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야, 넌 집 대신 담배와 위스키를 선택했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집은 없어도 취향은 있다던 니 말이 아팠어.
집만 있고 취향을 잃어버린 니 친구들은 더 아팠어.
우리들은 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하는 걸까.
그래도 집을 포기하는 네가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어. 집이 없어도 나의 존엄은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야 했는 데. 빚이 없었어야 했는 데. 너처럼. 애초에 그랬어야 했을 지도 모르는 데.
_
영화 다 보고 생각해 봤어. 나에겐 뭐가 있을까.
존엄처럼 여기는 포기할 수 없는 -
그것만 있어도 되는 세가지가.
너 처럼 나도 있는 것 같아.
고양이, 책, 그리고 조금은 비싼 양장 노트와 펜.
사랑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삶에서 꼭 세가지만 남겨야 한다면. 그걸로 할래.
그런데 고양이도 집이 있어야 키우고 책들도 집에 둬야하니까 결국 집이 있어야는 겠더라. 그래서. 난 너 처럼 멋질 수가 없는 거구나. 미소야.
_
이 빚으로 만들어낸
조그마한 공간을 빌리는 데
그리고 유지하는 데에도
너무 많은 삶이 들어가.
내 삶이 아까워서 고양이를 쓰다듬을 시간과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을 억지로 우겨넣는 데- 가끔은 그것도 무리인지 몸이 아파. 미소야. 그래서 한번씩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되게 굴어.
미소야. 난 왜 이 모양일까.
_
우리들은 정말로 ‘겨우’ 집 때문에 취향과 존엄과 시간과 젊음과 사랑을 잃어야 하는 걸까.
그러니까.
다들,
멀리서 보면 멀쩡해 보이는 데말야,
사실 가까이 들여다 보면 말야. 정말로는 괜찮지 않은 거지.
영화 속의 네 친구들 처럼. 괜찮을 수가 없는 거지. 우리는.
_
어디선가 만나게 되면 위스키 한잔 사주고 싶어.
담배도 나눠 피우고.
고마워 미소야.
취향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어디서든 꼭 그렇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난 너를 응원해.
그리고 나도 응원해줘.
우리들의 세가지를 절대로 지켜내자고. 포기하지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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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8-12-04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영화, 참 좋았어요!

공쟝쟝 2018-12-06 17:16   좋아요 1 | URL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죠 ㅜ0ㅠ 넘좋은 영화 흑흑
 



올해 읽은 책 90권 돌파! 하면서 신났는데 157권 샀네ㅋㅋㅋ 
(이 후로 3권 더사고 어제 2권 더샀으니 162권이얔ㅋㅋㅋ) 
돈 벌어서 알라딘에서 탕진했엌ㅋㅋㅋㅋㅋ 내가 살아서 상위 1%를 뭘 사/면/서 해볼줄이야..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이니까...이거 되게 좋은 건데 왜 눈물잌ㅋㅋ😭😭😭😭

“알라딘 대표이사 조유식님.. 제돈 이백만원으로 연말에 직원들이랑 좋은거 먹으세요.. 꼭 직원 복지에 써주십시오!!!”

그러게.. 나 옷도 신발도 화장품도 안사고 (원래 안삼)
미용실도 딱 두번 갔는데..#어쩐지돈이없더라 #어쩐지집이좁더라

대부분 중고책이긴 했다고 위안하려 했으나, 중고책 배송료 아쉬워서 안살책도 많이 산거 생각하니 또 속상하고...

송두율 신영복은 1월에 올해안에 가로지르기해보겠다 맘먹고 사놓고 미투 나오면서 1도 안펴보고.. 
당시엔 이름도 잘몰랐던 권김현영을 많이 샀대.. 페미니즘의 한해였고나......

내년엔 진짜 있는 책 파먹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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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2-02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보다 산 책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독서의 도도한 불균형은 도저히
깰 도리가 없어 보이네요 ㅠㅠ

공쟝쟝 2018-12-02 12:31   좋아요 1 | URL
사고 읽고 쓰는 것이 독서취미자의 루틴이라면 역시 사는 것의 1/3을 읽고, 읽는 것의 1/3을 쓰고 하는 거 같아요.. ㅋㅋ

북프리쿠키 2018-12-02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내년엔 진짜 있는 책 파먹기 하입시다.
조유식님에게 상위1% 안에 드는 사람들은 연말 회식이라도 함 해달라고
국민청원 넣어야 될 판입니다..ㅋㅋ

공쟝쟝 2018-12-02 12:32   좋아요 1 | URL
조유식님은 듣고 계십니까...???ㅋㅋㅋ 아마 상위 1%가 알라딘의 30% 매출을 담당하고 있지 않을 까요? ㅋㅋㅋ

북깨비 2018-12-02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송료 아끼려다 안 살 책 많이 샀습니다. ㅠㅠ

공쟝쟝 2018-12-02 12:32   좋아요 1 | URL
그것들을 알라딘에 되팔다보면 내가 뭔짓을 하고 있나 싶을 때가.....

북깨비 2018-12-02 15:19   좋아요 1 | URL
ㅠㅠㅠ 아아 쟝쟝님도 잘 아시는군요. 저는 가끔 읽지도 않고 팔기도 한답니다. ㅠㅠ 배송비 생각하다 끼워 넣어 산 책들은 받아보고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에 몇달 쌓아두고 있다가 결국 다른 책 살 돈 없을때 다시 알라딘에 중고로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이 어리석은 짓을 대체 왜 반복하는지 ㅠㅠㅠ

공쟝쟝 2018-12-03 09:11   좋아요 1 | URL
알지요 알지요... 넘 잘알지요.. 근데 그게 같은 책이어서..두번 사고 팔때도...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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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벅차기 때문에 (그냥 읽었다는 것 자체가..?!) 독후감은 나중에..

덕지덕지 바른 빨갛고 분홍인 플래그 사이에 빛나는 노랑색은
p.577 아래에서 세번째 오타
기가 큰 흑인 -> 키가 큰 흑인


페미니즘 책읽기 11월의 책.
오늘은 12월.. 나 꼴등인가?

주석 빼고 664..하루 동안 150페이지 벼락치기..
당분간 판형작고 가벼운 300페이지 미만 책만 볼 거다.

그러나 잔킹 언니는 말씀 하셨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자 했던 자신의 결심은 절대 후회한 적이 없다”고.
그러므로 나도... 후회는 없으며...
올해 안에는 벽돌책을 두어권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으응??

_
덧, 올해 읽은 가장 두꺼운 책인줄 알았으나, 두번째였음. 방금 확인해본 민중의 세계사 주석빼고 784.. 
음... 이 두꺼운 책들을 읽었다고?? 학생 때도 전공서적으로도 해본적 없는 짓 인데..나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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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01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플래그와 표지가 빠알간 것이 너무 사랑스럽네요.

제목에 연도랑 월, 시, 분은 있는데 일자가 누락된 것 같아요!!

공쟝쟝 2018-12-01 22:55   좋아요 0 | URL
글에 오타 지적해 놓고 나는 제목에 오타 냈다니... 재빠른 수정을.. 스요님 비롯 여러분의 칭찬을 듣기 위해 허겁지겁 올렸습니당 🙋🏻‍♀️🙋🏻‍♀️🙋🏻‍♀️🙋🏻‍♀️ 저요 저요 저도 읽었어용!

syo 2018-12-01 23:06   좋아요 1 | URL
산뜻하게 닉네임도 바꾸셨네요. 저요 저요 아이x4랑도 잘 어울리구요 ㅎㅎ

공쟝쟝 2018-12-01 23:12   좋아요 1 | URL
tmi지만 .. 앞에 붙은 공장은 자주쓰는 닉넴이 넘 짧아서 수년전에 별생각없이 붙인 거였는데.. 얼마전에 보니 김어준씨가 뉴스공장 공장장이 더라구요zzzz 저언혀 팬이라거나 그와의 어떤 공감대가 없기 때문에... 괜히 의식되어... 공장을 떼었습니다. 👥👥👥

다락방 2018-12-02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 고생했어요 쟝쟝님! 기어코 해내셨네요! 축하합니다. 깍 >.<
저, 이제 얇은 책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뒤 페미사이드 갑시다!!

단발머리 2018-12-02 07:51   좋아요 1 | URL
호흡 가다듬는 독서 전문가 다락방님, 굿모닝?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18-12-02 10:38   좋아요 0 | URL
페미사이드 고고!

단발머리 2018-12-02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빠알개서 그런지 분홍색 빨강색 플래그인 강렬하게 이뻐요! 이런 방식으로 예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요.
대단하세요. 읽는다는 것 쉬운일일지 몰라도, 그렇잖아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목에 걸리고 힘들고 그런데...
쟝쟝님, 멋지십니다!!!
같이 해서 너무 좋구요. 12월에도 우리 책 얘기, 플래그인 인 얘기 많이 많이 나눠요!!!

공쟝쟝 2018-12-02 10:40   좋아요 0 | URL
어제 뒤늦게야 선생님들의 백래시 리뷰들을 읽으며 12월에는 게으름 안부리고, 꼬박꼬박 따라가며 함께 읽고 나누는 글써야지 싶었어요~!! 함께 이야기 나눠용~!!

양천재 2018-12-07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
음악을 정말 많이 듣게 되는 시기. 그리고 그 때 좋아하는 인생 가수와 그의 정서들.
나에겐 그 시절이 아마 고3이지 싶고, 저녁 야자 급식값 뽀려서 굶어가며 시디 샀었더랬다. mp3로 엄청 갈아타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난 시디피가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애 가장 여러가지 음악을 많이 듣던 시기...
비틀즈, 라디오헤드, 딥퍼플, 메탈리카 그리고 퀸을 좋아했었다. 제일 좋아하는 밴드는 역시 퀸이었다. 솔직히 비틀즈도 좋아했지만 퀸을 좋아하는 게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다.
120분간의 영화를 보며 아직까진 여전히 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_
그런 시기가 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팽개치고라도 새로운 관계와 조건을 좇을 때가 있다. 필연적으로 가족 혹은 뿌리를 떠나고 싶을 때. 더 발전하고 싶다는 이유로 합리화 하면서, 돌아오라는 이들을 뿌리치면서.
단절은 보지 못한 세계를 열어주기도 하지만, 그 시기의 내면을 잘 다독이지 않으면 나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외로움과 공허의 상태를 잘 파고드는 유해한 관계, 요구들이 있다. 가능성을 시험해보기로 단절을 결단 한 나는 그들에게 삶의 핸들을 통째로 내주기도 한다.
_
우리는 그 시기를 겪어낸다.
그리고 돌아오거나 돌아오지 못하거나,
나아가거나 나아가지 못하거나.
옳고/그름과 좋고/나쁨 이라는 도식화로 정리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삶이 내보이는 어떤 진실을 저마다가 알아 갈 뿐 임을.
_
누구에게나 영화 속 ‘프레디’ 같은 시기가 있지 않을까.
약하고 여리기도 하며, 혼란스러워서 치명적인.
또 반짝반짝 빛나지만 유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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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8-11-07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시기가 있어서 엄청 공감해요.^^

공쟝쟝 2018-11-07 22:52   좋아요 1 | URL
그런 시기를 선명하게 보여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음악두 좋고~ 내리기 전에 보셔요~~ 영화 추천드려요.. ㅠㅡㅠ

잠자냥 2018-11-08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늦은 밤 이 영화를 봤는데 울다 웃다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퀸의 팬이라면 무조건 별 다섯 개짜리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으아. 그 라이브 에이드 현장이란!

공쟝쟝 2018-11-08 17:59   좋아요 0 | URL
영화 시작하자 마자 소오름이...

카알벨루치 2018-11-08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드 머큐리, 갑이죠!

공쟝쟝 2018-11-08 17:59   좋아요 0 | URL
목소리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더군요..
 
[블루레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일반판
루카 과다니노 감독, 아미 해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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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자연과 벗삼아서 좀 더 오감을 개방하며 막살걸 그랬나보다... 막막 두 청춘이 산 타면서 뛰어다니는 데, 뭔가 펄떡펄떡 한 것이.. 대자연과 젊음은 참 좋은 조합이지 싶다 🤤 (막상 젊을 때 산과 야외활동을 증오했던 본인을 반성함)
_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 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니?”
_

느끼는 것. 삶의 감각. 열어두는 것.
그 중요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사회는 그 경험의 기회들을 미래의 어느 날로 미루라고 주문했고, 우리는 훗날의 기약으로 유예하느라 현실마저 유예 하는 삶을 습관 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를 살거나 미래를 살거나 아니면 가상의 관계망을 살거나.
_
느낌을 느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요즘 많이 느낀다. 그 날이 오면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의 힘듦을 합리화하는. 결국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했던 지난 날이 급 억울해지는 밤. 영화를 보고 나니 펄떡펄떡 선득선득 살아있는 몸 느끼고 싶다. (쓰고 보니 야한데..)
어쩔 수 없지, 스쿼트 좀 하고 근육통이나 느끼며 자야겠다. 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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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10-19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면서 저는 왜 여름이 청춘을 대표하는 계절인지 알겠더라구요.
수영도 자전거 타기도 못하는데 그 두 가지를 막막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ㅋㅋ
두 사람의 열정을 고스란히 닮은 이탈리아의 여름 풍경에 흠뻑 취해서 봤던 영화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