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 오는 날의 금요일

 

 

 

 

 

 

어제 새벽에 비가 내렸다. 너무나도 조용할 정도로 가느다란 빗방울이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가 쌀쌀했다. 하필 어제가 개강하는 날이라서 학교를 안 갈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따사로운 햇살을 좀처럼 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린 날씨였지만 그 날 따라 기분은 좋았다. 기간상으로는 3월의 둘째날이지만 일정상 2012년도 1학기를 시작하는 뜻 깊은 날이다. 그리고 이제 막 3월이 시작되는 날에 내리는 이 비는 이제 곧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껴지게 만드는 봄비이기도 하다.

 

때마침 비가 오는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학교 가는 버스 안 라디오에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가 흐르고 있었다. 강인원, 권인하, 김현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원곡이었다. 내가 아기(!)였을 때 나온 추억의 노래이지만 SG워너비의 리메이크 곡과 '나가수' 경연 때 부른 박정현 버젼보다 더 좋아한다. SG워너비의 리메이크 곡은 오히려 과한 바이브레이션 때문에 원곡에서 묻어 나오는 비가 오는 날에 느껴질 수 있는 행복한 기분이 나지 않는다. 박정현 버젼은 박정현의 목소리에서만 묻어 나올 수 있는 애절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 역시 비 오는 날에 느껴지는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원곡 같은 경우에는 노래의 도입부과 마지막에 나오는,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강인원의 음색과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하는 김현식과 권인하의 고음은 절묘하게 어울린다. 시작할 때 나오는 강인원의 음색이 이제 막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려준면서 우리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준다면 중간에 나오는 김현식과 권인하의 음색은 비 내리는 날에 느껴지는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흠뻑 적셔주게 만들어 준다.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콜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빛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마치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클라이맥스의 노랫말처럼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이런 날을 즐겁고 행복하게 받아들이길 바랬지만 오히려 비가 오고 쌀쌀하기만한 날씨에 대해서 불평, 불만을 늘어놓은 채 얼굴을 찌푸렸다. 비가 오고 있는 이 날에 좋아하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강의실에 드나들게 되면서 비에 젖은 우산을 펼치다가 또 다시 접어야 하는 식으로 보관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친구도 있었다.

 

 

 

 

 #2  알라딘, 보고 있나?

 

오늘 아침에 듣었던 강의가 '마케팅원론'이다. 수업 첫 날이라서 간략하게 수업 방식과 추후 하게 될 과제에 대해서 소개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과목의 과제다. 과제 주제가 기업의 마케팅에 대한 불평, 불만사항을 직접 편지나 메일로 전달하여 기업으로부터 받은 사항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일종의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처음 과제 주제를 듣는 순간, 벌써부터 난감해졌지만 머릿속에 순간 그 유명한 '기업'이 떠올렸다.  알라딘!!!!!!!!!   유레카~~~   그나마 나에게 친숙한 유일한 기업이라고는 알라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알라딘을 '기업'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렇지만, 어쨌든 알라딘이라는 온라인 서점도 영리를 위하여 책을 판매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아직 마케팅의 '마'자도 모른 상태이고 알라딘 서재 블로그를 시작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터라 알라딘이 펼치고 있는 마케팅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많다. 간혹 알라딘에 대한 불만, 문의사항을 게시판에 작성할 수 있는 '서재지기 서재'를 확인하곤 하는데 일단은 그 곳에서 알라딘 기업에 대한 고객의 불만사항들을 토대로 계량적인 분석 과정을 통해 공통적인 내용의 표본을 추출하여 조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알라딘 블로그에서만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알라딘의 모든 마케팅 활동을 꼼꼼하게 파악해야 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 수업을 열심히 들을 수 밖에. 마케팅의 기본도 모른 채 불만을 제기하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비록 과제를 위한 목적에서 하는 것이지만 이번 과제를 통해서 알라딘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하나의 발판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알라딘 서점을 오래 이용해 본 분들에게는 알라딘 마케팅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크게 고쳐져야 할' 커다란 문제점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서점을 이용하면서 이렇다 할 불이익을 겪지 못했다.

 

알라딘 서점을 5년 이상 애용하신 분들 중에 알라딘 마케팅에서 불만사항이나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로 보내주신다면 내가 과제 작성하는 데 있어서만이 아니라 알라딘이라는 온라인 서점이 크게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3  '대학교재' 등골 브레이커  

 

 

 

 

 

 

 

 

 

 

 

 

 

 

 

 

 

 

 

나는 항상 주위 동기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교재를 구입하느냐 안 하는냐에 따라 성적의 결과가 달라진다.'   멋진 명언처럼 보이게 썼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교재를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공부하는 데 있어서 교재구입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이미 학창 시절을 경험한 어른들은 공부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교재를 구입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라고 말하시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어른들의 말에 동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대학교재 구입은 어려울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대학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고생하는 마당에 교재 두, 세 권 사는데 5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바쁜 시간 쪼개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판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 입장에서는 직접 공부할 교재를 구입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나 역시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대학교재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년 학기 때부터는 제본을 하기 시작했는데 직접 교재를 구입하면서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 구입해야 할 대학교재는 총 4권인데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격으로 합산하면 10만 원이 넘는다. 사실 대학교재를 무단으로 복사하거나 제본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불법이다. 하지만 경기 불황은 대학가 캠퍼스도 피할 수 없다. 혹자는 불법으로 교재를 제본하거나 일부 복사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는 학생들이라고 볼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싫어서. 교재 사는 비용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공부를 하고 싶은데 대학교재를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저소득층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4  스터디메이커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학생일수록 학구열에 대한 열망이 강하며 비용이 아까워더라도 대학교재를 꼭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왠만하면 내가 사용한 교재는 되도록이면 팔지도 않고 보관한다거나 친한 동기들에게 물려주는 편이다. 한 번 배운 강의 교재는 언젠가는 훗날 써먹을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내 방의 서재에 항상 꽂아둔다. 그리고 가끔 행정학을 복습할 기회가 있을 때 요긴하게 사용하곤 한다.

 

작년에 3학년 과목인 '법과 사회' 강의를 미리 듣은 적이 있게 되어서 이번에 이 수업을 듣게 되는  

동기를 위해서 강의 시간에 썼던 교재를 물려주기로 했다. 그 한 권의 교재 덕분에 그 교재를 받게 된 동기뿐만 아니라 가지고 역시 그 수업을 듣게 되는 4명의 동기들도 제본을 할 수 있었기에 교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물려준 이 한 권의 교재가 5명의 학생들을 구제했던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교재를 물려주기에는 조금은 망설인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필기가 워낙 잘 했고 중간, 기말고사 시험 출제 내용까지 너무나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제본된 교재를 이용하는 공부의 단점이다. 미리 밑줄이나 메모가 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려는 학생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주도적인 학습을 유발하기가 어려우며 결국에는 남이 먼저 한 공부를 그대로 흉내낸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세서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그러한 문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해야 할 공부들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내가 5명의 친구들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이 교재에 중간, 기말고사에 출제되는 모든 시험 범위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이 공부하기 편한 교재를 사용한다면 당연히 A+를 받아야 되고, 못 해도 최소 A학점은 나와 줘야 한다. 만약에 이 과목에서 B- 학점 이하의 성적이 나오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

 

이런 내기를 제안함으로써 은근히 친구들이 공부하려는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학교 다니면서 만나고 있는 남자 동기 20명 중에 한 두명 정도는 달랑 한 과목만 A+ 학점을 받을 뿐 나머지는 B+ 학점 이하를 받거나 심할 때는 F 학점을 맞은 경험이 있다. 정말 오랫동안 공부와 담 쌓은 철 없는 놈들이다.

 

개강 첫 날, 학기를 시작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친구들로부터 공부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이들을 지켜본 친구로써 이들의 마음이 제발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들의 바램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험에 나오는 정보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공부 방법을 전수해주고 싶다. 나도 잘 되면서도 남도 잘 되면 좋지 아니한가. 과연 이들의 노력이 학기 말에는 성과의 결실을 맺으면서 누가 최후의 웃음을 짓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이번 2012학년 1학기의 대학생활,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면서 기대된다.  

 

 

 

 

 

P.S> 알라딘 블로그를 하면서 처음으로 페이퍼에 동영상을 올려 봤다.

 

며칠 전에 유투브 동영상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신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좋은 정보를 알려주신 다락방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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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0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유투브 정말 너의 서재에선 처음 보네.
나도 아직 잘 모르는데. 가끔 알고 싶은 때도 있지만 기계에 별 흥미가 없어
알고 싶다가도 그만 둔다.

알라딘을 상대로 마케팅 실습(?)을 하는구나.
서점이 불만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니? 옛날에 동네 서점 이용할 때 마일리지가 있었냐? 적립금 준다는 마케팅이 있었냐? 불만이 있다면 그건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일 거야.
재작년이던가? 그때 그 사건 알지? 초상권. 물론 1차적인건 그 출판사에 있지만 적극 대응 못한 알라딘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 그리고 난 정신적 보상을 요구했지만 형식에 그친 것. 지금도 그것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으니 애매해.
내가 말하려 하는 건 알라딘 뿐만 아니라 각 기업마다 고객에 대한 그 어떤 정신적 피해 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 궁금해.

그리고 내가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 적립금 제도에 문제점은 없는지. 하는 불만. 더구나 영화 서비스 없어지면서 영화 리뷰에 대한 당선작을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어. dvd로 대체되는 건가?
그리고 리뷰대회는 타사에 비해 참 적게 여는 것 같아. 뭐 이건 불만이라기 보단 아쉬움에겠지. 그런 등등.ㅋ

아, 근데 네 서재엔 봄이 왔구나.
나도 뭔가 새로 옷을 입혀줘야 할 것 같은데 마땅한 옷이 없네.ㅋㅋ

cyrus 2012-03-03 14:43   좋아요 0 | URL
아직 과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 그래도 누님이
언급하신 정신적 피해 보상에 관련된 부분은 참고해볼께요. ^^

저도 서재 바탕화면 10분 정도 고른 끝에 바꾼거에요 ㅎㅎ
서재 바탕화면도 새로운 걸로 업데이트되었으면 좋겠어요 ^^

아이리시스 2012-03-0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강했군요! 이번 학기에는 연애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역시 장학금도요.^^

cyrus 2012-03-03 14:44   좋아요 0 | URL
연애는,, 모르겠어요. 올해도 그냥 조용히 지나갈 거 같아요 ^^;;

이진 2012-03-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그 한글로 인하여 모든 알라디너들이 도움을 받으셨다니 왜 제가 다 흐뭇하고 기쁠까요 ㅎㅎㅎ
이것이 대학의 수준이군요. 알라딘으로 마케팅 실습을 벌이다니 뜻깊은것 같아요. 저도 아직 입성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그닥 불편한 점은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부디 멋진 보고서 써내시길 바라며 ^_^

cyrus 2012-03-03 14:4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블로그를 통해 서로 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고 행복한 일이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함께 듣는 것도요. ^^


카스피 2012-03-0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 알라딘 마케팅팀은 좀 고생하시겠는데요^^

cyrus 2012-03-05 14:46   좋아요 0 | URL
고생시키려면 제가 마케팅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는데요, 오히려
제가 더 고생할거 같아요 ^^;;

blanca 2012-03-0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재는 여전히 비싸군요. 제가 대학 다닐 때도 한 권 사는 것도 참 부담이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대학때 산 교재들이 친정에 있답니다.^^;; 알라딘의 마케팅 분석이라니 의미도 있고 여러 모로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cyrus 2012-03-05 14:4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도 대학교재들을 간직하고 계시는군요, 졸업 후에도
언젠가는 다시 들춰보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남에게 팔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에 공부할 의지가 있는 친구나 후배가 있다면 기꺼이
줄 의향은 있어요 ^^

반딧불이 2012-03-0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질(?)을 이렇게 학구적으로 하시다니....all A학점 받으실만 하십니다.
마케팅론 수업에 도움이 될만한 불만이 생기면 당장 이리로 달려오겠습니다.

cyrus 2012-03-05 14:48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반딧불이님 ^^

마녀고양이 2012-03-0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시루스님, 이번 학기에는 알라딘을 타켓으로 마케팅 과제를?
넘넘 흥미로운데요. 잼나기도 하고, 우려스럽기도 하고... 머..... ^^
저는 그냥 포기니까요. 큭큭.

여하간 나중에 꼭 결과를 페이퍼를 통해 공개하시기예요. 화이팅!

cyrus 2012-03-05 14:4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우려스러운 마음이 들긴 해요. 괜히 램프 건드리다가는
여기서 퇴출당하는건 아닌지 한편으로는 걱정도 드네요. ^^;;


다락방 2012-03-1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____^
 

 

 

 

 건축가 루시우스의 황당한 시간여행

 

 

 

 

 

 

 

 

 

 

 

 

 

 

 

 

 

 

 

며칠 전에 IPTV를 통해 재미있는 내용의 만화를 봤다. 야마자키 마리『테르마이 로마이』라는 만화다. 고대 로마 목욕탕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만화의 상상력과 소재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역사물이면서도 개그를 가미한 재미있는 만화다.

 

만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로마의 목욕탕 건축가 루시우스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갑자기 일본의 현대 목욕탕으로 시공간 이동을 했다가 로마로 돌아온 뒤 일본의 목욕문화를 로마에 소개해 대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테르마이 로마이』일본어판 3권 (알라딘 내 서지검색 불가능)

 

  표지에 등장하는 머리를 감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어디선가 본 듯 낯익더라 했었는데,,

  알고 보니 로마 시대에 제작된 '라오콘 상'일부분이었다.  

  커다란 뱀에 의해 고통스러워 죽어가는 라오콘을 만화 표지에서는 머리 감는 남자로

  만들다니..  만화가의 패러디에 절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테르마이 로마이』일본어판 4권

   

 

 

내가 IPTV로 본 것은 일본 후지 TV에서 3부작으로 방영된 TV판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의 각 한 권당 총 5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일본에서는 4권까지 출간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현재 2권까지 번역, 출간되었음) TV판은 3부작 총 6편의 에피스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 원작에 있는 내용들이다. 만화 원작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써는 TV판으로나마『테르마이 로마이』의 내용 일부만 볼 수 있어서 아쉬운 감이 들었다. (『테르마이 로마이』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일본에서는 원작을 토대로 실사 영화로 작년부터 제작, 촬영 중이며 내년에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고대 로마와 일본은 모두 화산 국가이며 온천이 발달했고, 목욕 문화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연결고리에서 시작한 만화는 고대와 현대를 오가며 동서양 목욕 기구와 문화의 차이 등등을 더해 매회 유쾌한 개그 에피소드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픽션이라고 해서 이 만화를 그저 웃음을 유발하는 가벼운 만화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테르마이 로마이』TV판 에피소드 중 장면.  만화 주인공이자 로마의 건축가인 루시우스이다. 그가 쥐고 있는 갈개 모양의 물건은 스트리질이라는 목욕 도구이다. 고대 로마인들이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묻은 먼지나 때를 벗겨내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때밀이'다.

 

 

 

 

만화 곳곳에 등장하는 로마의 건축양식과 주변 인물들은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한 만화가의 경험과 철저한 자료 고증을 통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남편 역시 이탈리아 유학생활 중에 만난 이탈리아 출신이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소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황제의 손자이자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과거 지나간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황제가 지켜야 할 덕목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터라 이 소설에서 하드리아누스가 자신의 동성애적 취향을 언급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테르마이 로마이』에피소드에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76~138)가 등장하는데 루시우스가 최고의 목욕탕을 만들 것을 주문하는 의뢰인으로 등장하며 만화에서는 미소년을 좋아하는 동성애자로 나온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팍스 로마나를 이룩한 5현제 중의 한 사람으로 로마의 전성시대를 마련한 군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로 동성애를 즐겼다고 한다. 그 당시 로마에는 동성애가가 보편적인 문화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자신보다 어린 미소년을 자신의 궁전에 불러들여 함께 생활을 했는데 그 중에 황제로부터 많은 총애를 받은 자가 안티노오스(안티누스, ?~130)였다. 그는 황제마저도 혹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오랜 수명을 누리지 못한 채 이집트에서 사망하고 말았는데 어느 문헌에 의하면 황제의 제물이 되었다거나 본인 스스로 나일 강에 투신자살했다고 전해진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사랑했던 미소년 안티노오스의 흉상 모작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스럽게 여기던 안티노오스가 죽자, 실의에 빠진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로마 전역 곳곳에 안티노오스의 조상을 여러 개 세움으로써 그의 행적과 생전의 아름다움을 추모했다. 오늘날까지도 안티노오스의 조상 또는 흉상 모작이 남아 있는데 로마인들이 극찬했던 전형적인 '꽃미남'의 표상이 되었다.

 

 

  

 

 

 

 목욕을 좋아했던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

 

 

 

 

 

 

 

 

 

 

 

 

 

 

 

 

 

 

 

『테르마이 로마이』만화를 보고나서 문득 로마의 목욕 문화에 대해서 알고 싶어져서 정보를 검색해 본 결과, 로마의 목욕 문화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는 책이 캐서린 애셴버그의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 (예지, 2010)뿐이었다. 『테르마이 로마이』만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해갈할 수 있었다.

 

로마에는 수많은 공중 목욕탕이 설치되었는데 '테르마이''발네움'으로 구분할 수 있다. '테르마이'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어 있으며 화려하면서도 거대한 '스파'라고 한다면 반대로 '발네움'은 평범하면서도 작은 크기의 일종의 '동네 목욕탕'이라고 보면 된다.

 

 

 

 

 

토마스 쿠튀르 「타락한 로마인들」 1847년

 

 

 

로마 문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상이 '향락'과 '사치'다. 역사가들은 쾌락을 추구하는 로마인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로마 패망의 지름길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 역시 로마의 사치스러운 목욕 문화가 로마의 멸망을 재촉했다고 봤다.

 

실제로 고대 로마의 테르마이는 이미 어느 정도는 현대식 목욕탕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탈의실이 갖추어져 있으며 온탕, 냉탕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만화 에피소드처럼 음식과 음료가 제공되는 간이 식당이 마련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목욕탕 내부 또는 근처에는 정원, 운동장, 도서관 등도 설치되었다. 현대식 목욕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로마인들은 비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비누를 사용 안 했다기보다는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그 당시 비누는 오늘날의 비누만큼 제 구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탈의실에는 입욕자들의 옷을 지키는 노예들이 있었다.  

 

로마인들의 목욕 방법은 일정한 순서로 정해져 있다. 목욕탕 근처에 마련된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난 뒤에 바로 목욕탕을 향했는데 그들은 땀과 먼지가 묻은 채 탕으로 향하지 않았다. 스트리질로 때와 먼지를 벗겨낸 뒤에 온탕, 열탕, 냉탕 순으로 몸을 담갔다.

 

하지만 이러한 로마인들의 목욕 문화는 로마인들이 스스로 만든 독창적인 문화라고 볼 수 없다. 목욕 문화를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되었다. 로마보다 이미 그리스가 먼저 목욕 문화가 발달되었다.   

 

다만 로마의 목욕문화가 향략적이라고 한다면 그리스 인들에게 '목욕'은 살아가는 데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보편적이면서도 예의를 지키기 위한 신성스러운 행위였다. 신에게 기도할 때나 제물을 바치기 전에 먼저 몸을 씻었으며 낯선 사람이나 친구의 집에 도착했을 때도 집주인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이나 친구에게 먼저 몸을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는데 그것은 그리스 인들에게는 하나의 '예의'였다.

 

  

 

 

 

 유레카!  

 

 

 

 

 

 

 

 

 

 

 

 

 

 

 

 

 

 

『테르마이 로마이』TV판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루시우스는 '목욕의 힘은 위대하다'라고 말하면서 목욕의 즐거움을 찬미하고 있는데 사실 그저 몸을 씻는 '목욕'이라는 행위 속에는 세계를 뒤흔들고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다. 그야말로 '목욕의 힘'이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적 장면을 연출할 수 잇었던 것이다.

 

 

만약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 들어가는 대신에 산책을 했다면 왕관이 금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 왕이 쓰고 있던 왕관에 금 대신 은이 섞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에 머리를 식힐 겸 목욕탕에 몸을 담그게 되는데 자신의 체중으로 인해 욕탕에 넘쳐 흐르는 물을 보면서 왕관을 훼손하지 않은 채 왕관의 성분을 알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 고민 끝에 찾아 낸 발견이라 기쁨에 겨운 아르키메데스는 벌거벗은 채 거리로 뛰쳐나와 '유레카!'(발견했다!)라고 외쳤다는 이야기는 단골 과학사 에피소드로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가 아르키메데스 사후 수백 년이 지난 뒤에야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학자들 사이에서는 허구된 이야기라고 보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더라도 아르키메데스의 일화는 물체의 부피, 질량, 밀도 사이에 성립하는 개념적 상관 관계에서 비롯된 부력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증기탕에서 죽은 철학자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에는 목욕의 역사만 소개할 뿐만 아니라 목욕과 관련된 재미난 일화들도 소개하고 있다. 목욕을 너무 좋아해서 목욕탕에서 암살당해 그 곳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만 로마 황제들이 있는 반면에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기 위해서 일부러 목욕을 한 철학자가 있었다.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죽음도 '목욕'과 관련해서 유명하다.

 

 

 

 

 

자크 루이 다비드 「세네카의 죽음」 1773년

 

 

 

세네카는 로마 황제 네로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네카는 어린 시절부터 네로를 가르쳤으며 그가 황제가 되었을 때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네로의 폭정이 시작된 이후부터 세네카는 정치에 뜻이 없음을 스스로 밝혀 정계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 역시 황제의 스승이라고해서 네로의 광기어린 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네로는 자신을 둘러싼 암살음모에 스승 세네카도 관련이 있다고 모함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네로는 자신의 스승에게 스스로 자결할 것을 명하였다.

 

그 당시 로마의 전통에 따라 황제가 명하는 자살은 일본처럼 할복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발목이나 종아리의 혈관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칼로 그은 부분에서는 과다 출혈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세네카는 출혈을 위해서 물이 담긴 통에 칼로 그은 발목을 담갔다. 역시나 출혈이 심하게 일어나지 않자 이번에는 소크라테스처럼 독약을 마셨으나 이 방법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결국 세네카는 뜨거운 증기탕에 들어갔으며 그 곳에 질식사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급소에 정확히 칼로 찌른다면 단숨에 즉사할 수 있었을텐데 세네카는 죽음을 맞이할 장소를 따뜻한 온기가 가득찬 증기탕으로 선택했다. 목욕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로마인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자살을 예찬한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다운 극적인 죽음이다.

 

 

 

 

 

 가장 극적인 욕실 살인

 

 

 

 

 

자크 루이 다비드 「마라의 죽음」 1793년

 

 

 

몇 몇의 로마 황제들은 욕탕에서 목욕을 즐기다가 비무장된 상태에서 암살자들로부터 불의의 최후를 맞았다고 했지만 수천 년이 지난 뒤에 프랑스에서 발생한 '욕실 살인'에 비하면 시시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프랑스 혁명에는 일세를 풍미했던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장 폴 마라(1743~1793)이다. 그는 프랑스 국민들로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정도로 혁명 과격파인 자코뱅당의 중심 인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을 선동하는 그의 과격한 정치적 행보에 반대하는 세력들, 즉 지롱드당은 그를 제거하기를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마라는 심각한 피부병 때문에 고생했는데 그 당시에는 피부병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욕조 속 찬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유행했다. 마라 역시 쉬는 날에는 하루 절반을 자신의 집에 설치된 욕탕에서만 지냈다. 마라는 욕조에 물을 담근 상태에서 종종 업무를 보거나 편지와 책을 읽곤 했다.

 

1793년 7월 13일, 마라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욕탕에 몸을 담근 채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여자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해서 찾아왔다. 그는 여자 손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채 자신의 욕실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제 곧 자신의 목숨을 앗아 갈 '저승사자'를 스스로 불러들이고 말았다. 마라를 만나고 싶어하던 여자는 자신의 품 안에 숨긴 칼을 반나체 상태인 그의 흉부에 여러 차례 찔렀다. 국민들의 영웅이었던 혁명가는 이렇게 한순간에 욕실에서 최후를 맞게 되었다. 마라를 암살한 여자는 마라를 반대하던 지롱드 당원 소속의 샤를로테 코르데(1768~1793)라는 인물이었다. 마라의 암살 소식을 접한 프랑스 국민들은 혁명 영웅의 죽음을 추모했으며 자객 코르데는 민중의 분노 속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마라의 절친한 친구이자 열렬한 혁명 과격파인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친구'이자 '혁명의 영웅'이었던 마라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 죽어가는 마라의 모습을 전통적 성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같은 자세로 그렸다. 그는 실제로 살인 현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죽음을 '위대한 혁명 영웅'의 성스로운 죽음으로 연출시켰다.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을 실제보다 더 웅장하면서도 다소 과장되게 그려낼 줄 알았던 다비드 특유의 연출력이 만들어 낸 걸작이자 유명한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목욕, 덜 깨끗하게 해도 된다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는 정말 우리와는 좀 다른(?) 특이한 사람들이 '고민'이라고 내세우면서 등장한다. 그 중에는 2년 간 단 한 번도 몸에 물을 대지 않은 일명 '악취남'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목욕을 안 했다는 그 문제의 악취남은 자취 생활하는 동안 너무나 바쁘게 살다보니 안 씻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좀 더럽게 느껴지지만 1960년대에 안 씻고 다니는 게 '자유해방'의 미학으로 여겼던 히피족을 생각하면 2년 동안 안 씻은 악취남은 새 발의 피다.

 

오늘날에는 안 씻고 다니는 사람을 불결하고 더러운 존재로 취급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목욕을 기피하는 것을 생활의 미덕으로 자리잡은 시기가 있었다. 로마 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었던 목욕은 교회의 힘이 강력했던 중세에 들어서부터 '사악한 쾌락'을 추구하는 불경스러운 행위로 변질되었다. 한 마디로 말자하면, 중세인들은 목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중세 사람들이 목욕을 하지 않았던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페스트였다. 페스트가 유행함으로써 사람들은 외부 출입을 금하게 되었고 흑사병으로 오염된 물로 몸을 씻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페스트의 그림자가 완전히 지워지기 시작하는 18세기에 이를 때까지 유럽 문명에서 물로 몸을 씻는 '목욕'이라는 행위는 당분간 사라져야만 했다.

 

하지만 전염병의 유행이 사람들이 물을 멀리 하도록 만든 것은 아니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 빈민가 중심으로 콜레라가 유행하게 되자 정부 당국은 목욕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콜레라 유행을 일으키는 원인 대상이 위생상황이 열악한 곳에 살며 일생동안 목욕이라고는 해보지 않은 도시 빈민층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목욕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청결함의 기준이 생기게 되었으며 청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빈곤층 계급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보다 더럽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 때부터 청결함을 기준으로 문화적으로 우월할 수 있느냐 또는 정상인이냐 비정상인으로 구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은 목욕을 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켜줄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면 목욕 행위가 또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물 소비량은 15만 리터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약 25%가 쓸데없이 낭비되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몇 몇 국가에서는 '물 부족 국가'로 지정되어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도 물 부족 현상에 대해서 고심해야 될 현실에 직면했다. 물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욕조에 물을 받아 놓지 말고 샤워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통 욕조에는 136리터의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욕조에 물을 받아놓는 대신 샤워기만 사용하면 50%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소한 물 절약 방법을 생활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면 어쩌면 먼 훗날 물 부족으로 인해서 깨끗한 물도 제대로 마실 수 없을뿐더러 목욕을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시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목욕을 금기시했던 중세처럼 청결함보다는 더러움을 흠모하는 일이 생긴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 몸에 물을 끼얹어 목욕을 해야하지만 거기에 소비하는 물 소비량은 상당하다. 그렇다고 물 절약한답시고 목욕을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안 씻은 채 더러운 세균과 불결한 악취를 온 몸에 달고 사는 삶은 더더욱 싫어할 것이다. 청결함을 유지하면서 물 절약도 할 수 있는 적당한 목욕 용수와 욕실에서의 목욕 시간. 참으로 애매하다. 애정남한테 물어봐야하나...?

 

청결을 유지해야하는 강박증에 안 걸린 이상 몸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되 물을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는 방법 밖에 없는 듯하다. 사실 인간의 몸은 '적당히' 깨끗해야하는 것이 정상이다. 지나치게 청결함을 유지하다보면 정작 우리 몸의 피부에 살아야 할 좋은 세균들마저도 씻겨 나가며 알레르기와 같은 각종 질환에 대응하는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에서 저자는 목욕과 과한 약품 소독을 통해 '세균과의 전쟁'을 부르짖는 사고방식에 반대하는 어느 미생물학 교수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청결함을 이유로 지나치게 목욕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곱씹어봤으면 하다. "더 더러워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덜 깨끗해도 된다는 말이다." (pp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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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2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사람도 목욕을 좋아한다는데 그래서 저런 만화를 탄생시켰을까?
나도 조금 보다 말았어. 역시 만화는 잘 안 보게 돼.
하긴 내가 보는 거라곤 잘 만든 드라마와 영화 밖엔 안 보니까.
근데 이 페이퍼 미끈하게 잘 빠졌다. 추천하고 싶을만큼.
민음사 저 책이 소설이었구나. 난 에세이쪽인 줄 알았다.ㅋㅋ

cyrus 2012-02-24 21:42   좋아요 0 | URL
일본에는 온천이 많아서 목욕을 좋아하죠. 누님도
이 만화를 보셨군요. 사실 TV판은 만화책 전체 에피소드를 다루지 않아서
책을 살까 말까 고민중이에요. ^^;;
그리고 저도 민음사 책 집에 가지고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해요. 그런데 장르는 픽션이 강한 소설인데
어떻게 보면 누님 생각처럼 에세이일 수 있다고 봐요 ^^

카스피 2012-02-2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일본 만화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지요^^

cyrus 2012-02-26 22: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일본 애니는 무시할 수 없어요.
일본의 온천을 로마의 목욕탕과 연결시키다니,,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

노이에자이트 2012-02-2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라 암살자가 젊은 여자라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죠.

cyrus 2012-02-26 22:53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
 

 

 

 

 

(짤방) 주인아, 내가 정 때문에 산다

 

 

 

 

 수강신청, 첫 날

 

 

오늘부터 수강신청을 하는 기간이다. 2월 중순, 그러니깐 이 시기 즈음에 모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OO대학교'가 상위권에 있다면 '아.. 오늘이 대학생들이 수강신청하는 기간이구나'하고 생각하면 된다.

 

대학생의 수강신청은 좋은 수업을 듣기 위해서 마우스와 컴퓨터 자판기를 동원하는 '속도전'이다. 빨리 클릭하고, 입력하는 자만이 원하는 수업을 듣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기간만 되면 아침 늦게 일어나는 학생들도 일찍 일어나게 된다. 일찍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학교 홈페이지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대체로 수강신청은 아침 9시(학교마다 다를 수 있음)부터 가능한데 그 때까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너무 일찍 접속한 채 가만히 놔두면 자동으로 로그아웃이 되기 때문이다. 9시가 되는 순간, 바로 수강신청을 한다. 마우스를 빨리 클릭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표를 만들 수 있다.

 

오늘 아침 8시 30분~9시 경에 N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D 대학교'가 1위였는데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 미리 접속하려고 하는 수많은 대학생들의 위력이다.

 

수강신청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시다시피 수업 시간이 한 시간이라도 중복되어도 원하는 수업을 듣을 수 없다. 그리고 학생들이 많이 듣는다는 인기 수업을 듣는 것도 쉽지 않다. 접속한 지 1분도 채 안 되 신청인원이 차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오늘 같은 경우에도 이미 예비로 신청해두었던 경영학 과목 3과목이 인원 초과되는 바람에 다시 시간표를 편성해야했다. 문제는 2학년 과목을 넣고 싶은데 내가 현재 3학년이라 2학년 과목을 넣지 못했다. 왜냐하면 해당 학년 학생들이 다른 학년 학생들의 신청 때문에 정작 해당 학년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오늘은 해당 학년 과목을 신청을 할 수 있고 내일부터는 전 학년별로 과목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원했던 2학년 과목이 인원이 꽉 차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오늘 하루종일, 그러니까 수강신청 시간이 마감되는 오후 8시까지 수강계획서 일일이 확인하고 시간표를 다시 만들었다. 복수전공을 겸한 수강신청이라서 그런지 주전공 수업시간만으로 시간표를 만드는 것보다 힘들었다. 주전공 수업 시간에 중복되어서 복수전공 과목을 신청하는 데 여러모로 골치 아팠다. 이미 신청된 주전공 수업 시간을 유지한 채 남은 시간을 복수전공 과목을 신청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시간표가 완성되었다. 내가 처음에 원했던 시간표는 아니었지만 최대한 내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 위주로 편성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게다가 다행히도 수요일은 수업이 없어서 좋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세 과목 수업이 있고 하루에 세 과목이나 시험을 쳐야 한다. ^^;;

 

 

 

 

 등록금 3% 인하했다고 학교 신문을 폐간한다?

 

가뜩이나 오늘 시간표 짜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우연히 학교 게시판을 통해서 씁쓸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내가 다니고 있는 D 대학교가 점점 호감이 가지 않다.

 

국가등록금 확충 발표 이후에 성적우수장학금은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 재원 보충이라는 명목으로 수혜 범위를 갑자기 축소시킨 것부터 시작해서 이번에는 등록금 인하 이유만으로 학교 신문까지 폐간한단다. 등록금 인하 이유로 학교 신문을 폐간하는 학교는 우리 학교가 처음일 것이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교 내 소식이라서 그런지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직접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는데 관련 소식을 접한 언론매체를 단 한 곳 빼고는 없었다. 대구, 경북에 사는 사람들도 이 소식을 모르리라.

 

학교 측은 등록금 3% 인하에 대한 예산 절감 차원 조치로 학교 신문을 폐간하고 대신에 인터넷 신문 형태로 전환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학교 측은 종이 신문을 만드는 신문 편집부 쪽에게 어떠한 의견도 물어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해버린 것이다. 종이 신문 낼 때마다 드는 비용이 120만원이 드는데 학교가 충당하는 재원치고는 많지 않은 액수이다. 신문 낼 때마다 드는 비용보다 수천만원을 소비하는 건축 공사를 안 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만... 그리고 종이 신문 대신에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하는 데만 적지 않은 비용도 들어가게 된다. 등록금 인하만 가지고 학교 신문을 폐간한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문제의 학교를 다니는 일부 혹자의 학부생은 학교신문 폐간이 일종의 언론통제 효과를 노린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D 대학교는 몇 년 전부터 사학비리 재단 반대 여론이 들끊었고 최근에는 등록금 인하 문제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을 통해서 학교의 문제점에 대해서 소신 있게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 게시판에 옳은 지적을 한다거나 제안을 해도 학교 측에서는 그런 학생을 달가워 하지 않게 여긴다.

 

게시판에 학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글을 많이 남기는 학생에 의하면 학과 사무실에서 직접 전화가 와서 게시판에 글 남기는 것을 자중하라는 일종의 경고도 받았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현재 학교의 모습은 국민 간의 소통을 소홀히 하는 정부나 MBC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내세운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려는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결국, 이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학교 측과 학교 신문 편집부 간의 회의 끝에 종이 신문 폐지가 아닌 신문 발행 주기 수정 및 온라인 신문 병행으로 결정났다. 끝내 등록금 인하로 인한 예산 삭감 결정은 유지된 채 말이다.

 

 

 

 

 미운 정, 고운 정

 

종종 학교 게시판에는 곧 졸업을 앞둔 학부생들이 글을 남기곤 한다. 인생의 선배로써 아직 학생 신분인 후배들을 위해서 충언의 글도 남기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그동안 쌓고 쌓였던 학교에 대한 실망스러운 마음들과 불만들을 쓰곤 한다.

 

그런 글들을 읽게 되면 올해부터 3학년인 나도 졸업생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내가 군대 가기 전 때보타 학교의 이미지가 더욱 나빠진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대구, 경북에 위치한 다른 4년제 대학교에 비해 발전이 더디고 있다. 아직까지 결론의 매듭 짓지 못한 사학 비리 재단 문제는 학교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 불거진 등록금 문제는 학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또 정작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해야 할 학생회는 이렇다 할 힘도 쓰지 못한 채 죽만 쑤고 있으니 학생들로부터 신뢰감을 잃은지 오래다. 더욱이 학생들의 진심을 보지 않으며 아예 그들의 소통마저도 차단시키려고 하는 모교의 태도는 학생들 간의 반목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마음 같으면 내가 다니고 있는 모교보다 더 좋은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고 싶다. 한 때 편입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이라고 했던가. 편입하기에는 이미 모교에 대한 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학교도 언젠가는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 불투명한 희망이 내가 졸업하고 난 뒤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내 주위에는 친한 동기,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 다닐 맛이 난다. 이들과 함께 술잔을 부딪혔고, 함께 공부를 했고, 함께 장래에 관한 꿈을 꾸었다. 서로 챙겨주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집보다 한 시간이나 먼 학교에 불평, 불만을 늘어 놓으면서도 다니고 있다.

 

이제 겨울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도 시간표 때문에 몇 몇 동기들과 전화 통화를 많이 했다. 이제야 개강이 앞두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아직 겨울의 찬 바람은 남아 있지만 내 가슴 속에는 벌써부터 기분 설레게 만드는 봄 기운이 이미 감돌고 있는 듯하다.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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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16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아들도 어제 아침에 수강신청하고 1받 2일 OT갔어요~
학교에 불만이 있다는 건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재단들이 큰돈을 펑펑 쓰면서 작은 돈에 연연하는 걸 보면 정말 웃기지도 않아요.
내세우는 이유야 허울뿐이고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다 보이는데...

cyrus 2012-02-16 21:52   좋아요 0 | URL
아드님이 꽤 일찍 수강신청을 하셨네요. OT도 그렇고 새내기 대학생으로서
아드님께서 무척 마음이 설레셨겠어요 ^^ 저도 그 기분 알죠 ㅎㅎ


stella.K 2012-02-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치 않아도 오늘 아침 뉴스에 대학교들 적립금이 그렇게 많은데
겨우 3% 인하에 그것도 과목을 축소하거나 수업 일수를 줄이는 대학이 글케
많다더라. 참 기가막혀 3%라봤자 16만원 정돈데 한 학기 차비도 안 빠지는
액수잖아?
반값은 멀기만 한 걸까? 이러고 나오는 것 같으면 집단으로 등록금 내는 거 거부
해 보면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하더라. 그놈의 대학이 뭔지...흐

cyrus 2012-02-16 21:54   좋아요 0 | URL
오늘 제가 본 신문에서는요,, 모 학교는 등록금 인하 핑계로
학교 도서관에 지원되는 경비마저도 삭감했대요. 학생들을 위해서
지식의 장을 만들어줘야할 대학이 발전은커녕 오히려 발전에
역행하는 꼴을 보이고 있으니 씁쓸해요. 반값 등록금 문제는
쉽게 해결할 사안이 아닌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2-02-1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의 잔머리 굴리는 소식은 우울하지만 저 강아지는 정말 귀엽네요. 으~ 안아주고 싶어~

cyrus 2012-02-16 21:56   좋아요 0 | URL
ㅎㅎ 귀엽죠, 비글은 강아지 시절이 무척 귀여운데 반려견주 사이에서는
'3대 악마견' 중의 한 종으로 악명 높다죠 ^^;;
TV 동물농장에 봤는데 완전 집 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더군요ㅎㅎ

차트랑 2012-02-16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갈 때 쯤이면
입학금 등록금이 얼마나 되지
걱정이 앞섭니다.

cyrus 2012-02-16 21:57   좋아요 0 | URL
지금이라도 반값 등록금이 학교와 학생들 간의 합의 하에 이뤄져야하는데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을거 같네요. 그대로 미온적으로 놔두다가는
다음 세대들에게 되물림될까봐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합니다.

카스피 2012-02-1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꼴랑 3~5%정도 수업료 내리는 대학들을 보면 쇼도 그런 쇼가 없단 생각이 듭니다.모 대학은 등록금 3% 내리면서 1주일 수업시간을 없앴다고 하더군요.1주일을 없애면 학교측에서 십몇%가 이득이라고 하니 참 대단한 잔머리지요.이런 뒌장할~~~

cyrus 2012-02-18 14: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늘은 또 인터넷 기사에 봤는데 대학교 등록금 줄인답시고
이번에는 대학'원' 등록금을 올렸다는군요. -_-;;

saint236 2012-02-1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학교는 등록금 인하를 핑계로 16주짜리 수업을 15주로 단축했다는 기사도 있더라고요. 어째 이런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가니. 저도 졸업한 다음에는 학교에 안가게 됩니다. 간혹 가게 되더라도 학교 서점 주인 아주머니와의 친분 때문이지 학교가 그리워서는 절대로 아닙니다.

cyrus 2012-02-18 14:13   좋아요 0 | URL
요즘 등록금 인하로 학교들 꼼수 쓰는거 보면 웃기면서도 씁쓸하네요 ^^;;
 

 

 

 

 귀여운 잠도둑

 

 

1년 중 수면 시간이 적어지는 기간을 꼽으라면 아마도 방학 기간일 것이다. 평소에도 수면이 많지 않은 일과를 보내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방학 기간만큼은 거의 늦잠을 자고, 늦게 일어난다. 아침식사를 한 끼라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 돋을 것이라는 식습관 신조를 지키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아침식사 한 끼를 꼭 거르게 마련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제대로 한 기억마저도 가물가물하다. 거의 하루에 식사를 두 끼를 하는 셈이다.

 

어젯밤은 수면 부족의 최절정이었다. 책을 읽느라고 잠을 늦게 잘 때도 었었지만 어젯밤 같은 경우에는 축구 경기를 보느라고 새벽 5시까지 밤을 세우고 말았다.

 

맨체스터 Utd와 첼시와의 축구 경기가 새벽 1시에 시작했고(흥미진진한 라인업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셜록 시즌 2 세 번째 에피소드를 중간까지만 보다가 말았다) 두 팀간의 치열한 골 공방전이 펼쳐진 뒤에는 바로 한국 올림픽 대표팀과 사우디 간의 조별예선 경기를 시청했다. 후반전에 상대팀의 골로 한국 팀의 패색이 짙어져만 가고 있는 상황에 김보경이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만약에 1:0으로 한국 팀이 패배했더라면 잠을 설쳐가면서도 중계를 본 의미가 없어졌을 것이다.

 

축구 중계가 끝나고 난 뒤에 바로 잠을 청하면 되는데 수면이 적은 생활 때문인지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2, 30분 남짓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아서 킬링타임으로 중간에 읽다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요즘 방학 기간에 수면이 많이 부족해서 걱정하고 있는 판에 이번에 새로 장만한 LED 램프 때문에 제대로 된 수면시간을 누려보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에 반값 할인으로 판매되고 있던 것을 확인하고 바로 구입했다. LED 램프를 구입하기 전에는 10년 전에 구입한 큰 스탠드로 책을 읽곤 했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스탠드에 흘러나오는 불에 의지한 채 엎드려 책을 읽는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전기장판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는다는 것. 소파에서 느긋하게 책 읽는 것만큼 정말 편한다. 문제는 너무 오래 배를 깔고 엎드리면 소화불량 또는 허리에 무리에 갈 수도 있지만.

 

 

허리에 부담을 주는 올바른 독서 자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추운 겨울에는 전기장판에 의존해서 책 읽는게 좋다. 왜냐하면 내 방은 보일러의 열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방에 들어가면 한기로 가득하다.

 

집이 가난해서 보일러를 못 켜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내 방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내가 사용하는 방,여동생의 방이었지만 지금은 창고가 되다시피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방, 부모님이 주무시는 방 그리고 커다란 거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 방을 제외하고는 보일러를 작동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방이 다른 방에 비해 추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춥다고 해서 보일러 안 틀어주는 부모님에 대한 불만은 없다. 알록달록 수면양말 신고 이제는 황금빛이 바래버린 깔깔이(군용 방상내피)를 입는다면 그렇게 춥지 않다. 단, 불편한 것이 있다면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날 때 그리고 전기장판 위에서 엎드려 책을 읽을 때이다. 아무리 따뜻하게 무장을 하더라도 한기는 빈틈으로 치고 들어온다.

 

요네하라 마리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엎드려 책을 읽을 때가 좋아했는데 그녀 역시 아무리 이불로 꽁꽁 감싼다고 해도 책을 쥐고 있는 두 손과 얼굴 부분이 시러울 때가 불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기를 완전히 막기 위한 자신의 발명 아이디어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 역시 양손이 시러울 때가 싫다. 양손과 양발이 찬 체질이라서 공부할 때나 책 읽을 때가 양발에 수면양말이 없으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다. 문제는 양손을 한기로부터 어떻게 보호나느냐가 문제인데 장갑을 끼면 책 종이를 펴거나 펜을 쥘 때 불편하다. 손이 추워도 그냥 책을 읽는 수 밖에...

 

 

 

 

 또 한 명의 잠도둑, 플로베르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의 한 권이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인데 독서 진도가 시원찮다. 내용 전개면에서는 흥미로운데 읽으면 읽을수록 속도가 더디다. 2년 전에 <감정 교육>을 읽은 적이 있었는 데 그 때도 그 두 권을 완독하느라 고생했다.

 

플로베르라 하면 객관적인 묘사를 고집하는 사실주의 소설가이다. 어떠한 장면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그러한 필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밀한 관찰력을 요구하게 되는데 그의 문장은 소설 속 인물들과 풍경을 하나하나 관찰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플로베르의 아버지가 외과의사 출신인데 의사의 아들답게 소설 속 인물인인 샤를 보바리가 당연히 의사로 설정될 수 있었고 간혹 문장 마다 과학, 의학 용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하고 약제사가 말했다.  "이 고장에서는 의료 행위가 별로 힘이 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로 상태가 괜찮아서 이륜마차를 타고 다닐 수 있고, 대체로 농민들이 넉넉하게 살기 때문에 지불도 잘합니다. 의학상으로 말씀드리자면 장염, 기관지염, 간장염 등 보통 질병 외에 가끔 수확기에 유행하는 감기가 있습니다만 요견대 심각한 것은 별로 없고,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다수의 경부 임파선 정도입니다. 아마 이건 우리 고장 농가들의 한심스러운 위생 조건에 기인하는 것이겠지요.  (중략) 

 

하지만 기후는 사실 나쁘지 않습니다. 마을에는 아흔 살이 넘은 노인들도 몇 사람 있습니다. 온도계(내가 관측해 본 바로는)는 겨울에 사 도까지 내려가고, 한여름에는 섭씨 이십오 도나 최고 삼십 도 정도니까, 최고가 열씨(列氏) 이십사 도, 또는 (영국식 단위로 말씀드리면) 화씨 오십사 도, 그 이상은 안 올라갑니다. 사실상 한편으로는 아르괴이유 삼림이 북풍을 막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 장의 삼림이 서풍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더운 기온은 강에서 증발하는 수증기와 들판에 있는 많은 가축 때문인데, 아시다시피 이 동물은 다량의 암모니아를 발산합니다. 즉 질소, 수소, 산소(아니, 질소와 수소뿐이지요) 말입니다.  (생략)

 

 -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김화영 역, 민음사, pp 120~121 -

 

 

플로베르는 이 소설을 쓰는데만 해도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장편소설 한 권을 쓰는 데 인고의 창작이 있었으리라. 번역가 김화영 교수의 말대로 글을 쓰는 플로베르는 고뇌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짊어진 문학의 그리스도였던 것이다.

 

세밀하게 묘사한 문장에 대해서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며 반면에 싫어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플로베르의 소설 한 권을 읽으면 한 문장 한 문장 끝까지 읽어내는 게 고역일테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 문장을 좋아하는 편이다. 각기 다른 성격대로 좋아하는 글의 취향도 다르다고 하던데 완벽함을 추구하고 어떠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꼼꼼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써는 이제는 플로베르의 문장에 견딜 만하다. 오히려 그의 세밀한 문장을 눈으로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씩 넘겨가고 있는 독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읽는 속도는 비록 느리지만 가끔 그의 문장은 세련되기까지 하다.

 

 

 

 

그의 소설은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한 벌의 옷과 같다. 소설 문장 부호가 하나라도 빠져 있는 것도 허용치 않았으며 수많은 퇴고를 거듭한 끝에 나온 인고의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한 결과물 앞에서 읽는 것이 힘들고 괴롭다고 말한다는 것은 문학의 대가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자기 전에 <마담 보바리>를 펼쳐봐야겠다. 현재 보바리 부인은 일상 속 권태에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혼자 몸부림치고 있다. 결말은 뻔히 알지만 과연 그녀가 어떻게 스스로 파멸되어가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번 주 안에 완독할 수 있을런지...  보바리 이외에도 읽을 책을 많다. 당분간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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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2-06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플로베르 모파상 같이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가 가득한 글이 그 나름대로 묘미가 있더군요.그리고 이들은 특정 직업에 대해 묘사할 때 정말 철저히 사전조사한 뒤에 글을 썼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정확하고 자세히 묘사하더라고요.이게 진짜 직업의식이겠죠.

cyrus 2012-02-07 19: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플로베르의 문장을 읽어나갈수록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소름이 돋기도 해요 ^^;; 어떻게 저런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2-02-0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의 끊임없는 고전 탐독을 보면서
나두 그래야하는데 하는 부러움에 잠시 멈춥니다. <마담 보바리>는
읽다가 결국 때려치운거 같아요... 그런 기억이... 흐흐.

LED 램프는 이곳저곳에서 보게 되네요. 저도 갑자기 혹하기 시작한다눈~~ ^^

cyrus 2012-02-07 19:18   좋아요 0 | URL
사실적인 문장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마담 보바리>는
결말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어서 완독하기가 쉽지 않은 소설인거 같아요.

램프가 반값할인이었을 때는 2만원 정도에 팔더군요, 그래서 냉큼 구입했어요.
혹시 또 반값할인 행사하면 꼭 구입하셔요 ^^

stella.K 2012-02-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D램프 좋은가?
나도 끌리긴 했는데 사용후기가 올라오지 않아서 망설여지더군.
얼마 전 우리집 전구를 그걸로 교체해 봤는데 옛날 60촉 백열전등 쓰는 기분이
나더라구. 근데 이게 전기를 엄청 덜 먹는 거라는데 진화가 좀 필요한 것 같아.
내가 하루의 마감을 TV를 보다가 자는 것도 책 보다 자려면 일어나서 불 끄는 게
싫어서였는데 이것에 대한 유혹이 참 만만치 않더군.

우리가 왜 고전을 읽기 싫어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듯이 글을 쓰는 옛날 작가에 질려서인 것 같더라구.
요즘 작가들은 점프를 잘 해서 빨리 읽을 수 있잖아.
현대를 배경으로 해서 이해도 쉽고. 별 씹을만한 내용도 없구.
나도 어제부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고 있는데
열흘 동안 매일 50페이지는 읽어줘야 마치겠더라구.
근데 이 50페이지 읽는데 왤케 진도가 안 나가던지.
2시간쯤 걸리더라구. 어려운 것도 없으면서. 완전 끝장이다 싶어.ㅠ

근데 저 이태리 장인 그림 좋다. 저 그림 나 주라!ㅋㅋ

cyrus 2012-02-07 19:23   좋아요 0 | URL
자기 전에 램프 불빛에 책을 읽으면요, 간단하게 버튼만 누르면
되요 ^^ 그래서 불을 켠 채 자는 일이 없어요 ㅎㅎ

저는 <폭풍의 언덕>도 한 번도 안 읽어봤어요. 시간이 남아돌 때
안 읽어둔 게 후회가 되요, 사실 저도 보바리를 하루에 100페이지씩
읽으려고 하는 편인데 걸리는 시간만 해도 1시간 반 정도 걸려요.
절대로 1시간 안에 못 읽게 되더라고요. ^^;;

그리고 저 그림은 한창 시크릿가든 드라마가 뜨고 있을 때
현빈이 입었던 이태리 장인 수제 트레이닝복을 패러디한 그림이에요.
ㅋㅋㅋ

stella.K 2012-02-08 13:24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이 기회에 네가 예전에 내게 선물한
<제인에어>를 조만간 이어서 읽어보려고 해.
나 참 게으르지? 아, 부끄.ㅠ
솔직히 말하면 <폭풍의 언덕> 협찬 받은 건데 그 조건으로
받은 거거든. 안 그러면 '제인에어'를 언제 읽을지 몰라.>.<;;
3월 안으로 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데 될지 모르겠어.
암튼 어느 날 <제인에어>의 리뷰가 올라오거든 추천 좀 해라.
하긴, 너 학기 중에 여기 잘 안 들어오고, 소설에 대한 리뷰가
약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쑥스럽긴 하다.ㅋㅋ

근데 100페이지를 1시간 반만에 읽는다니
폭풍 독선데?! 부럽.^^
 

 

 

 벨그레이비어 스캔들

 

 

 

 

 

 

어젯밤에 모 방송국에 방영된 셜록 시즌 2를 시청했다. 작년에 성우 더빙판 시즌 1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우연하게도 오늘부터 내일 일요일까지 시즌 2의 총 3회분을 방영한다는 것을 TV 광고로 보게 되었다. 언제 등장할지도 모른데다가 1초 만에 잠깐 지나가는 광고를 보지 못했다면 시즌 2의 1회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시즌 2의 1회 에피소드는 '벨그레이비어(Belgravia) 스캔들' 이다. (벨그레이비어란 상류층들이 거주하고 있는 런던 남부의 고급주택구역을 말한다) 에피소드 제목의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이 드라마 에피소드의 원작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었으며 홈즈를 추종한다는 셜로키언이라면 금방 눈치 챘을 것이다.

 

에피소드의 원작은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셜록 홈즈의 모험>에 수록된 단편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이다. 보헤미아의 국왕이 유명 오페라단 소속 여배우인 아이린 애들러라는 여자와 교제를 한 과거가 있었는데 그 당시 함께 찍었던 사진을 되찾아 달라고 홈즈에게 의뢰한다. 국왕이 스칸디바니바 왕실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한 상황 속에서 아이린은 자신과 함께 찍은 그 문제의 사진을 미끼로 협박한 것이 사건의 발단인 것이다. 왕족으로서 자신의 불미스러운 과거가 만천하에 공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린이 가지고 있는 그 사진을 찾는 것뿐이다.

 

홈즈는 목사, 부랑자로 변신하여 애들러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 곳에서 애들러가 숨긴 사진이 보관되었던 것이다. 홈즈는 여자들의 본능적인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사진이 보관된 곳을 알아내고 만다. 홈즈는 국왕에게 사진이 있는 장소 그리고 그녀가 다른 남자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국왕은 홈즈 덕분에 사진 한 장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스캔들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녀의 결혼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국왕과 홈즈 일행은 애들러의 자택에 찾아갔지만 이미 그녀는 자신과 결혼한 남자와 함께 유럽으로 떠나고 없었다. 애들러의 하녀로부터 그녀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문제의 사진과 홈즈에게 보내는 편지 한 장을 받는다.

 

애들러는 편지를 통해서 국왕의 결혼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으며 홈즈의 변장을 눈치챘다고 밝혔다. 사건이 해결된 후 국왕은 감사의 표시로 홈즈에게 값비싼 반지를 주려고 했으나 홈즈는 반지를 받는 대신에 애들러의 사진을 받고 싶다고 청을 한다. 국왕으로부터 애들러의 사진을 받은 홈즈는 그 이후로부터 벽난로 위에 올린 그 사진 속 애들러의 모습을 본다거나 가끔 애들러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할 때면 언제나 '그 여자는...'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존경을 표시했다고 한다.

 

선혈이 낭자하고 항상 기기묘묘한 사건들을 맡게 되는 홈즈 시리즈 중에서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은 가장 평범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은 오늘날까지도 드라마나 영화로 패러디할 정도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보헤미안 왕국 스캔들'는 홈즈는 명석한 추리력을 통해 사진이 보관된 곳을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애들러는 홈즈의 변장과 그가 꾸민 전략의 과정들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점이다. 완벽함을 표방하는 홈즈로서는 이번 사건이 자존심 상할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는 애들러의 지혜에 존경을 한다. 애들러에 대한 홈즈의 존경은 곧 자신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아이린 애들러는 홈즈에게 패배를 선사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홈즈와 애들러와의 관계

 

 

 

 

 

 

 

시간이 지날수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은 독자들과 후대의 추리소설가들은 홈즈와 애들러의 관계에 대해서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해석하게 되는데 애들러에 대한 홈즈의 존경 속에는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 6기 <베이커 가의 망령>은 사건 전개상 내용도 재미있지만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에 대한 코다마 겐지 감독의 오마주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공 두뇌로 이루어진 '노아의 방주' 게임에 참여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코난과 소년 탐정단 일행은 홈즈가 활동하던 19세기 말 런던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코난은 자신의 우상 홈즈뿐만 아니라 아이린 애들러도 만나게 된다. 이 만화에서는 애들러는 홈즈의 '연인'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애들러의 모습이 결혼하기 전에 인기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코난의 어머니 쿠도 유키코 (한국판에서는 이하연)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애들러를 좋아하는 홈즈의 모습은 당연히 코난의 아버지이자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쿠도 유사쿠(한국판에서는 남건)와 닮았다. 홈즈와 애들러의 관계를 절묘하게 설정한 재미있는 오마주다.

 

 

 

 

 팜므 파탈, 아이린 애들러

 

 

 

 

 

 

셜록 시즌 2의 에피소드 1화에 등장한 아이린 애들러

 

홈즈보다 조금은 나이가 들어버리는 연상으로 등장했지만

팜므파탈 매력을 지닌 애들러의 마스크가 무척 신선했다. 

 

 

 

 

홈즈와 애들러와의 관계를 소개하다가 그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 뻔했다.

 

다시 BBC 드라마 <셜록> 시즌 2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돌아가보면 원작인 '보헤미안 왕국 스캔들'을 모티브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한다. 내심 홈즈와 애들러와의 고전적인 관계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발달한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변용, 설정되었는지 무척 기대 되었다.

 

그 전에 시즌 1의 세 편의 에피소드도 브라운관을 1초라도 땔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면서 시청했는데 이번 편만큼은 사건 전개보다도 유독 눈이 간 것이 아이린 애들러였다.

 

아이린 애들러가 이렇게 섹시한 여성으로 나올 수 있다니... 드라마 속 애들러는 정치적 거물이나 상류층 인사들과 자주 만날 정도로  팜므파탈 매력을 지닌 여성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홈즈와 첫 대면부터 올 누드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중파라서 희미하게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게다가 원작 소설에서처럼 그녀 역시 홈즈를 골탕먹이기도 한다. 애들러가 저장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서 번번히 추리력이 빗나가게 된다. 애들러에게 여러 번 농락당한 끝에 홈즈는 드디어 폰의 비밀번호를 알게 되는데...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한 분들 때문에 드라마 속 내용을 자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홈즈는 애들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며 원작처럼 그녀의 지혜를 존경한다기보다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차도남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자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냉혈한 홈즈에게는 애들러와의 만남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첫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홈즈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철면피답게 그러한 감정을 자신의 가면 속에 숨기고 있었다.

 

 

 

 

 연애는 못 하더라도 '홈즈'처럼 되지 말자

 

어렸을 때 셜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었을 때에는 완벽한 추리력에다가 상대방의 기를 꺾일 정도로 빈틈 없는 논리력 그리고 무감정해보일 수 있는 냉혈한 이미지가 무척 좋아했고 한 때 동경한 적이 있었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출신이라서 그런지 홈즈의 그런 모습이 그냥 좋아보였다. 그야말로 '차도남'의 전형적인 인물이며 원조격인 셈이다.

 

하지만 홈즈는 여성의 존재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다. 가끔 그의 절친한 동료인 왓슨도 고쳐야 될 성격의 약점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여성 앞에서는 차가운 반응만 보일 뿐이다. 드라마 속 홈즈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여성들에게는 냉소적으로 대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당연히 그는 연애 한 번도 못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여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보헤미안 왕비 스캔들'에서는 여성의 본능을 이용하여 애들러가 사진을 숨겼던 곳을 알아내게 된다. 왓슨은 홈즈가 시킨대로 애들러의 집에서 불꽃과 연기를 일으키게 하는 작은 폭탄을 던지게 되는데 일부러 집에 불이 나게 함으로써 애들러가 소중히 여기는 사진이 있는 곳을 알려고 한 홈즈의 전략이었다. 홈즈는 위험한 순간으로부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먼저 지키려고 하는 여성의 심리적 본능을 이용했던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홈즈 역시 여성이라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본능과 신체적인 반응만 가지고 애들러가 저장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알게 된다.그는 위험하기 짝이 없고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직업상 여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고 조절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차도남 이미지를 좋아했었는데 요즘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이제는 따도남 이미지를 선호하고 있는 편이다. 오랜만에 어렸을 때 즐겨 읽은 낡고 변색이 된 문고판 홈즈 시리즈를 다시 보니 홈즈가 멋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연민이 느껴졌다. 머리가 똑똑하고 악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멋진 영웅으로서의 홈즈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기괴한 사건들을 푸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데다가 완벽함을 추구하고 무척 깐깐한 유별난 성격 때문에 자신 스스로 너무나 차가운 탐정이 되어버린 고독한 런더너였다. 홈즈가 좀 더 마음의 문을 열 줄 알고 타인의 입장과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아이린 애들러는 아니더라도 좋은 여자와 연애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 오늘 밤 12시 15분 KBS 2TV에 셜록 시즌 2의 두 번째 에피소드 '바스커빌의 개' 가 방영한다. <바스커빌의 개>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장편소설이면서도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패러디가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팁을 알려준다면 먼저 원작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낫다. 소설과 같이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바스커빌의 개>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 에피소드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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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저도 어제 셜록홈즈 재미있게 봤어요.오늘 방영한다는 버스커빌가의 개도 상당히 기대됩니다^^

cyrus 2012-02-06 18:42   좋아요 0 | URL
버스커빌 가의 개 에피소드를 중간에 보다가 그만 잠이 들어서 결말을
보지 못했어요. 무척 기대했던 에피소드였는데 케이블에서 또 방영된다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봐야겠어요 ^^;;

stella.K 2012-02-0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왜 하필 늦은 밤에 하는지 모르겠어.
아예 포기했다. 오늘 거라도 볼 수 있을까?
난 더빙판 좋아하는데. 자막으로 읽는 거 좀 지겨워져서 말야.
성우의 꽃은 더빙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좋은 자리 다 자막으로 대치하고
예능이나 다큐 나래이션에 집중해 있는 거 안타까워.
요즘엔 다큐 나래이션도 꽃미남, 미녀들한테 주고 뭐 먹고 사는지 모르겠어.ㅋ

cyrus 2012-02-06 18: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바스커빌 가의 개 에피소드 보다가 깜빡 잠 들어서
결말을 보지 못했어요. 케이블 영화채널에서는 시즌 1을
자막판으로 방영해준 적이 있었는데 이참에 시즌 2도 다시 방영해줬으면
좋겠어요.

BRINY 2012-02-0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린 애들러가 80년대생이라는 설정으로 나오는 걸 보고, 무척이나 놀랐습다. 드라마 셜록이건, 영화 셜록홈즈이건, 권교정님의 만화 셜록이건간에, 제가 상상하는 아이린 애들러랑 너무나 거리가 먼 아이린애들러만 나옵니다 흑흑.

cyrus 2012-02-06 18:49   좋아요 0 | URL
권교정님의 만화는 보지 못했어요. 사실 저도 원작에서 본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BBC판에서는 팜므파탈로
나와서 살짝 원작을 탈피한 점에서 참신했어요.
사실 이 에피소드가 방영되면서 애들러에 대해서 영국 현지에서도
호불호가 있었다고 하네요. 온 가족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애들러가
누드로 나온 장면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고요.

마녀고양이 2012-02-07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만일 홈즈가 자신의 위험한 처지를 생각해서 여자를 멀리하는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완전 반대랍니다... ^^. 저는 결코, 코난 도일이 그려낸 홈즈가 그렇게 인간미 넘치고 따스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질 않거든요. 음침하고, 외골수에, 마약장이이고, 자극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친밀감-특히 여자-는 최저인... 그런 인물로 그려졌잖아요. 그렇기에 저는 최고의 캐릭터라고 생각도 듭니다만...

셜록 시즌2 KBS에서 하는데, 너무 늦게해서 졸려요. 거기다
더빙이라서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서 몰입이 안 되구요.
시즌2를 케이블에서 하루 종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바랍니다!!

cyrus 2012-02-07 19: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처음 홈즈라는 인물을 오래된 문고판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요즘에 나오고 있는 전집도 아니었고요, 번역도 누락된 부분도 있었고요.
나중에 황금가지에 나온 전집을 읽으면서 제가 어렸을 때 본 문고판이랑
다른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전집을 읽으니 홈즈의 음침하면서도
마약에 중독된 모습이 확실하게 그려지더군요. 그래서 홈즈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

저도 이번 시즌 2에 두 편을 제댖로 보지 못해서 혹시 이번에도
케이블에서 방영하면 꼭 보려고 해요. 더빙보다는 훨씬
이야기가 쉽게 이해될 수 있을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