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하는 작업은 특히 혼자하는 편집 작업은 참 고독하고 두렵다.
누굴 욕할 수도 없고 누가 대신 해 주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불과 1년 반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난 힘이 없어진 듯하다.
원고를 써야 하고 그림발주를 해야하고 기일을 독촉해야 하고 맥편집을 해야하고 교정을 봐야하고 그밖에 제본과 인쇄 영업 그리고 제작비를 벌어야 한다.
모든게 자신있으면서 또 모든 게 자신 없음에 그냥 시작한 나는
어쩌면 누구말대로 계약금만 날렸는지 모른다.
이백이란 돈은 얼마 안되는 돈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그돈을 벌려면 책한권 죽어라 쓰던가 편집하던가 해야 나올둥말둥한 돈이다.
그림을 그려준다고 약속한지 어느 덧 7개월이 지나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아무리 인세라지만
정말 심하다.
힘들겠지 하면서도 못내 얄밉다.
그러면서 어제는 알라딘 어린이 신간 소개에 떡하니 올라와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
아, 당장 좇아가려다 보니 그냥 주저 앉게 된다.
돈이 좋긴 좋구나.
맡겨도 한참 전에 맡긴 내 책은 안 그려주고 다른 출판사는 그려주다니.
못내 서럽고 밉다.
그래서 전화하기도 싫고 그 사람의 대표작품도 보기 싫다.
계약금만 주는 대신 인세를 대폭 주고 밀어붙인 작업에 서로가 지쳤다.
한권도 아닌 2권을. 2명의 화가가 다 그러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책이라도 나오면 난 끝이다
그걸 책으로 만들어 출판등록을 해도 서점에서 받아줄지는 의문이라고 사람들이 말했었다.
새로운 출판사는 웬간해서 서점과의 거래를 트기 어렵단다.
만부는 팔아야 본전이 건져진다는데 어린이 책을 만부 판다는 건 거의 베스트셀러 수준이다.
3세나 4세를 찍어야 가능한 일이다.
창고비와 배송비도 장난아니라고 하고 서점의 결제는 몇달에 걸쳐 몇십만원 어음한장 주기 일쑤라는데
그래도 해 보겠다고 기획하고 편집하던 일이 일러스트레이터 때문에 벌써 일년 가까이 딜레이 되고 있다,
그래 그래서 3억은 있어야 출판을 시작하랬었나?
3억
과얀내게 만져볼 수나 있는 돈인가
너무 지쳤다.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전화해서 싫은 소리 하기도 그들의 변명을 듣기도 지쳤고 책 언제나오냐 소리도 지쳤다.
나는 프리를 선언할때
내 마음에 웰빙을 먼저 하자고 생각했다.
경쟁과 부추김과 시기에 다친 내 마음을 치료하고 싶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책 만드는 일을 혼자하기란 참 버거운 일이란 걸 뼈져리게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욕심많은 탓에 두 세마리 토끼는 잡으려도 해도 어느 하나 못 잡고 놓치고 만다.
회사 다닐때는 이런 적이 없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책을 냈고 누구보다 일정관리에 뛰어났다. 그건 남을 괴롭히는데 뛰어났다는 거다. 그림 제때 안그려오는 이와 원고 제때 안넘기는 작가 혹 원고 수정 등 악착같았는데 그게 편집자다.
일정관리. 제때 제대로된 원고를 받아내어 적당한 시기에 맞춰 책을 내 주고 기사화 되게 하여 판매로 이어지게 하는것.
이젠 모두 자신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제 누구와 전화를 하기도 싫고
독촉하기도 싫고 계획으 ㄹ세우기도 싫다. 그냥 들어온 일만 주섬주섬 하며 여전히 마감전 날 밤새고 며칠을 퀭하니 지낸다.
누가 나의 태엽을 돌려주고 희망이라는 약도 같이 넣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