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소년(중년)

 

 

1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인 하루를 어떻게 쪼개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수면욕에게 6시간을, 그 이외의 욕구들을 뭉뚱그려 2시간을 배급한다. 그러고 나면 16시간이() 주어지는지라, 공부에 12시간을 꼬라박는다 쳐도 4시간이 남는다. 무려 4시간씩이나 독서에 투자할 수 있다! , 완벽한 계획이다. 똭. .

 

원래 수능 만점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못해 간결하다. 만점 받을 때까지 열심히공부할 것.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늘 그랬던 것 같다. 그 방법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나는 아닌 그런. 그러니까 방법만 알면 뭐해. 그 방법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모르는데...... 결국 완벽한 방법을 고안해 낸 인간이 완벽하지 못하여 완벽하게 망하는 법이라.

 

세상에는 독서욕이라는 것이 수면욕, 식욕, 성욕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간이 있는데, 특히 독서에 잠시도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는 국면, 예를 들면 중간고사 기간이랄지, 한 달 뒤에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는 공시생 입장이랄지, 하는 상황에 이르면 독서욕은 대차게 팽창하야 책이라면 성경 창세기마저 박진감 넘치는 지경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아담이 셋을 낳고 셋이 에노스를 낳고 에노스가 게난을 낳고 게난이 마할랄렐을..... 우오와아아아 너무 재밌어, 소오오름.....

 

이게 다 무슨 말인가 하면, 월요일 화요일을 책으로 꼴딱 말아 드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으하하하.....

 

 

 

2


    

 

1971년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 위대한 여성 미술가가 없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그녀는 특히 '무엇이든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전제에 도전하며미술가로 성공하기 위한 제도적 조건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그녀는 19세기에는 미술가가 되기 위한 훈련과정에 '누드모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수'였다는 사실을 검토했다그러나 19세기 여성 미술가들에게는 어떤 누드모델을 그리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노클린은 다음과 같이 썼다. "권리를 박탈당한 이 한 가지 불합리한 예-여성 미술도들이 누드모델을 대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보아도여성의 재능과 천재성이 남성과 같은 기반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제도적으로 절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이 근본적 의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 책임은 우리의 제도와 교육-인간이 의미 가득한 상징기호와 신호들의 세계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교육-에 있는 것이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어느 날 저녁에 집주인 노파가 곁에서 한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선생은 책을 읽은 사람이니 이런 뜻을 아시는지요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는 똑같고 더구나 어머니가 오히려 더 애쓰시는데도성인들이 교훈을 세우기를 아버지를 중히 여기고 어머니는 가벼이 하며 성씨도 아버지를 따르게 하였고 복()을 입을 경우에도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한 등급 낮게 하였습니다아버지의 혈통으로 집안을 이루게 해놓고 어머니 집안은 도외시하였으니 이건 너무도 편파적이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셨다라고 했기 때문에 옛날 책에는 아버지가 자기를 처음 태어나게 하신 분으로 나와 있소어머니의 은혜도 무척 깊기는 하지만하늘의 으뜸탄생되게 하는 근본의 은혜가 더 중요한 탓일 겁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그러자 노파는 "선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내가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습니다풀이나 나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아버지는 나무나 풀의 종자입니다어머니는 나무나 풀로 보면 토양입니다종자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그 베풂이 지극히 미미한 것이지만부드러운 흙의 자양분으로 길러내는 토양의 은공은 대단히 큽니다밤의 종자가 밤나무가 되고 벼의 종자가 벼가 되는데 그 몸 전체를 이루는 것은 모두가 땅기운입니다그러나 결국 나무나 풀의 종류는 본래의 씨를 따라서 나뉘게 되는 것이니옛날 성인들이 교훈을 세워 예를 제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노파의 말을 듣고 흠칫 크게 깨달아 공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천지간에 지극히 정밀하고 오묘한 진리가 이렇게 밥 파는 노파에게서 나올 줄이냐 누가 알았겠습니까기특하고 기특한 일입니다.

정약용 지음박석무 엮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딱히 엮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이의 지혜와 재능이 발현되어 인정받는 과정에서 교육이나 사회 일반의 제도적 문화적 제약이 작용한다는 사실과, 그런 압박 속에서도 피어날 지혜는 피어난다는 것을 큰 눈으로 묶어 보는 것도 완전 억지는 아닐 것이다.

 

정약용이 형에게 보낸 저 편지를 옮겨 놓은 엮은이는 각주의 짧은 해설을 통해 밥 파는 노파에게서도 배우는 다산 선생의 태도를 칭찬하였다. 물론 다산의 태도에 찬사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저 글의 내용으로 미루어보건대 저건 그냥 다산 선생이 배울 만해서 배운 것이다. 다산의 입을 틀어막은 저 말을 밥 파는 노파가 아니라 이름난 유학자가 똑같이 했다면 누구에게서나 배움을 찾는 다산의 태도 운운했을까.

 

아랫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말, 불치하문不恥下問의 말은 훌륭한 듯 보이나, 배움과 별개로 두 사람의 고정된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배울 게 있어서 배우긴 했지만 배움이 끝나도 낮은 이는 낮은 이다. 그러므로 가르침을 준 이가 지니고 있던 지혜가 훌륭한 게 아니라, 배운 이의 인품이 훌륭한 것이다. 그는 이제 모든 걸 가졌다. 지혜를 얻었고, 덕성을 인정받았고, 권력은 그대로 지켰다.

 

아랫사람이라 하여 아예 묻지 않는 이가 하급이라 하겠으나, 불치하문의 옛 인식을 고수하는 이도 상급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난 인정 못 해. .

 

 

 

3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설국 

 

어느 겨울 당신과 친구는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났고, 이틀을 묵은 온천장을 나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념품으로 머그컵 한 쌍을 사서 나누어 가졌다. 그 컵에는 너무도 유명한 저 설국의 도입부 첫 두 문장이 세련된 흘림체로 각각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두 사람은 고민 없이 각자 좋아하는 문장을 골랐고, 겹치지 않았으므로 다툼 없이 자기가 원하는 머그컵을 챙길 수 있었다,

 

고 한다면, 어느 컵을 챙기시겠어요?

 

자체로 더 아름다운 것은 두 번째 문장이지만 저 홀로 설국의 문장임을 주장할 수 있는 문장은 첫 번째 문장이다. 첫 번째 문장 없이 두 번째 문장만 툭 주어진다면 우린 저게 설국의 두 번째 문장임을 알아채기 어려울 것 같다. 첫 번째 문장 속 설국, ‘눈의 고장이라는 말이 앞서지 않으면, 밤의 밑바닥이 하얘진다는 표현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문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아, 이것은 딜레마.....

 

 

 

4



각각의 모든 인간 조건에는 영혼이 있습니다이건 당신이 무조건 들어야 하고내가 무조건 당신에게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나는 가난하고 초라하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존중합니다타인에 대한 질투는 무조건 어리석습니다질투는 일종의 망상입니다모든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존중해야 합니다그래야 모든 이들에게 이롭습니다그런 점에서 나는 당신이 나에게 미칠지도 모르는 영향 또한 두렵습니다그 의미는 당신의 영향력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행해져야만 하는 내면의 불필요한 노동이 두렵다는 것입니다그래서 나는 당신을 만나러 달려가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달려갈 수가 없습니다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그건 어떤 의미에서건 어느 정도는 노동입니다그리고 이미 당신에게 밝혔듯이나는 전적으로 편한 것이 좋습니다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요하지만 그런 건 내게 상관이 없습니다나는 그런 일을 상관하지 않는 삶을 원합니다또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당신에게 굳이 사과를 늘어놓지도 않겠습니다어차피 입에 발린 사과일 테니까요누구나 진실을 말할 때는 정중할 수 없는 법입니다.

로베르트 발저한 시인이 한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


실패가 쌓이면 사람이 두려워진다.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조금 아는 사람을 피하게 되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은 새로운 사람을 만들지 않는 단계, 그리고 실패의 탑 꼭대기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마침내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거리끼게 된다. 오래 머물면 결국 모든 사람을 잃어버리는 탑, 나라는 사람마저 녹아내리는 높고 뾰족한 탑이 잔뜩 지어진 세상이다. 달도 가려진 새벽 신림동 고시원 옥상에서 나는 보았다. 사방에서 빛나는 교회당 붉은 십자가들 사이사이로, 저마다의 모양과 높이로 자라고 있는 회색 탑의 바다를. 그들은 이른 점심을 먹는다.

 

무릎 나온 회색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꿰어 신고 거리에 나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오기 전에 밥집에 들러 후다닥 한 끼를 해결한다. 하나의 테이블엔 한 사람만 앉아 있다. 어제 내가 앉은 테이블에 오늘 앉은 이가 어제 앉은 테이블에 오늘 내가 앉는다. 그럼에도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서로의 탑을 맞대어 높이를 재지 않는다. 그래봐야 그것은 진 사람과 진 사람의 지는 싸움일 뿐이다.

 

문제는 그렇게도 살아진다는 것이다. 조금 비참하고 가끔 슬프고 문득 외롭고 항상 지치면서도, 어떻게 숨은 쉬어진다는 것이다. 적응이 된다는 이야기, 무뎌진다는 이야기,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이 조금씩 줄어들고, 없이도 살아지는 것을 보니 인간에게 인간이란 그다지 필요 없는 것이로구나, 하루에 한 움큼씩 딱딱해진다는 이야기다.

 

꼭 실패하지 않은 인간에게도 인간과 엮이는 일 자체가 하나의 노동인 세상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그 노동 하는 법을 잊고 살았다. 완전히 다 까먹기 전에, 관계를 만드는 장치의 엔진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이제 슬슬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백수 생활 5년이면, 야근이 소원이 된다.

 

 

 

5

 

다시금 잠적을 시도하자. 자꾸 시도해서 쪽팔리긴 한데, 일단 시도는 하자.

 

 

 

 

--- 읽은 ---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김연수 지음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 루스 볼 지음

뱀이 깨어나는 마을 / 샤론 볼턴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 박시백 지음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늦은 인사 / 전윤호 지음

 

 

--- 읽는 ---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지음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 / 임병걸 지음

도시 인문학 강의 : 서울의 재발견 / 승효상 외 지음

한번 과학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 사카이 구니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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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6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6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6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6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16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번째 문장이 적힌 알라딘에서 준 (고장난)독서대가 있는데요. 고르라면 두번째 문장이 적힌 컵을 고를래요. 그나저나 저는 깨끗해 보이는 여자가 등장한 20페이지에 책표지를 끼워 넣고 몇 달을 안 보고 있네요. 나도 봐야지. (언젠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도 애들이 교실에 버리고? 간 걸 6년째 소장중인데 이거도 봐야지... 온갖 뽐뿌질만 하고 잠수하시(는거죠?)다니... 응원합니다. (저도 뽐뿌를 하자면 공무원이 되면 복지포인트라는 걸 주는데 그걸 전부 책 바꿔 먹어도 되요! 나랏돈으로 책읽기! 대신 백수를 벗어나면 읽을 시간이 없어지는 허점....)

syo 2019-05-16 22:36   좋아요 1 | URL
복지포인트 아니 그런 좋은 정보를?!
으하하하. 의욕이 뿜뿜입니다.

<설국>은 확실히 아름답습니다. 3회독짼데, 4회독 5회독 때는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 같구요.

2019-05-16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6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운 2019-05-1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밤의 밑바닥 고를 듯.

syo 2019-05-16 22:38   좋아요 0 | URL
다들 이거로구만. 나도 그렇고.
사실 첫 번째 문장도 아름다운데.....

clavis 2019-05-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음악회 감상문을 잘 써서 내고 싶은 바람에 한 시간만 자고 (‘쓰기‘이기 때문에 거기에 꽂혀서) 기말 고사로 보아야하는 뮤지컬 가사 외우기에 실패했습니다.

친구들 노래 반주를 잘 해주고 싶었는데 그들의 스케쥴과 제 스케쥴이 맞지 않아서 같이 연습하는데에 실패했고, 오늘 친구들의 노래 반주를 해 주는데에 실패했습니다.

이런 실패들이 못나고 지겨워서, 비싼 커피도 먹고, 하소연도 하고, 이런 저런 것들을 해 보았지만 마음을 일으켜내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힘들었다가, 우리 쇼님의 글을 보고,저 내일 전공 실기ㅡ한 학기 내내 그거에만 매달렸던 그거 보는 날이라,

제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해서,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자려고요. 예쁜 내일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명문가 쇼님, 멋지쇼요!의 쇼님ㅇㅣ시라던데!

syo 2019-05-16 22:42   좋아요 0 | URL
클래비스 님께 오늘은 힘든 하루였네요. 클래비스 님께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은 참 잘하신 결정인 것 같습니다. 응원하고, 동시에 클래비스 님의 열정에 스스로를 다잡게 됩니다.

마지막 말씀은 똑바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뭔가 좀 알 것 같기도 한데요!! ㅎㅎㅎ

clavis 2019-05-1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거맞아요!

syo 2019-05-16 22:4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얼른 주무시고, 예쁜 내일을 맞이하소서!!

2019-05-17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7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간의과도기 2019-05-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랫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말, 불치하문의 말은 훌륭한 듯 보이나, 배움과 별개로 두 사람의 고정된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문장에 가장 크게 공감했어요. 현실의 권력 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행하는 사려깊음은 또다른 형태의 시혜이자 권력 관계의 강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점점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인지도...

syo 2019-05-19 09:17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이네요. 저도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싶어요. 마음만 가졌지 실제로 그렇게 하고 다니지는 못하는 지혜들이 쌓여만 가는구나....

북다이제스터 2019-06-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가 말한 산업예비군... 자본주의는 오늘도 그들을 산업 현장에 소환하며 낮은 임금과 야근, 감정 노동을 착취하며 굴러가고 있습니다. ㅠㅠ

syo 2019-06-23 07:42   좋아요 1 | URL
이노무 자본주의새끼ㅠㅠ 들어가서 살 생각을 하니 또 감정이 복잡해지는구만요...

2019-06-23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3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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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소설을 쓰고 싶은 욕심이라곤 개불 새끼발가락만큼도 없지만 제임스 설터처럼 쓸 수 있게만 해준다면야 소설 그거 몇 만 번이고 시도해 볼 수 있다- 뭐 이런 주의다. 설터를 향한 나의 사랑이 이렇게 맹목적이다.

  

-1.1  나도 이 사람처럼 쓰고 싶다- 라는 욕심에 부질없이 몸부림치게 만드는 작가가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있는 줄만 알았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 심지어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은 확고하지만 딱히 워너비 작가가 있는 것은 아닌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또 어른 쪽으로 씁쓸하게 한 발짝 더 밀려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다르구나. 너는 내가 이상하겠지. 내게 네가 이상하듯이.

 

 

2  나는 언제나 나의 글이 싫었다. 대체로 하찮고, 그래서 늘 보잘것없어 보였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하찮고 보잘것없을 예정이다. 예정이란 말은 살짝 비겁한 것 같고, 그러면 운명이라고 할까? 그러나 그걸 다 알면서도 쓸 일만 생기면 썼고, 쓸 일이 생기지 않으면 쓸 일을 만들어서 썼고, 쓸 일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냥 썼다. 쓰레기를 만드는 일에는 늘 양심의 가책이 뒤따르지만 한 가지 강령만 준수하면 그런대로 견뎌낼 만하다.

 

-2.1  지금 쓰는 문장이 지금까지의 내가 고민 없이 써낼 법한 그저 그런 문장이라면, 미련 없이 내다버릴 것.

 

-2.2  하지만 재능 없는 사람에게 그건 결국 아무것도 쓰지 말자는 다짐이나 같다. 보채듯 깜빡거리는 커서를 마주하고 앉아서 자신 있게 누를 수 있는 키라고는 스페이스와 백스페이스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시간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타협의 때가 왔다. 살아야 했으니까.

 

-2.3  딱 한 문장, 한편의 글 속에 어제까지는 결코 이 세상에 없었을 문장을 더도 말고 딱 하나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기꺼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2.4  세상은 넓고, 냉혹하리만치 좋은 문장들이 많고, 그 결과 스스로를 용서해줄 설득력 있는 변명거리가 될 딱 한 문장을 찾는 것조차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2.5  결국 나는 철저하고 처절하게 물러선다. 내가 뭐라고. 내 깜냥에 뭐 안나 카레니나를 만들 거야, 토지를 만들 거야. 유별나게 굴지 말고 그냥 생긴 대로 살자.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살아.

 

 

3  한 인간의 삶과 또 그가 스스로의 삶을 묘사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글 솜씨를 놓고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삶에 비해 글이 부족한 사람, 글에 비해 삶이 부족한 사람, 그리고 삶과 글이 서로에게 충분하고 충만한 사람.

 

-3.1  어느 시점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넘치는 삶과 그 삶을 다 표현하기에 너무도 미흡한 글을 지니고 산다. 그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특정한 경계선을 넘어서는 때가 찾아오고, 인간은 세 갈래 길 가운데 한 쪽으로 떠밀려 나아간다. 삶이란 지칠 줄 모르고 덤벼드는 짐승 같아서, 대부분의 경우 삶이 축적되는 속도는 몸 가누기 어려울 만큼 빠른데 비해 글이 단련되는 속도는 느리다


-3.2  또 어떤 이들은 삶에 실컷 물리고 두들겨 맞은 상처를 품에 안고 골방으로 숨어들어 죽은 체하거나 와신상담한다. 숨어버린 그들을 찾는 삶의 이빨이 닿지 않는 동안 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신의 글을 단련하는데, 그런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간혹 글이 삶을 넘치는 인간이 탄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 같은.

 

-3.3  돌을 맞은 호수의 파문이 수면보다 높이 섰다 낮게 앉았다를 반복하다가 잠잠해지듯, 삶과 글이 서로에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인간이 되는 일은, 둘 중 어느 하나가 나머지 하나를 초과하는 국면이 교대로 일어나는 파도 위에서 실컷 자빠져가며 긴 서핑을 끝내고 난 뒤에야 겨우 이를 수 있는 드높은 경지다. 빼어난 글을 욕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하며, 훌륭한 삶을 갈구하는 데 지치지 않아야 한다. 훌륭한 삶을 빼어난 글로 드러내는 것. 훌륭한 내용과 빼어난 스타일,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소설을 사랑할 때 놓치지 않고 손에 꼽는 조건들이다. 그리하여 한 인간이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한 권의 소설책처럼 여겨진다면,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은 좋은 인간이 되는 방법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삶이 한 편의 소설이라면.


-3.4   삶이 한 편의 소설이라면.


-3.5   

사심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그건 기교의 문제가 아니에요나는 솔기가 터져서 나 자신이 적절히 드러나게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고백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어요동시에 소설처럼 읽히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내 삶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 77

 

4  어디서든 흔히 들을 수 있을 것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듣기란 의외로 쉽지 않은 말 가운데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내 인생 역정을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 한 편은 거뜬하다고같은 대사가 있다. 그래서 이 말은 주로 인간사보다는 인간됨을 드러내는 용도로, 그가 없는 자리에서 타인의 입으로부터 또 다른 타인의 귀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조롱으로 쓰고 버리기에 아까운 어떤 진실의 작은 파편 같은 것들을 저 말이 지니고 있어서 한 번 쪼개 본다.

 

-4.1  잘 된 소설들을 뒤져보면 의외로 역정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어마어마한 사건의 연속이 없이도 단단한 서사와 설득력 있는 서술로 책 한 권을 꽉 채운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는 이제 초현실적/비현실적 사건들을 만나면 소설 같다라기 보다는 영화 같다고 표현하는 쪽을 즐긴다. 소설 같은 이야기의 문턱은 예상보다 낮다. 소설 속 사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겪음직하고, 실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어 넘기는 사건들은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더 소설적이다. 대체적으로 보면 우리의 삶에 이야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야기에 우리의 삶은 충분하다(물론 아닌 인간도 있다. 예를 들면 나 같은.)

 

-4.2  그러니까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하루의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혹은 더 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더 세심하게, 혹은 더 아름답게 묘파할 수 있는 글 솜씨일 수 있다. 가만 두면 허공에 흩어져버릴 뿐인 삶을 잡아채 고정시키면 우리는 그것으로 서랍을 만들어 과거를 보관하고, 거울을 만들어 현재를 살피고, 비료를 만들어 미래를 가꿀 수 있다. 그렇다면 소설을 쓰지 않는 이에게 역시 소설을 쓰는 법은 불필요하지 않다.

 

 

5 

  물론 하나하나의 단어가 모두 다 완벽한 단어일 수는 없습니다모든 방이 다 강이 바라보이는 방일 수는 없잖아요수많은 평범한 단어들이 한 권의 책을 만듭니다수많은 평범한 군인들 사이에 가끔씩 영웅들이 있는 군대처럼 말입니다하지만 잘못된 단어들또는 문장이나 해당 페이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단어들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감식력이 있어야 합니다글이 나빠졌을 때 그걸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해요.

실은 올바른 단어는 없을 겁니다완벽한 단어는 더더욱 없을 테고요어쩌면 우리는 마음을 바꾸어서 두 단어를 바꾸거나 혹은 그 문장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모든 책이 모든 문장모든 단락에 대해 그렇게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모든 작가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좋은 정도가 있는 거예요.

  하지만 문체style는 그와는 다른 것입니다문체는 철저히 작가인 것이지요독자가 몇 줄 또는 한 페이지의 일부만 읽고 나서 작가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그때 그 작가는 문체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플로베르는 작품에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없애려 노력했지요마치 자신의 태도자신의 아이러니 감각자신의 취향 등이 작품의 일부가 아니라는 듯 자기 자신 없이 작품이 존재하게 하려고 노력한 겁니다하지만 그는 작품에서 자신을 없앨 수 없었습니다작품에는 다른 어떤 것이 있으니까요나는 '문체'라는 말에 저항감을 느낍니다왜냐하면 그 말은 '장식'이나 '양식같은뭔가 긴요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그래서 나는 종종 문체 대신 '목소리'라는 말을 선호하곤 합니다문체와 목소리는 정확히 똑같은 것은 아니에요문체는 선택적인 것이고 목소리는 거의 유전적인 것전적으로 독특한 것이지요다른 어떤 작가의 글도 이사크 디네센처럼 들리지 않습니다그 누구의 글도 레이먼드 카버나 포크너처럼 들리지 않습니다그들은 끊임없이 고쳐 씁니다바벨플로베르톨스토이버지니아 울프 같은 작가들 말입니다그들에게 작가가 된다는 것은 고쳐 써야 하는 형벌을 받은 것을 의미합니다그들이 쓰려고 했던 것은 그게 아니니까 말이에요혹은 쓰려고 했던 게 잘못 생각한 것이었으니까요또는 고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테니까요너무 길거나 단조롭거나 요점을 벗어났거나 좀 엉성한 것 같아 보이니까 말이에요그렇지만 그 작품은 언제나 그들이 한 말처럼 들립니다그것이 그들의 문체입니다그들의 목소리인 것입니다. _ 30-31

 

-5.1  세상엔 목소리가 너무나 많고, 그 가운데는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거나 부러울 정도로 힘 있는 목소리들도 있어서, 초라하고 약한 내 목소리 하나를 세상에 풀어 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오히려 뭔가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한다. 그럼에도 뭔가를 계속 쓰는 이유는, 아무리 아름답고 힘 있는 목소리라도 세상 모든 곳에 닿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예 소리를 내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이 삶이라면 내 목소리가 미치는 좁은 영역을 들어 줄만한 소리로 채워나가는 것은 내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목소리를 가장 크게 듣는 귀는 바로 내 귀라는 것 때문이겠다.

   

-5.2  목소리는 힘이 세다. 잘 들리기만 한다면. 목소리를 잘 들리게 하는 것은 오로지 귀의 책임만은 아니다. 목청을 가다듬고, 혀를 부드럽게 하자. 웅얼거리지 말고, 진실한 눈빛과 따뜻한 표정으로, 목소리 뒤에 숨지 말고 목소리 앞을 가리지도 말고, 그저 목소리 위에 올라타서.

 

 

6  , 그리고 부록도 있다. 잘 들리게 말하는 사람은 잘 듣는다. 잘 듣지 않고 잘 들리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6.1  써놓고 생각해 보니 부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큼직한 선물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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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3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3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읽고도 이렇게 멋있게 쓰시면...아니 게다가 설터보다 더 “-쓰고 싶다면”에 적합한 글을 이리 쓰시면...읽는 저는 감사합니다. 오늘은 (비루하게) 쓰는 저도 함께 감사드립니다.

syo 2019-05-13 13:11   좋아요 1 | URL
왜 또 이러세요ㅋㅋㅋㅋㅋㅋ 또 저하고 민망배틀 한 판 뜨실 거예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5-13 15:28   좋아요 0 | URL
솔직히 이 정도 잘 쓰신 글은 서재 올리면서 흠 나 좀 잘 쓰는 듯-하고 으쓱 하시지 않나요? ㅋㅋㅋ 계속 으쓱 하는 글 올려주세요. 저는 계속 으둠의 영역을 맡을게요. (넌 못 쓰고 너도 못 쓰고 난 더 못 써! syo는 잘 써!하는ㅋㅋ)

syo 2019-05-14 07: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으쓱으쓱 아니랍니다.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늘 삐꾸같은 데가 많아서 글 하나 올리면 ‘수정‘ 버튼을 평균적으로 5~6번은 누른다구요.
으둠의 영역도 좋지만, 밝은 세상 함께 만들어요.....?

반유행열반인 2019-05-14 10:06   좋아요 0 | URL
고치고 고치라는 설터 할배의 가르침을 성실히 따르고 계시군요. 짝짝짝. (으둠이 있어야 밝음이 더 짙어지지요ㅎㅎ)

2019-05-1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4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3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4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4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식쟁이 2019-05-1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적고뇌 중이신 쇼님. 👍👍

syo 2019-05-14 07:57   좋아요 0 | URL
작가적 고뇌 같은 무시무시한 고뇌 아니에요 ㅎㅎㅎㅎㅎ
우우

칼르페디엠 2019-05-1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무원 시험 준비중이셨군요. 제가 보기엔 쇼님은 작가를 하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재능이 아까워요.
공무원이라니요..T..T
제가 잘 아는데 공무원의 삶은 정말 쇼님하고 잘 안맞을 듯요.
재고하시고 쇼님의 재능을 살려보세요~!

syo 2019-05-14 08:04   좋아요 0 | URL
칼르페디엠님은 저를 항상 좋게 봐 주시지요. 늘 작가를 권하시구요 ㅎㅎㅎ
이것 참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항상요 ㅎㅎ

저는 공무원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제 재능에 대해서는 좀 알 것 같거든요. 전 그냥 알라딘 서재에 이런 저런 잡글이나 쓰면서 즐거워하면 될 딱 그 정도 깜냥이에요^-^

아직 공무원이 되지도 못했고, 운 좋게 공무원이 되어도 공무원으로 제 인생이 끝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작가의 길을 걷기에는 제 재능이 비루하다는 거? ㅎㅎㅎㅎ 칼르페디엠님의 말씀은 정말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듣고 만족하겠습니다.

2019-05-14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길담 2019-05-15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자주 쓰게 되는 대학원생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한 편의 글 속에 결코 이 세상에 없었을 문장을 딱 하나만 만들어내기. 이것만 할 수 있어도 참 감사할 것 같아요.

syo 2019-05-15 09:53   좋아요 1 | URL
길담님 반답습니다.
꿈의 한 문장, 재능 없는 사람에겐 정말 꿈 같은 이야기인데요. 요즘은 이번 생을 통틀어 딱 한 문장 건지는 걸 희망하며 살아야하나 싶습니다.....
 

 

우리 안으로 먹이를 던지세요 실컷 던지세요

 

 

1


 

유사 이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충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사랑은 3D 업종이에요. 30분에 한 번씩 먹이를 주는 일과 같아요사랑하듯이 우리가 공부하거나 일했다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만약 사랑하는 게 죽을 만큼 힘들다면그건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대부분 노인으로 죽지연인으로 죽진 않으니까차라리 나중에 후회하면서 눈물 쏟지 말고 30분에 한 번씩 먹이를 주는 게 좋을 겁니다.

김연수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27 

 

그것은 내 사랑의 제일 큰 무기였다. 10년을 만나는 동안, 어떤 상황 아래서건 어떤 감정 아래서건, 하루도 보고 싶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는 것. 오늘은 목소리를 듣고 싶지가 않구나, 생각하고 조용히 잠자리에 든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것. syo는 이 무기를 휘둘러 거지같은 상황 속에서도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한 사랑을 누려 왔는데, 이것을 맹목이라 해야 할지 일종의 신앙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뭐라 부른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행이다. 그런 마음만으로 사랑이 다 되지는 않겠으나, 다 되었으나 저 마음이 빠진 사랑이라면 할 줄도 모르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믿어서 믿는 게 믿음이고, 사랑해서 사랑하는 게 사랑이라고 배웠다. 믿음이건 사랑이건 잘 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고도 배웠다. syo는 그냥 배운 대로 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할 것들은 더 많은데, 그걸 못하고 있어서 문제지.

 

 

 

2



평등은 그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모든 남성은 평등하다는 정도로 머물 순 없었지요여러분이 모든 남성이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평등의 개념은 자동으로 확대됩니다그럼 어째서 여성은 평등하면 안 됩니까더 나아가 한 집에 사는 사람이 남녀 구분 없이 모두 평등해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깁니다그렇다면 집 안에 있는 사람과 집 밖에 있는 사람은 평등하지 않아야 합니까평등의 확장력은 일단 긍정적 가치가 되고 나면 모든 불평등에 설명과 해설을 요구하게 합니다더 이상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는 거지요이것이 평등이 담고 있는 개조와 진보의 운동 에너지입니다.

양자오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273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 진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등락은 있지만, 결국 긴 시간을 놓고 지켜보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일들. 일단 한 번 결정되고 나면 자연적으로는 되돌릴 수가 없고, 억지로, 어마어마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나친, 심지어 부당하기까지 한 권력과 재력을 투여해야만 되돌릴 수 있는 일들. 어쨌든 표면적으로 보면 인간은, 이제 다시는 어느 거대한 한 명의 타인이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살리고 싶으면 다시 살릴 수도 있는 그런 하찮은 존재로 돌아가지 않는다. 인간은 이제 다시는 자신이 상품으로 팔려나갈 다른 대륙으로 건너가는 배의 밑바닥에 묶여 채찍을 맞아가며 노를 젓지 않고, 태평양 한복판에서 폭풍우를 만나도 상아나 향신료가 든 상자보다 먼저 버려지지 않는다. 이제 어떤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인간의 손에 이미 쥐어진 투표용지를 빼앗아 쓰레기통에 처박지는 못한다. 이제 이 모든 일은 최소한 겉보기로는 일어나지는 않는다.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그러나 다시 시간이 지나면 그 비열한 실질 또한 조금씩 사라지고, 행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방 한 구석에 향수병을 내려놓고 뚜껑을 연다. 그리고 반대쪽 구석에 가 기다리고 있으면 곧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액체로 밀집되어 있던 향기 나는 분자들이 향수병을 탈출, 방의 공기를 가로질러 내 코에 도달한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모든 분자들이 박차고 나올 것이다. 향수의 수위는 줄어들고, 향기는 방에 골고루 퍼질 것이다. 종내는 방의 모든 위치에서 동일한 강도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향기는 저절로 병으로 돌아가 다시 향수가 되지 않는다.

 

이미 뚜껑이 열렸고, 아무리 분주하게 팔을 휘휘 저으며 향기를 흩고 어느 한 쪽에 모아보려고 해 봤자다. 다 부질없다.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인간이 할 일도 아니다.

 

 

 

3


 

  나는 머그잔을 내밀었다머그잔을 받은 맷이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나는 그의 셔츠 세 번째 단추만 쳐다보았다.

  “당신은 이 마을에서 사 년을 살았죠그런데 이름을 아는 이웃이 분명 다섯 명도 되지 않을 겁니다그들 중에는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당신은 오직 고슴도치에만 관심이 있죠또 앞으로 살날이 한 달도 안 남은 개를 위해 오늘 오십 파운드어치나 되는 약과 식품을 구해줬고요.”

  식탁에 기댄 그는 소름끼칠 만큼 나와 가까워서 상당히 불편했다그는 나에 대해 어떻게 모든 걸 알고 있을까또 샐리가?

  “동족에게도 기회를 줘요.”

  나는 계속 단추만 보았다.

  “지금 나 때문에 화가 납니까?”

  “아뇨.” 놀랍지만 진심이었다누군가가그것도 남자가 내 얼굴을 문제 삼지 않은 적은 내 기억으로 처음이었다나는 그와 마주보기까지 했다.

  “당신의 눈동자는 시월의 너도밤나무 잎처럼 연한 갈색인데 아무도 그 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군요.”

샤론 볼턴뱀이 깨어나는 마을, 307-308

 

사내놈의 드립에 읽고 있던 사내놈이 무너졌다. 절도 있게 오글거리는 것이 완전 syo의 취향인 것인데. 당신의 눈동자는 시월의 너도밤나으윽윽...... 아름다운데 실제로 들었다고 생각하니 아아아 손발이 한 점으로 수렴한다.....

 

이런 장르를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 댄 브라운이 내 독서인생에다 똥칠을 해놔 가지고, 뭔가 진범을 찾고 사랑도 찾고, 누명을 벗고 옷도 벗는 장르를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 아직까지는 재미가 있다. 이 주인공도 당연히 진범을 찾고 누명도 벗겠지만 사랑도 찾고 옷도 벗을지는 좀 더 두고 볼일이다. 주인공 마음의 묵직한 빗장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 마음이 왜 닫혔는지 그리고 어떻게 닫혀 있는지를 차근차근 조곤조곤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은 능력이다.

 

다정한 친구가 이 책이 천재의 작품이라 극찬을 하여 손에 들었는데, syo는 이 장르의 천재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몰라서 여기까지만 말하려 한다.

 

 

 

4


 

  대부분의 미술사책들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5인치짜리 인물상은 약 2만 5000년 전에 만들어졌다우리는 이 물체가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누가 만들었는지누가 사용했는지또는 그들이 어떤 신앙과 의식을 가졌는지 모른다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는 이름도이를 미술로 여기는 생각도 현대의 미술사가들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이 인물상을 미술 또는 조각으로 여긴다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할 수 있다물론 이 말은 이 비너스상이 지닌 풍부한 형태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그리고 아마 이 상이 만들어졌을 때도 이는 특별히 중요한 물건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비너스상은 수많은 상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또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용품이었을 수도 있다이 인물상을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속단이며이 인물상을 처음 만든 사람들과 우리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무시하는 것이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54-55

 

도판이 잔뜩 있고(흑백이지만), 그러다보니 두께에 비해 텍스트는 두껍지 않은 이 책은, 과장을 좀 보태면 어느 문단을 떼어내어도 전체의 주제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집요하게 한 가지 이야기를 한다. 그 가운데 어느 한 부분을 발췌해보았다. 특별히 여기가 포인트라서 짚어 낸 것은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눈감고 책을 드르륵 넘기다가 멈추었더니 독서의 신께서 이 문단을 점지해주셨다.

 

그렇게 모든 문단이 같은 뼈대에서 솟아나 있지만, 당연히 각 문단은 자기만의 깃털도 가지고 있다. 이 문단에서는 마지막 줄의 무시’라는 단어를 노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술을 정의하는 방식 뒤에 숨어 있는 특정한 의도, 그리고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모른 척 하는 태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취향의 평면을 넘어서 윤리의 영역에서 그 기준의 일부를 빌려오려는 은근한 시도가 포착된다. 개개의 작품을 평가할 때 윤리를 들이대자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작품 바깥(제도, 학교, 비평, 미술관.....)에서 무엇이 미술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이데올로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규범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윤리의 영역을 완전히 표백시킨 관점으로 풀어보기엔 적당치 않다는 식으로 읽어도 지나친 오독은 아닌 것 같다.

 

 

 

--- 읽은 ---

만화 동사의 맛 / 김영화 지음, 김정선 원작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 백상진, 김예찬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5 / 박시백 지음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 양자오 지음

 

 

--- 읽는 ---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김연수 지음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 루스 볼 지음

자기배려의 책 읽기 / 강민혁 지음

뱀이 깨어나는 마을 / 샤론 볼턴 지음

은는이가 / 정끝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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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5-21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향수를 만들기는 하지만 향기를 모으기는 어려운 인간의 난처함...생각하자니 재밌는 이미지입니다.
syo님 엄청난 사랑쟁이셨군요♡...후히히

syo 2019-05-21 13: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부끄럽다^ㅗ^
 

 

발목

 

 

1

 

상처 받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게 나는 아니다.

 

 

 

2

 

세상에 진짜 혼잣말은 없다. 정말로 아무도 듣지 않을 거라 여기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다못해 저 위에 계신다는 누군가, 온 누리에 다 닿는 커다랗고 공정한 귀를 가진 누군가가 내 말을 놓치지 않고 낚아채 주리라 알게 모르게 믿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사람은 어떤 말도 입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다.

 

 

 

3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생각이 인간의 특권이 되는 순간, 인간은 생각의 특권이 되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엔 인간을 한낱 탈것으로 여기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실체는 유전자고 인간은 그 운반자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실체는 언어일 뿐이고 인간은 그 구현자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해박하나 도무지 읽기 어려운 글을 쓰는 어느 죽은 철학자 역시, 세계란 절대정신이라는 것이 스스로를 변증법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라는 선언을 통해 비슷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런 어려운 이야기들일랑 모조리 차치해도


우리에겐 가끔씩 자신이 생각이라는 집요한 추노꾼에게 뒤쫓기는 노비 같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찾아온다. 말을 할 때와 말을 하지 않을 때, 다른 일을 할 때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심지어 다른 생각을 할 때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조차, 어떤 생각은 발목에 감긴 그림자처럼 우리의 걸음걸음에 들러붙는다. 동행하다보면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되고, 상처가 있는 방향으로 알아서 찾아가게 만드는 생각들.

 

생각은 인간의 것이다. 동시에 인간은 생각의 것이다.

 

 


4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내려놓는 선인장은 없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벽을 허무는 마음은 없다. 지키는 마음은 늘 울타리를 두르게 한다. 그리고 둘러놓은 울타리가 지키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선순환과 악순환 가운데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존재하는 사이클이다.

 

세상에는 지키지 않는 방식으로 지키는 기술이 있다고 한다. 한없는 개방이나 공유가 그런 것일까.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은 지키는 방식으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커다란 인간에겐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이 작을수록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방식은 마치 고슴도치가 가시를 몸 안쪽으로 기르는 것처럼 은은하고 완만하게 상처를 남기고, 비명보다는 신음에 가까운 혼잣말을 자꾸 길어낸다.

 

 

 

5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도 욕심에 지나지 않을까. 그저 웃는 날이 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저 그거 하나만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다.

 

 

 

999

 

한 넉 달 어영부영 한 것 치고는 좀 좋은 점수를 받아서, 덜컥 필기는 붙었다. 운이 꽤 좋았던 듯. 그러나 면접이란 것은 미친놈 구별하는 수준이고 사실상 결판은 필기 득점에서 끝나는 시험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면, 1.4배수의 커트라인 위에 납작 엎드린 syo가 최종적으로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보는 것이 중론). 하던 대로(다들 권하는 대로) 묵묵히 다른 필기나 준비해야지.

 

  

 

--- 읽은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지음

마취의 시대 / 로랑 드 쉬테르 지음

중국사상사 모리 미키사부로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 박시백 지음

본격 한중일 세계사 2 / 굽시니스트 지음

 

 

--- 읽는 ---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 양자오 지음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 백상진, 김예찬 지음

만화 동사의 맛 / 김영화 지음, 김정선 원작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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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0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접 보고나면 얘기해줘요!
:)

syo 2019-05-09 11:11   좋아요 0 | URL
네. 미친놈을 어떻게 걸러내는지 가 보고 와서 알려드릴게요 ㅎㅎㅎ

독서괭 2019-05-0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키는 마음은 늘 울타리를 두르게 한다.. 밑줄 그어 봅니다.
필기 합격 축하드려요~^^

syo 2019-05-09 11:12   좋아요 0 | URL
최종합격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는 거죠 뭐 ㅎㅎㅎ 사실 커트에 찰싹 붙어 있어서 그렇게 기쁘지도 않답니다.....

2019-05-09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9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5-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합격하시길 기원합니다. ^^

syo 2019-05-09 1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그러나 정황상..... ㅋㅋㅋ

목나무 2019-05-09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밝은눈을 가진 면접관이라면 syo님을 알아볼 겁니다! 면접 잘 보셔요. 평소의 syo님답게~ ^^

매일밤 명상을 10분씩 하는데 내가 그리 많은 생각을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어 그만 두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생각을 비우는 일이 쉽지가 않네요. 고작 10분조차 멍때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나날들입니다. 저는~

syo 2019-05-09 13:0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으쌰으쌰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면접관이라는 자들과의 만남이 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마무리되었지요ㅎㅎ 웃으며 돌아섰으나 다시 만날 일이 없었다...

고양이라디오 2019-05-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합격기원합니다!!

syo 2019-05-09 13:02   좋아요 1 | URL
고라님 번창 기원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syo 2019-05-09 13:03   좋아요 1 | URL
아, 이런 글에 응원 말고 다른 댓글을 어떻게 달겠습니까만, 응원 낭비세요 ㅎㅎㅎㅎ 아껴두심이....

반유행열반인 2019-05-09 14:00   좋아요 1 | URL
드릴 게 응원 뿐이라...시험 뿐 아니라 syo님이 잘 되고 싶은 모든 걸 (e.g.쾌변, 단잠, 잘 써진 글)저 앞에 붙여 주세요!!(셀프 DIY 신개념 응원)

북프리쿠키 2019-05-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좋은 결과 있길 바랄께요.^^

syo 2019-05-09 16:3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이것참 여러모로 민망하네요.

cyrus 2019-05-0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넉 달 동안 공부해서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좋은 기운을 잘 받아서 면접시험에도 합격하길 바랍니다. ^^

syo 2019-05-09 16:33   좋아요 0 | URL
허허허. 올해 유독 시험이 쉬웠다네요. 저도 살다보니 시험운 같은 것에 당첨되는 일이 다 생기네요.

잠자냥 2019-05-0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개그로 승화할 것 같은 면접 후기도 기대합니다.

syo 2019-05-10 01:01   좋아요 0 | URL
그걸로 개그 치기가 영 쉽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서 더욱 끌리는데요? ㅎㅎㅎ

감은빛 2019-05-0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세상에는 은근히 상처나 고통을 즐기는 성향의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가끔 은근한 근육 통증을 즐기는 모습과 작은 생채기의 통증이 아프면서도 어떤 썩 나쁘지만은 않은 감각으로 이어지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요.

2. 그런데 저는 혼자 집에 있을 때 가끔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들었어요. 당연히 아무도 들을 이 없다는 알고도 습관처럼 합니다. 심지어 저는 신이란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아요.

3. 저도 이런 생각 자주 해요. 그런데 인간만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궁금하네요. 동물들에게 거울 테스트를 해보면 의외로 많은 동물들이 자아를 인식한다고 하던데요. 쓰다보니 자꾸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일 것 같은데,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4. 이 말씀은 저도 공감.

5. 저는 웃는 날이 딱 정해져있어요. 아이들 만나는 날이죠.

999. 축하드립니다!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랄게요. ^^

syo 2019-05-10 01: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감정에 너무 휘둘린 나머지 무람없이 세상에 있니 없니 단정적으로 써 놨네요.
여러방면으로 꼼꼼한 지적 감사합니다.
실제로 감은빛님 말씀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혼잣말을 많이 합니다.

동물의 ‘생각‘에 대한 생각도 그렇구요. 생각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법의 ‘생각‘을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저는 동물들이 생각을 한다고 믿어요. 저 문단도 생각이 인간만의 것이라는 가정을 깔지 않고 쓴 글입니다. 그러니까, 감은빛님의 말씀은 딴지를 거시는 게 아니라 다른 논점을 제시하신 거라 받아들였습니다^-^

응원해 주신 바에 힘 입어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 좋겠지만, 사실 필기 점수로 결과가 거의 결정된다고 하더라구요. ㅎ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5-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기대된다 원래 하던대로 아자자!!! 27만명 응시에 6000명이 된다는 그 공무원 셤!!!! 좋은 결과 기대할께요^^

syo 2019-05-10 01:0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아니에요, 필기만 합격이지, 커트라인에 붙어 있어서 사실상 탈락이에요.
6월달에 또 있는데, 그거나 열심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잠자냥 님 말씀처럼, 면접은 개그랑 바꿔먹구요 ㅋㅋㅋ

2019-05-10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0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6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 봄. 2019-05-1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는 이 신경쓰지 않는 혼잣말이 늘었어요.T.T
필기 합격 축하드립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syo 2019-05-12 13:26   좋아요 0 | URL
인사가 늦었네요ㅜㅜ 감사합니다 또 봄님 ㅎㅎㅎ
좋은 결과든 좋지 않은 결과든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리겠습니다^-^

chaeg 2019-05-2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 격! 기! 원! 입니다!

syo 2019-05-21 18:51   좋아요 0 | URL
에너지 배송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호반정경湖畔情景 5

 

 

1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더 소중한 사람은 낯익은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일 때가 많다. 낯익다는 느낌은 매일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는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생각해 보지 않은 얼굴, 가물가물한 이름, 언젠가 한번쯤 만났던 것 같은 희석된 기억 같은 것들을 다시 마주쳤을 때, 혹은 그것들과 유사한 것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낯익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워하는 사람, 내 가장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서는 낯섦만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낯익은 사람이 자꾸 낯선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 반대가 아니라.

 

당신을 참 많이 읽었다고 생각한 것이 거칠고 조악한 오해일 뿐이었다는 사실은 내겐 치명적이다. 나는 당신을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당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만큼, 실은 당신을 잘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겐 이 세계가 나와 당신, 그리고 그 밖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단 한방에 내 세계의 2/3가 무너진 것이다.

 


 낯익은 당신

 

 빛인가당신저 손등 아래 지는 당신봄빛인가 당신그래한 상징이었을지도 모를 당신뭉큰손에 잡히는 600그램 돼지고기 같은시간저 육빛인 당신당신은 빛 아닌물인가저 발 아래 일렁이는 당신물 냄샌가 당신그래한 기호였는지도 모를 당신덜컹발에 잡히는 영상 25도 물 온도 같은시간저 온탕인 당신혹 당신은 물 아닌 흙인가저 땅 아래 실은 끓고 있는 바위 같은 당신아직 형태를 결정하지 못한망설이는바위인가사방 100킬로 용암의 얼굴 같은저 낯익은 당신

허수경낯익은 당신」 전문

 

 


2



분명 재판관들이 피고에게 그가 말한 모든 것이 '공허한 말'뿐이라고 드디어 말한 것은 옳았다다만 그들은 이 공허함이 가장된 것이며피고가 공허하지 않은 끔찍한 다른 생각들을 감추려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이 생각이 반박될 수 있는 것은아이히만은 기억력이 상당히 나쁨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중요한 일이나 사건에 대해 동일한 선전 문구와 자기가 만든 상투어를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반복한 점 때문이다(자기가 스스로 만든 문장을 하나 말하더라도 그는 이 말이 상투어가 될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아르헨티나나 예루살렘에서 회고록을 쓸 때나 검찰에게 또는 법정에서 말할 때 그의 말은 언제나 동일했고똑같은 단어로 표현되었다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inability to speak)은 그의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inability to think),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이는 그가 거짓말하기 때문이 아니라그가 말(the words)과 다른 사람들의 현존(the presence of others)을 막는따라서 현실 자체(reality as such)를 막는 튼튼한 벽으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05-106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라서 더욱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은 정말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나 아렌트가 보고 적어놓은 수많은 세부사항들이 이 세상에서는 60년도 넘는 세월동안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syo의 머릿속에서는 3일 이내에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결국 철학사 책이나 입문서, 한나 아렌트 개론서에서 몇 페이지 안짝으로 요약해 놓은 지식 이상의 그 무엇도 건지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박살낸 셈이다. 이게 syo의 탓인지 한나 아렌트의 탓인지(수십 년의 역사가 증언하건대 아무래도 전자일 확률이 크지만) 혹은 세월의 탓인지 모르겠지만, 모르겠으니 말하지 않고 알겠다 싶은 것만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정말,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진짜로요.

 


 

3



우울증의 문제는 언제나 존재론적 성질을 띠었다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그리고 이 드러남을 이런저런 규칙이나 규범관념에 비추어 바람직하다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방식의 문제와 늘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로랑 드 쉬테르마취의 시대, 29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한병철피로사회, 11

 

당연히 더 먼 기원이 있겠으나, syo의 지식 범위 내에서 보면 질병(의 정의나 그 대처방법)과 사회(시대) 사이의 은밀하지만 명백한 관련성을 최초로 의미 있게 짚어낸 이는 미셸 푸코였다. 특히 정신질병(과 더는 그렇게 분류되지 않는 과거의 흔적들, 예컨대 동성애)에서. 그 후 다양한 방면의 논의가 있었던 걸로 보이고, 최근의 학자들은 자신의 견해가 푸코에게서 뻗어 나왔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푸코의 사상은 이제 적실성을 잃었음을 선언하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 같다. 재미가 있다.

 

syo가 알기로 푸코는, 니체를 언급한 것에 비해 보자면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한 것으로 봐도 무관하고, 심지어 후기에는 마르크스를 훌쩍 건너뛰어 칸트를 만지다가 생을 마무리한 것 같다. 그런데 후학들이 푸코적 관점으로 연구를 거듭해오면서 다시 마르크스와 은근한 연결점을 구성하는 것도 흥미롭다. 결국 푸코의 시대에 비해 오늘날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압박이, 주체가 기꺼이 스스로를 성과주체로 재구성하도록 만드는 생존압력이, 각종 정신질환과 정상상태를 판가름하는 잣대 속에 은근하게 숨겨져 있는 노동 착취 가능성혹은 노동력 재생산 가능성따위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피로사회야 재독이고, 원래 괜찮은 책임을 알고 있었지만, 마취의 시대는 단순히 표지와 두께에 끌려 빌려온 것인데 굉장히 신명나게 읽는 중이다. 아무 생각 없이 빌려온 책이 즐거운 독서를 보장해주는 경험은 드물고, 드문 만큼 소중하다.

 

 

 

4

 

2005년 처음 월든을 만난 이후로 매년 한 번씩 읽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작년은 그냥 넘어간 것 같다.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면서야 그걸 깨달았다. 잠깐 패닉에 빠졌으나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나의 월든 연속 독서 기록은 사망했다. 월든 연속 읽기(2005-2017). R.I.P.

 

다시 차근차근 기록을 쌓아나가려니 서글퍼진다. 올해부터 바로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저 연속기록을 경신하고 나면 거의 오십 줄에 드는 것인데..... 올해는 소로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지 싶다.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로마 황제의 방처럼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혼자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다락방으로 올라간다이곳에선 거미조차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마루를 쓸지 않아도재목을 나르지 않아도 좋다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진실이란 나를 더 나아지게 하는 모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소로의 일기, 47


현재의 나라는 말을 어디까지 넓게 보느냐에 따라 이 문단은 상당히 달리 읽힐 수 있다. 무난하게는, 내가 나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자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여러 의무들, 하기 싫은 일들, 혹은 겉치레를 위해 탕진하고 있는 시간들 따위를 전부 회수하여 내게돌려주자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다. 좀 더 몰아붙이자면,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내 외부의 것, 관계로부터 벗어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침묵을 벗하여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읽을 수도 있다. 가혹하게는, 오늘까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윤리 도덕 준칙들,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어왔던 세상의 많은 진리들을 다 걷어내고 발가벗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주문으로도 읽을 수 있다.

 

고시원 생활이 답답하지 않을 만큼은 익숙해졌을 때부터는 종종, 손바닥만 한 창문에 커튼을 치고 불을 다 끈 채 무릎을 껴안은 자세로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곤 했다. 혼자 살아도 혼자가 필요했고, 입을 다물고,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면 혼자라는 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불을 켜고 커튼을 걷었을 때, 늘 거기엔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던 내가 혼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불을 끈 나와 불을 켠 내가 의미 있을 만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늘 하던 생각, 나의 생각과 함께라면 나는 쉽사리 혼자가 될 수 없다.

 

 

 

--- 읽은 ---

파리의 생활 좌파들 / 목수정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13 / 박시백 지음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 허수경 지음

보트 하우스 / 장정일 지음

351 / 박시백 지음

 

 

--- 읽는 ---

소로의 일기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중국사상사 / 모리 미키사부로 지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지음

빨간 잉크 / 이택광 지음

도둑맞은 페미니즘 / 니나 파워 지음

마취의 시대 / 로랑 드 쉬테르 지음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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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05-0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 어린이날 행복하시길 ^^;

syo 2019-05-05 12:59   좋아요 0 | URL
앗 ㅎㅎㅎ 날씨도 좋은 어린이날인데 북프리쿠키님두 행복하소서!!

반유행열반인 2019-05-0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거의 여덟 달 만에 겨우 읽었는데 안 좋은 번역 탓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재미없는 거였을 수도 있군요. 읽을 때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었는데 서평을 쓰면서 아니 그런데도 서평이 써지네 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syo 2019-05-05 13:0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번역도 후져요. 심지어 주술호응이 안맞거나 조사를 이상하게 쓴 문장도 수두룩빽빽하지요. 이런 깔거리들은 월말 결산을 위해 남겨둔 것인데, 열반인님께 다 털렸네요 앜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5-05 13:09   좋아요 1 | URL
어 이 책 syo님도 읽으셨네 하는게 대부분인데 아아주 가끔 제가 먼저 읽은 책이 읽는에 뜨고 다시 읽은에 뜨면 그게 또 소소하게 뿌듯하네요. 헤헤

syo 2019-05-05 13:1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1뿌듯 드려서 저도 2뿌듯하긴 한데, syo가 읽었을 법하지만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 ㅎㅎ

카알벨루치 2019-05-0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취시대> 읽꼬싶넹! 마 취ㅎㅎㅋㅋ마취시키는 쇼군 글~조아! 휴일에 피로회복제 같네 그냥 때론 내용이 이해안되고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음 뭐랄까 여기서 커피 한잔 마셔도 될 것 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는. 한나 아렌트 잼없다는 거 아는데 넘 솔직하게 이야기하니 더 멀어질려나, 좋네요 어린이날 글 좋네욧!

syo 2019-05-05 18:16   좋아요 1 | URL
칭찬으로 저를 마취시키려는 계획이식군요 ㅋㅋㅋ 시도는 좋았습니다만 ㅎㅎ

공쟝쟝 2019-05-05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번의 두번째 문단 좋아요. 아프기도 하구. 꾹꾹 눌러담아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syo 2019-05-05 20:32   좋아요 1 | URL
어쩐지 좋아요가 푹 들어가있더라니 쟝쟝님의 솜씨셨군요 ㅎㅎ

뒷북소녀 2019-05-0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읽다보면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렌트가요.

syo 2019-05-05 20:33   좋아요 0 | URL
결국은 한두 문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반복하는 것일까요 ㅎㅎㅎ

독서괭 2019-05-0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이히만 그렇게까지 재미없단 말입니까... 덜컥 사둔 한나아렌트 전집 땜에 읽긴 읽어야하는데.. 걱정이네요ㅠㅠ

syo 2019-05-05 20:56   좋아요 0 | URL
전 두 번째 읽는거라 더 재미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덤벼드세요!! 그러나 사실 번역도 후지......

2019-05-07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9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