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일명 국전) 비구상 부문에서 입상했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이미 그렸놨던 게 미덥지 않아 다시 그려야 했습니다) 6시간만에 완성하고 액자할 시간도 없이 안산 예술의 전당에 그림을 접수한 게 지난 21일 이었습니다.


앞서 3개 미술대전에 응모했었는데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쟁쟁한 작가분들이 많았습니다.  100호 대작들을 들고 줄을 서서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 작품은 40호밖에 안되고 그들과 비교하니 초라하기 그지 없어 기가 많이 죽었습니다.


괜히 왔다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진짜 제 앞뒤로 100호 짜리 분들, 너무 잘그렸더라구요. 제 뒤에 10여명 작가분들도 이전에 타 지역 미술대전 대상작들 수준이었습니다.(신라미술대전, 강남미술대전, 성남시 미술대전 등 지난 수상작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기가 너무 죽었습니다. 그림을 그린 시간이 너무 짧으니 내년을 기약하자고 생각하고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두자고 체념했습니다. 접수하고 온 날부터 괜히 접수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는데, 문자받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그림을 구매하는 사이트에 인기작가들 이력을 보면 국전 입상이력이 있는 분도 있고 없는 분도 있지만 있는 분들이 잘나갔습니다. 올해가 42회째인데 40회 대회에서 어느 미술학원 원장님이 40평생 국전에 처음 입선하여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봤었기에, 국전 입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쯤은 알았습니다.


동대문에 가끔 가는 화랑 주인장 께서도 국전 입상경력이 있으신데, 이분도 각종 미술대회에서 많은 상을 타신 분이지만 국전 입선은 8년만에 처음이었다고, 아직까지도 그때(10회)의 도록을 갖고 계십니다. 그분이 그랬어요. 국전의 문턱은 높다고..지금은 국전의 위상이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권위있는 대회이긴 합니다.


산술적으로 전국에 220개가 넘는 지자체가 있고 지자체마다 미술대회가 있습니다. 여기 대상작만 해도 220명이 넘어요. 물론 비구상이 구상보다 출품자가 적긴하지만 그만큼 더 어렵고 비구상을 바로 시작하는 분들은 거의 없기에 비구상 입상이 훨씬 어렵다고 미술학원 원장님들이 그러시더라구요.


저보고 우회적으로 4-5년간 미술학원을 착실히 다니면 그때 작품봐서 응모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그런 말따위는 무시하고 바로 접수해 버렸지요..무식하면 용감하다고...ㅎㅎ 


근데 입상을 해버렸네요..^^;; 저보고 회사 사람들이 예전에 처음 그린 파스텔 그림을 보고 처음 그린 게 그정도면 천재라고 막 그랬는데...흠...이건 뭐 천재인지는 모르겠고,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는 면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보통 여기 내는 작품들은 최소 2-3개월은 투자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너무 성의 없이 6시간만에 그린 걸 냈기에 기법이나 화풍보다는 메시지가 많은 점수를 받은 거 같습니다.


이건 국전에 응모하기 직전 중앙회화대전에 낸 작품에서 어느 정도 감지했습니다. 집에서 장난삼아 그린 그림을 올해 중앙회회대전에 응모해 봤는데 덜컥 본선 300작 안에 들어서 매우 놀랐습니다. 1차 사진 출품료는 저렴해서 사진만 제출할 요량이어서 재미삼아 응모한 게 덜컥 당첨이 됐습니다. 22일자 중앙일보 전면에 300작품이 실렸는데, 제 작품도 있어요..ㅎㅎ


사실 올 해 목표는 국전 입상이었는데, 그림 그린지 1년도 안된 넘이 무슨 국전 입상? 하는 생각이 많았지만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해서 올해 목표는 국전 입상에 두었습니다. 근데 이게 실현될 줄은 몰랐네요..ㅎㅎ

어쨌거나 여기 그림 올려서 알라디너 분들이 응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림 이력 중간 점검] 학창시절 이후에 그림을 그려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음. 난 완전 그림에 있어서는 완전 초보 중 왕초보였음.


2022년 6월 12일 미술학원에 등록해서 3개월 간 물감섞는 방법과 붓질하는 방법을 배움. 근데 나이프 사용하는 방법은 잘 안 가르쳐줘서 내 맘대로 사용하는 중. 유화배우려다가 마르는 데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 아크릴화로 결정. 1주에 2시간 한 달 8시간 미술학원에서 기법을 배운 후 집에서 마구 그림. 22년 12월까지 F3~F6 100여점 그림. 


22.6.12 ~ 23.5.30.까지 미술학원에 다녔지만 회사에서 바쁜 일정 때문에 두어 달 정도는 미술학원에 못나갔음. 뭐 미술학원에 나가도 처음 3달을 제외하고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려서 혼자 그리다 오는 날이 대부분이라 5월까지만 다님.


22년9월부터는 직장 그림 동호회에 가입하여 4월까지 20여 점 그림. 근데, 동호회에서는 추상화 그리는 사람이 나 혼자라 선생님에게 배우는 게 1도 없었음. 그냥 내가 그리고 싶은 거 그렸는데, 선생님이 그림 좋다고 런던 아트페어에 내자고 해서 런던 전시에 참가.


4월에 운좋게 신진작가 지원해주는 곳에서 무료로 개인전을 열었음.


그리고 5월부터 전국 규모 미술대전에 응모하기 시작함.  (시간순)


제44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비구상 입상

제44회 대한민국 창작미술대전 비구상 입상

2023 중앙회화대전 본선 진출(300작에 선정)

제4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 입상



[덧]

나중에 제가 수상한 그림들을 글과 함께 올려보겠습니다~~

큰 상을 너무 쉽게 받은 건 아닌지...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자만하지 않고 대상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그려볼까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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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6-26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너무나 축하드립니다. yamoo님 정말정말 대단하세요!! 수상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세요!! 와우!

yamoo 2023-06-26 13:5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얄라님!!

겨울호랑이 2023-06-26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입상 축하드려요!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

yamoo 2023-06-26 13:5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ㅎㅎ

다락방 2023-06-26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엄청나네요. 입상 축하드려요!!

yamoo 2023-06-26 13: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그려야 겠습니다~~

댄스는 맨홀 2023-06-26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세요. 입상 축하드립니다.

yamoo 2023-06-26 13: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멘틀님!

서곡 2023-06-26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사네요 축하드립니다!!!

yamoo 2023-06-26 13:53   좋아요 1 | URL
경사 맞는 거 같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당~~

hnine 2023-06-26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축하합니다!

yamoo 2023-06-26 13: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닷!!😊

새파랑 2023-06-26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님 미술 천재십니다. 축히합니다~!!

yamoo 2023-06-26 13:55   좋아요 1 | URL
천재인가? 계속 고민합니다만...그건 아닌 거 같고 운이 좋은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chika 2023-06-26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yamoo 2023-06-27 10: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치카 님~

stella.K 2023-06-26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야무님 일 내실 줄 알았습니다. 축하합니다!!!
한턱 쏘셔야죠? ㅋㅋㅋ

yamoo 2023-06-27 10: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ㅎㅎ
한턱을 어떻게 쏘ㅏ야 하나욤??ㅎㅎ

우끼 2023-06-26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ㅜㅜ!!

yamoo 2023-06-27 10: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우끼님!!

마루☆ 2023-06-27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수상소식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네요.~^^

yamoo 2023-07-03 10: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수상소식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으시다니...헐~~^^;;

가넷 2023-06-29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ㅎㅎ

yamoo 2023-07-03 10:34   좋아요 0 | URL
감사드립니다~ 가넷 님!

그레이스 2023-07-04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 짧은 시간에 대단하십니다.
넘 좋으시겠어요
추상이어서 지도 받지 않으신게 더 좋았던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 천재성이 있으신듯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yamoo 2023-07-04 09:5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아주 규모가 큰 미술학원 4곳에 문의를 해 보았습니다. 원장님들이 모두 동일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 1주 2시간씩 1달 4번 수업, 즉 1달에 8시간 1년을 배워봤자 절대 그림이 늘지 않는다. 최소 한타임에 3시간 일주 3번 즉 한달에 40시간 정도 꾸준히 3년 정도 배워야 기본기가 갖춰져서 작은 공모전에 응모해 볼 수는 있다. 5년 정도면 자신의 그림스타일이 정착되면 보다 큰 전국 규모 공모전에 응모해 볼 수는 있다. 국전은 어림도 없다. 비구상은 보통 구상 이후의 단계라 비구상을 하려면 구상을 한 이후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는 전언이었습니다.

그림 배운지 3년이 안된 사람들을 초짜라 하고 1년 정도면 초짜 중 초짜인데....국전 비구상에 입상을 한다는 건 심사위원들의 눈이 삐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니면 국전에 낸 사람이 천재이거나....순식간에 제가 천재가 된 지점이기도 합니다..ㅎㅎ

뭐가 뭔지 저도 잘 모르는 중....ㅋㅋㅋ

얄라알라 2023-07-06 10:45   좋아요 2 | URL
제가 yamoo님은 온라인 상으로만 먼발치에서 알고 있지만
현실에 이런 천재(붓을 잡았는데 알고 보니, natural born화가)분이 계시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부디 그 재능과 열정으로 세상에 멋진 그림 많이 많이 그려주시어요^^

2023-07-06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7-04 2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이 뉴스를 저는 지금 처음 봅니다. 진작 축하 메시지의 댓글을 달았어야 했는데
제가 이렇게 정보에 어둡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천재 작가의 탄생, 이 아닐까 생각되어요.
별로 노력한 게 없는데 큰 상을 탔어요, 하는 분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야무 님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일 것 같네요. 제가 부러워하는 부류입니다.
앞으로 더 전진하시길!!! 기분 좋게 응원하겠습니다.^^

yamoo 2023-07-05 09:1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뭐, 서재에 가끔 들어오면 정보에 느릴 수 있습니다. 저도 역시 뒷북이 많아요..ㅎㅎ
음...뭐랄까..이번 국전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물감 마르는 시간 등 여러 작업을 모두 합쳐도 6시간이 안 걸렸는데, 이런 막작업도 상을 탈 수 있다는 사실로 좀 놀랐습니다. 전시회에가서 전시작들을 죽~~둘러보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들여야 완성할 수 있는 100호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더라구요. 저는 40호로 냈는데, 제 그림이 서양화 입상작 중에서 가장 작았습니다.

제 케이스가 아주 예외적인 거라...미술 배운 아해가 1년 안에 국전에 입상했다는 뉴스와 거의 같은지라...작년 5월까지 전 그림에는 완전 백치였으니까요..ㅎㅎ 이게 천재적인지 아닌지는 내년에 들통나겠지요...ㅎㅎㅎ
 

요즘 식음만 해결하고 짬이 나면 무조건 그림을 그립니다. 최소 20호 대개는 40호 작품을 그리기에 시간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이전에 머릿속에서만 구상했던 이미지들이 그림으로 완성되니, 아주 많이 뿌듯합니다.


아무도 그리지 않는 주제를 그리기 때문에 내가 그리는 비구상 그림이 아마추어적인 게 아닌지 끊임없는 회의감이 듭니다.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나의 주제를 두 개 그려서 전국규모 미술대전에 응모해 봤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응모한 두개 대회 모두 입상했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했지만 내 그림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는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 더 열심히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제 그림 주제는 여기서도 올렸다시피 말할 수 있지만 이미지화 되지 못한 것, 또는 말할 수 없는 것들 입니다.


작품이 쌓이니 태어나서 처음 포트폴리오라는 것도 만들어 봤습니다. 작가노트와 그림설명을 하니 20여 페이지가 훌쩍 넘는군요! 어쨌거나 요즘 아마추어리즘을 넘어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헌데 요즘 전시회를 다니면서 드는 의문점이 있어 페이퍼를 쓰게 됐습니다. 물론 예술에는 정답이란 게 없다는 거, 충분히 인정합니다만, 이상하게도 미술 작가들은 자기 얘기를 주구장창하더군요. 자기의 심리적 상황이나 자기의 애환을 그림에 담습니다.


이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문학 세계와는 많이 달라서 재미가 없다랄까요. 문학에서 자기 얘기하는 소설들 손절한지 오래됐습니다. 기애란을 필두로한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전부 자기 얘기. 서사는 없고 심리적 묘사와 아름다운 문체만 넘칩니다.


자기 얘기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화두나 담론을 캐릭터에 녹여내는 작품들이 자기 연민에 빠진 내러티브 작품보다 훨씬 읽을 맛이 나고 소설적 가치도 음미해 볼 수 있는 듯합니다.


뭐, 문학 쪽에서는 이런 평들이 부지불식간에 형성되어, 좋은 작품들을 알아서 잘 읽는데, 회화 쪽은 아직도 자기 얘기하는 작가들이 대세인듯합니다.


독창적인 기법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것보다 시대가 지향하는 담론들을 자기가 처한 상황에 기반하여 창작활동을 하면 평면 회화의 주제가 다채롭고 깊이가 더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이런 작가층이 있긴 하지만 매우 얇고 공모전에 선정되는 작가들도 어떤 거시적 담론이나 논해질 수 없는 것을 이미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선호하는 그림을 그리거나(동물이나 식물) 기법에 특화된 창작품을 주로 내놓는 듯합니다. 


요즘 잘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대다수가 환상적인 그림은 보여주지만 어떤 담롣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의식이 없는 작가군이 많아 좀 아쉽습니다. 그림을 보고 '그래,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튀어나옵니다. 


단순하지만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고 그림을 감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바랍입니다. 


이상 초짜의 현대 젊은 작가들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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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6-01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전국규모 미술대전에서 입상이요?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축하해요!!!
정말 대단하심다!
초짜는요? 프로의 스멜이 느껴집니다.ㅎ
문학에 대한 야무님의 생각에 동의하는데 미술계도 그렇군요.
예리하시네요. 한편 걱정도 되구요.
근데 입상하시면 상금과 특전이...? ㅎㅎ
암튼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yamoo 2023-06-02 11:08   좋아요 2 | URL
이게 우연인지 실력인지 계속 전국규모 공모전에 응모해 보려고 합니다~~ㅎㅎ

초짜죠. 프로가 되려면 갈길이 멀어요~~ㅎㅎ

요즘 신진작가들 전시회 그림들을 보면 팝아트 아니면 식물 또는 동물그림이에요. 대기업에서 선정된 작가들은 기법면에서 아주 탁월한 면을 보여주긴 하는데, 자기 얘기라서 좀 거시기 합니다..^^;;

새파랑 2023-06-02 2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역시 대단하시군요. 입상한 그림사진도 첨부해주세요 ~!!
절대 초짜가 아니십니다 ㅋ

자기 애기를 많이 그리는건 아마 자기 애기가 가장 그리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요? ㅋ

yamoo 2023-06-04 18:09   좋아요 1 | URL
나중에 종합적으로 입상작과 그림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전히 초짜여요~~ 이제 발걸음을 뗀 초보 작가입니다. 사실 작가라고하기도 애매하죠. 딱 1작품 작은 사이즈 판매한게 전부이니..

그렇죠. 그게 잴 쉽죠. 근데 제재가 몇년 간의 작가적 천착 끝에 도달한 게자기 얘기라는 게 좀 거시기해요. 근데 이런 작가가 대부분이라는 거에 놀랍니다~~

페크pek0501 2023-06-03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 개의 입상을 축하드립니다. 본인이 좋아하고 열심히 하면 그런 성과가 있나 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일치! 이것 행운 아닙니까?
저는 잘하는 게 아니라 좋아해서 잘하고 싶은 것에 마음이 쏠려 있어요.ㅋㅋ

yamoo 2023-06-04 18: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림으 컬렉팅하다보니 그리고 싶어졌고...기법을 학원에서 몇 달 배우니 그리고 싶은 제재와 주제가 계속 찾아져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게 됩니다. 이게 좀 미친 거 같아요. 밥만 먹고 그림그릴 생각만 한다니까요..ㅎㅎㅎ 물론 책은 가끔 읽습니다. 영화도 넷플 통해 가끔 보구요..ㅎㅎ
계속 잘해서 상도 많이 받고 그림고 많이 팔았으면 좋겠어요!! 음히하~~~

얄라알라 2023-06-1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식음을 (전)폐 혹은 축소하고 그림만 그리시고, 상도 받으시고

근데 담담하게 이야기하시다니!!

대단하신데요. 넘 겸손하십니다!

얄라알라 2023-06-13 10:05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yamoo님 축하인사는 정작 빼놓았네요 ㅎ

yamoo 2023-06-24 15:31   좋아요 0 | URL
검사합나다!!^^
 

며칠 전 <훌륭한 군인>(문예출판사, 2013)을 읽고 비판적 리뷰를 섰다. 작가의 오리엔탈리즘적 인식과 비윤리성에 대한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물론 페미니즘적 관점에서도 비판의 십자포화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어마무시했다.

 


그래서 그 핵심, 그러니까이 소설에서 불륜이 왜 일어났는지 나름 생각해 보고 작품 속에서 동인을 찾아봤는데, 이건 뭐 너무나 당연한 거라 맥이 빠진다. 오래 전 데이비드 흄이 <인간오성론>에서 설파한 바로 그 내용이기에.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타자를 알 수 없다는 거(아마도 이 생각을 철학적으로 논한 사람은 흄이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이 내용이 174페이지 나와 있다.

 

이 세상 그 누가 다른 사람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 그 누가 다른 사람의 마음 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대강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모든 경우에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럴 수 없다면 성격이라는 말은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다. 플로렌스가 파리에서 고용했던 하녀가 그런 경우다. 우리는 상인들에게 지불할 돈을 그녀에게 백지수표로 맡기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반지를 훔쳤던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고, 그녀 자신도 자신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에드워드 애쉬버넘도 그런 경우이리라. (p174)

 

이 소설에서 이 부분만큼 중요한 부분이 있을까? 회상의 주체 존 다우얼이 애쉬버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는 부분이고, 이 생각은 소설 끝까지 변치 않고 다우얼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부분이다. 그를 담고 싶고 그처럼 여자들을 사귀고 싶지만 비주얼적으로 전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다우얼에게 에쉬버넘은 그의 대리자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든다. 


물론 애쉬버넘과 레오노라 다우얼과 프롤렌스 모두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했고, 또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상대를 알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노력해서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방을 이해는 할 수 있는데, 오해가 잘못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에는 파국에 이르는....뭐, 인간사가 거의가 그렇겠지만..


역시나 다시 정리해봐도 진부한 주제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 생활은 결국은 파국'이라는..

 

 

* 요즘 대작위주로 작업을 진행하기에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고 여기에글을 쓸 시간도 거의 없어요. 8월 이후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서 보고 형식으로 페이퍼를 양산할 거 같은데, 그 전까지는 여력이 없네요. 다른 서재 방문도 여력이 안 되고...여러모로 서재활동이 뜸할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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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5-20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작!
기대합니다~~

yamoo 2023-05-22 09:46   좋아요 1 | URL
대작 6월 말까지 40호 그림 5개를 그릴 듯합니다.
현재 20호 1개 40호 2개 그렸네요...큰 그림이 작은 그림보다 쉽긴한데 구도 잡기가 작은 그림보다 힘든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5-20 1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명작을 읽다 보면 같은 이야기가 표현만 다르게 쓴 문장들을 만나요. 기대기대!!!

yamoo 2023-05-22 09:48   좋아요 1 | URL
그쵸~
인간사에 대한 주제는 비슷비슷하고, 이야기도 비슷한데 문체와 구성 그리고 나라별 문화적 차이가 다름의 양상인듯합니다..ㅎㅎ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ㅎㅎ
 
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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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소설이 왜 유명하고 필독서가 됐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런 종류의 소설 이야기는 쌔고 쌨다.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라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훌륭한 군인>(문예출판사, 2013)을 완독하고 난 직후의 내 생생한 감정이다.)

 

자녀가 없는 두 커플이 만나 9년 동안 그 관계를 유지했다면, 그래서 그것이 소설의 소재라면 거의가 커플의 한 쪽 여자와 다른 쪽 커플의 한 쪽 남자가 바람이 나거나, 아니면 쌍쌍이 바람이 나거나. 뭐 그 중의 하나다.

 

줄리언 반즈의 작품 중에서도 두 커플이 바람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고,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여타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한 소재 중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 타이틀이 훌륭한 군인’. 커플 간 불륜이라는 걸 꿈에도 몰랐고, 책 표지에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20세기 최소의 소설이며 영어로 쓰인 최고의 프랑스 소설이라 찬사 받은 작품!"이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읽기 시작했다.

 

, 그런대로 읽을 만은 했다. 근데 주제가 너무 맥빠지는 얘기고 식상한 얘기라 책을 덮고 이 소설의 의의와 가치를 곱씹어 봤다. 결론은 옛날에나 통용되는 문학성이라는 거. 그리고 더 중요한 작가의 숨기지 않는 오리엔탈리즘에 냉소를 금치못했다.

 

저자인 포드 매덕스 포드는 1870년대 사람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그는 대영제국의 그러니까 빅토리아 후기 시대의 문화적 세례를 받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어보면 상류층 문화와 종교생활이 어떻게 데카당스적 라이프스타일로 수렴되는지 캐릭터에 생생히 녹아있다.

 

사실 이 부분이 이 소설을 끝까지 읽는 원동력이었다. 식상하고 뻔한 내용을 아주 훌륭하게 포장하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다. 그 시대상을 인물들에 수렴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주 훌륭한 작가적 능력이다. 문학성을 담보하는 지표 중 하나랄까.

 

그래서 이 작품을 번역한 손영미는 빅토리아조 후기에서 1차 대전까지의 사회상을 화려하고 정교한 표면 아래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는 의미심장한 소설이다. 또한 한 번 읽으면 잊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작품의 아름다움을 베가시킨다.”라고 상찬했다.

 

번역자만 그런 게 아니고 영미 쪽 평론들도 대체로 찬사 일색이다. 그리고 권위있는 문학지나 대학에서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다. 진부한 내용의 소설이 이만한 가치를 받을 만한지 의구심이 정도로 필독서 리스트는 찬란하기 그지없다. 아래 추천 목록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영어 소설 100

<옵서버>지 선정, 가장 위대한 소설 100

영국 가디언지 선정, 필독 소설 1000

하버드 대학 필독서 100

미국 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피트 박스울, 죽기 전에 읽어야할 1001권의 책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소설 100

칼리지 보드 추천 고등학생 필독도서 100

 

무려 하버드 대 필독서 100선에 선정되어 있는 것도 모자라 칼리지 보드 추천 그교생 필독서 100선에 포함되어 있다. 이 식상하고 진부한 불륜 이야기가 말이다. 아무리 그 시대상을 작품에 생생히 반영했다하더라도 그 중심 주제가 불륜인데 고교생 필독서라니 이건 너무하다싶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이리도 높게 평가한 건 영미쪽 시선이 많이 반영된 듯하다. 제국주의를 지나 냉전체제를 이어오며 영미 상류층에 이보다 더 판타스틱한 문학적 데카당스는 없을 듯해서다. 이 시절(187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자본주의는 맹위를 떨쳤으니,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던 때였다.

 

그래서 이 작품의 화자 존 다우얼(억만장자쯤 되는)은 사랑 없이 돈으로 마음에 든 여자를 산 다음 영국으로 이주한다. 거기서(정확히는 독일 온천) 비슷한 부류의 에쉬버넘 부부를 만나 9년 동안 친분을 쌓는데, 이 친분의 세월이 슬픈 이야기라는 거다.

 

슬픈 이야기의 요체는 이렇다. 다우얼의 아내 플로렌스가 자신을 속이고 에드워드와 붙어먹었다는 사실을, 에드워드가 죽은 후 그의 아내 레오노라에게 그 진실의 전모를 전해 듣는 것이다. 이걸 다우얼의 입을 빌려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달하는 내용.

 

이 작품은 외형상 전형적인 불륜 이야기이다. 그런데 작가 포드 매덕스 포드는 그 자신과 그가 포함된 계층의 아비투스를 천연덕스럽게 잘도 인물에 구현해 놓았다. 이 소설이 최악인 이유는 포드의 그 유감없이 발휘되는 오리엔탈리즘이다.

 

작중에서 에드워드 에쉬버넘은 훌륭한 군인으로 그려진다. 키가 크고 금발에 잘생겼으며, 동정심이 많고 감상적이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대대로 내려오는 부와 권력의 상징인 에쉬버넘 가문의 기둥이다. 여자들이 안 좋아 할 수 없는 요소를 다 갖고 있다.

 

그는 손만 뻗으면 여자들을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가 난봉꾼이 되는 건 아마도 필연적이었을 거다.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자들에게 그는 항상 휘둘렸다. 잘생기고 튼튼한 육체에 비해 감상적이고 소심한 성격은 늘 그런 여자들에게 먹잇감이 됐다.

 

그런데 그가 사랑했던 순수한(?) 여자들 대부분은 그가 인도에서 주둔했던 때에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이다. 자기 부관의 아내를 사랑했고, 그곳에서 20살도 안 된 메이시 메이단을 만나 사랑하여 영국으로 데려와 자살하게 만들고, 더욱이 에쉬버넘 부부의 양녀로 삼은 낸시까지 사랑하게 된다.

 

에드워드의 정부였던 플로렌스를 제외하고 에쉬버넘이 마음이 아플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들은 모두 인도 여자들이거나 하녀들이었다. 그리고 그 성적 대상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그녀들이 죽었을 때 에드워드의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는 전혀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메이시 메이단이 죽은 이유도 그가 플로렌스에게 그녀는 자기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말을 들어서였다.

 

보통 제국주의를 풍자한 만평 중 일부는 제국주의 국가들을 힘있는 군인으로 표현하고 식민지 나라를 여성으로 그려 놓는다. 그래서 제국주의적 착취를 보다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이 바로 에쉬버넘 대령이라는 인물을 통해서이다. 그를 통해 작가는 영국과 인도와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소설을 읽고 딱 이 이미지가 떠 올랐다. 물론 태평양 전쟁기에 일본제국주의 만평이지만, 인도에서 에드워드는 메이시와 낸시를 저런식으로 대했을 거 같아서..ㅎㅎ))

 

이 소설이 최악인 이유는 작가의 오리엔탈적 인식에 더해 그 윤리적 인식의 박약함에 있다. 아무리 타이틀을 반어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전편을 흐르는 에드워드 삶의 궤적을 동경하는 듯한 화자 다우얼의 인식을 보면 대번 알 수 있다.

 

존 다우얼은 에드워드 에쉬버넘과 9년 간 친분을 쌓으면서 그의 난봉꾼적 기질을 그가 돈이 많고 감상적이어서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고 치부한다. 자기라도 에쉬버넘처럼 행동했을 거라고 서슴없이 결론내린다. 자기 부인하고 바람난 사람에 대한 평가치곤 매우 관대하다.

 

다우얼이 에쉬버넘 부부를 만나 레오노라에게 플로렌스의 악행(?)과 에드워드의 바람기와 낭비벽을 전해들어도 다우얼은 에드워드를 비윤리적인 사람이라고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감상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약점으로 단정짓는다. 다우얼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도 여전하다.

 

물론 여과 없이 이러한 불륜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훌륭한 군인이라는 반어법을 사용하여 당시 시대상을 고발하는 비판적 작품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있다(대부분의 평단이 이런 시각이지 않을까)하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곰곰 생각해 보면 나는 매덕스 포드라는 사람이 가진 계층적 아비투스를 도저히 좋게 봐 줄 수 없다.

 

이와 같은 작품을 청소년 필독 권장도서로 추천한다는 게 참으로 개탄스럽다. 우리가 그만큼 오리엔탈리즘에 부지불식간에 길들여져서 그런듯하다. 이보다 좋은 작품들은 널리고 널렸다. 모두가 상찬해 마지않는 작품이지만 나는 별로였다. 단언컨대 페미니즘 관점에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을만한데 아직까지 이런 평이 없다는 게 신기할 뿐!()

 

 

[]

1. 며칠 전 쿳시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를 읽고 보니, J.M. 쿳시가 포드 매덕스 포드를 연구하여 학위를 받았다고. 그래서 그런지 쿳시도 페미니즘 계열에서 좀 비판을 받는 듯하다.

2. 포드 매덕스 포드는 서구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달랑 <훌륭한 군인> 하나만 번역된 듯하다. 그 어떤 다른 작품도 발견하기 어렵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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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18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독서 100선, 을 오래전부터 불신했어요. 이걸 정하는 사람들이 완독하지 않고 정했을 거라고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책을 필독서로 선정해서 말이죠. 그다음부턴 내가 읽고 좋았던 것만 남에게 추천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악행과 불륜이 들어가면 저는 재밌던데... ㅋ 님의 리뷰를 읽어 봐도 재밌을 것으로 느껴집니다. 점수는 짜게 주셨지만요...ㅋㅋ

yamoo 2023-05-19 09:37   좋아요 1 | URL
저도 필독서 100선 별로 신뢰하진 않습니다만..
타임지 선정 100선, 하버드 필독서 100선..뭐, 이런 추천리스트는 독서 활동 실체를 떠나 세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심지어 비밀독서단 선정 책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양서에 비해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하죠. 유진 오닐의 밤의로의 긴 여로가 뭐가 그리 대단한지 지금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물론 톨스토이의 부활같은 책들은 정말 충분히 그 위대함에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만...그렇지 않은 책들 때문에 불신이 쌓인다는..^^;;

악행과 불륜...프롯이 재미있고 드라마틱하게 짜인 소설이라면 확실히 재밌다고 느낍니다. 가독성도 뛰어나고...근데 포드의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확실히 읽어보셔야 알 거에요~~그런 면에서 페크님은 이 책을 한 번은 일독하셔야할 듯합니다..ㅎㅎ
 
파울리나 1880 대산세계문학총서 112
피에르 장 주브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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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소설을 읽을 때, 처음에 느낌이 별로라고 느끼면 바로 손절해야 매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소설 초반부, 즉 50여 페이지를 읽고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대체로 그렇다. 예외는 문장이 아주 유려하거나 가독성이 좋게 편집된 작품인데, 이 소설은 후자에 속했다.

 

더군다나 피에르 장 주브라는 프랑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생소한 작가다. 오래 전 일본에서 건너온 세계문학 전집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작가였고, 최근에 민음사나 을유문화사 등 새롭게 단장한 세계문학전집에서도 소개되지 않는 작가였다.

 

그런데 문지의 대산세계문학 총서 112권에 장 주부의 <파울리나 1880>(문학과지성사,2012)이 출간된 거다. 이건 아마도 대산세계문학 시리즈라서 가능한 듯하다. 이 총서에는 정말 희귀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목록을 보면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어쨌거나 생소한 작가의 생소한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이 무척 지루했다. 흡입력 있는 사건이랄 게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타이틀에서 보듯이 파울리나라는 한 여자의 일생을 소개하기 때문이리라. (이와 같은 인물 전기 형식의 소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은 대체로 그 주제가 사랑으로 수렴되는데, 작가마다 사랑의 서사가 다른 것은 뭐 상식에 속하는 편이다. 신파로 끝나거나 아님 사랑의 쟁취로 끝나거나. 이도저도 아닌 제3의 선택으로 끝나거나. 뭐 사랑했던 남자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 뭐 그런 얘기.

 

이 소설 역시 위에서 분류한 3가지 중 하나로 귀결된다(하지만 여 주인공은 안 죽는). 뻔한 이야기인데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 즉 형식적 미학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매우 짧은 118개의 장과 상대적으로 매우 긴 마지막 11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은 다시 프롤로그 격인 푸른 방(1~2)’과 에필로그 격인 햇빛에서(119)’를 제외하고 토라노(3~32)’, ‘1870~1876(33~62)’, ‘성모 방문(63~92)’, ‘검푸른 천사(93~118)’ 4개의 부로 묶여 파울리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물론 그녀와 미켈레 백작의 사랑이야기도.

 

이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19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지역의 영주인 주세페 판돌리니 가의 딸이 매우 아름답게 태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딸은 매우 종교적인 성향을 가졌다. 아버지와 오빠의 시기와 감시 속에서도 몰래 유부남이자 아버지 친구인 백작을 사랑하게 된다.

 

파울리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한 몸에 성()과 욕()이라는 상반되는 두 힘에 끌리게 된다. 그래서 마치 두 인물이 공존하는 양상을 보인다. 마음은 유부남을 사랑하며 육체적 쾌락을 갈구하지만 종교적으로는 이게 명백한 죄라는 사실에 너무도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수녀원에 가서 마음을 정화해 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수녀원을 나온 후 연인 생각에, 백작이 사랑했던 자신의 사진을 그에게 보내 다시 만나게 되고, 격정적인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나서 권총으로 백작을 살해하고 감옥에서 형을 받아 살다가 풀려난다는 게 주된 얘기다. 요즘 잘나가는 막장 드라마나 영화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줄거리.

 

118장에 파울리나 판돌피니의 생애가 요약적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게 이 소설의 줄거리라 봐도 무방하다. 이 작품은 결국 파울리나의 생애가 핵심이기 때문.

 

1849614일 밀라노에서 출생. 마리오 수세페 판돌피니와 그 아내 루치아 카롤리나의 막내딸.

독신, 무직.

1877년부터 1879년까지 만토바의 성모 방문 수녀원에서 수련 수녀로 지냄.

1880828일 피렌체에서 정부(情夫)인 미켈레 칸타리니 백장을 살해함.

1881412일 자로 피렌체 법정에서 25년 형을 선고받음. 토리노의 감옥에서 형을 살다가 1891615일 사면됨. (p242)

 

사실 표면적으로는 별것도 없는 진부한 사랑 얘기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소설의 형식미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래 피에르 장 주부는 시인으로 출발했다. 보들레르, 말라르메, 랭보의 시에 심취하여 문인들과 함께 <황금 띠>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첫 시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인 출신이 소설을 쓰면 어떤 작품이 산출되는지 이 작품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산문이 매우 시적이고, 4부의 성모 방문편은 아예 기도문을 빙자한 시를 대놓고 시전한다. 심지어 65장은 한 문장이다. “나는 은총을 잃고 전락했지만 행복하다.”

 

이 뻔한 작품을 끝가지 읽을 수 있었던 동력은 이와 같은 짧은 장의 매력 때문이다. 짧으면 1문장 많으면 3페이지를 넘지 않는 장들은 매우 함축적인 문장들과 압축적 서사 전개로 파울리나의 삶을 끝까지 살펴볼 수 있게끔 한다.

 

보통 여성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전기적 성향의 소설들은 여주인공이 대개가 빼어난 미인이다. 그 옆에는 항상 돈 많고 잘생기고 부러울 게 없는 백마 탄 남자가 연인으로 등장한다.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주인공도 클리셰. (헌데 책 표지의 그림 여인은 내 생각에 정말 짜증나게 안 생겼다.)

 

여기서 그쳤다면 이 작품은 3류 연애소설에 그쳤을 거다. 이 작품이 이런 진부함을 가볍게 뛰어 넘는 건 두 가지 요소 때문이지 않을까. 하나는 위에서 밝혔다시피 형식미이고, 다른 하다는 캐릭터의 성격이다. 주인공인 파울리나가 가진 그 이율배반적인 성향을 작가는 무의식의 심연을 통해 들여다보기를 시도한다.

 

물론 아르투어 슈니츨러처럼 정신분석적 메타포를 능수능란하게 작품에 녹여내지는 못했다. 슈테판 츠바이크처럼 무의식의 심연을 심리적 초조함으로 형상화하지도 않았다. 단지 투박하지만 내면의 그 상반된 두 힘의 이동을 서사를 통해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죄의식과 쾌락적 성향, 즉 성적인 성향과 종교적인 성향이 아주 팽팽하여 분열적 성향을 자주 보여준다. 이는 투박하지만 정신분석적으로 인물을 분석할 여지를 주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3류 통속소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연대를 참작하면 충분한 작가적 역량이지 않을까 한다.)

 

작가는 이 부분을 매우 상징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7장에서 파울리나는 토라노 영지에 있는 새끼염소를 매우 사랑했다. 헌데 파울리나를 좋아하지 않던 농부는 다른 염소들을 죽일 때 그 염소도 같이 죽이겠다고 했다. 염소를 구할 시간이 없었던 파울리나는 직접 염소를 죽였다.

 

그녀는 축사로 들어갔다. 염소를 죽이라고, 죽이라고, 하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이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략) 그녀는 칼이 염소의 목에 파고드는 것을 느꼈고 그녀의 손은 뜨거운 피로 물들었다. 얼어붙은 듯 그대로 서 있는 그녀의 눈빛은 끔찍할 정도로 공허했고, 오직 가녀린 아랫입술만 파르르 떨렸다.” (p26)

 

이 장면은 113장에서 그대로 차용된다. 염소는 미켈레 백작으로 치환되어 있다. 칼이 염소에 목에 파고든 것처럼 총은 백작의 목을 관통했다. 그녀의 얼굴은 피로 물들었고, 얼어붙은 듯 그녀는 끔찍할 정도로 겁에 질리고 절규한다. 파울리나는 소유할 수 없는 사랑이면 대상을 멸함으로써 자기 사랑을 완성하는 성향을 가졌다. 정신분석적 접근이 놓칠 수 없는 인물이다.

 

, 여러 얘기를 장황하게 하긴 했지만, 딱히 추천할 만한 소설은 아닌 듯하다. 재미 면에서 이 작품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듯하다. 다만, 소설의 형식미를 주로 보는 분이나,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보면 더할나위 없는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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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0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별 3개라니! 작가가 이 사실을 알면 섭하겠어요.ㅋㅋ
어쨌든 읽어 볼만은 하겠어요.^^

yamoo 2023-05-12 06:41   좋아요 1 | URL
작가는 아주 오래 전 사람이라 뭐, ..ㅎㅎ
아마 유미주의나 탐미주의 계열 좋아하는 분들이면 그래도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근데 이 계열 좋아하는 사람이 좀 드물고, 이 소설은 가독성은 좋은데 진부한 면이 많아 인기가 많이 없을 듯합니다..ㅎㅎ

그나저나 휴대폰으로 댓글 달기는 조심스럽네요. 댓글이 안 달려서 어제와 그제 날려먹은게 많아요..ㅜㅜ

페크pek0501 2023-05-12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신분석학과 관련한 책이라면 흥미로울 듯합니다. 심리학, 인간 이해, 정신세계 등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검색해 보겠습니다.^^

yamoo 2023-05-13 09:00   좋아요 0 | URL
페크 님, 정신분석학과 관련한 소설이긴 합니다만..
정신분석학을 디테일하게 살려 작품속에 녹여내진 못한 작품이에요. 작가가 살던 당시는 정신분석학이 태동하던 시기라서 감안하시고 보면 좋을 듯한데...어쨌거나 정신분석학을 소설에 반영한 초창기 작품군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한 듯 보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프로이트와 동시대에 살면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절묘하게 작품속에 녹여낸 슈니츨러에 비하면 격이 많이 떨어지긴 합니다.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장 주브 보다는 아르투어 슈니츨러 작품들을 강추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