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득이네 창비아동문고 118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7월
장바구니담기



간혹 내전으로 인해 가난과 고통 속에서 부모를 잃고 절망과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접하게 되면 어른들의 과욕이 부른 참사에 흐망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눈빛에 가슴이 메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후원하고 있지만, 가족을 잃은 그들의 고통을 채워주기는 턱없이 부족하리라. 그들의 아픔을 들여다보면 지난 세월 우리의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겪은 6.25 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세월이 느껴지는 듯 하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역사 시간에는 6.25 전쟁으로 인한 역사의 아픔을 배웠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6.25 전쟁은 그저 지난 과거에 불과하다. 온라인 게임으로 인해 전쟁을 하나의 게임으로 인식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점득이네>>는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게 되는 전쟁의 본질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권정생 선생님의 <<점득이네>>는 점득이네 가족이 해방직후부터 6.25 전쟁을 겪는 고통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이다. 대립, 전쟁, 분단으로 인한 우리 겨레의 고통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몽실 언니><초가집이 있던 마을>과 더불어 권정생 선생님의 6.25 소년소설 3부작 중 한편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절망스러웠던 그 시절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슬픔과 감동이 느껴진다.



점득이가 여섯 살 때, 해방을 맞게 된 그해 겨울, 10년 넘게 살아온 만주를 떠나게 된 점득이네 가족은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압록강까지 왔지만, 소련 군인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는 탓에 길이 막히고 만다. 바로 눈앞에 고향 나라를 두고 되돌아 갈 수 없었던 탓에 밤이 오길 기다렸다가 강을 건너던 점득이네는 요라한 총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모두가 한 핏줄인 조선에서 살게 되는 것이 즐거웠던 그 행복은 며칠 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고 만 것이다.

엄마, 점득이 그리고 누나 점례는 아버지를 잃은 채 어머니의 고향에서 외갓집의 도움을 받으며 두부 장사로 생계를 꾸리며 터전을 잡는다. 점득이는 외사촌 형인 승호를 무척 따랐으나, 승호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라를 더 사랑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인민군이 되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토벌대들에 의해 마을은 전쟁터가 되었고, 승호로 인해 외갓집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살길이 막막해진 점득이네는 장터로 이사를 가게 되고, 홀로 손자 남매인 판순이와 종대를 키우는 할머니네 가족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판순이의 아버지는 징용으로 끌려갔고, 그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난 어머니는 소식이 없다. 그런 판순이는 기생집의 추월 언니(탄실이)처럼 가족을 위해 몸을 팔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반면 점득이는 집 나간 승호형, 빨갱이, 인민군 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과연 누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점득이는 생각해본다.



언제까지 이렇게 배고픈 세월이 이어질지,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아버지를 소련군에 잃은 점득이네와 아버지가 징용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는 판순이네, 그리고 사랑하는 형이 빨갱이가 되어 집을 나가 버리고 어머니는 병을 앓고 있는 승기네, 기생의 몸으로 그대로 착하게 살려고 애쓰는 탄실이가 살고 있는 이땅에 더 큰 불행이 찾아온 것은 1950년 6월이었다. (본문 131p)



꿀밤이나 죽이나 아무것이나 먹고 배를 채우고 나면 지껄이고 노래하고 뛰고 놀 수 있었던 아이들, 그러나 붉은 깃발을 앞세운 인민군들이 마을에 나타났고,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군인들에 의해 강둑에 모인 사람들은 사람들의 무더기를 향해 곤두박질치며 폭격을 퍼붓는 비행기에 의해 많은 목숨을 잃었다. 이 일로 점득이는 어머니마저 잃게 되고, 점득이는 눈을 잃게 된다. 고아원에서 지내게 된 점득이와 점례 그리고 판순이는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되고, 휴전 소식에 고향으로 가려던 이들은 휴전선에 막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판순이와도 헤어지게 된 점득이와 점례는 30년을 하루같이 고향과 외갓집 식구들 그리고 판순이를 찾으며 살아간다.



점득이도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걷듯이 세월이 흐르는 것을 애써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절대로 점례 누나와 자기는 그냥 어린이로 남아 있어야 한다 싶어 나이를 세지 않으려 했다. 그래야만 지난날 있었던 조그마한 즐거움이나마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본문 277p)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가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며 의지하였으며, 그것만이 이 고통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점득이네와 그들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전쟁의 참상을 엿볼 수 있었다. 가난했지만 그래도 노래하고 뛰어놀 수 있었던 아이들, 그 행복에 찾아 온 전쟁은 너무도 비참했다. 그러나 이런 고통스러운 전쟁 속에서도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은 견딜 수 있었다. 두 손을 꼭 잡고 30년을 사람을 찾으며 살아가는 점득이와 점례는 그들이 곧 삶의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전쟁은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고통도, 가난으로 인한 배고픔도 이제는 다 옛말이 되었지만, 우리는 물질을 얻는 대신 사람을 잃었다. 전쟁보다 더한 경쟁 속에서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우리는, 전쟁 속에서는 고통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힘을 얻었던 그 시절의 기억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 듯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또 다른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나가는 것은 아닐까?

<<점득이네>>는 전쟁으로 인한 모진 세월을 견디어 낸 사람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갈 수 없는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 짓는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작품이었으며, 전쟁의 고통을 알 리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들의 아픔을 엿봄으로써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삶에 힘이 되어주는 나의 가족, 이웃임을 점득이네 가족과 이웃들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사진출처: '점득이네'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