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음만 해결하고 짬이 나면 무조건 그림을 그립니다. 최소 20호 대개는 40호 작품을 그리기에 시간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이전에 머릿속에서만 구상했던 이미지들이 그림으로 완성되니, 아주 많이 뿌듯합니다.
아무도 그리지 않는 주제를 그리기 때문에 내가 그리는 비구상 그림이 아마추어적인 게 아닌지 끊임없는 회의감이 듭니다.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나의 주제를 두 개 그려서 전국규모 미술대전에 응모해 봤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응모한 두개 대회 모두 입상했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했지만 내 그림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는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 더 열심히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제 그림 주제는 여기서도 올렸다시피 말할 수 있지만 이미지화 되지 못한 것, 또는 말할 수 없는 것들 입니다.
작품이 쌓이니 태어나서 처음 포트폴리오라는 것도 만들어 봤습니다. 작가노트와 그림설명을 하니 20여 페이지가 훌쩍 넘는군요! 어쨌거나 요즘 아마추어리즘을 넘어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헌데 요즘 전시회를 다니면서 드는 의문점이 있어 페이퍼를 쓰게 됐습니다. 물론 예술에는 정답이란 게 없다는 거, 충분히 인정합니다만, 이상하게도 미술 작가들은 자기 얘기를 주구장창하더군요. 자기의 심리적 상황이나 자기의 애환을 그림에 담습니다.
이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문학 세계와는 많이 달라서 재미가 없다랄까요. 문학에서 자기 얘기하는 소설들 손절한지 오래됐습니다. 기애란을 필두로한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전부 자기 얘기. 서사는 없고 심리적 묘사와 아름다운 문체만 넘칩니다.
자기 얘기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화두나 담론을 캐릭터에 녹여내는 작품들이 자기 연민에 빠진 내러티브 작품보다 훨씬 읽을 맛이 나고 소설적 가치도 음미해 볼 수 있는 듯합니다.
뭐, 문학 쪽에서는 이런 평들이 부지불식간에 형성되어, 좋은 작품들을 알아서 잘 읽는데, 회화 쪽은 아직도 자기 얘기하는 작가들이 대세인듯합니다.
독창적인 기법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것보다 시대가 지향하는 담론들을 자기가 처한 상황에 기반하여 창작활동을 하면 평면 회화의 주제가 다채롭고 깊이가 더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이런 작가층이 있긴 하지만 매우 얇고 공모전에 선정되는 작가들도 어떤 거시적 담론이나 논해질 수 없는 것을 이미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선호하는 그림을 그리거나(동물이나 식물) 기법에 특화된 창작품을 주로 내놓는 듯합니다.
요즘 잘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대다수가 환상적인 그림은 보여주지만 어떤 담롣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의식이 없는 작가군이 많아 좀 아쉽습니다. 그림을 보고 '그래,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튀어나옵니다.
단순하지만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고 그림을 감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바랍입니다.
이상 초짜의 현대 젊은 작가들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