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전화벨이 울린다 [06/05/18]
겨우내 다듬은 원고를 내밀며 무조건 사달라는 필자들이여

점심을 먹고 볕이 하도 좋아 잠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동교동 골목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연일 과음으로 찌든 몸을 해바라기하며 햇빛에 말리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자리에 들어오니,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머뭇거리게 되더군요. 아직은 봄볕의 나른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치스러운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요즘 들어 워낙 먹고살기가 힘드니 자신의 원고를 팔고 싶다는 어느 이름 모를 저자였습니다. 다소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상대의 말을 들은 뒤 원고를 검토하고 연락드리겠다고 했더니, 한마디라도 더 전하려는 그의 끈질긴 목소리에 그만 짜증이 나더군요.

봄이 되면 겨우내 누군가의 손에서 다듬어졌던 원고들이 여기저기서 많이도 들어옵니다. 메일은 말할 것도 없고, 출력한 원고를 우편으로 보내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께서 육필원고를 들고 사무실을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육필원고를 들고 오나 하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멀리서까지 찾아오는 그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차 한 잔을 대접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대화를 나누는 일이 제 일인 듯해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곤 합니다.

아무튼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분의 말을 계속 듣고 있자니, 막무가내로 원고를 사달라는 요청뿐이었습니다. 정작 원고의 내용은 말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하여, 머릿속에서는 ‘안 됩니다’라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있었지만, “원고를 꼼꼼하게 검토한 뒤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정중하게 통화를 매듭지었습니다.

우리나라 출판계에는 국내 저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좋은 기획안이 있어도 저자를 찾다찾다 못 찾아 결국은 진행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니 어떠한 경로로든 먼저 출판사에 말을 걸어오는 저자분들이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귀한 손님입니다.

앞뒤 아무런 설명 없이, 무작정 원고를 사달라고 출판사에 매달렸던 그분의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먹고살기가 너무도 힘들다는 것이었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살기가 어렵다고 온갖 사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살아보겠다는 그분의 용기는 당연히 박수를 쳐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분과의 통화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국내물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출판사와 저자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저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간혹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원고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으나, 어떤 분들은 시장 규모까지 터무니없게 예측해오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저자는 자연스럽게 출판사에 높은 인세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아예 계약조차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도 높은 인세를 저자에게 지급하고, 지속적인 집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꿈이고 희망입니다. 어느 누구인들 좀더 많은 인세, 좀더 높은 원고료를 저자에게 주고 싶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출판사에서 이득을 다 취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거나, 자신이 예측한 수요를 못 팔아내는 것을 출판사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저자를 만난 날이면 한동안 멍하니 길거리를 배회하다 사무실에 들어오곤 합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기억이 나는 건, 대부분 그분이 열심히 설명했던 당신의 유명세와 권위에 대한 이야기뿐 원고가 어떤 내용이었는지조차 아련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봄볕 아래 보냈던 모처럼의 여유가 휑하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째 마음 한구석이 퀭하기만 합니다.

2년 반 동안 집필했다는 자신의 원고는 피와도 같을진대, 원고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둔 채 처음 통화하는 나에게 죄인처럼 사정하듯 말하는 그의 마음도 잠시 헤아려봅니다. 그래도 그분이 그렇게 자신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통화에서 자신을 팔지 말고, 자신의 원고를 팔았다면 우리는 훨씬 유쾌한 통화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볕이 잘 드는 책상 위에서 그분의 원고가 며칠째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출간이 가능할까 하여, 소개해줄 출판사는 없을까 하여 몇 번을 읽고 또 읽게 됩니다. 아, 정말이지 오늘 봄볕은 정말 너무합니다.


(양상호 도서출판 해바라기 대표) = 한겨레21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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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로드무비 2006-05-1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짠합니다.

하늘바람 2006-05-2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물만두님 로드무비님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전출처 : stella.K > [‘어린왕자’의 60번째 생일]세계가 감동한 ‘늙지 않는 고전’

 

[‘어린왕자’의 60번째 생일]세계가 감동한 ‘늙지 않는 고전’

1935년 ‘파리 수아르’ 신문의 모스크바 특파원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는 모스크바행 열차에 올랐다. 앞자리엔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자고 있었다. 그 뒤 생텍쥐페리에겐 작은 사내아이를 낙서하듯 그리는 버릇이 생겼다.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상을 받은 뒤 1940년 미국으로 건너가 ‘전투조종사(Pilote de guerre)’를 발표한 뒤의 에피소드. 하루는 뉴욕의 한 식당에 갔다가 테이블보에 또 낙서를 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금빛 스카프를 두른 사내아이였다. 이를 본 미국인 편집장이 “그 아이를 주인공으로 동화책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어린왕자(Le Petit Prince)’는 1943년 4월 이렇게 처음으로 세상 빛을 보았다.

비행사이기도 했던 그는 “이제 작가 일에만 충실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찰 비행에 나섰다. 그리고는 코르시카 섬에서 지중해 상공으로 출격을 나간 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1944년 7월 31일이었다. 자신이 떠나온 별로 되돌아갔다는 소설 속의 어린왕자처럼, 그렇게 그는 하늘에 박히듯 사라졌다.

어린왕자 초판은 1943년 미국 뉴욕에서 나왔지만 작가의 모국인 프랑스에선 1946년 4월 처음 출간됐다. 올해가 어린왕자가 프랑스에서 태어난 지 60주년 되는 해이다.

프랑스는 요즘 어린왕자의 ‘환갑연’을 베푸느라 들떠 있다. 생텍쥐페리가 태어난 지 100년 되던 2000년과 미국 뉴욕에서 출간된 지 60년 되던 2003년에 축하 파티를 치렀던 미국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린왕자 공식 웹 사이트는 물론 이 책을 처음 프랑스에서 출간한 갈리마르출판사 웹 사이트에 가보면 ‘어린왕자, 생일 축하해’ ‘1946~2006’이라는 그림과 글이 팝업창으로 떠오른다. 촛불 여섯 개가 켜진 케이크 앞에서 웃고 있는 어린왕자 옆엔 소설 속에 등장한 사막여우도 앉아 있다.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 웹사이트엔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비행기 조종사를 보채는 소설 앞 부분을 영화배우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오디오 파일도 올라와 있다.

연극과 무용 등 어린왕자 공연도 올해 내내 계속된다. 오는 12월엔 구호단체인 ‘어린왕자’를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프랑스에선 요즘 ‘화가 생텍쥐페리’를 재조명해보자는 움직임도 한창이다. 갈리마르출판사는 그의 그림 500점을 담은 화집을 냈고 오는 9월엔 그의 미술 작품을 모은 특별 전시회까지 열린다.

▲ 프랑스 리옹에 있는 생텍쥐페리의 동상.
프랑스 사회에서 어린왕자 책 자체에 대한 인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인에게 이 책은 프랑스의 자부심처럼 통한다.

1999년 여론조사기관인 CSA가 프랑스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왕자는 45%의 지지를 받아 금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뽑혔다. 같은 해 일간지 르몽드와 대형서점인 프낙(FNAC)이 프랑스인 6000명에게 ‘20세기를 대표하는 작품 50권’을 물어봤을 때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1위)에 이어 어린왕자가 4위에 올랐다.

생텍쥐페리 얼굴은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 프랑스의 50프랑짜리 지폐에도 새겨져 있었고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같은 위인의 시신을 모셔놓은 파리의 팡테옹 신전에 가보면 첫 기둥에 생텍쥐페리에 대한 찬사가 적혀 있다.

프랑스인의 생텍쥐페리에 대한 사랑은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00년 6월 극에 달했다. 그의 고향인 프랑스의 리옹시는 ‘어린왕자의 도시’로 새단장했다. 사톨라스 공항은 이때 리옹-생텍쥐페리 공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00명의 비행사들은 전날 남프랑스에서 일몰을 기다리다가 일제히 이륙해 그의 소설 ‘야간비행(Vol de nuit)’에서처럼 날아서 리옹에 도착했다. 어린왕자란 이름의 열기구가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그의 비행 모습이 담긴 기록 필름이 대형 스크린에 투사되기도 했다.

프랑스가 이렇듯 국가적으로 어린왕자에 열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어린왕자는 성경과 마르크스의 자본론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고 읽힌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최근 “어린왕자는 160개 언어로 번역됐고 프랑스에서만 1100만권이, 세계적으로 8000만권이 팔려나갔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하코네에 있는 어린왕자 박물관엔 지난 5년간 100만명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국내에선 어린왕자가 오페라와 뮤지컬의 단골 메뉴로 선보인다. 어린왕자는 이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자 세계인의 마음의 고전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초 처음 번역돼 소개된 뒤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등록된 어린왕자 국내판은 100종이 넘는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구매팀 관계자는 “책과 만화, DVD 등 모든 장르를 따져볼 때 절판된 것까지 합치면 어린왕자 관련한 품목이 35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순수 문학서적만도 60~70종”이라고 말했다.

어린왕자에 대해서라면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저마다 할 말이 많다. “그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내가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30대 초반 기자) “내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내 인생과 사고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어요”(30대 중반 변호사) “자기가 길들이는 것에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부분, 섬뜩하더군요”(40대 초반 회사원)….

그렇다면 대체 어린왕자의 어떤 점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 우선 줄거리를 보자. ‘소행성 B612호’라는 우주 속 작은 별에 장미 한 송이와 단둘이 살던 어린왕자는 장미가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녀를 버리고 혼자 우주 여행길에 나선다. 그러다가 지구라는 별의 사막에 추락한다. 마침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서 고생하던 비행사를 만나 대화가 시작된다. 그 뒤 여우도 만나고 뱀도 만나고 사업가, 허풍쟁이도 만난다. 그리곤 자신이 버린 그 장미야말로 자기가 책임져야 할 존재란 걸 깨닫고, 몸통은 사막에 버린 채 영혼만이 다시 외딴 별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줄거리다.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한 동화 같다. 하지만 어린왕자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1970년대 후반 이 책을 처음 접했던 지금의 40대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한다. 문체는 가볍고 삽화는 발랄한데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수, 슬픔, 권태에 가깝다. 단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기엔 모자랄 만큼 우리 인간사를 꼼꼼히 묘사해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에겐 동화요, 어른들에겐 철학서가 된다. 한 비평가는 “동심이란 원래 사물을 보고 놀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감성을 잃어버린 어른에게 많은 걸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어린왕자의 수수께끼가 풀린다’(CHO 미디어간)에서 요시다 히로시는 “어린이에게는 수수께끼를 던지고 젊은이에게는 경고를 주며 어른에게는 반성을 촉구하는 책”이라며 “인생의 전기마다 반복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어린왕자 번역서를 출간한 도서출판 이레의 원미선 주간은 “어린왕자의 힘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며 “중학생 때 읽고 대학생 때 읽고 나이가 들면서 읽을수록 새롭게 와 닿는 게 어린왕자”라고 했다.

지난 4월 25일 서울 창동에 있는 서울열린극장, 뮤지컬 ‘어린왕자’(서울시 뮤지컬단)가 공연되고 있었다. 평일 오후 관람석을 가득 채운 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생, 초등학생이었다. 금발머리를 하고 허리춤에 칼을 찬 어린왕자와 얼굴에 꽃잎을 단 장미가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아저씨, 술은 왜 마시나요?” “잊기 위해 마셔” “뭘 잊으려는데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이 세상에서 배우는 건 슬픔과 좌절뿐이라고요.” “예쁜 장미는 내 옆에 있었지만 왜 난 가시만 봤지? 이제 내가 당신을 그리워해요. 내가 당신에게 길들여졌어요.” “절망이란, 좌절이란 없는 거야.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있는 거야. 화가의 꿈을 버리고 슬퍼했지만 비행사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기분 몰랐을 거야.”

연출은 익살맞기만 한데 대목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옆자리에 있던 한 학부모는 “여고 시절에 읽을 땐 이렇게 어려운 얘기인 줄 몰랐다”며 “아이들이 저걸 어떤 식으로 이해할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어린왕자가 별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현실감 없이 잘난 척만 한다. 권위만 따지는 왕,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 마시는 술꾼, 별을 사모으기만 하며 돈을 밝히는 사업가, 탐험은 않고 아는 척만 하는 지리학자…. 그 속에서 사랑, 고독, 죽음, 돈, 권력을 얘기한다.

인구에 회자되는 명대사도 어린왕자의 힘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를 길들이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같은 대목은 학창 시절 연애편지에 한번쯤 긁적거려 봤음직한 것이다.

▲ 영화 '어린왕자'.
글은 남의 얘기를 전하기보다 자기 얘기를 쓸 때 더 힘이 실리게 마련이다. 어린왕자는 사실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자서전이나 다름없다. 동심을 잃고 어른이 돼 버린 비행사도 그이고, 순수해서 무슨 말이든 솔직히 할 수 있는 어린왕자도 바로 그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예술가이자 수학자, 과학자, 역학자였듯이 생텍쥐페리는 기자, 작가, 비행사, 발명가였다. 그의 증조카인 나탈리 데 발리에르는 자신의 책에서 “조종사이자 시인이자 철학자이고 기자이면서 마법사, 발명가였던 할아버지는 문학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며 “그의 글쓰기가 독창적인 것은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 찬 자신의 삶을 투영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텍쥐페리’를 주제로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단국대 불어불문학과의 정소성 교수는 “어린왕자가 우주를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며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고 위기 상황에 있던 조국에 대한 불타는 애국심을 가진 사람의 혼이 투영된 자기 기록”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개인 생활이나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면 책 속의 등장 인물은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린왕자가 버렸던 장미꽃은 작가의 부인을 뜻할 수도, 생텍쥐페리가 미국으로 망명한 뒤의 조국 프랑스을 뜻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장치가 어린왕자를 지금껏 우리 곁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야.” 프랑스 리옹의 벨쿠리 광장에 있는 생텍쥐페리의 동상 앞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확인되지 않은 죽음 덕분에 영생을 누리고 있으니, 이 순간 등에 불을 붙여 별빛으로 우리에게 ‘안녕~’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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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기억의 불빛이 켜질 때


한국 신세대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역사와 풍경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는「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과「한일 우정의 해 2005」를 기념하여, 가이코 다케시 기념 아시아작가 강연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신세대작가인 김연수씨를 초빙하였다. 방일을 기회로 일본의 작가 노나카 히이라기씨와 서로의 소설관, 작가관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나카 이번에 김연수씨의 세 작품을 읽어보았는데, 작품 모두 너무 재미있어서 만나뵙기를 기대하고 있었어요. 특히 <뉴욕제과점>이란 작품에 매우 흥미를 가졌는데요, 일본에서는 사소설(私小説)이라고 하는 장르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소설은 어디까지나 픽션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서, 사소설이란 단어의 정의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작품은 금욕적이랄 만큼 자전적인 방법으로 쓰여져있네요. 어찌되었든 <뉴욕제과점>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세 작품을 읽어보면 버라이어티한 작풍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겠더라구요. 문체를 몇 개라도 가지고 있다고 할까, 그런게 <뉴욕제과점>에서는 별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매우 스트레이트하게 순수하고 소박하게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더라구요. 작가로서의 캐리어를 몇 년이나 지나고서도 이러한 글쓰기 방법을 한다는 데에 저는 흥미를 가졌습니다. “나는 이 소설만은 연필로 쓰려고 한다”라는 이 첫번째 문장부터 정말 매료당했습니다. 그래서 묻고싶은 것이 있는데, 정말 연필로 쓰셨나요? 사실은 컴퓨터로 썼는데도 “연필로 쓰려고 한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건 그 나름대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모처럼 만나게 되었으니 진실을 알고 싶어서... 좀 흔한 질문 입니다만... (웃음)
김연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실제로 연필로 썼습니다. 이 작품을 발표했을 때 평론가 사이에서도 정말 손으로 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에 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없는데 일부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연필로 썼느냐, 손으로 썼다는 문장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내용 전부가 픽션으로 만든 이야기냐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작품을 집필하고 있을 때 저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근무하면서 많은 작품을 쓴다는 일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카페 등에서 조금씩 한 단락 한 단락 손으로 써 나갔습니다. “연필로 쓸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때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장시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실제로 조금씩 밖에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연필로 쓸 수밖에 없었지요.
노나카 어머. 그럼 정말 연필로 쓰셨네요. 그랬군요... 보통 때에도 손으로 쓰시나요? 아니면 컴퓨터로 하시나요.
김연수 대학 1, 2학년 때에는 손으로 썼어요. 그러나 본격적으로 집필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쭉 컴퓨터로 치고 있습니다. 손으로 쓴다는 건 매우 흔하지않은 케이스죠. 그러나 이 <뉴욕제과점>이란 소설의 성격상 생각나는 대로 적어두려고 했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94년부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요, 97년부터 2002년까지는 회사에 근무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마지막 2년간은 집필활동도 같이 하고 있었지요. 그 후 실은 월드컵을 관전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그 후 복직을 안한 채로 있지요. (웃음)

 

뉴욕제과점의 막내아들로서

 

노나카 지방도시의 빵집이라는 설정이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전적 소설이라 정말 빵집이 생가이긴 하지만, 그것이 상징적인 기능을 하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세탁소 같은데는 역시 안된다는 느낌입니다.
음식점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이 아닌 서구에서 들어온 음식으로, 한국식으로 바뀌거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빵이겠지요. 그것이 경제성장기를 지나면서 주위의 변화에 맞추어 쫓아가려고 하지만, 바게트 같은 건 만들 수 없이 시대에 남겨져 간다, 그럭저럭 아이들을 다 키웠을 때 어머니가 가게를 정리하는 결의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면서도 시대, 국가를 표현하고 있고, 크게 말하자면 세계적인 상황도 표현하고 있어요. 정말로 다양한 미니멈한 세계 속에서 글로벌한 사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것도 막 펼쳐진 풍경 속에 모두 그려져 있다는 점에 아주 감동했습니다.
실제로 가게명이 뉴욕제과점이지만, 조금 지나치지 않냐고 말하고싶을 정도에요. 역시 한국에서도 강대국인 미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반발과 동경심이 있겠지요? 이 가게명, 더 나아가서는 소설의 타이틀에서도 그걸 헤아릴 수 있겠더라구요. 소설 내용 중 신문기사에 연수씨 프로필을 뉴욕제과점의 막내아들이라고 소개했다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그걸보고 작가성이 있구나 느꼈습니다. 뭐라 해도 뉴욕제과점의 아들이잖아요? (웃음)
김연수 전에 뉴욕제과점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이 약력에 쓰여진걸 본 40대 여성운동가에게 제과점에서 태어난 게 너무 부럽다고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빵집출신 작가는 한국에서 저 이외에 없구요, (웃음)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빵집을 소재로 한 소설을 다른 작가들이 쓰고싶어도 쓸 수 없게 되어버렸지요.
노나카 그것도 뉴욕제과점으로는요. 뉴욕이 붙어있어요. (웃음)
김연수 저는 어렸을 때 왜 하필이면 빵집 아들로 태어났을까 하고 주눅들은 적이 있어요. 그러나 지금에서는 빵집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저에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정말 소재가 바닥이 나서, 쓸 게 아무것도 없게 되었을 때「장편소설 <뉴욕제과점>」이라는 걸 써 보고 싶어요.
노나카 당연히 쓰셔야지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절망감 속에서 자전적 소설을 쓰다

 

▲ 김연수 씨 작품들
노나카 다른 두 작품을 읽었을 때는 작가로서 매우 샤프하게 지어내는 방법, 픽션을 만드는 방법, 고민한 심경 등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뉴욕제과점>에는 만들고자 한 부분이 없이 소박한 맛이 있어 다른 작품과는 느낌이 틀리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것을 쓰게 된 것이 작품 속에도 나와 있듯이 자녀를 두게 되어선가요?
김연수 쓰기 시작한 것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던 때라서 아직 아이가 없었을 때 입니다. 30대로 들어섰기에 그 이상 재미있는 일은 없을거라는 무력감에 빠져있을 때 였지요. 물론 아이가 태어나면서 열심히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다고도 생각했지만, 그와 동시에 이렇게 살아가면 안되겠다는 무력감 같은 것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양친의 건강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었고, 그 시기에 아는 분들이 계속 돌아가셨어요. 이제부터는 제가 아는 사람들, 저를 귀하게 생각해준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시는구나라는 생각과, 뉴욕제과점의 따뜻한 기억마저도 모두 지워져 버리는구나라는 절망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한 절망감속에서 자전적 소설을 쓰는 계기를 마련했어요. 물론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면 저는 빵집 이야기 외엔 없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쓸 때에는 우선 정확하게 그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세한 일까지 세밀하게, 소설적으로 묘사하고자 결심했습니다. 처음에, 연필로 쓰지않으면 안되겠다는 문장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충격적인 결말을 다 써나갔을 때 갖게 되었지요. 그 당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죽을 때까지 내가 계속 돌보지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실제로 이 아이는 제가 죽은 후에도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뉴욕제과점은 없어졌지만 제가 글을 씀으로 인해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아이도 제가 죽고 모두가 없어져버려도 혼자서 살아갑니다. 그 점을 느꼈을 때에 저는 매우 충격을 받았어요. 30대 전반에 느낀 무력감은, 지금 생각해봐도, 무엇에 의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걸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것을 무의식 중에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속에서 뉴욕제과점의 불빛이 마음속에서 살아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나카 지금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이 쓰여진 배경이나 심경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그러한 때야말로 절실한 작품이 태어나는군요. 그렇지만 도무지 쓰지않고는 배길 수 없는 작품, 인생의 절목을 반영하는 작품은 언제라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네요. 10년에 한번 정도일까요.

 

글을 씀으로써 혼이 연마된다

 

김연수 최근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한데요, 예를들면 인물이나 사건, 소설의 주제 등 특히 관심을 갖고 잇는 게 있으세요?
노나카 글쎄요... 혼(魂)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할까요? 저는 한평생 소설을 계속 쓰고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인생에서 여러 경험을 하고 아주 괴로운 기분이 들거나, 정말로 질렸다고 생각했을 때에 소설을 쓰면 엄청 많이 마음이 구제되거든요.
작가는 불행해야 좋은 작품이 써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사고방식은 괴로울 때에는 싫었었어요. 실제로 행복한 상태에서 훌륭한 작품을 쓰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렇지만 궁지에 몰리면 힘을 발휘하는 작가가 확실히 많아서, 정말로 인과관계의 상업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거의 부당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몰려서 자기 인생이나 운명 등에 대해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을까라고 어찌할 바를 모를 때에도 소설을 쓰면 이상하게도 사물이 뚜렷하게 보여집니다. 앞으로도 담담하게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요. 글을 씀으로써 혼이 연마되는 것 같이...
그렇지만 그건 작가라는 특권이 있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구요, 소설을 쓰지않았던 소녀시대에도 좋아하는 소설을 읽음으로써 혼이 단련되어진다던가, 무언가 확실하게 보여진다거나, 그런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를들어 이 <뉴욕제과점>에서도 한 사람의 작가가 결코 허구가 아닌 사실을 쓰려고 했을 때에 더 상징적으로 창작이 되어버린다는 것에 대해, 새삼스럽게 쓰는 사람의 혼과 읽는 사람의 혼의 공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인간의 힘으로는 콘트롤할 수 없는 일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김연수 지금 혼이 통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네요. (웃음) 작가는 계속 변하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저는「영매(靈媒)」라는 어려운 단어로 얘기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영매 경험을 통하여,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명을 기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등장인물이 공포를 느끼는 장면을 묘사할 때에는 저도 실제로 공포를 느끼기 위해 여러가지 해 보거나, 또 매우 무서웠을 때의 일을 떠올려, 그 공포감을 자기가 대신 느끼면서 기술해나가는 노력을 하지요.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이전의 자신과는 또 다른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뀌어져 있다는 게 어느 정도의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나카 연수씨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김연수 제가 지금 굉장히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은, 예를들어 꼬불꼬불 구부러진 좁은 길입니다. 향하고 있는 쪽에 무엇이 있을까 전혀 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구부러진 길. 저쪽에 무엇이 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매우 두근두근 거립니다.
소설을 쓰면서 우리들은 항상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관심을 계속 가지지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아픔이나 기쁨, 경험일수도 있어 다양하지만,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영매」, 즉 대신 느끼는 것을 기술하지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대단한 생각을 하고 소설을 쓰지않으면 안되겠다고 자주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더 대단한 생각을 하고 더 좋은 것을 써 나가자고 자신을 또 타이릅니다. 이것이 앞서 말씀하신 혼을 연마한다는 것과 일맥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노나카 그래요. 알겠어요.
김연수 그런데 혼만 점점 닦아져서, 단련되어가면 대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네요.
노나카 아마도 너는 너, 나는 내가 되는 거겠지요. 오늘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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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카 히이라기(野中 柊)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보내는 일본인 여성의 일상을 그린 <요모기 아이스>로 데뷔.
1992년 <앤더슨가의 며느리>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선출. 주요 저서로 <초콜릿 오르가즘>, <그린 크리스마스>, <다리아>, <점핑☆베이비> 등이 있다.

 

遠近(wochi kochi) 제5호(June / July 2005)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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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5시에 일어났다가 다시 잤어요
 

블로그는 신인 작가 등용문 [06/05/15]
[김현미의 책 세상]

블룩스? 며칠 전 신문마다 ‘블룩스가 뜬다’는 기사가 실렸다. blook은 blog와 book의 합성어란다. 발음은 자꾸 새지만 내용은 별것 아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요즘 미국 출판계는 이라크전쟁에서 요리책까지 다양한 블룩스를 펴내 재미를 보고 있는데 미국 내 베스트셀러 100권 중 20권이 블룩스”라고 한다. 기사는 대표적인 블룩으로 524가지 프랑스 요리법을 담은 책 ‘줄리 & 줄리아’를 꼽았다. 10만 부나 팔렸단다. 그러나 한국 출판사들이 블로그 콘텐츠에 눈독 들인 게 언제 적 일인데 새삼 ‘블룩스’가 트렌드라고 법석인지 오히려 이상했다.

최근 동아일보사에서 ‘들키고 싶은 그녀만의 레시피-수상한 요리책’(강선옥 지음)이라는 책을 만들어놓고 출간 직전까지 ‘금도끼 은도끼’ 논쟁을 벌였다. 이 책이 요리책이냐 에세이냐 소설이냐. 도무지 분류가 안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요리로 만났고 요리로 결혼했고 요리 때문에 헤어진 남녀의 맛있는 이야기를 지어냈으니’ 소설에 가깝고, 저자가 직접 만든 요리의 레시피와 사진이 실려 있으니 요리책이 분명하다. 말 그대로 퓨전이다.

요즘 요리책들은 이처럼 스토리를 앞세우고 요리가 뒤따라가는 스타일이 많다.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김민희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쌍둥이 키우면서 밥해먹기’(문성실 지음, 조선일보생활미디어 펴냄), ‘베비로즈의 요리비책’(현진희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같은 책들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책이 나오기 전에 블로그에서 떴다는 것이다. 강선옥은 ‘라자냐의 키친’(http://blog.naver.com/lasagna7)이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고, 김민희는 ‘천재 야옹양의 생활’(http://blog.naver.com/oz29oz)을, 현진희는 ‘베비로즈의 요리비책’(http://blog.naver.com/jheui13)을, 문성실은 쌍둥이 이름을 딴 ‘보윤이랑 보성이랑’(http://blog.naver.com/shriya)이라는 블로그를 갖고 있다. 매일 수천 명이 들락거리는 이들의 블로그를 ‘매의 눈’을 한 출판 기획자들이 놓칠 리 없다. 개성 있는 블로그다 싶으면 이미 ‘쫛쫛출판사와 책 출간을 진행 중이다’라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을 정도다. 물론 이들이 뜨기 전에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로 대박을 낸 ‘나물이’ 김용환이 있다. 2003년 이 책이 나올 때만 해도 블로그가 아닌 홈페이지였다.

자,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전공이 요리와 무관하다는 것. 강선옥은 서양화, 김용환은 한국화, 김민희는 일본어, 문성실은 공예, 현진희는 더 이상 전공 따질 필요도 없는 전업주부 17년차. 블로그는 이처럼 요리를 단지 취미로 알았던 무명의 ‘선수’들을 단박에 출판계 스타로 만들었다. 이대로라면 블로그가 신춘문예 대신 무명작가의 등용문이 될 판이다. 그리고 미국 쪽에 얘기 좀 해주고 싶다. “한국에는 제2, 제3의 ‘줄리 & 줄리아’가 줄을 섰다”고.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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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6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엉망진창 내 블로그 글들 ㅠㅠ

stella.K 2006-05-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만치 않습니다요. ㅠㅠ
 

[편집자레터] 출판으로 성공하려면 [06/05/14]
해마다 수많은 출판사가 생겨납니다. 지난 한해 새로 등록한 출판사는 약 2800개로 추산됩니다. 물론 이 중에는 요즘 유행인 대형출판사들의 자회사도 포함되고, 이름만 걸어놓은 유령출판사도 꽤 될 겁니다. 그래도 출판인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이처럼 출판이 인기 창업 직종인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선 적은 돈으로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혼자서 기획·편집·영업·광고를 모두 처리하는 ‘1인 출판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 베스트셀러 한 권만 내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대박의 꿈도 사람들을 출판계로 끌어들이는 힘입니다. 물론 책이 좋아서 책과 함께 살겠다는 ‘순정파’도 여전히 상당수에 이릅니다.

최근 출간된 ‘출판창업’(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이란 책은 기획과 자금 계획 등 창업 준비부터 편집, 유통, 마케팅, 조직관리에 이르기까지 출판사 사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데서는 접하기 어려운 ‘비결’들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얼마 전 창립 1주년을 맞은 ‘서울북인스티튜트’(원장 박은주 김영사대표)도 출판 창업과 경영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출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만든 이 기관은 편집자 입문, 편집장, 제작, 디자인, 마케팅 등 전문 교육과 함께 창업자 과정과 출판경영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판을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출판 창업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돈을 벌고 싶어서, 또는 좋은 책을 내고 싶어서 등의 ‘헛꿈’을 꾸지 말라는 거지요. 그럼에도 끝내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분들은 이들에게서 성공의 노하우를 한번 들어보시지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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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지 못하는 꿈이죠

하늘바람 2006-05-16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같은 일을 한다는 것 그거 참 쉬운 일 아닌 것같습니다

하늘바람 2006-05-1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은 꼭 소원 이루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