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b > 고급독자 사냥꾼 ‘1인 출판’ 게릴라

(출처: 한겨레)

오철우 기자 

권선희(35)씨는 책 만드는 일엔 빠끔한 출판사 편집기획자다. 아침 9시쯤 서울 동교동 서너평짜리 오피스텔에 출근하는 그는 늘 팩스부터 살피며 일을 시작한다.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에서 온 책 주문을 모아 오전 중에 창고·배본회사에 연락해 책을 서점에 발송하게 한다. “책 주문량을 확인할 때 가장 즐겁고 비로소 내가 출판사 경영자임을 느낀다”고 한다. 다른 동료·직원이 없는 그는 ‘사이’ 출판사의 1인 출판인이다. 그가 곧 출판사다. 출판계의 뚜렷한 현상이 된 ‘1인 출판’ 확산의 명암을 권씨의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30대 중반, 홀로서다

권선희씨는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출판사에서 일한 편집자였다. 한때 수백만권이 팔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편집기획자였던 그가 느닷없이 독립선언을 하고서 외롭고 위태로운 창업의 길에 들어선 건 지난해 가을. “10년차 경력에다 30대 중반 나이에 이르니, 박수칠 때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더 깊어졌어요. 꼭 성공할 기약은 없더라도, 평생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출판 경영·영업엔 경험이 없는 편집자인 그가 출판사를 차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출판사 창업을 하는 이는 주로 영업부장들이었습니다.(예,넥서스 前사장-고려원 영업부장출신) 전국 서점의 복잡한 유통망과 인맥을 쌓은 영업자가 뛰어난 출판인이었죠. 전국 유통망에 책을 깔고 수금하는 데 능력을 발휘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 중심체제가 된 지금은 ‘책만 제대로 만들면 팔린다’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 셈이죠.” 한국출판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휴머니스트 출판사 김학원 대표의 말이다.

권씨는 어떻게 창업했나.

권씨는 지난해 11월 출판사를 차렸다. 씨앗 자본은 2000만원. 그렇지만 그가 하는 일은 여전히 편집기획이 대부분이다. 외국서적을 번역할 때 필요한 저작권 대행, 표지 디자인, 조판과 편집·교열까지, 그리고 책을 출간한 뒤엔 유통회사 한 곳에 전국 서점 유통을 통째로 맡겼다. 책은 물류창고 회사에 맡기고 권씨가 직접 관리하는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책을 내보내게 한다.

”최근엔 자잘한 영수증 처리 같은 회계 업무도 회계사에 맡기는 1인 출판도 많아요. 전체 흐름을 기획·관리하고,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책 정보들을 얻거나 예비 저자들을 만나 새 책을 구상하는 게 나의 주된 업무죠.“

1인 출판을 지원하는 여러 작은 회사들이 생겨났다. “꽤 규모 있는 출판사들은 홍익대 부근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그 주변인 동교동엔 디자인·조판·편집을 대행하는 프리랜서 사무실들이 꽤 늘고 있어요. 이곳을 중심으로 1인 출판 사무실들이 여럿 들어서 공생하고 있죠.”

도전…두려움…

권선희씨는 자유롭다. 젊기에 야무진 열정도 넘쳐난다. 다른 회삿일에 얽매일 일도 없으니 맘 편한 것 같다. 그렇지만 그는 “정체 모를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어떤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할 때, 제목과 표지디자인을 최종 결정할 때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불안감은 막연합니다. 내가 홀로 내린 결정이 맞는지 가장 두렵죠(->해결책은?

사람이 재산이다. 표본 30명=충성도 및 애정있는 독자집단->편집자와 독자가 직통하는 핫라인 개설). 아는 사람들이 사무실을 찾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여러 의견을 묻고 듣고 있지만, 창업 1년이 다 됐는데도 아직 불면증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진 못한 것 같아요.” 얼굴만은 밝다.

그는 아침 9, 10시쯤 출근해 보통 밤 10, 11시쯤 퇴근한다. 토요일은 물론이고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다. 아니. 거의 항상 출근하고 있다.

권씨가 지난 7월 낸 첫번째 작품 <갈리아 전쟁기>는 그에게 작은 희망이었다.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로마 고전에 정통한 고정 독자층이 국내에 이처럼 꽤 있는 줄은 몰랐어요. 많진 않았지만 번역이나 편집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내주고 분명한 반응이 일어났어요. 편집기획을 평가하는 고급 독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건 희망입니다.” ‘책의 품질만 높다면 독자는 있다’는 믿음, 거꾸로 ‘이젠 책의 품질이 높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창업의 경험을 통해 더욱 굳어졌다고 한다. 그는 1인 출판인을 일러 “대형출판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틈새의 고급 독자를 위해 활동하는 게릴라 편집자”라고 말한다.

성공보다 더 많은 좌절

1인 출판은 앞으로도 더욱 늘 것이라고 대부분 출판인들은 내다봤다. 권씨도 그렇다. “기존 출판사에서 나이 들도록 편집 전문가로 성장할 길은 우리나라에선 현재 없어요. 난처한 처지가 되기 전에 빨리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부분 편집자들이 지닌 생각일 겁니다. 출판사의 낮은 임금도 한몫하고요.” 그는 “10년차 정도 경력을 지닌 주변의 여러 친구들도 1인 출판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1인 출판이 다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권씨도 그게 불안하다. 서적유통 회사는 그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드러나는 현장이다. 서적유통사 송인서적의 윤성기(46) 관리이사는 “책 한 권 내고는 더 내질 못해 좌절하는 1인 출판들도 꽤 많아졌다”며 “1인 출판이 계속 책을 내는 확률은 30%도 되지 않는데 요즘 성공 사례들만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1인 출판인들이 새 책을 들고 유통회사를 찾는 일은 성수기인 여름을 앞둔 봄철에 크게 늘었다가, 가을엔 크게 주춤해진 상태라고 그는 전했다.

권씨는 요즘 “1인 출판의 한계도 분명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새 책을 꾸준히 펴내야 하지만 쉽잖은 일이다. 또 꽤 큰 비용이 들어가는 출판 기획은 지금으로선 꿈도 꾸지 못한다. 틈새 시장만을 겨냥해야 한다. 그는 “소수의 고급 독자를 위해 책을 내는 일은 즐겁지만 언제까지 1인 출판에 머물러야 할지 아직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 창업한 1인 출판 에코의서재 대표 조영희씨도 “책을 꾸준히 내어 생존하기 위해선 1인 출판 규모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라며 “여력이 갖춰지는 대로 동업자 또는 직원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60대 편집자가 없는 출판계”

1인 출판을 깊게 바라보면 출판계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고용된 편집자’에서 ‘자기 브랜드를 키우는 편집자’의 시대로 넘어가며, 이제 자본이 아니라 편집기획으로도 성공을 예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전망은 무수한 편집자들한테 기회와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1인 출판이 활성화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인 출판이 늘어나는 데엔 전문 편집기획자을 길러내지 못하는 국내 출판사들의 영세적 출판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집기획자들은 무엇보다 ‘단명하는 편집자 문화’를 꼽는다. 20대에 출판사에 첫 발을 내디딘 편집자는 10년, 20년의 경력을 쌓으며 30·40대로 성장하면, 이내 퇴출의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편집기획자를 자주 물갈이 해야 신선한 기획력이 산다’는 일부 출판 경영철학도 이런 분위기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만일 가족 중심 경영 때문에 불거지는 갈등까지 겪게 되면 창업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만다. 한 편집기획자는 “편집기획자들이 1인 창업에 나서는 근본 배경을 짚어보면, 그 본질엔 가족경영을 벗지 못하는 출판사가 전문 편집자 양성에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나이’는 1인 출판인들이 말하는 주요한 창업 동기다. “솔직히 말해 40대가 되면 편집기획자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회사 처지에선 고액봉급자 직원에 대해 부담을 느끼게 되겠죠. 40대에 관리자가 될 수 없다면 결국 출판사를 떠나야 합니다. 달리 갈 데가 없어요. 30대 중반만 돼도 그런 압박은 현실이 됩니다.” 다른 편집기획자의 말이다. 이 때문에 50·60대 나이에도 편집 현장에서 전문가로 일하는 편집자는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출판사 ‘편집자 모시기’

바닥에서 편집자들의 1인 출판 바람이 불고 있다면, 꼭대기에선 대형출판사들의 편집자 모시기 바람이 불고 있다. 유능한 전문 편집자를 영입해 자금을 지원하고 마음대로 책을 내게 하면서, 동시에 대형출판사들의 브랜드를 확장하고 매출과 수익도 늘리자는 포석이 이런 움직임에 깔려 있다. 이른바 ‘임프린트’(imprint)로 불리는 일종의 소사장 제도는 출판계의 새로운 화젯거리다.

본래 영·미 출판계에서 정착해 출판사 인수합병(M&A)의 토대가 된 이 제도는 최근 2~3년 새 국내 대형출판사인 랜덤하우스중앙과 웅진씽크빅이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편집자들이 자금 지원을 좇아 이동하고 기존 출판사들의 경영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다.

국내 처음으로 임프린트를 도입한 랜덤하우스중앙은 두앤비컨텐츠, 북박스, 드림하우스, 울프, 키즈랜덤 등 아홉가지 브랜드를 전문화해 운영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웅진지식하우스와 웅진주니어에 더해 외부 편집자를 영입한 리더스북, 노블마인 등 두가지 브랜드를 더 내고 있다. 모두 3년 계약이며, 출판 기획·편집은 임프린트 대표의 독자적 결정에 맡긴다고 한다.

웅진씽크빅 임태주(39) 출판신사업팀장은 “책의 미래는 이제 유능한 편집기획자의 손에 달려 있다”며 “1인 출판을 꿈꾸는 편집기획자는 자금을 지원받아 좋은 책을 많이 낼 수 있고 대형출판사는 유능한 여러 편집인재들을 모아 브랜드를 다양화할 수 있다”며 임프린트 제도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랜덤하우스중앙의 최봉수(44) 사업운영실장은 “임프린트가 정착한다면 출판계에 편집기획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구조도 마련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프린트를 도입한 출판사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를 경계하는 출판계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대형출판사들이 브랜드를 확장하며 출판시장 잠식을 가속화할 것이며, 매출·수익 성과로 평가하는 편집의 경쟁체제를 극대화해 결국 출판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창업 직후에 여러 차례 임프린트 참여 권유를 받았다는 권선희씨는 “아직은 내가 만들고 싶은 나의 책을 출판하고 싶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 시대의 작가와 독자는 편집기획자를 통해 창조된다. 그래서 편집자는 종종 “지식 사냥꾼” “지식의 조직가”로 불린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1인 출판과 임프린트의 바람은, 이런 편집기획자들이 차지하는 몫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또 편집기획 자체가 ‘브랜드 가치’로 평가받기 시작하는 사례들이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국내 독서인구가 이젠 해방 이후 2, 3세대를 맞으며 수준 높은 책을 찾는 고급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며 “책 한 종이 수백만권씩 팔리는 ‘대중출판’ 시대가 물러나고 ‘전문출판’ 시대가 오는 이 때에 1인 출판이든 임프린트이든 단기적 성장·성과에 매달리기보다 독자·작가와 함께 오래도록 성장하는 편집기획 체제를 갖추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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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b > [책만드는사람들] 도서출판 책세상

<DIV style="line-height:160%; padding:10">(출처: 한겨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내 입맛에 맞게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출판인 중에는 이런 생각으로 직접 출판활동에 뛰어든 사람이 종종 있다. 일종의 딜레탕티즘이 출판에서 나타난 경우인데, 도서출판 책세상도 애초의 출발점은 이 고급한 취미활동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1986년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직승(58) 사장이 소설가 조해일, 시인 호영송, 작고한 시조시인 전영대씨 등 문학하는 벗들과 의기투합해 출판사를 세웠다. 김 사장이 대표가 되고, 호 시인이 기획을 전담하는 주간을 맡고, 다른 문인들이 자문역을 맡았다. 문학이 좋아 모인 이들의 관심은 문학, 그 중에서도 한국문학과 프랑스문학이었다.

책세상의 성격이 크게 방향을 튼 것은 94년 김광식(42) 현 주간이 전임자로부터 주간 자리를 물려받으면서부터다. 김 주간은 책세상의 무게 중심을 문학에서 인문학쪽으로 성큼 이동시켰다. 출간 종수도 연 10권 미만에서 20여권으로 늘리고, 무엇보다 굵직굵직한 기획을 잇따라 발진시켰다. 딜레탕티즘에서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옮아간 것이다.

그 변모를 보여주는 첫 사례가 `카뮈 전집'이다. 호 주간 때인 87년 내기 시작한 카뮈 책을 김 주간은 아예 전집으로 틀을 바꿨다. 김화영 고려대 교수의 1인번역으로 1년에 한 권씩 출간돼온 `카뮈 전집'은 다음달 13권째가 나온다. `위대한 작가들'은 `카뮈 전집'에 이어 김 주간이 단독으로 기획한 전기 시리즈다. 97년 <릴케>를 내놓은 이래 <카뮈>까지 모두 9권이 나온 이 시리즈는 현존 전기 가운데 가장 질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을 전공자에게 의뢰해 번역한다는 원칙 아래 만들어온 책세상의 `자존심'이다. 올해 안에 <제임스 조이스> <도스토예프스키>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며, `작가들'이 끝나면 미술가, 음악가, 사상가로 시리즈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밀리터리 클래식'은 책세상이 자랑하는 또다른 기획이다. 먼저 출간한 버나드 로 몽고메리의 <전쟁의 역사>가 독자의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독립된 기획을 구상한 끝에 나온 이 시리즈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고전 <전쟁론>을 필두로 해 지난해 말 <제공권>까지 모두 10권으로 완간됐다. 전쟁론에 관한 한 국내에선 독보적인 시리즈라 할 것이다.

책세상의 기획력은 니체 사망 1백주기를 맞아 얼마 전 펴내기 시작한 `니체 전집'(전 23권)으로, 또 올해 시작해 연말까지 마감할 예정인 `릴케 전집'(전 13권)으로 벋어나가고 있다. 이 전집류는 완전한 번역본, 곧 정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돈을 생각하면 벌이기 힘든 일들이다.

책세상은 올 들어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획을 탄생시켰다. 지난 5월 탁석산씨의 <한국의 정체성>으로 얼굴을 내밀어 지금까지 19종이 나온 `책세상문고·우리시대'가 그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짧지만 밀도 있게 펼치는 이 문고 시리즈는 30~40대 패기만만한 필자들이 논쟁적인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토론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김 주간의 의지가 밴 작업이다. 당대의 쟁점에 적극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고전의 무게를 지닌 저작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 책세상의 듬직한 어깨가 스스로 진 짐이다.

고명섭 기자michael@hani.co.k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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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b > [책만드는사람들] 도서출판 책세상

<DIV style="line-height:160%; padding:10">(출처: 한겨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내 입맛에 맞게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출판인 중에는 이런 생각으로 직접 출판활동에 뛰어든 사람이 종종 있다. 일종의 딜레탕티즘이 출판에서 나타난 경우인데, 도서출판 책세상도 애초의 출발점은 이 고급한 취미활동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1986년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직승(58) 사장이 소설가 조해일, 시인 호영송, 작고한 시조시인 전영대씨 등 문학하는 벗들과 의기투합해 출판사를 세웠다. 김 사장이 대표가 되고, 호 시인이 기획을 전담하는 주간을 맡고, 다른 문인들이 자문역을 맡았다. 문학이 좋아 모인 이들의 관심은 문학, 그 중에서도 한국문학과 프랑스문학이었다.

책세상의 성격이 크게 방향을 튼 것은 94년 김광식(42) 현 주간이 전임자로부터 주간 자리를 물려받으면서부터다. 김 주간은 책세상의 무게 중심을 문학에서 인문학쪽으로 성큼 이동시켰다. 출간 종수도 연 10권 미만에서 20여권으로 늘리고, 무엇보다 굵직굵직한 기획을 잇따라 발진시켰다. 딜레탕티즘에서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옮아간 것이다.

그 변모를 보여주는 첫 사례가 `카뮈 전집'이다. 호 주간 때인 87년 내기 시작한 카뮈 책을 김 주간은 아예 전집으로 틀을 바꿨다. 김화영 고려대 교수의 1인번역으로 1년에 한 권씩 출간돼온 `카뮈 전집'은 다음달 13권째가 나온다. `위대한 작가들'은 `카뮈 전집'에 이어 김 주간이 단독으로 기획한 전기 시리즈다. 97년 <릴케>를 내놓은 이래 <카뮈>까지 모두 9권이 나온 이 시리즈는 현존 전기 가운데 가장 질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을 전공자에게 의뢰해 번역한다는 원칙 아래 만들어온 책세상의 `자존심'이다. 올해 안에 <제임스 조이스> <도스토예프스키>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며, `작가들'이 끝나면 미술가, 음악가, 사상가로 시리즈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밀리터리 클래식'은 책세상이 자랑하는 또다른 기획이다. 먼저 출간한 버나드 로 몽고메리의 <전쟁의 역사>가 독자의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독립된 기획을 구상한 끝에 나온 이 시리즈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고전 <전쟁론>을 필두로 해 지난해 말 <제공권>까지 모두 10권으로 완간됐다. 전쟁론에 관한 한 국내에선 독보적인 시리즈라 할 것이다.

책세상의 기획력은 니체 사망 1백주기를 맞아 얼마 전 펴내기 시작한 `니체 전집'(전 23권)으로, 또 올해 시작해 연말까지 마감할 예정인 `릴케 전집'(전 13권)으로 벋어나가고 있다. 이 전집류는 완전한 번역본, 곧 정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돈을 생각하면 벌이기 힘든 일들이다.

책세상은 올 들어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획을 탄생시켰다. 지난 5월 탁석산씨의 <한국의 정체성>으로 얼굴을 내밀어 지금까지 19종이 나온 `책세상문고·우리시대'가 그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짧지만 밀도 있게 펼치는 이 문고 시리즈는 30~40대 패기만만한 필자들이 논쟁적인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토론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김 주간의 의지가 밴 작업이다. 당대의 쟁점에 적극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고전의 무게를 지닌 저작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 책세상의 듬직한 어깨가 스스로 진 짐이다.

고명섭 기자michael@hani.co.k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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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연 > [퍼온글] 2006 서울국제북아트전

21세기 새로운 책문화, 손수 만든 ‘예술 책’의 매력에 빠지다! 2006 서울국제북아트전

6월 2일 삼성 코엑스 인도양 홀에서 ‘북아트 공모전’ 시상식을 시작으로 ‘2006 서울국제북아트전’이 개막을 알렸다. 2005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아티스트북 인 서울’이라는 북아트 전시 프로젝트를 주관했던 ‘KBAA 한국북아트협회(Korea Book Art Association)’는 시상식에 앞서 이번 ‘2006년 서울국제북아트전’을 통해 북아트의 저변확대 및 자연스러운 주변산업과의 연결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무료 체험의 장을 마련하여 일반 대중들과 함께 즐기고 나누는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될 ‘2006 서울국제북아트전’은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키고, 더욱 세련되고 ‘북다움’을 지닌 충실한 예술로 다듬어 한국의 문화 행사로서 세계에 진출하고자 한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품은 하나 하나 독특하고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보고, 읽고, 상상하는 재미가 넘쳤다. ‘북아트전’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작품과 해외 북아티스트들의 전시 코너도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발견할 때마다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지나칠 수 없었다.
21세기의 새롭고 풍성한 책문화를 지향하는 다채롭고 신선한 작품들, 특히 북아트 무료체험 이벤트는 평소 북아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에게도 그 인기가 대단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만의 이야기 책을 만들기 위해 종이와 색연필을 움직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던 ‘북아트 공모전’ 의 다양한 행사와 풍부한 볼거리로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들어가 보자.

취재| 오지연 객원기자 (cinerilke@paran.com)
‘한국북아트협회’의 이명숙 회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북아트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 높아지길 바란다”는 인사로 수상자들을 독려했다. “현대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충격과 다른 시각의 요구이기에 유학 중 ‘북아트’를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오늘날까지 작업과 연구를 하게 한 에너지였다”는 이명숙 회장은 ‘북아트’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이라고 보았다.

지식과 내용의 보존과 전달 기능을 넘어 미적인 기능이 요구되면서 판화와 드로잉, 그림과 사진처럼 작가 자신이 추구해 온 예술 장르의 흔적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들은 내용과 형식이 결합된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서 책의 의미를 새롭게 자각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독자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자신을 소박하게 담아서 아이디어와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소하면서도 탁월한 혼합 예술이 바로 ‘북아트’ 인 것. 작품 작업과정에서 작가와의 거리감은 물론, 감상자와의 거리감 역시 매우 근접하고 있어 오감 지각체계와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친밀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북아트’는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앨범이나 다이어리, 이야기 책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에서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북아트’는 실용성과 함께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욱 효율적인 장르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 6개국의 작가들이 총 65점의 작품이 응모한 이번 공모전의 심사 기준은 화려한 외관에 치중한 작품이나 단순히 공예적인 작업들은 배제하고,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우선했다는 점이 포인트!

세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최우수상은 중국 전통 민속 문화를 주제로 한 작품 '888'의 이춘매씨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떠돌아다니는 풍선들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많은 감정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김하란씨의 'Rraveling Balloons'. 옷에 대한 다양한 드로잉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와 나의 존재를 나타낸 홍보람씨의 'Dress'도 우수상 수상작이다. 동상 수상작은 총 5점에 영광이 돌아갔다.

권승경씨의 작품은 하얀 새가 들려주는 다섯 가지 손가락의 의미와 이야기를 그린 '다섯 손가락 이야기'. 작은 창으로 들여다 본 어느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아코디언북과 터널북의 형식을 응용해 표현해 보았다는 이정민씨의 'Peoples in the Gallery'도 세심히 들여다볼만하다.

조은정씨의 'Pieces of Life'는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기 형식으로 제작된 아트북이다. 글-글자에서 사람으로, 산으로, 또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조주희씨의 '등산을 하다가, 흙을 밟고'. 핸드메이드 종이에 펄프 프린팅으로 표현한 Tim Mosely씨 'Landing Ground 209'도 동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입선작 20점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북아트 무료 체험을 돕고 있던 입선 당선자 안경희씨는 평소 찍어두었던 사진으로 작품집을 만들고 싶어서 ‘북아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또한 자기가 가진 고유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그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북아트’의 좋은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라하 여행에서 찍어온 벽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인화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뿌듯해요.” 작업과정을 떠올리는 그녀의 모습에 ‘북아트’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프랑스에서 ‘북바인딩’을 배웠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책은 그래픽 디자인이나 일반적인 출판에 비해 많지 않지만 그만큼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지요. 일본에서도 꼭 ‘북아트전’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독일의 타이포그래피 같은 심플한 이미지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한국의 ‘북아트’는 예술적이어서 좀더 손이 많이 가는 작업 같아요.” 작품 'magnetic poetry'로 유명한 일본의 북아티스트 아키에 츠즈키씨가 전시회의 인상을 들려주었다.

북아티스트 폴 존슨씨는 시종 작품을 들고 사진을 같이 찍어주거나 사인을 해줄 정도로 인기 만점! 화려한 색상의 아코디언북도 시종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의 저서 <아이들을 위한 북아트 교육> 책과 영국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의 북아트 전시도 보고 북아트 제본 실습 무료체험으로 살짝 그 비법을 배워보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예쁜 공단을 씌운 책이어도 좋고, 아코디언처럼 이야기 속 공간이 펼쳐지는 책이어도 좋다. 길게 드리워진 모빌에 부딪친 빛이, 바람이 이야기를 실어온다. 눈을 감고 손으로 살포시 책의 감촉을 느껴보아도 충분히 이야기는 살아있다.

누구나 직접 책을 만들어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북아트’의 매력,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작품을 소중히 보관하고 싶어서 ‘북아트’는 필수라는 판화과 학생이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촉감으로 읽는 '엄마새와 아기새'나, 어머니가 딸에게 해주는 'For Girl'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모여 ‘북아트’를 만든다. 한쪽 벽을 채운 메모지처럼 유쾌한 호응에 또 한번 즐거웠던 ‘서울국제북아트전’! ‘북아트’에 빠져든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출처 : http://magazine.jungle.co.kr/junglespecial/focus_review/content.asp?idx=138&pagenum=2&table=focusnreview&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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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7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6-06-1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텐 도시락 속의 계란 후라이...ㅎㅎ
작품들이 정말 멋스럽고 재미나요..

하늘바람 2006-06-1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배꽃님 저도 정말 배꽃님이 그립네요

2006-06-21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6-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 제가 다 여행을 다녀온 기분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행은 잘 다녀오신거죠?
 

'북스캔' 마케팅 비결은? … 30평 책방이 月매출 1억 대박 [06/06/07]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맞은편 뒷길의 외대어학원 1층 모퉁이에 있는 한 서점.평일(5일) 오후인데도 20여명의 고객이 서가와 판매대 앞에서 책을 읽느라 삼매경에 빠져 있다. 고객층도 다양하다. 대학생 직장인은 물론 주부와 어린이까지. 이곳은 대교베텔스만이 운영하는 회원제 북클럽 '북스캔'의 종로 북센터다.

2001년 '베텔스만 북클럽'으로 간판을 건 이후 지난해 '북스캔'으로 이름을 바꿨다. 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책을 파는 곳이지만 누구나 현장에서 무료로 회원에 가입할 수 있어 일반 서점이나 다름없다. 30평에 불과한 종로 북센터의 연간 매출액은 10억원가량.하루 평균 200여명이 이곳에서 책을 구입해 일일 매출액이 300여만원에 이른다.

평당 매출액(10만원)이 중대형 서점(평균 4만원)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서점가에선 중대형 서점에 밀려 소형 서점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상황에서 종로 북센터가 작은 매장으로도 성공한 것에 대해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위주 매장구성

종로 북센터에 들어서면 대부분 책의 앞표지가 보이게 진열돼 있다. 통로쪽의 평대는 물론 벽면의 서가에도 책의 표지가 보이도록 배치해 독자들이 책을 찾기가 쉽다. 디자인이 화려해진 책표지들로 인해 매장 전체가 밝고 환한 느낌을 주는 것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진열 방식은 북스캔의 다른 북센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제 매출의 대부분이 책의 앞표지를 볼 수 있는 평대에서 발생한다는 데서 착안했다. 서가에 꽂힌 책은 거의 팔리지 않기 때문에 벽쪽 서가도 앞표지가 보이도록 하는 전면 진열로 바꿨다.

○소비자 니즈 철저 파악

좁은 매장에서 책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할 경우 책의 종수가 줄어드는 단점은 책을 사전에 걸러주는 '프리 셀렉션(pre-selection)'으로 해결했다. 대교베텔스만의 전문 편집팀이 독자들의 취향 등을 고려해 선별한 750여종의 신간을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도서카탈로그 '북스캔'에 싣고 여기에 실린 책을 매장에 진열한다.

사전 선택 과정을 거친 만큼 재고 및 반품률이 크게 떨어져 서점 운영의 효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종로 북센터의 경우 외국어학원이 밀집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많이 찾는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 서적을 더욱 다양하게 비치,매출을 끌어올렸다.

직원이 모두 책 전문가라는 점도 특징의 하나다. 종로 북센터에는 매장 규모에 비해 많은 6명의 직원이 배치돼 고객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즉시 책 상담을 해준다. 어떤 책에 대해서도 전문 지식을 갖추고 상담을 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하는 책은 정성을 다해 구해다 주는 것은 물론이다.

○적절한 경품마케팅

북스캔은 매달 13일을 '북데이'로 정했다. 이날은 모든 책 구매자에게 금액에 관계없이 신간 소설이나 명작 등을 한권씩 더 준다. 서점을 잊지 않고 찾아준 고객에 대한 감사 표시다. 일부 고객은 이날 친구와 함께 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북데이'의 매출은 하루 평균 매출액의 세 배를 웃도는 1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대교베텔스만은 현재 종로점을 비롯 대구 울산 부산 분당 안산 평촌 등 전국 16개 북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헌규 종로 북센터 점장(38)은 "서점의 입지 특성을 살려 운영을 차별화한다면 중소형 서점도 대형 서점들의 틈새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전국의 북센터를 4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100평 이상의 중대형 서점은 2003년 200개에서 지난해 말 262개로 늘어난 반면 100평 미만의 소형 서점은 3389개에서 3167개로 줄었다. 서울 신촌문고,포항 경북서림,대구 제일서적 등 각 지역 간판 서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어 북스캔 종로 북센터의 성공 사례는 더욱 주목된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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