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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구기 와 티옹오 와 가즈오 이시구로 와 노벨 문학상

 

 

1

 

노벨 문학상 예측하는 영국의 "래드브룩스"던가 하는 도박사이트는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망하지 않는 것일까. 오르한 파묵 이후로 10년이 지났는데 맞히는 꼴을 본 적이 없을 뿐더러, 배당률 3위 안에 수상자가 있기만 해도 선방이다. 이것은 물론 스웨덴 아카데미의 "옛다, 빅엿" 전략전술의 탓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도 예측했었어야지. 남의 돈 먹는 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빠져가지고 벌써 몇 년째 1,2 위에 계속 무라카미와 응구기를 박아 놓더니, 잘 한다 잘 해.

 

그러나 솔직히 올해는 응구기 와 티옹오(이하 응구기, 우연히 응국이로 오타가 난다면 정다워 굳이 고치지 않아 볼까 합니다)가 받을 줄 알았다. 무라카미는 어쩐지 미운 털 박힌 느낌이고, 인종이나 대륙적 안배부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이번에는 응구기다, 한두 해 깜짝 선정 했으니, 올해는 무난하게 응국이다, syo는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며칠 전 책을 정리하면서 박스에 들어가 있던 여러 출판사의 세계문학 전집들을 꺼내어 책장에 주욱 꽂는데, 딱 한 권 있는 응구기의 책이 어찌나 번쩍번쩍 빛나는지, 아, 이건 징조다, 올해는 응국이가 득세할 것이야, 하는 느낌이 뽝 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중 가장 오른쪽(syo는 전집류를 정리할 때 번호와 무관하게 오른쪽부터 읽을 순서대로 채워나가므로, 가장 오른쪽이 제일 먼저 읽을 책, 가장 왼쪽이 제일 나중에 읽을 책이 된다)에 응구기가 당당히 꽂혔다. 노벨상 발표 나면 바로 읽는다, 응국이. 마르크스가 책상 위에 바글바글하지만, 응국이 퍼스트.

 

그랬는데, 가즈오 이시구로라니. 밥 딜런급 충격을 먹은 syo는, 딱 한 권,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이 내게도 있었음을 기억하고 먹던 숟가락을 내동댕이 치고는 방문을 벌컥 열어 책장을 쳐다봤는데, 있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이. 응구기의 책 바로 오른쪽에. 그러니까,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가운데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응국이의 책 바로 옆에, <민음사 모던 클래식> 가운데 가장 나중에 읽어도 될 녀석으로 취급받은 가즈오의 책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아, 어쩔거나, syo의 이 무시무시한 안목을.  

 

 

 

 

 

2

 

매년 노벨 문학상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사실 syo는 세계문학에 조예가 없다. 처음 응구기가 한국 언론에 이름을 드러내던 시절, 내가 처음 본 응국이 기사에서는 그의 이름을 "응구기와 시옹오"라고 적어 놓았다. 그 무자비한 띄어쓰기 덕에 무지몽매한 syo는 그만 응구기 와 티옹오가 "응구기"와 "시옹오" 듀엣이거나 그들을 주축으로 하는 문학창작집단인 줄 알았다. 철이와 미애, 김앤장.

 

가즈오 이시구로도 그렇다. 한동안 계속 그 이름이 귀에 오르던 때가 있어서 읽어 보겠다고 처음 집어 든 것이 저 <녹턴>이었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한 챕터씩 읽겠다는 전략의 문제였는지 뭔지, 너어어어어무 재미가 없어서 잠만 잘 잤다. 숙면엔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의 훨씬 더 재밌는 작품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벌써 색안경 착용 끝났고, 잘만큼 잤다. 결국 여지껏 그의 책은 한 권도 펼쳐보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

 

사실 syo가 응원하는 것은 쿤데라다. 다들(syo포함) 이제 그가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예측하지만, 쿤데라는 노벨상 받기 전에는 절대 눈을 감지 않겠다는 듯 장수하고 있다. 노벨상을 받기 전까지는 내 눈에 흙이 들어오는 것은 안 돼. 응원한다. 그에게 주거나, 사후에도 받을 수 있게 규정을 고치거나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절대 쿤데라의 장례식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쿤데라, 화이팅!

 

어쨌거나 이제 가즈오 이시구로 읽어야지, 노벨상인데. 세상에는 노벨상 띄지를 둘러 책 파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을 장사꾼이라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에는 책 한 권 안 읽다가 노벨상 받았다고 하니 꼬물꼬물 읽어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을 속물이라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좋은 책 읽는데 동기나 계기가 뭐 그리 중요할려고. syo는 어떤 이유에서든 한 권 더 읽는 사람들의 편이고, 누군가의 서재에 책 한 권이 더 꽂히는 과정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연결고리들을 응원한다.

 

 

 

 

 

 

 

3

 

노벨상 관련해서 소소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로쟈님께 최초로 전한 사람이 syo였다.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고, 그날 그 시간 로쟈님은 남산도서관에서 강연(정확하진 않지만,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를 배운 것 같다)을 하시는 중이었으며, syo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아주 총명한 눈으로 강의를 듣던 중이었다. syo가 물었다. 선생님은 노벨상, 누구로 예측하세요? 로쟈님은 즉답을 피했으나, 조심스럽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 관한 말씀을 하셨다. 번역된 책에 서문인지 추천사인지를 쓰셨다고 하신 것 같다. 받을 것 같다는 말씀은 아니구요,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뭐 이런 말씀도 하신 것 같고.

 

강연은 이어지고, 1분 단위로 검색창에 노벨문학상을 때려 넣던 syo의 시야에 마침내 기사가 잡혔다. 로쟈님의 이야기가 잠깐 멈춘 틈에 syo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 우크라이나 작가가 수상했다고 기사가 났습니다. 로쟈님이 대답했다. 아, 기사가 났습니까? syo가 대답했다. 네. 그때 로쟈님이, 안경을 살짝 올리시며 말씀하셨다. 우크라이나 태생이지만, 벨라루스 작가입니다. 세상 그럴 수가 없이 득의양양한 눈빛이셨다. 아니, 선생님. 받을 것 같다는 말씀은 아니셨다면서요.

 

쉬는 시간에 전화를 받으러 나가시던 로쟈님은, 쉬는 시간이 끝나고도 5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강의실에 돌아오셨다. 말씀하시길, 사람들이 저한테 노벨문학상 축하 전화를 하는군요. 하셨다. 장내는 빵 터졌다. 밤은 늦었고, 피곤하셨을텐데도, 이어지는 강연에서 로쟈님의 목소리는 어쩐지 신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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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17-10-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이시구로, 최악의 선택입니다. 이러니 제가 그 상을 밸(창자)이 없는 인간들이나 받는 노밸상이라고 비아냥거리고 다니지요.

syo 2017-10-06 13:03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폴스타프님께서 가즈오 이시구로 탈탈 터셨던 기억이 납니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였었나요....

Falstaff 2017-10-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예. 그 작품이었지요. 응국이하고 비교하면 응국이 화내요. ㅋㅋㅋ 응국이 한국 원주에도 왔었다네요. 피의 꽃잎 대빵이고요, 그만 못 하지만 십자가 위의 악마도 괜찮던데요.

syo 2017-10-06 14:09   좋아요 0 | URL
역시 당초 계획대로 응국이를 먼저 읽어야겠군요...... 응국이 화 내기 전에ㅎㅎ

시이소오 2017-10-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구기와 시옹오 ㅋㅋㅋ
웃다갑니다. 쿤데라 죽기전에 줘야할텐데 걱정이네요 ㅎ

syo 2017-10-06 18:43   좋아요 0 | URL
쿤데라는 죽지 않아요. 쿤데라는 불멸입니다. 한림원것들이 제 아무리 버팅겨도, 노벨상 받고 떠날 겁니다. 쿤데라 화이팅. ㅎㅎㅎㅎㅎㅎ

사마천 2017-10-0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리니까 사이트가 돈 버는 것 아닌가요? 배당금 돈 줄 필요도 없고 ^^

syo 2017-10-06 21:13   좋아요 2 | URL
세상에, 그런 단순한 비밀이 있었군요..... 굉장히 일을 잘하는 단체였네요.

다락방 2017-10-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시구로 두 권이나 읽었지롱요. 딱히 재미없는 녹턴이랑 재미있는 [나를 보내지마] 이렇게 두 권이요. 그리고 한 권 더 가지고 있어요. 후훗.

그나저나 로쟈님과 그런 일화가 있었단 말입니까? 재미있네요. 후훗.

syo 2017-10-10 11:58   좋아요 0 | URL
와하하, 저는 저 글을 쓰고 대구 시내에 있는 도서관을 뒤져서 이시구로 책을 싹 다 긁어왔어요.

이시구로가 책을 쓴 순서대로 읽기 시작해서 지금 두 권 읽었으니 녹턴까지 해서 세권이지롱요^^

근데 다시 읽으니까 녹턴 재밌었어요....

다락방 2017-10-10 12:13   좋아요 0 | URL
분하다....어쩐지 뭔가 다 분하다....(부들부들)

syo 2017-10-10 12:23   좋아요 0 | URL
뭐가 분해요. 제가 방구석에서 이시구로 읽는 동안 이시구로가 사는 나라에 다녀오신 분이.....

cyrus 2017-10-1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나오기 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면 이시구로의 책 한 두 권 만나 볼 수 있었어요. 당분간은 이시구로의 책을 파는 사람들이 없을 거예요. ^^;;

syo 2017-10-10 22:10   좋아요 0 | URL
역대급 판매고라는군요. 최근 몇년간 노벨상 특수 가운데 제일 큰 규모라네요.

cyrus 2017-10-10 22:11   좋아요 0 | URL
이 정도면 민음사의 완벽한 승리군요.. ㅎㅎㅎ

syo 2017-10-10 22:15   좋아요 0 | URL
고은이 받았으면 이만큼 못 벌었을걸요 ㅎㅎㅎ 앉아서 돈벼락.

북다이제스터 2017-10-10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동경제학 학자가 얼마 안 되어 또 노벨경제학 상을 받다니 많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정통 경제학은 더 이상 인정할 것이 없다라는 추정도 됩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 특히 <넛지>도 자본주의 태두리에 있단 생각에 많이 씁쓸합니다. ㅠㅠ

syo 2017-10-10 22:35   좋아요 0 | URL
저는 경제학은 잘 모르지만, 저 노벨상은 행동경제학이라는 것이 주류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전복하기보다 주류경제학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그러니까 신자유주의적 주류경제학이 행동경제를 흡수하여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북다이제스터 2017-10-10 22:45   좋아요 0 | URL
네 맞는 말씀입니다.
<넛지> 읽어보면 마르크스보다 리카도에 많이 가깝다고 전 느꼈습니다.
언제쯤 되어야 <자본론>이 재해석되어 그런 유사 책이 노벨경제학상 받을지, 그런 날이 곧 올지... 궁금합니다. 답답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17-10-1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국이 ㅎㅎㅎ 저도 아직 안 읽었는데 이 글을 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syo 2017-10-10 22:51   좋아요 0 | URL
저도.... 응국이 먼저 읽겠다 해놓고 이시구로 먼저 읽고 있습니다... 그놈의 노벨상이 뭔지ㅎㅎㅎ

짜라투스트라 2017-10-10 22:52   좋아요 0 | URL
ㅋㅋㅋ
 


1


연휴에 좀 쉬지 않고 책탑 쌓아 놓는 syo의 육신과 정신의 건강을 염려하여 따뜻한 댓글 달아주시는 이웃분들, 감사합니다. 그러나 syo는 괜찮습니다. syo는 백수라서 1년이 어차피 365일짜리 연휴랍니다. 맨날 피둥피둥 잘 쉬고 있으니 심려 마시옵고, 다들 훈훈한 명절, 배려하는 대화가 오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부산스럽지 않은 버팀목임을 확인하는 단단한 명절 되시기를. 


한가위 달덩이 같은 프로필 이미지를 쓰는 syo 올림.



 "제가 탈 기차는 좀 나중에 떠납니다." 내가 말했다.


 "아, 그럼 걱정 마세요." 그가 말했다. "제 시간에 차장이 와서 깨울 겁니다. 오늘 우리가 만났던 이런 식으로, 우리의 이 가방들을 들고서, 다시 만날 기회는 없겠지요. 여행 잘 하시길 바랍니다."


_안토니오 타부키,『인도 야상곡』


 버티어야 할 것은

 버틸 수 없는 것들의 등에 기대어

 살기도 한다


_박연준,「고요한 싸움」부분




2


그래도 명절인데,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한 뼘만큼이라도 바뀌어야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둘러보았지만 무언가 더 가지는 일은 품이 많이 들어 결국 정리하고 버리는 일들로 한가위를 채우고 있다. 책들, 욕심에 쌓아 올린 박스들, 지난 한가위부터 열어보지 않았고 다음 한가위까지도 펼쳐보지 않을 책들을 끄집어 내 빗소리라도 좀 듣게 해 준다. 이별 선물이다. 어린 날 허영에 눈 멀어 필요하다고 믿었거나 혹은 속였거나 하면서 사들였던 아이들. 눈길은 몇 번 주고, 손길은 한두 번만 주었던, 업어올 땐 소중했던 그 아이들을 초라하게 만든 것은 다 나였으니까. 미안하다 얘들아. 





저는 봄마다 책을 정리해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못 입을 옷을 버리듯이 내버려요. 모두들 큰 충격을 받지요. 제 친구들은 책이라면 별나게 구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친구들은 베스트셀러는 뭐든 다 가져다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끝내버려요. 건너뛰는 데가 많을 거다, 하는 게 제 생각이지요. 그러고는 뭐든 두 번 다시 읽지 않으니 1년쯤 지나면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러는 사람들이 정작 제가 책 한 권 쓰레기통에 던지거나 누구한테 주는 걸 보면 펄펄 뛰는 거예요.


_헬렌 한프,『채링크로스 84번지』



갑자기 내 모든 책이 더는 필요치 않았다. 단순한 물건들인 듯했다. 내 창작 생활의 닻이 사라지고, 나를 이끌던 별들이 물러났다. 내 앞에 새로운 빈방이 보였다.


_줌파 라히리,『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책을 필요 이상으로 끊임없이 쌓아두는 사람은, 개인차가 있긴 하겠으나 멀쩡한 인생을 내팽개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생활공간 대부분을 거의 책이 점령하는 주거란, 일반 상식에서 보면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멀쩡한 정신은 아니다.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는 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그저 한도 끝도 없이 갖고 싶은 책이 눈앞에 아른거려 계속 살 수밖에 없는 비틀어진 욕망 뿐이다.


_오카자키 다케시,『장서의 괴로움』



3



 바람의 일 / 문태준


 남해 용문사

 마루 끝에서 듣는

 새 우는 소리


 맑고 참 곱다


 바람이 빨라 그렇단다


 손 덜 타게

 얼른얼른

 바람이 건네주느니


 종심(從心)이려니


 바람의 이 일을

 나도 하고자


언젠가는 말에서, 글에서, 심지어는 마음에서도 나를 지워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여기까지 내 색깔, 내 냄새를 뽐내며 성큼성큼 걸어왔으니, 이제는 찍어놓은 발자국 흩으며 옅게 옅게 돌아가야 하는 반환점을 만날 것이다. 그것들은 좌절이나 포기에서 오기도 하고, 드물게는 승리 뒤의 허무로 만나기도 하겠으나, 이윽고 새 소리를 오롯이 새 소리로 그대로 건네고 얼른얼른 사라지는 바람처럼, 그렇게 말하고 쓰고자 하는 마음이 나에게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날까지는 그저 허영을 양껏 껴안으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색깔을 한껏 드러내고 냄새를 끊임없이 풍겨대며, 어쩌면 색깔과 냄새를 계속 찾거나 만들어가며, 말하고 쓰며, 읽고 또 읽으며, 내가 나라고 드러내며.


그것은 그릇을 키우는 일이다. 비우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작은 그릇은 비어도 작은 것만 담을 수 있다. 나 하나 담고, 그저 내가 듣는 새 소리를 나 하나 듣고 마는 작은 그릇. 비어 있는 것은 비어 있으므로 큰 것이기도 하지만, 크게 비우는 것이 더 크다. 술잔은 비어 한 잔의 술을 담지만, 집은 비어 하나의 가족을 담고, 광장은 비어 수천만의 마음을 담는다. 채우며 키우고, 연후에 비울 수 있기를. 제 속을 비울 수 없는 사람 되지 않도록 경계하며 채워나갈 수 있기를.


한가위 달맞이 소원의 대본이었습니다. 달님,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쓰게 해주세요.






우리가 가치를 두는 것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조금씩 조금씩 나를 바꾸어 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힘 있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 아닐까요? 나의 삶은 유한하지만 애쓰고 있다는 것.


_정혜윤,『삶을 바꾸는 책 읽기』



"영혼이란 내가 말했던 그런 순간에 처음 탄생하는 거야." 스티븐이 막연하게 말했다. "그것은 더디고 어두운 탄생이며 육체의 탄생에 비해 더 신비한 거야. 이 나라에서는 한 사람의 영혼이 탄생할 때 그물을 뒤집어 씌워 날지 모하게 한다고. 너는 나에게 국적이니 국어니 종교니 말하지만, 나는 그 그물을 빠져 도망치려고 노력할 거야."


_제임스 조이스,『젊은 예술가의 초상』



어찌 보면, 책읽기는 나에게 질문들과 만나는 과정이었다. 난 언제나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에게 끌렸고, 질문들을 찾아다녔다. 삶을 신선하게 가꾸어가기 위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답보다는 질문이라 믿으며, 답은 결국 내가 문제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찾아지고 마는 것이다.


_목수정,『월경독서』



배움이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분명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문을 열어 젖히는 순간 그 뒤로는 다시 세 개의 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_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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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0-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syo 2017-10-02 13:30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두요!!^^

서니데이 2017-10-0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1년 365일 연휴라고 하시니 저도 그래요.^^
그런데도 주말은 주말같고, 휴일은 휴일같은 기분이 그대로인걸요.
달이 점점 예뻐지고 있겠지요.
즐거운 추석연휴 3일차, 좋은하루보내세요.^

syo 2017-10-02 16:42   좋아요 1 | URL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에브리데이 한가위입니다.

비가 멎었는데, 달이 보일까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독서괭 2017-10-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틀어진 욕망 뿐....ㅠㅜ 연휴에는 어떻게든 읽던 책이라도 좀 끝내 봐야겠습니다.
화난 포도가 한가위 달덩이도 되는군요ㅎㅎ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syo 2017-10-02 16:44   좋아요 1 | URL
연휴동안만 달덩이 syo입니다. 달력에 오늘 날짜가 까매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분노의 포도알갱이로 돌아옵니다.

독서괭님도 충분한 독서로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북다이제스터 2017-10-0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가지 즐건 덕담 떠올랐는데,
syo 님 멋진 맞댓글 떠올라 그냥 평범한 글 남깁니다. ㅎㅎ
즐겁고 행복하고 픙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syo 2017-10-02 21:55   좋아요 0 | URL
왜요, 왜 안 하신거예요 ㅎㅎㅎ

북다님도, 평온하고 배부른 한가위 되세요!^^

프리즘메이커 2017-10-03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추석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syo 2017-10-03 09:18   좋아요 0 | URL
프리즘메이커님도 연휴 잘 챙기세요!! 프리즘메이커님의 멋진 글들, 계속 기다립니다^^

sprenown 2017-10-03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읽기와 글쓰기는 진행형이군요 추석연휴 잘보내시라고 인사하고도 또 인사하기도 그렇고..컴퓨터가 없어도 휴대폰으로 이렇게 글읽고 좋아요 할수 있다는 사실..세대차이나고 꼰대 같은 말이지만 이렇게 소통할수 있다는거 좋은세상입니다 물론 저랑은 별로 소통하고 싶지 않은 알라디너들도 많겠죠 반성하고, 자제 하면서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는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살면 얼마나 산다고.. 또 추석연휴 잘보내시길! 알라디너 여러분들께서도...

syo 2017-10-03 17: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명절 인사야 하고 하고 또 하면 뭐 어떻습니까. 닳는 것도 아니구요.

sprenown님도, 남은 연휴 잘 보내시구요!!!
 


불국사를 다녀왔다. <불국사 마르크스 연등제> 준비차 답사 간 것은 아니고, 경주에 일이 있었던 여친과 함께 갔다가 그녀가 업무를 보는 세 시간 동안 혼자 불국사를 배회한 것이다. 혼자는 아니었다. 마르크스 평전과 볼빨간 사춘기의 신보와 함께 불국사의 이곳 저곳을 훑다 돌아왔다.


탑은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높은 것은 탑 꼭대기에 걸린 하늘이었다. 아무리 고개를 꺾어봐도 꼭지를 찾아낼 수 없는 푸른 하늘이 두 개의 탑을 깔고 있었다. 하루 종일 보고 있으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파랑이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탑을 놓았을 것이다. 한없이 하늘만 바라보다 하늘로 날아가 버릴까봐 하늘을 쿡 찔러 구멍을 내려 했을 것이다. 파란 구멍이 흘리는 하얀 눈물처럼 탑은 섰다. 가을의 불국사는 하늘의 눈물 흐르는 자리, 하늘의 볼이었다.


방수 바지를 입은 아저씨가 연못 안에 들어가 웃자란 풀을 잘라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대빗자루를 든 할아버지가 작지만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연못 가에 앉아 먹이를 던지고 모여드는 잉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잉어가 만드는 낮은 물고랑 사이로 들락날락하던 햇살이, 아이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얼굴도 들렀다 간다. 눈부실 것 없는 정경들이 순간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앞서 걷는 두 사람의 손등이 닿을 듯 말 듯 애꿎은 공간만 움켜쥐고 있다. 그 두 손등이 스치기를, 찌릿한 순간이 찾아와 어쩌면 오늘 하려고 준비했을 어떤 말들이 세상에 나오기를, 그 말들이 두 사람의 손을 뒤집어 손등이 손바닥이 되는 조용한 기적을 만들기를 우리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 바람도 그 사이로 들지 않을 것이다. 햇살도 비켜가고 그림자는 저희 먼저 온몸을 겹쳐 볼 것이다. 세상의 눈에는 티끌같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도 위대한 기억의 한 장면이 될 그 순간에 미지근한 미소 하나 보태어 보겠다고, 나도 계속 그들의 뒤를 따라 걸을 것이다.


굵은 나무 둥치 옆에 너른 돌 하나가 누웠기에, 그 위에 앉아 본다. 책을 꺼내 든다. 사람들이 두렁두렁 이야기와 그림자를 굴리며 지나가고 나는 책장을 넘긴다. 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가 지나는 사람들의 뒷꿈치에 묻는다. 내가 던진 이야기들을 자기도 몰래 몸에 싣고,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투명한 소리 한 자락 업은 채 세상 구석구석으로 흩어질 것이다. 딱 그만치, 몇 줄의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는 가벼운 소리가, 세상을 아주 조금 더 부자로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안경을 벗고 나뭇잎들을 바라보면, 그냥 하나의 초록이다. 경계를 빛으로 짤랑짤랑 녹여먹고, 커다란 하나의 녹색이 된다. 하나가 나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크다. 다들, 큰 절을 다 돌았는데 마음이 아직 비어 있다면 이 광막한 초록이나 한 근씩 끊어 가시기를. 오늘 저녁상은 초록으로 배부르겠네. 




170923-170930 : 31권


문학 : 8권




1.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2.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책장은 작은데 책이 많아서, 한 덩어리 집어 내서 정독한 다음 팔아버릴 생각으로 둘러보았다. 이제 무라카미를 떠날 때가 온 것 같다. 소설은 끝끝내 팔지 않겠지만, 솔직히 무라카미의 에세이는 대부분 팔아도 양심에 찔릴만큼은 아니다. 나한테는 책장에 꽂아 놓고 일생 몇 번씩 반복해서 읽을 만하지는 않다.


3. 꿈의 꿈

: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를 선택한 것에 안토니오 타부키의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 들은 것 같다. 나도 지금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아, 타부키가 쓴 말로 타부키가 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4. 인도 야상곡

: 삶의 국면 국면마다 내 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력을 휘둘러 나를 전작주의로 잡아끄는 작가들이 늘상 있었다. 그들은 치명적으로 왔다가 몇 년 뜨겁게 머물고 조용히 떠났다. 김용, 파울로 코엘료,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지금 제일 길게 앓는 중이니 결국 가장 이르게 떠날 것 같은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이고, 이제 막 앓기 시작했으니 결국 가장 오래 머물다 갈 것 같은 작가가 이 사람, 안토니오 타부키다.


5.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7.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8.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 사랑 사랑 책입니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중요한 두 가지는 책과 사랑이로군요.


 



붉은 얼굴 마르크스 일당 : 4권



9.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 우리 나라도 좋은 나라라 할 만한 것이, 이제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마르크스 책들도 꽤 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 몫을 다 읽고 나면 바로 다음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10.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 어떻게든 읽어냈지만, 결국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맑스주의 철학자들을 각개격파하지 않고서는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질 기억, 잊혀져 갈 추억일 뿐이다.


11.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 사회주의에 대한 저자의 열망이야 높이 산다. 그러나, 택도 없는 말을 내세우면서 페미니스트들은 본인들이 주장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정할뿐더러, 그걸 사회주의는 해결할 수 있다며, 그 논거로 꼴랑 엥겔스의 저작 두어 개와, 마르크스가 '원시 사회'에는 남녀가 평등했음을 주장했다는 점을 대는 것이다. 이윽고 해결책이라고 내 놓은 게 결국은 맨날 말하는 그 계급혁명이다. 계급혁명만 되면 다 된단다. 한숨이 다 나온다. 아이고 이 양반아......


12.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 좋은 책이고 쉬운 책이다. 추천하고 다녔을 것이다. 김수행 선생님의 <자본론 공부>가 없었더라면. 아, 하늘이여, 주유를 세상에 내고 왜 또 제갈량을 내셨나이까.....




검은 얼굴 프로이트 일당 : 5권



13. 트라우마 이후의 삶

: 정말 이렇게까지 설명을 잘 할 수도 있는 것인가? 과연 정신분석 분야의 두 믿을맨, 혜성같은 쌍현, 맹정현과 백상현의 책은 손에 들면 절대 후회할 일이 없다.


14.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

: 가벼운 책이다. 저자의 임상 경험을 사례로 제시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프로이트 입문서를 더도 말고 딱 두 권 읽는 순간, 이 책은 더 이상 효용이 없다.


15. 프로이트

: 얕다. 분량을 할애하는 방식이 의아하다. 이 책으로는 안 된다.


16. 에크리 -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 김석 선생님의 글은 참 희한한 게, 알아 듣겠는데 모르겠다. 라캉이 그랬다는 건 알겠는데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이 지식은 날아가는 것이다. 이 선생님 정말 아는 거 많아 보였는데, 내가 좀 더 많이 알고 나서야 감탄할 수 있는 책이려나?


17. 라캉 읽기

: 라캉 개론서 역시 참 희한한 게, 같은 개념을 다루는데도 책마다 내용이 다른 것 같다! 완전히 다르다는 건 아니지만, 관점의 차이라고 치부하고 말기에는 좀 더 다르달까. 그런 고로, 한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들끼리 상호보완적 독서망을 구성한다. 신기한 것들일세.




철학 / 읽기 : 4권



18. 현대철학의 광장

: 700페이지나 되는 책이다. 전체를 읽지 못했다. 그저 지금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중인 철학자들의 챕터만 읽다보니 절반 정도 보고 반납한 셈이 됐다. 내가 읽은 한에서는 설명이 쉽고 이해가 편했다. 조광제 선생님 다른 책은 어려웠었는데...... 언제고 다시 만날 책이다.


19.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 업과 무관하게 독서하는 사람 치고는 꽤 많은 책을 읽어왔고 또 읽고 있지만, 어려운 책들은 요리조리 잘도 피해왔다! 주변 사람들이 하도 책을 안 읽어가지고 이거로도 충분히 잘난 척, 깨친 척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짓도 이제 슬슬 질렸나 봐. 어려운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다니. 역시, 책 많이 읽으면 사람이 되긴 되나 봐. 이제와서 사람이 되다니....


20.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삶을 바꾼다"는 거창한 제목을 감당할만 한 읽기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 몇 안 된다. 이 사람은 된다.


21.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처음에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으나 읽다 보니 그렇지가 않은데다, 설령 헛소리라 한들 이 정도로 찰지게 구성하면 받아들여줄 만도 한 거 아닌가 싶다. 음, 그러니까, 나를 위해 읽고, 나를 위해서라면 읽지 않고도 말하고, 필요하다면 내용까지도 새로 구성할 수도 있는 일인 것을, 거꾸로 책이 나에게 읽는 노동을 명령하도록 두지 말라는 뜻 같기도 하다.




정치 / 경제 / 사회 : 3권



22. 30분 경제학

: 쉽게 읽으면 쉽게 날아가는 법이다. 이제 두꺼운 이론서를 겁내지 말자.


23. 마키아벨리를 위한 변명, 군주론

: 본격 애들 책.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나 애들 책. 읽을 만하나 애들 책.


24.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 이 책을 읽게 해주신 멘토님의 말씀에, 여자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이라 좀 아쉬운 데가 있다고 하셨다. 내 눈에도 일견 그랬다. 그러나 이 당연함은 그저 당연함만으로 끝나지는 않고, 아마 당연함과 그렇지 않음 사이에 서서 양쪽에 한 발씩을 올린 채 갈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인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인물 : 4권



25. 내가 사랑한 여자

: 읽을 책 목록을 대폭 늘리는 데 사람 이야기 만한 것이 없다. 일이 점점 커진다. 아아.....


26. 마키아벨리

: 훌륭하다. 이 시리즈의 책을 읽다가 감동하는 일이 생길 줄이야.....


27. 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사상

: 몇년 전 읽었을 때는 왜 몰랐을까. 마르크스도 마르크스지만 이사야 벌린이라는 이 걸출한 사상사가의 고품격 하이크라스 글빨을.


28. 별★종의 기원

: 표지부터 이미 비범하다. 살짝 풀린 오른쪽 눈. 난 그동안 이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마어마하게 훌륭하고 고귀하고 존경스럽고 멋있고 잘 생긴 사람이었다.




기타 : 3권



29. ENGLISH IS NOT EASY

30. 영어 리딩 무작정 따라하기

31. 시사인 524



.......


후일담을 적고 싶은데, 왠지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얼마나 피곤한가 하면, "김동리와 박목월의 서재를 재현한 곳 사진을 찍었는데 피곤해서 못 올리겠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써 놓고 보니 "박동리와 김목월의 서재를....."로 되어 있었다. 


연휴 첫 날인데,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올해 6월부터 본격 독서를 시작했는데, 한 권도 읽지 못한 날은 처음이다. 연휴는 이제 아홉날 남았고, 읽을 책은 스물두 권이다. 앞이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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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17-09-3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좋아요!!

syo 2017-10-01 07: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밤에 쓴 거라 아침에 보니까 손발이 좀 오그라드네요
....

psyche 2017-09-3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윗 분에 공감. 글이 좋아요!!! 불국사 부분은 마치 소설의 한장면 같네요.

syo 2017-10-01 07:15   좋아요 0 | URL
시늉을 해 본 거죠. 과한 칭찬이세요~^^

다락방 2017-10-01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분들 말씀에 저도 공감요. 불국사 이야기 편은 시 같아요.
아 맞다. 저는 어제 광화문 갔다가 김이듬의 새 시집을 샀어요. 후훗

syo 2017-10-01 08:00   좋아요 0 | URL
읽고 페이퍼 써 주세요! 불국사글 같은 짝퉁 말고 진짜 시를요 ㅎㅎㅎ

이하라 2017-10-0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연휴네요 불국사의 초록과 함께이진 못하지만 저도 나름 초록 속에서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syo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되세요^^

syo 2017-10-01 09:24   좋아요 0 | URL
초록의 추석 좋네요! 이하라님도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수연 2017-10-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좋습니다. 아침부터 훈훈해졌어요, 덕분에.

syo 2017-10-01 10:12   좋아요 0 | URL
말씀 덕분에 저도 훈훈하게 하루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sprenown 2017-10-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 오셨군요..눈건강을 위해 책 너무 많이 읽지 마시고, 추석연휴 잘 보내세요.. 좋은 글로 다시 뵙겠습니다.

syo 2017-10-01 12:53   좋아요 0 | URL
sprenown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독서괭 2017-10-0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럽습니다~ 광막한 초록 한 근이라니, 맛있는 표현이네요. 빨강과 초록이라... 돼지두루치기 쌈싸먹고 싶....
정말로 <마르크스 평전>부터 펼쳐 드셨나요? 그래서 아직 한 권도 못 끝내신 건가요? 그 산만 넘어가면 내리막길일 겁니다. 힘내세욧~~!! ^^

syo 2017-10-01 22:38   좋아요 0 | URL
오늘 두어 권 더 봤어요 ㅎㅎㅎㅎ 그래도 아직 산이야.....ㅠㅠ

서니데이 2017-10-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에 스물두권 읽으시려면, syo님 휴일 아닐 것 같은데요. ^^;
추석연휴 오늘이 둘째날인데 30분 남았어요.
syo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좋은밤되세요.

syo 2017-10-02 07:37   좋아요 1 | URL
하루가 지나갔네요 ㅎㅎㅎ 서니데이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7-10-03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5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syo의 버킷 리스트에는 어제까지 7개의 항목이 들어 있었는데, 오늘 하나를 추가하였다. 겨우 7개 만드는 데 10년이 더 걸릴 정도로 원체 일을 벌리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라, 하나가 더 등재되는 것은 기록에 남겨도 될 만한 일이다.




2


원래 버킷 리스트라는 게 좀 그런 면이 있지만, syo의 것은 다소 충동적으로 만들어진다. 룸메이트 하나 끼고 자취하던 시절, 내 책상 위에는 그야말로 버킷이 하나 있었는데, 동전을 던져넣는 곳이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짤랑짤랑 동전 소리 내면서 다니는 거 아니라는 선친의 호랑말코 같은 교육의 효과였을까, syo는 100원짜리 물건을 사도 1000원을 내고 잔돈으로 돌아오는 900원은 버킷에 던져 놓는 반자본주의적인 소비 행태를 고수했다. 그러나 어쩐지 동전이 모이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뎠고, syo는 그 동전들이 하이에나 같은 룸메이트의 밥이 되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 하이에나-룸메이트가 동전을 한 움큼 집어나가려다 마침내 현행범으로 적발되었다. syo는 분개하여, 저 프로필 사진과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그 하이에나-절도범-룸메이트에게 콩밥 먹기 싫으면 그간 야금야금 해쳐먹은 액수에 시중금리를 붙인 다음, 죄다 동전으로 바꿔 버킷에 집어 넣으라고 권고하였다. 변태 같은 놈아, 그냥 액수만 맞춰 주면 되지 왜 꼭 동전으로 가져 오라는 것이냐, 따져 묻는 하이에나-절도범-그러나콩밥사절-적반하장-룸메이트에게 syo가 대답했다. 동전 모아서 테헤란로에 빌딩 올릴 거다, 이 잡놈아. 


버킷 리스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


가을이 왔다. 가을은 단풍의 계절, 붉은 계절이다. syo는 사상도 빨갛고, 프사의 얼굴도 빨갛고, 서재 이름도 흰 글씨에 빨간 바탕이고, 어딜 가나 맑덕(마르크스 덕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어제는 세 종류의 마르크스 평전을 페이퍼에 올렸는데, 세 권 다 표지가 아주 단풍마냥 빨갛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서재 친구분들이 꽤 계셨고, 그 중 한분과 댓글로 대화하는 중에 syo 왈, 가을은 빨간 단풍 마르크스의 계절,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가 없어서 아쉽다. 그러자 그 분 대답하시길,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라니, 그야말로 망삘이다. 뭐라고! 망삘이란 말입니까? 정말요?


그렇게 버킷 리스트 여덟 번째 항목이 탄생하였습니다.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 개최.




4


syo는 포기를 모른다. 버킷 리스트는 추가가 느려서 그렇지, 한 번 올라가면 결코 그냥 슬쩍 내려오지는 않는다. syo가 하고자 마음 먹은 것들 중, 하지 못한 것은 없다. 그저 "아직" 하지 못한 것만 수두룩할 뿐. 뭐, 저거 죽기 전까지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죽기 전에 다 할 거예요. 동전 모아서 테헤란 로에 빌딩도 올리고, 유시민 선생님이랑 건대 시민호프 가서 헌팅도 할 거고, 애기 멍멍이 300마리 데리고 풀밭에서 개처럼 뒹굴고 뛰어 놀기도 다 할 거라구요. 급할 거 없잖아요, 당장 내일 죽을 것도 아니고.


그러나 아무리 syo가 정신나간 놈이지만, 솔직히 1번은 어렵겠다 싶다. 최경환이 말아먹기 전이었다지만, 정말 철이 없었다. 사실 어느 땅값 싼 시골 나대지에 2층짜리 가건물 하나 올리고, 집 앞 공로에 '테헤란 로'라고 나무 팻말 하나 박아 놓는 얍삽이를 생각 중이다......


 


5

 

연휴라, 도서관이 주욱 쉰다. syo도 주우욱 쉰다. 명절 당일 친척집 방문 이외에 스케쥴이 전혀 없다. 놀면 뭐하겠노, 책이나 봐야지. 하여 연휴 독서 목록을 만들어 어거지로 스무 권을 꽉꽉 채워 빌려왔다. 내가 가진 책도 몇 권 넣었다. 연휴 동안 다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지만, 솔직히 절반만 읽어도 대박, 반의 반만 읽어도 선방이겠다. 저 두께 좀 보소.






<마르크스 일당>



1. 마르크스 평전 / 자크 아탈리

2.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 알렉스 켈리니코스

3. 자본과 노동 / 요한 모스트 외

4. 자본론 함께 읽기 / 박승호

5.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 류동민

6.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 이진경

7. 생각하는 마르크스 / 백승욱

8. 자본을 넘어선 자본 / 이진경

9. 칼 마르크스 전기 2 / 마르크스 레닌주의 연구소

10. 아미엥에서의 주장 / 루이 알튀세르

11.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 루크 페레터




<정신분석 패밀리>



12. 강영계 교수의 프로이트 정신분서학 이야기 / 강영계

13. 프로이트 패러다임 / 맹정현

14.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 강응섭

15. 라캉으로 시 읽기 / 이승훈

16. 리비돌로지 / 맹정현

17. 라캉의 인간학 / 백상현




< 그리고 그 외>



18. 난생 처음 경제 공부 / 박유연

19. 물욕 없는 세계 / 스가쓰케 마사노부

20. 히로시마 내 사랑 / 마르그리트 뒤라스

21. 일요일의 인문학 / 장석주

2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미카미 엔

23. 법 앞에서 / 프란츠 카프카



이게 될까? syo가 다독은 다독이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호기롭다, 호기로워. 질러 놓고 나중에 무슨 쪽을 얼마나 팔려고...... 오늘부터 식음을 전폐하고(말이 그렇다는 거지, 먹는다, 돼지처럼) 독서에 들어갑니다. 우리, 연휴 끝나고 살아서 만나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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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7-09-29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언젠가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가 생기면 저도 거기에 일조했다고 자랑할 수 있겠군요. 망삘인지 아닌지 꼭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ㅋ
그런데 읽기에 ˝울˝증이 왔다던 분 어디 가셨나요? 지난번 울증 호소가 진정이었음을 전제로, 이번 연휴에 syo님이 제일 먼저 집어들 책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일 것이라는 데 100원 걸겠습니다.

syo 2017-09-29 20:23   좋아요 1 | URL
대박, 정확히 1분전에 그 책을 다 읽고 읽은 책으로 등록하려 북플에 접속했는데.....

작두 타셔도 되겠어요. 이렇게 정확한 예측력을 보여주시니 마음이 더욱 무겁네요. 독서괭님 예측대로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는 망삘이란 말인가......

syo 2017-09-29 20:35   좋아요 0 | URL
아이고 도사님, syo가 다음에는 저중에 뭘 읽어야 연휴의 독서가 순풍순풍 잘 풀리겠습니까요....

독서괭 2017-09-29 20:46   좋아요 0 | URL
어흠 어디보자 어디보자아... 다음 책은...
예끼 요놈! 도에 기대어 독서를 하려 하다니 혼이 나야겠구나. 제일 두꺼워 보이는 <마르크스 평전>부터 읽거라!
(반말 드립 죄송합니다...)
꼭 다 읽으시고 페이퍼 쓰시는 겁니다 화이팅!!

syo 2017-09-29 20:49   좋아요 0 | URL
아이고 도사님, 그러므닙쇼, 시키는 대로 하게씁니다요. 굽신굽신. (두 손을 비비며 눈치를 슬쩍 보다가 복채를 안 내고 튄다)

독서괭 2017-09-29 21:05   좋아요 1 | URL
전국의 도서관에 수배령을 내린다... 어쩌고 저쩌고 썼다가 이러다 끝이 없을 것 같아 지웠습니다. 북플에서 농담따먹기를 하게 될 줄이야 ㅋㅋ
마르크스와 함께 긴긴 밤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17-09-2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책들 목록 엄청 근사하네요! 멋져!! 아무쪼록 다 읽으시기를요. 그리고 읽을때마다 페이퍼 써주기예요!!! >.<

syo 2017-09-29 20:24   좋아요 0 | URL
읽는 것도 큰 일인데요..... 벌써 호기롭게 벌려놓은 거 조금 후회중....ㅠ

sprenown 2017-09-2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스와 프로이트는 이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보나 혁신의 아이콘이지요! 결국은 인정 욕구인거 같아요..북풀 누르면서,,몇명이나좋아요! 했는지, 댓글은 얼마나 달렸는지..조금 잘난척 하자면.. 헤겔의 인정 욕구.. 애정 결핍일지도 모르죠. 글 좋아요! 그러니까, 그럼에도 중독되는 거...이게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떠나서 본능인 거겠지죠... 잘 나가는 장강명도 그럴테고.금정연도 마찬가지고.. 가만 보자, 내일 부터 10일 휴가를 어디를 갈까.. 제르미날 2를 들고 싸이판이나 다낭을 갈까? 고민되는 인간들도 있고.. 알바와 월급쟁이들,임금 노동자의 눈물. 그것이 악어의 눈물일까? 먹고 산다는게 참, 슬픈 일이구나! 결국은, 모두들 죽음은 두렵구나.산다는 거 천상병 시인의 말 처럼 소풍! 이구나.

syo 2017-09-29 20:34   좋아요 0 | URL
말씀 들으니 반드시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건해집니다. 장난 아니라 진짜요 ㅎ

sprenown 2017-09-2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세요...조금은 흥분을 가라 않으시고.. 과연 될까요? 이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서? 하면은 저도 깨갱 깨갱.. 성공하기는 힘들거예요. 인간이 얼마나 영악하지..통일 반대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아직 모르시고 그런 말씀하시지는 않겠죠?

syo 2017-09-29 21:05   좋아요 0 | URL
통일하고 마르크스가 관련이 있거나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요.....;; 그냥 축젠데요, 마르크스 부흥회나 제사 이런게 아니라 ㅎㅎㅎ

sprenown 2017-09-2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재충전 하세요! 책보다는 여행이나 아름다운 우리 강산 둘러보시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듯 싶네요... 막스나 자본의 유령에서 벗어나서.. 잘 주무시길!

syo 2017-09-29 21:08   좋아요 0 | URL
sprenown님도 좋은 추석 보내세요!! 그 유령들은 제가 잘 타일러서 명절 잘 보내고 오라고 하겠습니다 ㅎ

sprenown 2017-09-29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퇴 되지 않는 한, 여기 알라딘에서 독서 일기 쓸거예요...누가 보든 말든.여기에서 끝내 겠습니다. 노원역 까지 가야 하거든요 집에 인터넷이 안되고 컴퓨터도 없어요..나중에 뵙겠습니다.. 실물이든지 여기 알라딘에서든지.먹고 사는 게 차~암 힘드네요!

sprenown 2017-09-2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선물로 감 한 박스 보내드리고 싶은데,,물컹한 걸 루! 밝으시레한 놈으로

syo 2017-09-29 21:15   좋아요 0 | URL
아직 그걸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그게 더 감사하네요 ㅎㅎ

올해는 벌써 감 이래저래 실컷 먹는 중입니다^^

sprenown 2017-09-30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노원정보도서관입니다. 집에서 한 20분 걸어오면 도서관이 있다는게,게다가 디지털 룸에서 공짜로 인터넷을 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지... 사실 감 얘기는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해마다 특별한 인연이 있던 분에게서 진영단감을 1박스씩 받고 좋아 하셨던 추억이 있어서예요..조울증 치료도 할겸 단풍든 내장산에서 마르크스 축제 신나게 즐기고 오세요. 제가 의사는 아니어서 프로작을 처방해 드릴수는 없고... 적당한 운동과 여행이 좋을 듯 싶네요.. 저도 노안이 와서, 책 읽을때는 무척 피곤하더라고요. 맑고,푸른 하늘, 바람.. 참 좋은 날입니다. 저는 마르크스 축제보다 무정부주의자 축제, 아나키즘에 더 관심이 있긴 합니다... 내일도 노원정보도서관 오게 되면 글 올릴지 어떨지...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서민 지음 / 다시봄 / 2017


"syo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로 시작할까 하는데, 이것은 많은 여성들이 겪는 불편함, 그러니까 과거에는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었고 요즘은 "나는 메갈은 아니지만,"으로 운을 떼야 하는 그녀들의 고충과 상관 없는 일임을 미리 밝혀 본다. 언젠가 당당하게 "나도 페미니스트다 이 양반들아" 외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그만한 깜냥이 되지 않아 사리는 것 뿐이다. 이를테면, 유치원이나 학교나 기능이 대동소이해도 유치원 다니는 애들을 학생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럼 약속대로, syo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어디가서 행세하는 건 또 좋아하는 값싼 성격이라, 깨친 남자가 되려고 애를 꽤 쓰는 편이다. 그러나 인생행로가 박복하고 하늘의 뜻이 모질어, 주변에 여자라고는 가족이랑 여친 말고는 정말 1도 없는 퍽퍽한 삶을 오래도 견뎌왔다. 그 결과, 막상 깨친 남자 행세를 할라쳐도 주변 인물군상이 죄 남자 뿐이라 영 애로사항이 많은 것이다. 편견이라 하시면 반론하지는 않겠지만, 최소 syo의 주변을 표본으로 놓고 보면 과연 대구 놈들이 제일 문제라, 그야말로 맨 오브 맨, 가부장의 가부장들을 상대하자니 나의 얄팍한 깨침으로는 도통 이빨이 박히지를 않는다. 얼마나 막막하냐면, 야 그거 차별인데, 야 그거 혐오발언인데, 이렇게 지적하면 아니 syo야, 도대체 그런 재미있는 농담을 더 하고, 어디 농담 학원에라도 다니는 거니, 하는 식으로 파하하하 웃고 땡이다. 뭐 발끈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도대체가...... 그러니 syo는 눈알 하나 달린 도깨비들 마을에서 저 혼자 눈알 둘 달고 사는 도깨비가 된 기분이 든다.  


그러나 막상 눈알 하나 달린 도깨비들이 떼로 들고 일어나, 눈알 둘 달린 놈들 찾아서 하나를 뽑아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그때도 syo가 당당하게 내 눈알이 두 개요 하며 행세할 수 있을까? 그 지점에서 저자는 존경스럽다. "남자 페미니스트"라는 무시무시한 칭호가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저 책을 열어보면, 실제로 저자가 겪어야 했던 고난들이 눈물을 자아낼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지경에까지 와 있다. 이미 명망이 떠르르한 저자의 유머도 여전히 살아 있는데, 그게 또 아슬아슬하다. 함량은 확실히 여자 페미니스트들 성에 찰 만큼은 아닌 것 같고, 솔직히 머릿말의 기생충 이야기에 좀 뜨악한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응원한다. syo는 아직 "syo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같은 말을 써붙어야 하는 꼬꼬마고, 저자는 스스로 페미니즘을 응원하는 모든 남성들의 총알받이가 되었으므로, syo가 저자에게 줄 것은 결국 사랑 말고는 없겠다. 그리고 사랑은 마침내 구매로 이어지리라. 






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1

마르크스 평전 / 자카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 예담 / 2006


우리말로 번역된 마르크스 평전은 좀 더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이 세 권을 꼽는다. 그러니까 마르크스 평전계의 태희, 혜교, 지현이는 이사야 벌린, 프랜시스 윈, 자크 아탈리 되시겠다. 보시다시피 표지가 다들 어떻게든 빨갛다. 그래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편견이라면 편견이겠지만, 솔직히 나는 좋다. 마르크스를 좋아하기 전부터 빨간색을 가장 좋아했는데, 운명이란 그런 거지.


왕년에 세 권을 다 읽었었는데, 너무 왕년이라 가물가물 하지만, 이사야 벌린은 차가우면서 고급졌고, 프랜시스 윈은 깊으면서도 유머러스했으며, 자크 아탈리는 정열적이고 선동적이었다. 태혜지와의 매칭은 각자의 손에 맡기겠지만, 그녀들 중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듯, 저 책들도 세 권이 제각기 다 괜찮다. 


하나씩 다시 읽는 중이고, 어제 이사야 벌린을 마쳤는데, 저 양반, 정말 엄청난 사람이다. 저 책은 그의 나이 28세에 쓴 것으로 그의 첫 작품이라는데, 세상에, syo한테는 28년이 아니라 56년, 94년을 줘도 저런 책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확실한 절망감이 엄습한다. 가끔 문장이 너무 좋아서 원문은 어떤가 읽어보면, 영언데 더 좋다. 희한하다. syo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암만 영어를 못해도 그 글 좋은 줄은 알 수 있게, 그렇게 쓴다, 저 사람이.


이사야 벌린은 서문에서 어떤 범죄를 아주 능청맞게 고발하고 있다. "애초에 써 놓은 원고는 이 책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이었다. 그러나 <홈 유니버시티 라이브러리> 편집자들의 엄격한 요구로, 철학적, 경제학적, 사회학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빼버리고 대신에 주로 지적 전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천인공노할 <홈 유니버시티 라이브러리> 편집자 놈들아! 여봐라, 개작두를 대령하라..... 그대들은 "가장 훌륭한 마르크스 평전"이 될 뻔한 글을 "가장 훌륭한 마르크스 평전들 중 하나"로 만드는 역사의 대죄를 저질렀으므로, 불지옥에서 그 죄를 태워 없애야 할 것이다. 그대들은 아무리 뜨거워도 십 년에 한 번만 몸을 뒤집을 수 있고, 영원토록 삼겹살만 지급될 것이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모든 것은 눈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래 보아야 어여쁘다. 어여쁜 것들을 꾸짖고 넘어뜨리는 것들이 밉다. 미운 것 역시 오래 보아야 미운 셈이다. 어여쁘고 미운 것들이 시를 짓는다. 그 시는 눈 닿는 세상의 모든 구석에 꿀처럼 술처럼 묻어 있다. 여기저기 고여 있다. 시인의 손가락이 시를 푸욱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달고 쓰고 맵고 시고 온갖 맛이 난다. "아, 달고 쓰고 맵고 시구나." 그러구나, 시구나. 맞다. 그러면 시다. 시인의 그 말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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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9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 것은 사랑밖에 없다니! ❤️

syo 2017-09-29 07: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syo는 그런 남자인 것임니다.

단발머리 2017-09-2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마르크스, 빨간 책 세권 완전 멋지네요~~~
저는 하나만 고르라면, syo님이 극찬하신 이사야 벌린의 책을 읽어야겠어요.
syo님도 자세히 보니, 분노의 빨간 포도알갱이인데요^^

syo 2017-09-29 09:30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바로 보셨어요. syo가 바로 분노의 ˝빨간˝ 포도알갱이가 맞지요.

근데, 혹시 처음 마르크스 평전을 보시는 거라면 가운데 있는 놈을 권합니다.

단발머리 2017-09-29 09:32   좋아요 0 | URL
혹시 처음 마르크스 평전을 보려고 하는 1인이거든요.
근데, syo님이 영어문장도 좋다~~ 하시어서 전, 이샤야 쪽으로 마음이 가고 있었는데...
초심자에겐 무리일까요? 너무 두꺼운가요? ㅎㅎㅎㅎ

syo 2017-09-29 09:58   좋아요 0 | URL
아뇨, 얇은데, 단순히 페이지 수로 보면 세 권 중 제일 얇긴 한데, 되게 옛날 책이기도 하구요. 진짜 ˝철학적, 경제학적, 사회학적 쟁점˝들은 툭툭 던지고 지나가는 느낌이거든요. 물론 그 툭툭 던진 게 집채만하가는 하지만....

뭐랄까, 마르크스를 잘 알게 된다기 보다는 마르크스를 평하는 모습을 통해 이사야 벌린을 알게 된다는 느낌도 좀 있어서요. 평전은 처음이시지만 마르크스에 대해 좀 아신다면 거리낌 없이 권하겠으나, 그런 게 아니시라면 처음 읽기에는 프랜시스 윈이 제일 낫지 않나 해요. 윈도 문장 괜찮아요. 그리고 믿고 읽는 정영목 선생님 번역.

2017-09-29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9-29 10:04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고구마 사이즈 정도만 던지셔도 전 날아갑니다.
두번째 책은 자세히 안 봐서 몰랐어요. 믿고 읽는 정영목 선생님 번역이면 아무렴요, 시작은 <마르크스 평전>으로 해야겠네요.
심장이 두근두근 하네요. ㅎㅎㅎㅎㅎ

2017-09-29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7-09-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나는 메갈은 아니지만,˝으로 운을 떼야 하는 그녀들의 고충 - 이 말에 십분 공감합니다. 메갈이 이슈화 되면서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자들의 기세가 더 등등해진 건 아닌지... / 그동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남성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도 참 많은 고난이 따르겠군요.
마르크스-예쁜 빨강빨강이네요! 가을엔 마르크스!인가요ㅎ

syo 2017-09-29 10:2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무릇 가을에는 빨강빨강이 제맛이지요. 단풍과 잘 어울리잖아요. 비록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 이런 건 없지만....

독서괭 2017-09-29 10:53   좋아요 1 | URL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라니 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해도 망삘인걸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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