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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Stars Are Scattered (Paperback, 미국판) - 『별들이 흩어질 때』원서
빅토리아 제이미슨 / Dial Books for Young Readers / 2020년 4월
평점 :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함달달 리더 미미님 선정으로 읽게 된 그래픽 노블. 그래픽 노블에 딱히 관심 없어서 기대를 안 했는데, 흡족한 독서였다.
이 책은 작가가 실제 인물 오마르와 만나서 그가 겪은 일을 소상히 듣고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더 생생하고 가슴 아프다. 아름답기도 하다.
소말리아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온하게 살던 오마르 가족은 전쟁으로 흩어진다. 오마르와 남동생 하산은 이웃 어른을 따라 헤매다가 결국 케냐 난민캠프에 도착한다. 그는 첫 1년은 잃어버렸다고 표현한다. 너무 굶고 병든 형제는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것. 이들은 UN에서 foster mom으로 지정해준 파투마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 하산을 돌보는 것을 자신의 책임이라 여기며 언젠가 엄마를 찾고 소말리아로 돌아가 함께 살겠다는 꿈을 꾸는 오마르.
난민캠프 안에도 학교가 있지만 오마르는 하산의 곁을 떠날 수 없어서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하산은 과거 발작을 일으킨 적이 몇 차례 있고 최근 뜸하긴 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 게다가 가족과 잠시 떨어졌다가 오랫동안 이별하게 된 경험이 있는 오마르는 하산과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 한다. 하지만 오마르의 영특함을 알아본 한 어른의 설득과 도움에 의해 오마르는 학교에 다니게 되고, 곧 배움의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학교를 다니는 오마르는 여러 가지를 깨닫는다.
하산은 오마르가 생각한 것보다 여러 가지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이 하산을 보살핌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
같은 학교 동급생인데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축구 할 동안 집에 가서 집안일을 한다는 것. 학교를 다니면서도 아침에 물을 긷고, 하교 후에 동생들을 돌보는 건 다 여자아이들 몫이라는 것.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는 여자아이들은 더 많다는 것. 반에서 항상 1등인 마리암은 아버지의 강요로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해야 한다는 것.
난민캠프 거주민들에게 초유의 관심사는? 바로 "resettlement" (난민의 재정착)다. 특히 미국으로의 재정착을 환상을 가지고 꿈꾸는데, 난민캠프에는 난민이 무시무시하게 많기 때문에 뽑힐 확률은 무척 적다.
* 기사를 찾아 보니, 오마르가 거주한 케냐의 "Dadaab refugee camp"에는 2020. 7.말 기준 218,873명의 등록된 난민과 망명신청자가 있다고 함.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온 난민들을 위해 설립되었다고 하니 오마르는 이때 온 것이고, 그 뒤 오마르가 떠난 2011년에 약 13만 명의 대규모 유입이 있었다고 하니, 오마르의 어린 시절에도 몇 만 명이 있었을 것.*
오마르처럼 부모도 없이 장애가 있는 동생을 데리고 사는 경우에도 재정착을 위한 UN기구 인터뷰에 뽑히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마르는 1차 인터뷰를 하는데, 소말리아를 떠날 당시의 기억을 힘겹게 끄집어낸다. 그런데 2~3개월 정도 걸린다던 2차 인터뷰 통지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고.. 오마르는 끝없는 기다림에 지쳐 미쳐버릴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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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이 나오게 된 걸 보면 결과는 예상하겠지만, 2차 인터뷰와 끝내 재정착에 성공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그는 두려움을 안고 동생과 함께 캠프를 떠나는데, 그동안 자신들을 키워준 이웃들의 사랑을 새삼 느끼며 마음에 소중히 담는다.
본문 내용은 여기에서 끝나고, 작가의 말과 오마르의 말이 이어진다.
오마르는 그 뒤 무사히 정착을 했고, 캠프에 있을 때 우연히 만났던 소녀가 미국에 재정착하게 되면서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그는 난민캠프의 경험을 잊지 않고 기구를 설립하여 정기적으로 캠프를 방문하고 지원을 하고 있다.
가장 기뻤던 건 역시... 엄마를 찾았다는 것 ㅠㅠ 오마르,하산 형제의 엄마는 아들들과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재회한다. 아휴. 그 마음이 어떘을지...
********** 스포일러 끝 *************************************************************************************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히도록 쓴 것이라 영어가 어렵지 않고 내용도 쉽게 와 닿는다.
끝없는 기다림, 배고픔,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미래(선생님 등 일부 직업이 있지만 이들은 그건 '진짜' 직업이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비난민들과 비교할 때 적은 페이를 받고 지위도 불안정한 듯) 속에서 희망을 가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난민 캠프의 아이들에게 오마르처럼 희망을 가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재정착 인터뷰에 뽑히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다 포기하고 그저 매일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 그 외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나로서는 아무래도 가늠이 어렵지만, 분명 이 책은 난민 캠프의 현실을 알리고 보다 나아지도록 하는 데에 일조하였을 것이다. 결국 끝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 내전이 끝나야 오는 거겠지만...
마지막으로, 오마르의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을 옮겨 본다.
Now Imagine yourself as one of those stars your light is bright and shines for millions of miles.
Now open your eyes, and open them wide. Look at your friends sitting all around you.
Throughout your life, people may shout ugly words at you. Words like, "Go home, refugee!" or "you have no right to be here!"
When you meet these people, tell them to look at the stars, and how they move across the sky. No one tells a star to go home.
Tell them, "I am a star. I deserve to exist just the same as a star. how do I know?
Because here I am. I am here. The proof is in the stars." (120쪽)
이제 너희들 자신이 수 백만 마일 떨어진 곳에서 밝게 빛나는 별들 중 하나라고 상상해 봐.
이제 눈을 크게 떠 봐. 곁에 앉아있는 네 친구들을 바라봐.
일생 동안, 사람들은 너희에게 못된 말들을 하겠지. "고향으로 꺼져, 난민아!" 라거나 "넌 여기 있을 자격이 없어!"라는 말들.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에게 하늘의 별을 보라고, 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라고 말하렴. 누구도 별에게 꺼지라고 하지 않지.
그들에게 말해, "나는 별이야. 나는 저 별 만큼이나 여기 있을 자격이 있어. 어떻게 아느냐고? 왜냐하면 나는 여기에 있으니까. 바로 여기에. 저 별들이 그 증거야." 라고. (번역 by 독서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