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가뿐히 성공!
9월에 산 두 권의 책은
여성주의 책읽기 9월 도서인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쓴 책 <디어 마이 네임> 이다.
그리고 커피~ 최근 제일 맘에 든 후르츠바스켓 드립백!
아침에 <디어 마이 네임>을 읽다가 눈물이 나서, 읽고 있는 책 + 이번 달 사고 싶은 책 페이퍼를 쓰려고 했는데,
그러고보니 9월 새해목표 성공 페이퍼를 아직 안 쓴 게 생각나서, 그냥 합쳐서 쓰기로 했다.
그날 저녁 집에 갔을 때 내 마음속 지하저장실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단지가 나를 기다리며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웃기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나는 다시 그걸 집어 들고 문을 열고 계단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걸어 내려가 지하실에 넣고 열쇠를 잠갔다. - <디어 마이 네임> P56
샤넬 밀러는 어느 날 밤, 동생을 따라 스탠포드 대학 남학생 사교클럽에서 여는 파티에 간다. 기분좋게 술에 취해가던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병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멍한 정신으로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진술을 한다. 오늘 읽은 내용은 집에 돌아가 연락을 기다리며 일상생활을 하는 부분이다. 애매모호하게만 상황을 전달받은 그녀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병원에서부터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일들을 단지 속에 넣어 꼭꼭 숨겨둔다. 사건을 알지 못하는 부모님과 외식을 하고, 주말이 어땠냐는 동료의 질문에 "아주 재미있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어느날 뉴스에 그녀의 사건이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위스키 두 잔, 보드카 두 잔을 마시고, 동생과 함께 그 사교 클럽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 "필름이 끊겼다"고 말했다. 내가 정확히 몇 잔을 마셨는지 어떻게 알았지? 기자와는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었다. (...) 내 생활을 보호하던 벽들이 무너져내리고, 온 세상이 슬금슬금 나를 향해 기어오는 기분이었다. 강간 피해자 진료소에서 조심스럽게 했던 말들이 메가폰으로 온 세상에 전파된다면 나는 어디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기사 끄트머리로 내려가니 이런 문장이 있었다. 해당 여성은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신입생인 터너는 세 번에 걸쳐 미국 대표 고등학교 수영선수로 선발되었고 자유형 두 종목에서 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기록 보유자라는 표현이 병원 같은 단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마지막 줄은 이렇게 끝났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미국대표 선발대회에 참가했던 터너가 유죄를 선고받으면 최고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 저비스는 터너가 훌륭한 학생이자 훌륭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무척 비극적이고 그는 놀랍고도 놀라운… 나는 읽기를 멈췄다. 그가 어째서 훌륭하고, 훌륭하고, 놀랍고도 놀라운 사람이라는 거지? - P65, 66
이미 진작에 보석으로 석방된 가해자, 브록 터너는 변호사와 조사원을 고용해 피해자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무죄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렇게 완벽히 가해자 입장에서 쓰인 기사가 나온 이상, 피해자는 한발 지고 시작하는 셈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자기 사건을 기사로 접한 샤넬은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기사 끝에 달린 첫 댓글은 대학 졸업생이 남학생 사교클럽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똑같은 기사를 읽은 건가? 나는 보고서를 닫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이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그 어떤 내용도 현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나, 샤넬은 사무실에 앉아 있고, 공개적으로 난자되고 있는 그몸은 나에게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밀리 도가 나지만 내가 전혀 아니기도 한 그녀가 탄생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으리라. 나는 갑자기 그녀에게 증오심이 일었고, 이것이, 그녀의 헐벗음이, 그녀의 고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에밀리였다. 이모든 일은 에밀리의 일이었다. - P67
신변보호를 위해 받은 가명 '에밀리 도'라는 정체성과 자신을 분리시켜 진짜 자신을 보호하는 것. 자신의 심리가 흘러갔던 과정을 분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샤넬 밀러는 잘 해낸 것 같다. 읽는 이에게까지 그 심정이 와닿는다. 가해자의 대응 방식, 언론의 보도 방식, 피해자의 대처.. 모든 게 너무 슬프고 화나는데 또 익숙하다.
마음이 힘든 독서지만 끝까지 읽어보겠다.
예외 : 아이들책
<리디아의 정원>은 <도서관>으로 알게 된 사라 스튜어트의 책이라 샀는데, 아직 못 읽어봤다. 첫째는 편지만 있어서 재미없다고;;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야>는 헝겊 인형 앙코가 우연히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게 되면서 '아빠'가 되는 이야기인데, 우여곡절 끝에 아기고양이(아빠보다 커진)는 진짜 고양이들 집으로 입양가지만, 낳지 않아도 함께 하면 가족이라는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는 사랑스런 이야기다.
<퍼피구조대 4집> ..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퍼피구조대..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읽은 책: 7권
<토지> 6, 7권 완청. 아차, 6권은 리뷰를 썼는데 7권 아직 못 썼다.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써야하는데..!
<밝은 밤>은 오랜만에 읽은 최은영. <쇼코의 미소>는 좋았는데 그럼에도 왠지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재미있더니 끝까지 좋았다! 최은영 작가의 다음 작품, 특히 장편이라면 꼭 읽어볼 예정.
<마음을 치료하는 법>은 리뷰를 썼다. 이 책도 아주 좋았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는 리뷰를 잘 쓰고 싶어서 아끼다가 못 쓰고 있는데(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잊기 전에 얼른 써야겠다. 참 좋았다.
<킨>은 오랜만에 눈을 못 떼고 읽은 소설! 역시 난 장편소설이 좋다. 참 좋다. 소설이 역시 최고다! 리뷰를 썼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은 9월 마지막날 완독 성공 ㅎㅎ 간단히나마 리뷰를 썼다.
10월 사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은 거의 쓰지 않지만(왜냐면 대체로 못 사기 때문) 이번엔 여러모로 꼭 사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이 나와서 소개한다.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시집을 잘 읽지 않는 독서괭이지만, 이 시집은 읽고 싶어 담아놨으나 절판이었는데.. 몇년 전 한창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을 때 이동진 작가가 이 시집의 시 몇 편을 읽어줬더랬다. 그게 너무 좋아서 읽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재출간 되었다고 알림이 옴! 간만에 시집 읽을 기회!
<타오르는 질문들>은 스콧님 서재에서 알게 된, 최근 출간된 마거릿 애트우드 에세이다. 이번에 노벨문학상 받으면 좋겠다.. 이 책은 많이 궁금한데, 아직 책장에 <증언들>도 못 읽어서.. 살지말지 좀더 고민을 해봐야할 듯. 한달에 두권 사기로 정해놓으면 이렇게나 한권한권 치열하게 고민해서 사게 됩니다..
8월에 네권밖에 못 읽은 걸 만회하여, 9월에는 일곱권을 읽었다. 10월에도 충분히 읽고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단 10월 여성주의 도서인 <포르노랜드>를 절반 정도 읽었기에 마음이 가뿐하네? ㅋㅋㅋ
서친님들 모두 쌀쌀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