장과 강동윤의 기싸움과 권력을 이용한 다툼은 더욱 거세진다. 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했던 아내의 죽음까지 겪게 된 홍석은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권력의 진흙탕 속으로 들어간다.

지수 대신 PK준의 연인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혜라와 매번 권력의 힘에 의해 진실이 묻혀지는 탓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홍석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서 회장과 강동윤의 치열한 다툼으로 인해 점점 구석으로 몰리게 되고, 이들의 기싸움으로 인해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진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 믿었던 상사에 대한 배신으로 홍석은 더욱 힘겨워지지만, 조형사와 깡패 용식 그리고 재벌가의 딸과 신문기자 사이에서 번민하다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찾은 지원과 10억이라는 큰 돈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결국 홍석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는 황 반장 그리고 전쟁의 북소리가 들리면 침묵하는 법에서 검사는 부장님, 차장님, 청장님들의 검사를 받고 일하는 직책이기에 법조인의 양심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던, 그렇게 정의롭지 않는 진흙탕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홍석을 도와 고군분투하는 정우까지, 홍석에게는 이들이 있었기에 법은 진실 앞에서 침묵하는 법이 아닌 세상의 룰로서의 그 임무를 다 할 수 있었다. 비록 때로는 더럽고, 억울하고, 엉터리고, 화가 나는 룰이지만 말이다.

 

정우     (드라이하게) 장병호 전직 대법관님. 나한테 법은...

           때로는 더럽고, 억울하고, 엉터리고, 화가 나지만......

           반드시 지켜야 되는 거야. 그게 이 세상의 룰이니까.

           링에 올랐으면 룰을 지켜야지. 세상을 살려면 법을 지키고. (본문 122p)

 

법은 때로는 강한 자에게, 있는 자에게 유리하게 움직여진다. 가난이 죄이기에 힘을 가지려고 했던 동윤은 세상의 원리를 너무도 일찍 알았던 게다. 없는 자는 죄인이 되는 세상, 그래서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세상. 백홍석은 바로 우리 없는 자들의 모습이었다.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려는 자들에 의해 이리저리 치이고 다치는 소시민들, 그래서 백홍석이 싸우다가 다시 일어나 또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가진 자가 아닌 진실이 이기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을 써 나가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추적자>>는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홍석과 서 회장, 강동윤과 혜라 등 등장인물을 통해 증오와 배신, 질투와 복수와 권력욕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인간의 모든 본질을 오롯이 담아냈다. 어쩌면 뻔한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개성들은 긴장감을 더욱 팽팽하게 했고, 인간의 본질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함으로써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추적자>>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으로 한 번 손에 잡으면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결코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덧)드라마에게서 법은 홍석에게 15년형을 내렸지만, 진짜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의 법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백홍석 당신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판결봉 두드린다.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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