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를 아주 성가시게 하는 커플들이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붙어 다니고, 앞을 잘 보지도 않고 다녀서 막 부딪히고요.
사과도 하지 않고 둘이 또 붙어서 딴 데로 갑니다.
아주 징그러운 것들이죠..
바로. 러브버그. 우단털파리속에 속하는 곤충으로,
학명은 Plecia nearctica, "플레키아 네악티카"라고 하네요.
저는 이들의 존재를 기사로 접하긴 했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어느 날 사무실에 침입하여 저를 기겁하게 만든 후 급격히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쟤들은 뭐 저렇게 길쭉하고 중간이 구부러진 것처럼 이상하게 생겼지 했는데
두 마리가 붙어 있는 거라는 얘길 듣고 뜨악
아니.. 이..이..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들..!! (유교걸 출동)
두 마리씩 붙어 다니는 데다가 그 모양새가 사뭇 하트를 닮아 무려 러브버그라는 별명이 붙은 모양입니다.
사실 얘네가 일반적인 쇠파리보다 징그러울 것도 없고, 익충이라 하니 모기만큼 싫을 것도 없는데,
유독 성가신 이유는 바로 둘이 붙어 다니기 때문이라는 저의 결론.
내가 할 땐 모르는데 남의 연애는 눈꼴셔 보이는 이유를 깨달았.. . 은 아니고,
둘이 꼬리를 붙이고 다니는데 무슨 목적지가 있겠습니까. 그냥 둥둥 떠다닙니다.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둘만의 세계에서 둥둥 떠다니는데. 또 가볍다 보니 바람만 좀 불어도 휙휙 꽃가루처럼 날린다는 말씀.. 민폐 커플이 따로 없어요.
세상에 사무실 주변에 어찌나 많던지 양산의 새로운 용도를 깨달음. 러브버그 커플들을 헤쳐나가며 으아아아 제발 사랑은 니들끼리 해..
어제는 차 문 열면서 제발 안 들어와라 했는데 운전하다 보니 한 마리가 휙 ㅠㅠ
다행히 정차 중이라 휴지로 얼른 잡고 안심했는데 또 두 마리가 휙..
한 마리는 앞 유리에 앉길래 잽싸게 잡았는데 한 마리는 구석에 있어서 주차장에 차 세우고 잡으려고 보니 사라졌습니다.
이놈.. 다른 지역에 번식하려는 음모를 품은 녀석인가.
찜찜하지만 미발견.
그래도 그저께가 절정이었던 것 같고 어제 오늘은 확실히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수명이 짧아서(평균 4-5일) 며칠 내에는 사라질 것 같긴 한데
얘넨 정말 사는 이유가 번식 뿐이구나.. 진짜 필사적으로 둘이 붙어 있는 거구나, 하며 너무 미워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_=
사랑이 꼭 정신적인 거겠습니까, 육체적 사랑도 사랑이라 할 수 있겠죠.. 낭만적 사랑의 개념 또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이렇게 제목 낚시를 변명해 봄. ㅋ
벌레 얘기만 할 수 없으니 책 얘기.
6, 7월 함달달 책 "Holes" 1/3 정도 읽었는데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선대부터 유독 재수가 없어서 가족들 스스로 자조하는 "Yelnats" 가문의 저주 얘기도 재밌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 대신 요상한 캠프에 참여해 매일 구덩이를 파 대고 있는 Stanley가, 이곳에서 구덩이를 파게 하는 숨겨진 이유를 어떻게 밝혀내게 될지 흥미진진합니다.
그럼 여러분, 사랑이 가득한 여름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