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훌륭한 군인>(문예출판사, 2013)을 읽고 비판적 리뷰를 섰다. 작가의 오리엔탈리즘적 인식과 비윤리성에 대한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물론 페미니즘적 관점에서도 비판의 십자포화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어마무시했다.

 


그래서 그 핵심, 그러니까이 소설에서 불륜이 왜 일어났는지 나름 생각해 보고 작품 속에서 동인을 찾아봤는데, 이건 뭐 너무나 당연한 거라 맥이 빠진다. 오래 전 데이비드 흄이 <인간오성론>에서 설파한 바로 그 내용이기에.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타자를 알 수 없다는 거(아마도 이 생각을 철학적으로 논한 사람은 흄이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이 내용이 174페이지 나와 있다.

 

이 세상 그 누가 다른 사람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 그 누가 다른 사람의 마음 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대강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모든 경우에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럴 수 없다면 성격이라는 말은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다. 플로렌스가 파리에서 고용했던 하녀가 그런 경우다. 우리는 상인들에게 지불할 돈을 그녀에게 백지수표로 맡기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반지를 훔쳤던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고, 그녀 자신도 자신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에드워드 애쉬버넘도 그런 경우이리라. (p174)

 

이 소설에서 이 부분만큼 중요한 부분이 있을까? 회상의 주체 존 다우얼이 애쉬버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는 부분이고, 이 생각은 소설 끝까지 변치 않고 다우얼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부분이다. 그를 담고 싶고 그처럼 여자들을 사귀고 싶지만 비주얼적으로 전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다우얼에게 에쉬버넘은 그의 대리자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든다. 


물론 애쉬버넘과 레오노라 다우얼과 프롤렌스 모두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했고, 또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상대를 알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노력해서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방을 이해는 할 수 있는데, 오해가 잘못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에는 파국에 이르는....뭐, 인간사가 거의가 그렇겠지만..


역시나 다시 정리해봐도 진부한 주제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 생활은 결국은 파국'이라는..

 

 

* 요즘 대작위주로 작업을 진행하기에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고 여기에글을 쓸 시간도 거의 없어요. 8월 이후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서 보고 형식으로 페이퍼를 양산할 거 같은데, 그 전까지는 여력이 없네요. 다른 서재 방문도 여력이 안 되고...여러모로 서재활동이 뜸할 수밖에 없네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3-05-20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작!
기대합니다~~

yamoo 2023-05-22 09:46   좋아요 1 | URL
대작 6월 말까지 40호 그림 5개를 그릴 듯합니다.
현재 20호 1개 40호 2개 그렸네요...큰 그림이 작은 그림보다 쉽긴한데 구도 잡기가 작은 그림보다 힘든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5-20 1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명작을 읽다 보면 같은 이야기가 표현만 다르게 쓴 문장들을 만나요. 기대기대!!!

yamoo 2023-05-22 09:48   좋아요 1 | URL
그쵸~
인간사에 대한 주제는 비슷비슷하고, 이야기도 비슷한데 문체와 구성 그리고 나라별 문화적 차이가 다름의 양상인듯합니다..ㅎㅎ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