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몸과 계급, 자본을 넘나들며 현재를 조명한다. 권력과 부가 그러하듯 가난 역시 비슷한 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계급을 가로질러, 각각이 두른 포장지를 벗겨낸다. 남는 것은 다시 몸이다. 욕망과 공허의 톱니바퀴는 자본주의 아래 쉼 없이 돌아간다. 이 소설 안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도.
많은 청년은 가상화폐나 로또 당첨만이 계급 사다리를 무너뜨리는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한다. 경제서적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쓴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미 마르크스의 이론은 현재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어쩌자는 걸까. 이제 그 고민을 적극적으로 나눌 시간이다.
앞으로 계속 이사 다닐 걸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집을 사야하나 고민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내집마련은 내가 선택할 수도 감행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는 걸 안다. 나한텐 끌어모을 영혼도 없으니까. 거주 형태와 무관하게 ‘내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지나온 집들에서 느꼈다는 것. 그거면 됐다.
이해할 수도 없을만큼 미련하고 답답한 엄마의 모습에 수시로 울화가 치솟지만, 내가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던 순간들. 엄마가 고생하는 게 싫어서, 아무리 설명해도 견고한 엄마의 세계가 짜증나서. 여러 이유가 있을테다. 그렇게 딸들은 엄마를, 그의 삶을 온몸으로 배우고 감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