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또 다시, 수강변경 

어제 날씨가 참으로 무더웠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어제 대구의 최고 낮 기온이 무려 35도나 올랐다고 한다.   개강하기 전 주에는 날씨가 덥지 않아서 더위가 한풀 꺾일줄만 알았다.  그리고 세계육상대회 개최 전부터 이번 주에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한다는 예보 소식이 있어서 대회 진행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걸로 보아하니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갔는가보다.  

어제 개강하는 날이라 학교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게 탔는데 하필이면 버스를 탄 시간대가 자외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쬔다는 오후 4시 경이었다.   만약에 누군가가 대구에 살면서 제일 더운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게 된다면 오후 3~4시 사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일반적으로 오후 3~4시 사이가 자외선이 가장 강렬하게 발하는 시간대로 알고 있다.    혹시 여행차 대구에 들려서 오후에 외출할 일이 생긴다면 자외선 차단 크림은 필수다.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번화가일수록 제일 무덥게 느껴진다. 

내가 다니는 학교로 향하는 버스가 번화가를 거쳐 지나가는데 운 없으면 오후에도 만원버스가 될 정도로 손님이 많고 그만큼 불쾌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서울, 경기도나 그 밖의 다른 지방에 사시는 분들 중에 남, 여 마라톤이나 경보 경기를 보셨다면 아실 수 있겠는데 선수들이 달렸던 코스 일부 구간이 바로 대구 내 번화가로 알려진 동성로라는 곳이다.    내일 모레 남자 마라톤 경기가 남았는데 선수들이 지나가는 코스를 유심히 잘 보시기를.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고 말았다. ^^;;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본의 아니게 또 수강변경을 하게 되었다.  

하루에 시간이 겹치는 수업이 두 과목이 있는데 그  중에 수업을 담당하는 전공 교수님 한 분께 직접 연락해서 넉넉한 시간대로 변경될 수 있도록 설득(?)했다.   표현상으로는 교수님께 무턱대고 시간대를 다시 바꿔달라고 때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정중하게 나의 상황을 교수님께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시간이 겹치는 걸 알면서 왜 수강신청했냐고 되물으셨다.  그러고는 **대학교에 몇 년간 다녔으면 시간표 잘 때 왜 그걸 고려하지 못했냐고 은근히 훈계를 하면서 지금으로서 시간대를 학생 개인의 의사만 가지고 다시 변경할 수 없으니 한 과목은 포기하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교수님께 전화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그럴 줄 알고 방학 기간에 수업 시간표를 짜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대비하고 있었다.  좀 멋있게 표현하자면 일명 '수업시간표 플랜 B' 인 것이다.   야간 수업 한 과목을 듣지 못하게 되면 그것을 포기하고 주간 수업 한 과목으로 대신 채우기로 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만큼이나 여름방학 때 학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수강변경 기간 사태 때문에 다행히 다음 주에도 수강 변경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게 되었다.   원래는 전공수업이 대부분 지금 다니고 있는 2학년 과목에다가 나머지 한 과목은 4학년 과목이었는데 또 다시 수강변경을 하게되면서 2, 3, 4학년 전공과목 한 과목씩 동시에 듣게 되는 참으로 보기 드문 시간표가 완성되었다.   

   

 Scene #2  대학교 등록금이 올라가면 '함께' 올라가는 것  

오랜만에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평소에 친한 과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중에 몇 몇은 이번 학기에 휴학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두 달만에 보게 된 강의실 안의 풍경과 분위기가 1학기 때와는 사뭇 달랐다.   각각 따로 떨어져서 학생들이 앉다보니 강의실 분위기가 썰렁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야간 수업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 아닌 이상 수강하는 학생들 수가 적은 편이다.  내가 듣게 되는 야간 수업에 참관하는 학생 수가 거의 33~39명 사이 정도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가 25~35명 정도면 적당하다고 한단다.      

야간보다는 주간에 하는 수업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주위에 휴학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걸로 봐서는 취업 준비 혹은 다음 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학기 정도 휴학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힘들게 등록금을 마련해게 되는데 하늘 높게 치솟아 오르고 있는 요즘 대학교 등록금을 생각하면 월급을 많이 주는 비정규직 혹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이상 100 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만 않다.

'행정개혁' 관련 과목을 담당하는 B 교수님이 대학교 휴학생 관련 기사 내용을 말씀하셨는데 4년제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휴학하는 이유가 대부분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학생 52%, 등록금 마련 위해 알바] 

조선일보  2011년 8월 24일


해마다 대학교 등록금이 인상될수록 학생과 그의 가족들의 재정적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휴학률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수치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오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등록금 인상인 것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가 올해 우리나라 최대의 사회적 논쟁으로 남을 줄 알았건만 무상복지 화두에다가 곽노현 서울교육감 비리 사건 그리고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까지...   최근동안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와 사건들이 생길수록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인과 시민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듯하다.  

  

 

  Sence #3  도서관에서 빌린 책 

개강하는 날이다보니 수업을 일찍 마쳤다.  수업 첫 날은 간단히 앞으로 진행하게 될 수업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수업이 마쳤을 때 시간이 밤 8시 20분쯤이었다.  야간 스쿨버스가 10시부터 출발하는데 그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마땅히 할 게 없었고 그렇다고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기에는 교통비가 아까운...  어중간한 시간만 남게 되었다.  

항상 이 시간때쯤이 되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라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저녁 식사를 권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라 항상 같이 다니는 동기들을 꼬셔서 2학기 첫 날인데 술집에 가자고 바람 잡았다.    하지만 누구는 며칠 전부터 계속 술 마셔서 질린다고 그러고 또 누구는 돈이 없다고 안 마신다고 하였다.   사실 나 역시 지갑 안에는 정신줄 놓을 정도로(!) 마실 수 있는 술값이 없었다.      

4년 전, 갓 대학교의 세계에 들어선 1학년 때만해도 아무런 근심 없이 주야장천으로 마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술 마시고 놀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불리게 식사 할 수 있는 식비가 제일 먼저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대학생활의 즐거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지는거 같다.  

결국에는 합일점을 찾기 못한 채 헤어지기로 하였다. 같이 어울리는 동기들은 다 자가용이 있어서 집으로 귀가하게 되었지만 자가용 없이 버스로 통학하는 나는 남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때우기로 했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신간도서 비치가 내가 애용하고 있는 공공도서관보다 빠른 편이다.  아무래도 공공도서관보다 소장할 수 있는 서가 공간이 넉넉한데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책으로 구입하기에 도서관 예찬론자로써는 만족스럽다.  가끔씩 눈에 보이는 빈 공간의 책장 때문에 대학 도서관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학교 도서관을 신뢰하는 이유는 알라딘에서 이슈가 되는 신간도서들이 비치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신간도서 코너에서 그 전부터 읽고 싶었던 신간도서들이 보여서 무척 반가웠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두 권이었는데 둘 다 이번 알라딘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들이다. 그것도 신간평가 도서로 공개된지 얼마 안 된 것들이다.   내가 무슨 책을 빌렸는지 공개하지 않겠다.    알라딘 블로그 활동을 1년동안 하면서 깨닫게 되었는데 출간된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를 페이퍼 형식으로 소개한 글이 추천을 3개 이상(맞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받으면 '알라디너의 선택' 으로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가끔 페이퍼를 쓰다보면 내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 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해새 간략하게 소개한 페이퍼라면 괜찮은데 책의 내용에 상관없이 그저 책표지만 노출한 채 쓴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 으로 공개된다는게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간도서를 구매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일간지 북섹션처럼 책에 대한 내용을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게 만드는 글. 아니면 리뷰라고 생각한다. 신간평가단원들이 매달 작성하게 되는 신간도서 페이퍼처럼 소개하면 좋겠지만 지난 기수 때 활동해본 경험상 여러 권, 아니 딱 한 권의 신간도서를 핵심적으로 소개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겼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페이퍼보다는 차라리 리뷰로 소개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신간도서 페이퍼를 쓸 때 언급되는 책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어떤 내용이 100% 확실하지 않은' 책이지만 리뷰의 경우에는 완독 100%든 발췌해서 읽은 50%든지 간에 '읽은 상태' 에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리뷰로 신간도서를 소개하는게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단,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리뷰가 편하고 쓰기 좋다고 느낀 것이지 신간도서 리뷰가 구매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입장은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책을 어떻게 읽는냐에 따라서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을 놓칠 수도 있거나 자칫 텍스트를 과장, 축소 또는 왜곡된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리뷰를 쓰다보면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해보지만...  이것도 쉽지가 않다.  신이 아닌 '인간' 이기에 완벽함을 끝까지 추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 한창 많이 배워야할 학생이라서 지금도 너무 모르는게 많다.  하지만 모르는게 많은게 부끄럽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모르기 때문에 앎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나를 키운 것은 팔할... 은 좀 과장이고..  ^^;;     

현재 나를 키우고 있는 것이 독서 그리고 공부라고 생각된다.   

 

어제 개강하는 날에 대해서 좀 재미있게 쓰려다보니..  주제도 옆으로 새고 내용도 너무 진지해져버렸다.    학업 관리 때문에 독서를 소홀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생활하다 재미난 이야기가 있으면 페이퍼로나마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알게 되면 변변찮은 서재를 들려주시는 이웃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P.S>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그 비공개의 신간도서 두 권에 대해서 힌트를 주자면요..  

한 권은 인문사회 분야이고 나머지 한 권은 예술 분야 도서입니다.   

두 책의 저자는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며 이름만 대면 누구다 알고 있는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요. 그리고 두 사람 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을 하기로 유명하고요... 그 중 한 사람은 독설가로 유명합니다.  (결정적인 힌트 ㅎㅎ)

추석 때까지는 당분간은 개강하는 기간이라 책 읽을 시간이 넉넉해요.  그 때까지 신간도서가  어떤 것인지 리뷰로 공개하겠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책이라 리뷰로 쓰기에는 살짝 부담되네요.   비공개라는 이유만으로 리뷰에 대해서 큰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해요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9-0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색 바탕으로 소개해 주셔서 그런지 더 기대되는걸요!!ㅎㅎㅎ 전 기다리고 있을거예요~
cyrus님 글에서 대학 개강의 진지함과 함께 설레임이나 들뜸도 감지되요. 부러워요~^^
어서 날이 좀 선선해 져야 본격적인 캠퍼스 생활을 즐기실텐데요..!

cyrus 2011-09-03 22:42   좋아요 0 | URL
제가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로 받아들이셨군요 ^^;;

다음주부터는 날씨가 선선하다네요. 대구 같은 경우에는 말로만
선선할뿐이지 대구 특유의 습한 기운은 여전할거 같습니다.

루쉰P 2011-09-03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전히 대단하십니다. 전 항상 cyrus님을 보며 정말 저도 대학 다닐 때 저렇게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정말 대단하세요.

반값 등록금은 또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있죠. 참 인간이란 웃겨요. 금방 금방 망각을 하니 말이에요. 루쉰 선생이 잡문을 쓴 이유는 중국 국민성의 가장 큰 폐해가 망각에 있기에 그것을 없애기 위해 써서 남긴다고 했거든요. cyrus님도 루쉰 선생님처럼 그렇게 써서 남기고 있으니 분명 망각의 저주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 내세요! 더위에 진짜 몸 챙기시구요.

cyrus 2011-09-03 22:45   좋아요 0 | URL
댓글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망각의 저주라.. 루쉰님 댓글 읽고나니
루쉰의 잡문이 읽고 싶어지네요. 그린비에 나오는 루쉰 시리즈 역시
신간도서에 속한지라 학교 도서관에 있을지 모르겠네요.
루쉰님도 더운 날 몸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

2011-09-03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9-0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강준만, 진중권 생각했는데!
알라디너의 선택은 그런 거 같지는 않구요,
올리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눈이 엄청 높은 줄 알고 있어요.
거 아무렇게나 썼다고 해서 올라가는 거 아니거든요.ㅋ

그나저나 등록금 때문에 걱정입니다.
언젠가 대학 졸업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5년 정도 걸린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요. 게다가 남자는 더하겠죠?
오늘 서울은 어제 보다 괜찮은 것 같아요.
햇볕은 강하지만 습도가 낮은 상태. 난 딱 요맘 때가 좋더라구요.
짧지만 즐기고 싶은 때여요.
시루스님도 책 욕심 난다고 책만 보지마시고
가끔씩 요맘 때를 즐겨 주세요!^^

cyrus 2011-09-03 22:52   좋아요 0 | URL
역시 신간평가단원답네요.

방금 볼트 준결승전 관람하고 집으로 왔는데,, 대구는 아직
가을날씨가 오기에는 아직 먼거 같습니다. 밤이 되니깐
시원한 바람이 불긴 한데.. 대구 특유의 습한 기운 때문에
완벽하게 시원한 느낌을 느낄 수가 없더군요.
내일은 육상대회 마지막인데 남자 마라톤을 볼까 고민중이에요.

스텔라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

yamoo 2011-09-0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학교 다닐때부터 교수와 맨날 싸웠습니다. 제대로 된 교수들이 별로 없더라구요..3학년 되니 학교가 지긋지긋해 졌다는...--;;

반값 등록금...어여어여 빨랑 실행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나저나 친구분들이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하다뉘...부자이군요! 헐~

흠...알라디너의 선택이 그렇게 되는 줄은 몰랐네요...역시나, 알라딘은 정말 보면 볼수록 신기한 거 투성이입니다..ㅎㅎ 그런 면이 재밌기도 하구요..

cyrus 2011-09-03 22: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알라딘을 자주 이용하다보니 알라딘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더군요 ^^

부자라고 하기보다는.. 왠만한 대학생들은 자가용이 있더군요.
제 주위 친구들 몇 몇 녀석들도 그렇고요. 가끔 자가용이 없어서
학교가는데 불편한게 있긴 하지만.. 요즘 기름값을 생각하면
고생해서 번 돈이 너무 쉽게 쓰지 않다는 점에서 나름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1-09-0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을 위해 교수님 강의 시간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신
시루스님의 담대한 용기에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되든 안 되든 적극적인 면이 멋지세요.

그리고 추천 세개면 노출되는 것에 대해,
저도 생각이 참 많습니다. 그러게여, 책에 대해 별 이야기 안 쓰고 노출되는거
좀 창피합니다. 그래도 책은 껴넣고 싶고.. 머 이런 갈등을... ^^

cyrus 2011-09-05 16:25   좋아요 0 | URL
제가 정말로 급할 때는 적극적인 모습이 나온답니다^^;; 간략한 책 줄거리나 감상평 정도 있는 글은 괜찮다고 봐요 ㅎㅎ

순오기 2011-09-0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하는 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우리딸도 마지막 등록금은 장학금도 안돼서 학자금대출 받았어요.ㅜㅜ
알라디너의 선택에 올라가는 건 출간된지 3개월 이내의 신간을 넣었을 때, 추천과 댓글 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고객센터에 문의했을 때 들었어요.

cyrus 2011-09-06 11:29   좋아요 0 | URL
몇 몇 대학생들은 학자금대출도 할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해서
휴학을 해서 등록금을 마련한다거나 아예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더군요.

신간에도 알라디너 선택에 노출될 수 있는 기준이 있었군요. ^^
 

  

 

  수강신청 못지 않게 골치 아픈 수강변경 

2주 전에 수강신청을 하고나서도 마음 속에는 수강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긴장'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과장스러운 면은 있지만 아무리 완벽한 강의 시간표를 만들었다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변수' 라는 것은 수강 시간과 날짜 및 강의실 그리고 수강을 담당하는 교수(또는 강사)가 교체되는 것, 수강 신청 인원 미달로 폐강 결정되는 것 등을 말한다.  수강 시간과 날짜, 강의실이 변경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수강 신청 기간이 지나고 난 뒤에는 폐강되는 강의와 갑작스레 강의 담당 교수가 교체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기 때문에 수강변경 역시 수강신청 못지 않게 시간표를 구성하는데 중요하면서도 은근히 골치 아픈 일이다.

수강신청하고 난 뒤부터 거의 컴퓨터 앞에만 서면 항상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수강신청 및 변경 관련 공지사항이었다.  방학이 끝나지 않는 이상 하루에 한번씩 수강시간표 내용이 변경되는 사실을 알려주는 공지문이 게시된다.   만약에 공지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자신이 신청한 강의가 폐강된 것도, 그리고 담당교수가 교체되는 줄도 모른채 개강을 맞이하게 된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신청한 줄 알았다가 개강날이 되서야 뒤늦게 낭패를 보는 것이다.   

    

 

  개강하는 첫 날의 중요성

대학교의 수강변경 기간은 개강하기 시작하는 날 이후에 편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강하는 날, 그러니까 수업의 첫 날은 그 수업에 대해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간략하게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OT)이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해봤자 길어야 30분 정도 밖에 안한다. 강의 첫 날이니깐 교재를 챙길 필요도 없다. 그리고 수업 공인 출석에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학생들 대부분은 개강 첫 날의 오리엔테이션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강의실보다는 제일 먼저 술집으로 향한다.

대학 강의의 오리엔테이션은 새로운 내용의 수업에 참관하려는 학생들에게, 그 개요를 이해시켜 새로운 학문에의 적응을 위한 심적 자세를 갖도록 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들마다 다르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교육 스타일을 알려준다.  시험평가 및 과제물 평가 기준 등과 같은 수업계획서에 있는 내용을 알려주지만 어떤 교수는 개강 첫 날부터 학생들에게 학점 이의제기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단호하게 경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OT는 교수가 강의에 대한 모든 것들을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시간이다.  이를 통해 강의를 신청한 학생은 OT를 통해서 자신이 신청한 강의가 자신의 적성과 학습 목적에 부합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즉, 수강신청 기간에 공개되는 수강계획서보다 실감적으로, 그리고 상세하게 자신이 신청한 강의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수강계획서만 가지고 그 수강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배우는 것인지 100%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학생은 오리엔테이션에 참관하여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강의라는 것을 알게 되면 수강변경 기간을 통해서 다른 강의로 변경, 신청할 수 있다.   

   

 

  이상하게 편성된 수강변경 기간   

그런데..!!! 

수강변경 기간이 방학 기간 안에 편성되어 있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앞에서도 언급한 OT와 수강변경 기간의 정의를 함께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잘못된 편성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다니는 학교가 이처럼 기이하게 편성된 수강변경 기간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을 가중시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동시에 수강계획서가 게시된다. 학생은 수강계획서 속 내용을 가늠하여 시간표를 만든다.   그런데 이 수강신청할 수 있는 모든 과목 전부 다 수강계획서가 게시되는 것은 아니다.    수강신청 할 수 있는 과목 100개 중 30개는 수강계획서가 올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 몇 몇 과목은 아직 담당교수가 확정되지 않은 미선임 과목도 있다.   학생들은 수강계획서 내용만을 토대로 수강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수강계획서에 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는 수업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차마 신청하기가 껄끄럽고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특히 학년별 전공필수과목일 경우에는 더욱 난감하다.  가끔 이런 경우도 발생한다.  

  

 

 과목 A1 ,    김 아무개 교수 담당,  수강신청 가능 인원 60명        수업계획서 있음 

  과목 A2,     박 아무개 교수 담당,  수강신청 가능 인원 60명         수업계획서 없음  

 

 

만약에 전공필수과목 A1과  A2가 있다고 하자.  과목명과 수강신청 가능 인원은 60명으로 제한되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담당교수는 다르다. 그리고 A1 강의는 수업계획서가 상세하게 공지되어 있고 반면에 A2 강의는 수업계획서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이 수강신청을 하게 된다면 A1과 A2 중에 어떤 수업을 신청할 것인가?  당연히 수업계획서가 있는 과목 A1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    수업계획서 내용이 없으니 A2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수많은 학생들은 수업계획서가 있는 수업을 신청하는 쪽으로 편향하게 된다.  한 학년에 100명이 넘는 학과일 경우에는 먼저 신청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100명 중에 60명이 재빠르게 과목 A1을 신청하면 나머지 40명은 과목 A2를 신청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전공의 학생들도 신청하게 된다면 신청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물론 A1 과목을 신청하는 학생 수가 많으면 분반이 개설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롭게 개설된 분반 역시 A2 과목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 분반된 강의가 A1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라면 별 문제가 없는데 임시방편으로 개설되다보니 대부분 시간강사가 담당하게 되며 수강계획서가 올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늦게 신청한 40명은 울며 겨자 먹기 씩으로 분반 또는 A2 과목을 신청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수강변경 기간이 개강 이후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일단 그 수업을 들어보고 강의의 호불호에 따라서 다시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수강인원이 꽉 차 있어도 그 수업 교수에게 수강허가서를 제출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수강변경 기간이 방학 기간 내에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방학 때 학교에 교수나 강사들이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수강허가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나처럼 캠퍼스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학생 또는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는 방학 기간에 캠퍼스를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수강허가서 제출이 불가능해지자 몇 몇 학생들은 교수에게 전화를 걸면서까지 사정을 해보지만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수강 인원이 꽉 찼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학교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킨 수강변경 기간 논란 사태  

이런 사례 이외에도 잘못된 수강변경 기간 편성으로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수강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학점을 채우지 못한 채 한 학기 수업을 들어야한다. 특히 취업 전선을 뛰어들어 준비해야 할 대졸 예정자 4학년일 경우에는 다른 학년에 비해 손해가 크다.   얼마 남지 않은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수강신청을 하게 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수업 또는 전공필수과목을 신청하지 못해서 내년에도 또 다시 학교를 다녀야한다.  안 그래도 취업 구멍이 좁아서 정신적 부담을 가진 마당에 멈출줄 모르는 고액의 등록금을 수강신청하지 못한 몇 몇 과목 때문에 내야하는 재정적 부담까지, 그야말로 이중고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수강변경 기간이 다가오기 전부터 학생들은 수강변경 기간의 편성의 문제점에 대해서 학생 게시판에서 제기를 해왔지만 수강신청 업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수업학적팀에서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편성했을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을 밝혔다.   사실 방학 기간 내에 수강변경 기간 편성은 올해가 처음이다.   내가 1학기 수강신청한 작년에는 일반적으로 수강변경 기간이 개강 이후에 이루어졌다.   

이미 학생들이 예고했던대로 수강변경 기간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교 게시판에서는 수강변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생들의 불만이 하나씩 터졌으며 심지어 수업학적팀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부 그리고 총학생회까지 비방하는 사태까지 불만이 일파만파 커지고 말았다.  수강변경 기간에 불만이 많은 학생들은 이번 일이 학교 행정부와 총학생회 간의 합의된 탓이라고 억측으로 비난함으로써 졸지에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무능하다' 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뒤늦게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해명의 글을 올렸지만 이미 불만과 짜증으로 가득찬 학생들의 화를 달래기에는 늦었다.  

학생회장의 해명 글에 의하면 총학생회에서 내건 공약에 따라 지난 10년간의 수강신청 전산 시스템의 수요에 따라 복수전공과 교양수업에 치중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과에 전공수업을 늘리는 방안으로 변경되었으며  

학교 학칙 제4장 제8조(수업일수)가 16주간의 일정 내에 15주차에 모든 수업 일정을 마쳐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그것에 의거하여 수업학적팀에서 수강 변경기간을 학기 중에 시행하지 않고 방학 중에 수강신청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학교는 수업역량강화사업 1주일, 법정공휴일, 그리고 학기중 1주일 수강정정 기간을 가지게 되면 사실 고등교육법에서 나와 있는 15주를 채우지 못하는 사항이 되고, 이것은 곧 학생들의 등록금을 내고도 올바른 수업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였다. 

 

 

값비싼 등록금을 내는만큼 학생들에게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한 학생회의 의도는 좋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섣불리 도입한 감이 든다.  10년동안 축적된 전산 수요 시스템으로만 학생들의 수강 신청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가 없다.   학생들 개개인마다 수강신청의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수전공에 치중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과에 전공수업을 늘리는 방안' 은 취업을 위해서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오늘날 대학생들의 수강신청 추세를 읽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문제의 학교에 소속된 학생으로서 정작 학생들을 위한 제도를 만든답시고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도입한 학교 행정에 문제가 있지만 수강신청에 대한 수요를 잘못 파악한 점 그리고 학생들의 불만이 증폭되어가는 상황에 뒤늦게서야 해명의 글을 올리는 학생회도 문제가 있다.    

또 이번 수강신청과 변경과 관련해서 가장 큰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수업학적팀의 미온적인 태도도 넘어갈 수 없는 처사다.  수업학적팀이 먼저 이번 사태에 관련된 해명의 글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  총학생회만 모든 학생들의 비난을 감당하게 된다면 총학생회 전체의 이미지만 추락하는 꼴이 된다.      

결국에는 수강변경 기간을 개강 이후 기점으로 새롭게 추가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수강변경은 이렇게 편성해야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학생 행정부, 학생회 그리고 학생들 모두에게 서로 신뢰와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1-08-3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골치 깨나 아프셨겠습니다.
지금은 안정된 거죠?
반값 등록금은 언제쯤 될까요?
시루스님 졸업 전에 되면 좋을 텐데...
아무튼 불미스럽고 번거롭긴 했지만 또 한 학기 힘차게 시작하십쇼!^^

cyrus 2011-09-01 12:14   좋아요 0 | URL
며칠전 신문에서 봤는데 국회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잠정 무산 결론을 내렸더군요. 정말로 반값 등록금 문제가 실현될 수
있을지 점점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일단 지금은 수강변경 사태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서
학생들과 학교 행정부 그리고 학생회 사이 간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거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1-08-3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정말 복잡하네요. 저는 필 꽂히는대로 확확 신청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수강신청 변경 기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대학 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구요. '강의실<도서관' 요런 공식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니까요 ㅋㅋ (어쩌다보니 수강신청 페이퍼에 이어 수강변경 페이퍼에 덧글을 달게 되었네요, 하하)

cyrus 2011-09-01 12:16   좋아요 0 | URL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수강신청 전에 시간표를 짜는 것이죠.
그런데 미리 짜봤자 제가 100%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답니다.
다만 수강 실패율과 후회감을 줄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해요 ^^;;




2011-08-30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0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8-3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경이 학교 측 사정이나 인원미달, 강의실 문제 등으로 될 때 미리 계획 짜논 학생으로서 살짝 신경질 나죠. 이제 정말 개강인가 봅니다. 시루스 님 만나고 첫 개강도 아닌데 가을이라 그런지 더 응원하고 싶어요!

cyrus 2011-09-01 12:21   좋아요 0 | URL
응원 팍팍 해주세요~~ ^^ 이번 학기 수업은 1학기때보다
쉽지가 않거든요 ㅎㅎ

pjy 2011-08-3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입장을 고려해서 편성을 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건지...참-_-; 문제가 없는데 왜 나중에 변경기간은 생겼는지~

관련자 모두를 만족시킬수 없는게 당연하겠지만, 갑만 만족하는 결론에 현재 매우 시달리는 "을" 괜히 울컥하고 있습니다....

cyrus 2011-09-01 12:22   좋아요 0 | URL
결국 이번 사태는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과 사태의 책임을 떠안게 된 학생회만
피해를 보고 말았어요. 지금 학생의 복지를 위해서 선도해야할 저희
학교 학생회의 이미지가 지금 말이 아니랍니다. ^^;;

yamoo 2011-08-3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강신청 변경...이거 참 골치아프죠. 시간표 맞추기도 힘들고...

아니, 근데 학교측은 어쩌자고 그런 행태를 보이는지....이건 학생들이 데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학생회는 이런데에는 잘 데모를 안하는 거 같다는..--;;

그나저나 진짜, 반값등록금은 언제 시행되는지...

cyrus 2011-09-01 12:25   좋아요 0 | URL
야무님 말씀대로 정말 사태가 계속 확산되었다면 정말로 학생들이
데모를 펼쳤을거에요. 저희 학교 학생회 같은 경우에는
사학재단 복귀 반대 시위를 펼친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등록금 문제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밖에 없게 되고요. 얼른 사학재단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등록금 문제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말이죠.

맥거핀 2011-09-01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별 얘기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글을 읽었는데, 막상 끝까지 읽어보니 이것 참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로군요.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고치면 될텐데, 사실 학교 조직도 어지간히 답답한 조직이라(예전에 '조교'했던 경험을 돌이켜볼 때) 공문 오가야 하고, 보고도 해야하고 어쩌고 해서, 참 잘 안되지요. 아무튼 그동안 피해는 학생들만 본다는...;;

cyrus 2011-09-01 12:27   좋아요 0 | URL
맥거핌은 조교 경험이 있으시군요. 정말 조교도 수강 신청이나 변경
기간만 되면 머리 아플거 같아요. 학생들이 전화로 수차례 문의를 하거나
사무실에 찾아간다면 조교 입장에서는 바쁘겠어요. ^^
 

 

  

 

 

[당신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8월 22일자 

  

 

이번 달 들어서 셰익스피어를 읽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리스 로마 신화까지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비극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 그리고 사건 전개를 유심히 보게 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이나 이야기를 인용한다거나 작품 속에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가 주로 인용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원전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많다.   <변신 이야기>는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널리 알려져 있는 신화 속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야마로 신화를 집대성한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세련된 묘사는 후대의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동기를 제공해주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시대까지도 고대 로마 시기 때 탄생된 오래된 문헌이 읽혀졌던 것이다.   

국내에는 소설가 겸 번역가인 故 이윤기 씨와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의 번역본이 있다. 마침 민음사에서 출간된 이윤기 씨의 번역본을 소장하고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이윤기 씨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가 서점가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 때의 독서 열풍에 따라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이윤기 씨가 쓴 책이었다.    

그리고 몇 학년용 교과서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확실한 것은 중학교 때 배웠던 국어 교과서에 신화에 관한 이윤기 씨의 글이 실려 있었다.   그 때 수록된 이야기가 태양 신의 마차를 몰다가 제우스의 벼락에 불 타 죽은 파에톤 이야기다.

덕분에 이 때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신화와 관련된 이윤기 씨의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어봤던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독서의 범위는 넓혀지게 되었고 그 분이 번역가와 소설가로 활동하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한국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라 그 분이 쓴 소설은 단 한 권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분이 번역한 소설은 읽어봤다.    특히 제일 감명깊게 읽은 것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인 조르바>다.   청소년기에는 이윤기 씨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도사였다면 지금은 이윤기 씨라고 한다면 항상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르바다.    

글을 쓰는 작가나 또는 다른 언어로 문장을 번역을 하는 번역가나 다 자신의 손에서 탄생되는 문장 그리고 글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윤기 씨 같은 경우에는 번역만큼은 자신의 글을 읽게 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 번역에 대한 자신의 사명감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문장가들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개정판 출간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그의 번역활동이며 <변신 이야기>는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둔갑 이야기>라는 제목의 축약본을 토대로 온전한 완역본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천병희 교수를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에 쓰여진 텍스트들이 라틴어 원저 그대로 충실히 번역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윤기 씨의 <변신 이야기>는 원저를 번역한 것이 아니라 러틴어 판을 번역한 영문판과 일어판을 중역한 것이다.   <변신 이야기> 1권 첫 장에 들어가면 '일러두기' 라는 머리말이 있는데 이윤기 씨는 라틴어 판으로 번역하지 않은 이유를 솔직하면서도 타당성 있게 밝히고 있다.   

 

라틴어 대본을 쓰지 않은 데엔 두 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는 역자에게, 고전 라틴어를 능숙하게 우리 말로 번역할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틴어 원문은 원래 운문인 데다, 상당 부분이 2인칭으로 서술되어 있다.   (중략) 

역자가 현대 영어로 번역된 영어 판을 대본으로 삼은 것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2인칭 문장이 독자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변신 이야기> 1권, 일러두기 중에서 -

  

애초에 머리말에 본인의 라틴어 번역할 능력이 부족함을 알림으로써 중역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윤기 씨는 원전 자체 그대로 완벽하게 번역하는 의미에 두기보다는 원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온전하게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번역을 취하고 있다. 

번역가들마다 각기 다른 번역가 특유의 고유한 문장 스타일이 있듯이 독자들마다 번역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책의 단점을 지적하자면 문장 곳곳에 있는 한문으로 이루어진 단어에다가 간간이 나오는 중역투의 문장 때문에 젊은 층의 독자 입장에서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에는 이와 관련된 화려한 도판이 있어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민음사판에는 도판이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올컬러가 아닌 흑백이다.   

아직 천병희 교수의 <변신 이야기>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이윤기 씨의 번역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산문형이다보니 읽으면서 할아버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본업인 소설가답게 멋들어진 문장이 있어서 참 좋았다.   

 

<변신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대한 문장가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사실 그리고 다시는 그의 글을 읽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변신 이야기>는 1998년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는데 2권에는 이윤기 씨가 남긴 후기가 수록되어 있다.   번역 후기치고는 짧은 내용인데 지금도 이 부분을 읽게 되면 그 분의 글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 <변신 이야기>는 연대순으로는 비교적 후대에 씌어진 것이기는 하나 역자의 손에서 이루어질 고대 신화 번역 총서의 한 시발점을 이룬다.  이 작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뒤세이아>,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의 <아에네이스>, 아폴로도로스의 <황금 나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그리스 신화>로 이어질 것이다.   실로 평생 소원하여 마지않던 대장정이다.  험할 것으로 예감하나 이 대장정이 끝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이로써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고전 교실이 하나 세울 수 있다면 이 또한 우리 문화, 우리 문학의 초석이 될 터이다.  세계의 고전문학의 고삐를 잡고 우리 문학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변신 이야기> 2권, 개정판 후기 중에서 -  

  

1998년, 그러니까 무려 13년 전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개하기 위한 대장정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니 붓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그의 포부를 이제는 실현될 수 없어서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번역가이자 그의 친딸인 이다희 씨가 아버지가 남기고 간 유고들을 정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생전 이윤기 씨가 꿈꿔왔던 '대장정' 이 실현되기에는 너무 버겁게만 느껴진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된 지금도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가 남기고 떠난 수많은 문장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했던 말처럼 당신의 존재가 잊혀지지 않는 지금의 모습이 아름답지만 잊혀지기 위해서 죽음이 이루어진다는 생각만큼은 동의할 수가 없다.     훌륭한 문장가를 잊어야한다는 점이 아쉽다기보다는 살아 생전에 꿈꿔온 그의 원대한 포부가 세월의 흐름에 잊혀져야간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특히나 당신의 글을 각별하게 좋아했던 나로서는.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1-08-2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1년인가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이윤기씨 책 한권쯤은 다 가지고 있다고 봐요.
저도 몇권 가지고 있는데.
명이 짧아서 그렇지 한 세상 멋지게 살다간 사람중의 한 사람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cyrus 2011-08-30 17: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설가, 번역가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해박함까지
독특한 필치를 가진 몇 안 되는 멋진 문장가라고 생각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8-2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씨가 그리스 로마신화의 지식이 많다고 해서 어떤 이들은 그가 서양 것에 너무 치우쳐있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건 오해죠.이윤기 씨는 우리 전통의례나 나무, 꽃에 대해서도 해박합니다.그의 이런 면모가 잘 드러난 소설이 그의 가장 긴 소설인 <하늘의 문>전 3권입니다.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풀어낸 소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이윤기의 진짜 팬들이 전국의 헌책방을 뒤져 찾아내려고 한다는 소설이죠.

cyrus 2011-08-30 17:05   좋아요 0 | URL
작년에 이윤기 씨기 별세했을 때 어느 일간지 칼럼 글이 생각나요.
이윤기 씨가 그리스 로마 신화 전문가와 번역가로만 알려지다보니
정작 소설가로서의 진면목을 독자들이 알지 못해서 그의 부고에
안타깝다고 하더군요.

yamoo 2011-08-2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이윤기 선생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분이 쓴 문학작품보다 번역본으로 선생을 먼저 접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움베르토 에코인데...조형준씨와 이윤기 선생 아니었다면 일찍 에코를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학부때 광적으로 좋아했던 에코였어요..

노이에자이트님 말씀처럼 이윤기 선생은 정말 전통적인 우리 것에 대한 소양도 아주 깊었죠. 그분이 쓰신 소설보단 에세이가 훨씬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시루스님은 중학교때부터 독서광이었군요...전 고등학교때까진 책하고 담쌓고 살았눈뎅...ㅎㅎ

cyrus 2011-08-30 17:10   좋아요 0 | URL
중학교 때는 책을 읽긴 했는데 그 때까지는 설렁설렁하게 읽었다고 해야되나요?
^^;; 독서라는 행위의 참된 의미를 모른채 그저 시간 때우기를 위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는 수능 공부를 하다보니
고등학교 3년은 그야말로 암흑기라고 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 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면 독서할 시간이 많을줄 알았는데,,
1학년 때는 술 먹고 노느라 그 때도 책이랑 담 쌓고 있었어요.
그래서 군 복무하면서 이제서야 독서의 의미를 깨달았어요.
정말 제가 근무하던 부대는 책이 많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대하면 정말 제대로 된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

마녀고양이 2011-08-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지 않나요. 어떤 분야에 저렇게 매진하셨다는 자체로도
그 결과물에 상관없이 너무 멋진 분이세요.

저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하고 바랍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런 정열과 노력.

cyrus 2011-08-30 17:11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에 마고님은 지금도 정열과 노력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

아이리시스 2011-08-3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네요. 그리스 로마 신화 때는 정말 인기가 대단했는데. 소설가,번역가로서는 물론 인간적인 매력도 대단할 것 같은 분이에요. 너무 안타까웠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각별히 책을 읽어야겠어요. 책이 어디갔는지 다 없네요. 빌려 읽었었나 봐요.

cyrus 2011-09-01 12:28   좋아요 0 | URL
신화 열풍과 번역가로서의 능력 때문에 이윤기 씨의 문학적 재능이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었죠.

희망찬샘 2011-09-0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순오기님 서재 타고 왔는데, 그냥 스윽 지나쳐 가려고 했는데, 이 서재에서 글 읽느라 보낸 시간이 너무 많아서 글 하나는 남기고 가야 할 것 같은... 개인적으로는 행정학과에서 쪼금 반가웠고(울 언니, 형부 행정학과 나왔걸랑요.) 그리고 정말 좋은 글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님의 서재글을 읽으면 지적으로 충만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저는 쉬운 책만 읽는 편이라 말을 섞을 형편은 안 되지만, 가끔 놀러와서 쓰윽 읽고 가겠습니다. 대학생이시라는 말에 가르쳤던 아이들 얼굴이 퍼뜩 지나갔고 우리 아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자란다면 참 근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대단히 멋지'군'요.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cyrus 2011-09-09 22: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희망찬샘님 ^^

닉네임과 서재 잠깐 들려봤는데 학교 선생님이시네요. 저도 한때 선생님을
많이 동경하고 한 때 장래희망이기도 했었어요 ^^

저도 아직 많이 배우고 알아야할 학생입니다. 여기 이 곳 서재를 이용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학생이랍니다. 찬샘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왜 아버지는 선동열을 싫어했는가?      

 

 

선수 시절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前 삼성 라이온즈 감독 선동열 

 

지금으로부터 거의 6년 전, 한국야구의 챔피언을 결정짓는 2005년 한국 시리즈 때였다. 그 당시 한국시리즈는 시즌 패넌트레이스 1위 팀이였던 삼성 라이온즈와 시즌 2위였던 두산 베어스와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 지키는 야구 ' 라고 불릴 정도로 든든한 불펜진을 자랑했던 선동열 감독의 삼성과 반대로 막강한 화력을 뿜어내는 타력을 갖춘 김경문 감독의 두산 간의 한국시리즈전은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였다.  2002년 구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로는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삼성으로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망이 높았으며 두산 역시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기에 두 팀 간의 한국시리즈 대결은 성사되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왔다.   

시즌 1, 2위 팀간의 대결이라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시리즈 예상 우승팀에 대해서 근소한 차이로 엇갈려져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2005년에 갓 부임한 '초보' 선동열 감독의 삼성보다는 오랜 코치 경험에다가 선 감독보다는 2년 선배인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우승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진정한 한국야구 챔피언을 결정짓는 한국시리즈답게 치열한 공방전을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4차전 모두 삼성이 4전 전승을 거두게 되면서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진행된다)    

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패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두 가지 위업을 달성한 최초의 야구감독이 되었으며 2010년까지 삼성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듬해인 2006년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2관왕을 이루었으며 2010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두면서 감독으로서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 라이온즈라고 하면 현재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그리고 배영수, 차우찬, 안지만 등과 같은 선발과 중간 계투를 책임질 수 있는 막강한 불펜진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은 투수 출신이었던 선 감독 시절에서 재능의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 감독 시절의 삼성을 '지키는 야구' 의 대명사가 되었다.    올해 선 감독의 지휘봉을 이어받은 류중일 감독의 삼성은 이전 선 감독 시절의 경기 운영과는 다른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보이면서 이전의 '지키는 야구'로서의 색깔을 희석했다지만 여전히 '선동열이 남긴 유산' 인 불펜진의 위력은 지금도 남아 있으며 현재 시즌 1위를 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해태 타이거즈 소속 시절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지금도 선 감독이 부임했던 2005년, 2006년의 삼성의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선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삼성과는 다르게 투수 위주로 운영한 '지키는 야구' 라서 경기 운영면에서는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의 인연과는 거리가 멀었던 삼성을 2년 연속 우승시킨 점은 삼성 팬인 나로써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해에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좋지도 않았고, 절대로 좋아해서는 안 될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집에서 TV로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보게 되면 아버지와 함께 보는 날도 있었다. 아버지 역시 야구 경기, 특히 경북 출신에다가 오랫동안 대구에서 자란 토박이다보니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 야구 경기를 보면 항상 불편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경기에 지고 있어서 아버지가 육두문자를 날리면서 짜증내는 점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남자라면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지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과 욕이 나오는건 당연하니까.

이상하게도 브라운관에 덕아웃에 앉아 있는 선 감독의 얼굴이 나오게 되면 아버지는 비하하는 듯한 말로 이애할 수 없는 불만을 표출하곤 했다.  심지어 삼성이 경기에 크게 이겼어도, 2006년에 한화 이글스 간의 한국시리즈에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어도 아버지는 선 감독에 대해서 호의적인 말씀을 하지 않았다.  

 

  " 저 XX는 참,,. 전라도 출신 주제에 별 것도 아닌 놈이 잘 나가네 "  

 

세상 물정 몰랐고 그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시에 매달렸던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아버지의 불만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평소에 아버지가 야구 팬으로서 선 감독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왜 선동열을 싫어했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눈에 비친 선동열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 감독이 아니라 그저 전라도 광주 출신 감독이었다.  

 

 

  기아 타어거즈 = 홍어 = 전라도 = 빨갱이?  

 

  

광주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 

(전신은 해태 타이거즈)

  

요즘에는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야구 중계를 볼 수 있는 참으로 편리한 시대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야구 중계를 볼 수 있으니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과 피 튀기는(?) 리모컨 전쟁을 할 필요도 없으며 야외에서도 생생한 야구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도 야구 중계를 집에서 보게 되면 TV보다는 컴퓨터로 시청하는 편이다. 컴퓨터로 중계되는 야구 경기는 이름만 되면 알만한 유명한 모 검색 포털 사이트가 지원하고 있는데 화면으로는 TV에 비해 떨어지지만 컴퓨터 야구 중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야구 경기를 보면서 실시간에 달려져 있는 댓글을 보는 것이다.     

 

 

모 포털 사이트에서 지원하고 있는 야구 중계 동영상 

동영상 아래에 댓글창이 있는데 이용자는 경기 동영상을 보는 동시에  

댓글을 달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팀의 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댓글로 표현하다면 참 좋겠지만 익명성을 이용해 악의적인 내용을 서슴치 않는 우리나라 댓글 문화를 생각하면 그저 현실상으로 불가능한 좋은 생각일뿐이다.    

실제로 야구 경기장에 가게 되면 양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구별할 수 있게 좌석이 배치되어 있듯이 온라인 야구 중계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할 수 있게 댓글창도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예를 들면 삼성과 기아와의 경기를 중계하는 동영상 아래에 '삼성 라이온즈 댓글 창''기아 타이거즈 댓글 창' 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기 동영상을 보고 있는 네티즌이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댓글창에 줄줄이 달리는 댓글 중에는 정말 좋은 말을 하는 내용의 댓글을 찾기가 모래알에 진주 찾는 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이에 대한 온갖 불만을 댓글로 표출하는 것은 애교일뿐이다.  대놓고 상대방 팀을 비방하는 수준을 넘어서 팀이 연고를 두고 있는 지역까지 비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8개 구단이 치르는 경기들마다 지역감정을 담아 상대 팀을 비방하기도 하지만 특히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 간의 경기는 양 팀 팬들간의 총성 없는 댓글 전쟁 역시 치열하기만 하다. 

기아 타이거즈는 광주광역시에 연고를 두고 있으며 해태 타이거즈 시절 야구 구단 중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문 구단이다.  그리고 구단 엠블렘과 선수들의 유니폼이 빨간색이다.    다른 야구 팀 팬들은 항상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치뤄지게 되는 날이면 온통 기아 타이거즈를 비난하는 악의적인 댓글로 도배를 한다.  야구 팬들은 각 팀마다 그 구단의 전형적인 특징을 꼬투리 잡아 비하성이 담긴 별명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기아 타이거즈 같은 경우에는 전라도에 위치하는 광주에 연고를 하는데다 구단 엠블렘과 유니폼이 빨간 색이라서 '홍어' 라고 부른다.   

그래서 야구 팬들 사이에서 '홍어' 또는 '홍어 타이거즈' 라고 하면 속칭 기아 타이거즈를 가리키는 통칭되는 용어였다.

  

 " 홍어 XX들, 니들은 안 돼. " , " 전라도 홍어는 그냥 나가 X져라. "    

 

하지만 이제는 야구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홍어' 는 단순히 기아 타이거즈를 뜻하는 비하성이 담긴 별명이 아니라 이제는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광주 지역에 사는 사람들 즉,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악의적인 별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야구 중계에 댓글을 다려는 사람들 중에는 순전히 야구 중계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예 상대 팀에 연고를 두고 있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기 위해서 지역감정을 이용해 갈등을 조장하려는 악플러가 존재하고 있다.  

"전라도 홍어들 중에서 사기꾼 아닌 사람들 없고 깡패 아닌 사람들 없다" ,  "여수, 순천 반란사건, 5ㆍ18 광주 폭동도 이제 보니 전부 전라도 홍어 XX들이 일으켰지. 전라도 홍어 ×××들. 폭도의 후손들이 이젠 야구로 별 짓을 다 하는구나 " 라는 원색적인 댓글까지 나오게 된다.  

이렇듯, 야구 중계까지에도 전라도를 비하하는 악플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비단 '홍어' 뿐만이 아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조금이라도 기아 선수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홍어존’ 논란이 나온다. 일부는 전라도 출신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슨상존’ 이라는 표현을 대신 쓰기도 한다.   그리고  전라도의 [전라ㄷ]+ 사람을 나타내는 영어 접미사 [ian]을 합성해서 '전라디언' 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전라디언' 이라고 하면 곧 친북 좌파 또는 빨갱이를 뜻하게 되어 그 의미가 한층 더 다양해진다(?)  



 
 

   영호남 지역갈등이 만들어낸 최악의 난동사건

 

  

1986년 당시 삼성 팬들로 인해 불 타버린 해태 타이거즈 전용버스  

사진 출처: 프레시안

 

악플러의 지역감정적인 악플의 수준은 단지 인터넷의 발달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회적 병리 현상이 아니다.  그 현상의 근원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지역갈등이 있었다.  

기아 타이거즈 vs 삼성 라이온스, 즉 호남과 영남 간의 지역감정이 담긴 갈등이 만들어낸 깊은 악연은 프로야구 최악의 난동사건으로 기록된 한국시리즈의 조금은 부끄러운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 대구 폭동 ' 으로 불리는 사건은 1986년 10월 22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발생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홈팀인 삼성이 해태에 5-6으로 역전패를 한 것에 대해. 몇몇 관중들이 경기장 밖에 주차해둔 해태 구단 전용버스에 불을 지른 보복성 사건이었다.   그 날 경기 결과에 대한 분풀이도 원인이지만  방화사건의 시발점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 광주에서 열린 경기에서 삼성 투수 진동한의 부상에서 비롯되었다.  

1차전 경기에서 삼성의 진동한 투수는 7회말까지 호투를 했지만 8회초 덕아웃에서 쉬고 있는 도중에 윗편 관중석에서 술 취한 관중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맞아 경상을 당하게 되었다.  한창 경기가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 삼성 팀 입장에서는 최상의 호투를 보이고 있는 투수의 어이없는 부상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8회말에 투수를 김시진(현 넥센 히어로즈 감독)으로 교체했지만 연장전 끝에 3-4로 역전패하고 만다. 

야구계에서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 먼저 우승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우승한다는 일종의 속설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양팀뿐만 아니라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결과에 촉각을 곤두 설 수 밖에 없었다.   삼성과 해태는 단순히 라이벌 구단 관계 이상이 아닌 영호남 지역주의가 만들어낸 앙숙의 관계로 변질되었다.    

문자 그대로 불붙은 지역감정 때문에 다음 경기를 대구가 아닌 중립지역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구에서 경기를 강행했지만 예상했던대로 추가 사고가 이어졌다.  4차전마저 삼성이 패하자 홈 팬들은 병을 경기장에 투척했고, 1차전에서 나온 해태 팬의 '빈병 투척 사건' 까지 다시 언급되면서 관중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관중의 난동이 얼마나 심했으면 경기장 주변으로 2000명 가량의 경찰들이 투입되었으며 심지어 최루탄까지 발사했다고 한다.     

 

 

  지역감정으로 점칠된 스포츠의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 

 

 

현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면서 스페인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카시야스 (왼쪽에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는 미남)와  

FC 바르셀로나 소속 수비수 푸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견원지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관계이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지역차별주의로 인해 형성된 스포츠에서의 라이벌 관계는 우리나라의 삼성과 해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한국의 프로야구와 유사하게 각각 일본 간토와 간사이의 대표 구단으로 자리잡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 간의 라이벌이 유명하며 미국 메이저리그로 넘어가면 각각 뉴욕과 보스턴에 프랜차이즈를 둔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경쟁도 유명하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최고의 라이벌이 존재한다.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나 원작의 동명영화를 보신 분들도 아시겠지만 남녀 주인공 노덕훈(김주혁 분)과 주인아(손예진 분)가 심야 시간에 맥주를 마시면서 함께 축구 경기를 보게 되는데 그 경기가 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대의 라이벌 구단 간의 경기인 엘 클라시코(El Clásico)다.    

엘 클라시코는 우리 말로는 '고전의 승부' 라는 뜻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리그 1, 2위를 다투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로셀로나 간의 축구 경기를 뜻하고 있다.   하지만 '고전의 승부' 답게 이 두 팀간의 대결은 109년이나 될 정도로 지금까지도 선수와 감독들뿐만 아니라 팀을 응원하는 팬들마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정도로 정말로 유명한 축구계의 견원지간(犬猿之間)이다.   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가 연고지이며 FC 바르셀로나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인 바르셀로나에 연고지를 두고 있다.   

이 투 팀간의 대결은 최근에 두 차례나 펼쳐진 두 팀 간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대회에서도 선수들와 코치 간에 난투극이 펼쳐질 정도로 라이벌 관계답게 치열한 경기 양상을 보였다. 엘 글라시코의 열기는 같은 스페인 출신 선수들끼리 지역 연고를 두고 있는 프로 축구 팀 때문에 대립을 펼쳐야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스페인 국가대표팀 주장 겸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슈퍼세이브' 골키퍼 카시야스는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남아 있는 엘 클라시코의 갈등과 불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친목 도모를 위한 회식 자리를 마련한단다.   스페인은 작년에 펼쳐진 2010년 월드컵에 우승할 정도로 세계 최강을 자랑하였지만 최근에는 '무적 함대' 답지 않게 중요한 경기마다 패전을 거듭하고 있다.   카시야스는 다시 한 번 스페인의 명성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대표님 내부에 남아 있는 엘 클라시크의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아빠 + 해태 타이거즈 엄마 = '삼태' 라이거 소년  

사진 출처: 이데일리
 

 

엘 클라시코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지역감정으로 점칠된 스포츠의 현실을 그저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만의 전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좀 과장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스포츠 팬들뿐만 아니라 멋진 경기 운영을 보여줘야할 선수들마저도 지역감정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스포츠 내에서도 운동선수들 또는 코치진 사이에서 학벌, 지연 위주에 따라 팀워크가 깨져버리는 사례가 많이 있었듯이 지역차별적 감정이 스포츠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과연 어디서부터, 누가 조장했는지 기원은 의심스럽지만 연고 구단에 대한 일방적 지지가 지역감정에서 비롯된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지역감정이 없었다면 야구 팬들 사이에 영원히 회자되는 흥미진진한 라이벌 구도 역시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팀 자체가 아니라 특정 지역과 특정 지역 사람을 비난할 정도로 팬들의 비방이 날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악플러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위험할 정도다. 굳이 한국의 현대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들은 구분해야 한다. 상대에게 분노와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말과 글은 자제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는 정치·사회적 긴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지역감정’ 을 만들어냈다. 호남 고립의 지역감정, 지역구도가 그렇게 탄생했다. 굳이 지역감정의 역사적 기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종목에서 나타나는 지역감정의 양상은 분명 퇴행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기본적이면서도 유일한 방법은 상식이 있는 팬들이 앞장서서 일침을 가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 뿐이다.  

올해 한국시리즈가 열리기까지 두 달 정도 남았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다고 가정한다면 아마도 한국시리즈에 상대할 팀은 SK 와이번스(현재 리그 2위)와 롯데 자이언츠(리그 4위)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리그 3위)다.   어느 팀을 만나든 간에 야구 경기를 지역감정과 차별로 만들어낸 색안경을 벗은 채 그저 스포츠를 진정 즐기는 마음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 ' 1986년 해태 타이거즈 버스 방화사건'  관련 출처 기사  

[그들은 왜 무등구장에서 '김대중'을 외쳤는가] 프레시안 2009년 8월 26일 

호남차별과 야구 종목과의 관계는 고교야구 탄생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글이 길어질 우려가 있어서 그 부분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된 기사문을 읽어보시면 좋을듯합니다.   

 

* P.S : 참고로 저는 홍어삼합을 좋아합니다. ^^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11-08-2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한 문장에서 뿜었네요...ㅋㅋㅋㅋ ㅎㅎㅎㅎ

야구에 별 관심이 없어 서로의 비방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버스 사건은 첨보는 것입니다만..

cyrus 2011-08-25 20:55   좋아요 0 | URL
이 버스 사건이 지금도 삼성과 기아 경기 때 간혹 기아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악플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답니다.

stella.K 2011-08-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러 조장하는 것도 있을 것도 있겠죠.
그 흥분을 이용해서 팀의 결속, 나아가선 지역의 결속까지.
근데 버스까지 그렇게 된 건 또 참 보내요.
글구 홍어가 무슨 죄라구.

근데 시루스님 삼합 좋아하시는 거 보니까 술 좀 꽤 하시는 편 아닙니까?ㅋ
삼합엔 막걸리라든데.
맛에 호기심이 많은 제가 아직 그걸 못 먹어 봤어요.
글구 거 뭐더라, 말린 꽁치 김에 싸 먹는 거...?
둘 다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피했다능. 아, 아쉬워.ㅠ

cyrus 2011-08-26 22: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신에게 이로울게 없는데 왜 자꾸 사회 내에 불신을
만들게 할까요? ^^;;

저는 딱 한 번 홍어삼합을 먹어봤는데 전라도산이 아니라
시장 안 식당에서 파는 걸 먹어봤어요. 그 때는 홍어가 어떤 맛인지
정말로 궁금해서 처음 먹어봤는데, 먹을만했어요.
냄새 때문에 홍어를 잘 못 먹는 사람이 많다던데 제가 진짜배기
전라도산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냄새는 참을만했습니다. ^^;;

그리고 혹시 김 싸먹는 꽁치라면 과메기입니다.
과메기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

맥거핀 2011-08-2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전문용어(?)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cyrus님도 꽤나 야구 열심히 보시는 듯 하네요.^^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참 별 지역비하가 난무하지요. 말씀하신 용어들 외에, 거의 모든 팀을 비하하는 용어들이 있구요. 근데 유독 기아에만 심한 것 같다는 느낌도 좀 있긴해요. 기아를 비하하는 말에는 유독 어떤 지역적(?)인 것이 따라붙는 것도 그렇구요. 아마도 오랜 지역차별과 연관이 있는 것이겠지요..한때 우리나라 지역차별이 많이 옅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요즘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cyrus님의 글을 읽으니, 그냥 옛날 기억이 좀 나네요. 지금은 LG팬(-_-)이지만, 어렸을 때는 부모님 따라 해태가 잠실에 오면 자주 보러갔거든요. 부모님이 모두 전라도 분이시라서요.그 때 해태는 참 무적이었는데..열렬한 응원 때문에 더 잘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때 3루측에서 응원들이 꽤 살벌(?)했었거든요.
에고 지금도 살벌한 응원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데, LG는 이모냥이네요. 하하, 삼성팬이신듯 한데, 삼성 우승 기원합니다. (요즘 보면 삼성이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듯^^)

cyrus 2011-08-26 22:11   좋아요 0 | URL
ㅎㅎ 방금 컴퓨터로 야구 경기 보고 왔어요, 패색이 짙은 경기였는데
다행히도 역전승하게 되었네요 ^^;;

다른 구단도 비하성 별명이 많은데요,, 맥거핀님 말대로 기아가 유독
심하답니다. 심지어 다른 야구 팀을 응원하는 네티즌까지도
기아 경기가 있는 동영상 공간에 기아를 비하하는 악성 댓글을
남기기도 하거든요.

맥거핀님은 LG팬이시군요, 내심 LG도 정말 오랜만에 가을야구할 줄
알았는데, 비록 삼성팬이지만 안타깝습니다. 선수들 중에는 삭발까지
하면서 열심히 경기에 임하던데요. 지금 한화랑 연장중인데
이번 경기는 LG가 승리했으면 좋겠어요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2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렸을 적이 프로야구 폭발적 부흥 시기였죠. 초, 중학교때요. 전 서울 출신인데 삼성 팬이었어요. 이만수 때문에 그랬었던 것 같아요ㅎㅎㅎ 그땐 아이부터 어른까지 야구 열풍이었죠. 저도 관심이 없었는데도 야구 규칙을 그때 다 배웠다니까요.
어쨌든, 우리 나라에서는 야구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결국 지역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예요. 경상도와 전라도가 없었다해도, 뭘 기준으로든 편을 나누어 싸웠을것 같아요. 그게 인간 세상 아니겠어요? ㅎㅎ

cyrus 2011-08-26 22:17   좋아요 0 | URL
저는 너무 어렸을 때라 초창기 프로야구에 대해서 기억은 없지만
이만수는 정말 레전드죠. 특히 지금도 대구 사람들은 이만수를
각별한 존재로 여기기도 하고요.


2011-08-26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리 신랑의 모습 가관이라죠... ㅋㅋ
오면서 내내 DMB로 보고, 와서 TV에서 꼭 야구 정리 프로 보고.
주말에는 TV를 독차지할 수 있으면 하루종일 야구 보고, 안되면 컴터로 보고.

아주 못 말려요..
하지만 무엇인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모습 자체도 좋은거 같아서 냅두는 중입니다. ㅋㅋ

cyrus 2011-08-26 22:23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팬더님이 저랑 비슷해요 ^^;;
야구 경기 다 보고 나면 야구 정리 프로그램 꼭 봐야해요.
팬더님은 무슨 스포츠채널을 보시는지 모르겠는데 참고로 저는
KBS 아이러브 베이스볼을 보는 편입니다.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예쁘거든요,, ^^;;

예전에 저희 어머니도 저의 야구 사랑(?)에 대해서 핀잔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제가 컴퓨터로 야구를 시청해서 신경을 안 쓰신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7 10:31   좋아요 0 | URL
팬더가요, 자신은 3사의 채널을 홀랑 돌리며
몽땅 섭렵하고 있다고 전해달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1-08-27 13: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게 가능한가요? 3사 채널을 담당하는
아나운서들이 모두 미모가 출중해 고정팬이 많답니다. 그래서
정말로 아나운서 보려고 동시에 3사 채널을 본다는 팬들도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도 있었군요 ^^

saint236 2011-08-2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그렇군요. 홍아 삼합을 좋아하시는 군요.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플랭클린 포어/말글빛냄)"라는 책에 보면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스페인 이야기도 그렇고요. 스페인 전쟁사라는 책을 보면 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싸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전 술을 끊은 이유로 홍어 삼합을 먹지 않습니다. 막걸리 없이 홍어를 먹는 것은 꽤 힘든 일이더군요.

cyrus 2011-08-26 22:26   좋아요 0 | URL
맛있는 음식에는 술이 없으면 안 되는거 같습니다. ^^;;

세인트님이 언급하신 책,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스포츠 관련 역사라,,
읽는데 지루하지 않을거 같아요 ^^
 

   

 

  2010년에는 '정의' , 2007년에는 '88만원 세대' ,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 권의 책이 사회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주는 책들이 있었다.    2007년에는 <88만원 세대>로 인해 대한민국 20대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 쪽으로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었다면 2010년에는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서 10년 전으로 되짚어보게 되면 90년대에는 똘레랑스 신드롬이 있었다.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똘레랑스(관용)를 소개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1995년이니 10년을 조금 넘는 정도이다.  재미있게도 국내에 똘레랑스의 종주국으로 소개된 나라가 바로 프랑스라는 점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처지였던 저자가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호구지책으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는데 프랑스를 사회 저변에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뿌리내리고 있는 관용의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그 뒤 똘레랑스는 보수와 진보, 혹은 계층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한 공감을 얻게 되었으며 한때나마 한국사회에서 양심의 자유, 다를 수 있는 자유를 용인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똘레랑스가 소개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프랑스의 모습은 똘레랑스의 종주국이라고 무색하게 할 정도로 사르코지 정부 시대부터 점차 퇴색해져만 갔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물가가 올라서 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사회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르코지 정부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강경한 이민정책이었다.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집시는 물론, 외국인 걸인과 도둑을 프랑스 사회를 좀먹는 '불순분자' 로 규정하여 법에 따라 모두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UN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사르코지 정부의 강경한 이민책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하였지만 정작 프랑스 국민의 절반은 정부의 이민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게 되면 인본주의, 인도주의를 제일로 치던 가치관도 바뀌기 마련이다. 게다가 각종 사회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서 혼란한 사회를 경험한 프랑스 인들 사이에서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분에 사르코지 정부의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화적, 인종적으로 이질적인 사람들 또한 자유, 평등, 유대라는 프랑스 공화국의 정신에 따라 프랑스 사회에 통합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통합주의의 전통에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를 지켜보고 있었던 93세의 노인은 불법체류자와 이민자들을 추방하려고하며 정의가 상실되어가는 자국의 사회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새로운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분노' 였던 것이다.    

 

 

  2011년 지금은 '분노' 신드롬   

 

 

 

 

 

 

 

   

 

분노라는 감정은 파괴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 대해 때로는 상대에 대해 분노할 때 분노는 단순히 감정이 아닌 행동을 수반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행동은 종종 부정적인 측면을 불러일으키기에 우리는 분노의 감정을 경계한다. 그러나 분노가 사회를 대상으로 할 때, 사회적 구조를 향할 때 이는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될 수 있다.   

93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인권 및 사회문제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테판 에셀의 책 <분노하라>에는 분노의 정치적 의미를 표방하고 있다.

6000원이라는 상당히 착한 가격에다가 편집자 후기와 추천사 등을 제외하면 6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테판 에셀이 현 시대를 개탄하며 쓴 글은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호소력을 지닌다. 그가 전 생애를 걸고 수호한 민주주의와 평화가 시장경제라는 독재에 의해 훼손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시장경제는 국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 이후 불법 체류자 및 이민 정책에서 나타나는 차별적 대우, 은퇴 연령 연장, 의료보험 제도 후퇴 등 민주주의의 가치는 점점 더 빛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10여년 전 다른 나라에서 유래된 올바른 가치를 배우고자고 했던 우리나라도 점점 프랑스를 닮아가고 있다.  

다문화주의의 시대에 접어들어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반(反)다문화 정서의 영향은 남아 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반다문화주의 인터넷 카페가 개설되어 외국인 범죄와 결혼 이민자의 가출 사례 등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  반다문화주의자들 역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방해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부자 중심의 사회 경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고 이렇다보니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공정한 사회' 의 표방에도 불구하고 정계 내에는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불법 비리와 정경유착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회적 권력자와 재벌들의 언론 독점은 이미 언론 독립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의미도 퇴색하고 말았다.

 

스테판 에셀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경제 소득으로 부가 축적되었지만 문화적, 사회적으로 점점 가난해지고 성숙하지 못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질문한다. 국가는 더 이상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릴 만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시민이 스스로 일어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에셀은 평화적 봉기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추상적인' 분노 신드롬이 아닌 '실천적인' 분노가 필요할 때

올해 소개된 <분노하라>의 저자 스페판 에셀은 본적은 독일 출신이지만 젊은 나이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레지스탕스 일원으로 활약한 프랑스 사람이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똘레랑스의 종주국으로 추앙받았던 그 나라다.   그렇다면 이제 프랑스는 똘레랑스가 아닌 앵디녜부(Indignez-vous)의 종주국이 되는 것인가?  

프랑스 이외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도 <분노하라>가 번역될 정도면 분명 21세기에 기억되는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범세계적 신드롬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노하라’는 스테판 에셀의 메시지가 단순히 사회적 현실에 대한 추상적인 울림이 아닌 구체적 실천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19세기 말에 탄생된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 부르주아지로부터 억압받고 있었던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사회개혁을 위한 단결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듯이 스테판 에셀의 분노 선언 역시 사회를 개선하려는 분노의 의지를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노인이 쓴 짧은 분량의 책을 그저 남의 나라에만 통용되는 이야기라는 인식, 또는 사회변혁에 대한 보수적인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되면 책의 진정한 메시지를 그저 활자 자체로 읽어버린 시간 낭비적 행위일뿐이며 정의롭지 못한 사회현실을 그저 두 눈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10여 년 전의 똘레랑스 신드롬처럼 역사 속 한 페이지에만 남아있는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회변혁에 참여할 줄 알아야하며 비정의롭고 모순된 점에서는 분노할 줄 알고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성숙된 시민으로서 요구되는 태도는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20대들에게 달려 있다.  

20대들은 이제 암담한 현실에 대한 절규를 넘어서서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자 ‘행동하는 양심’ 이 되어야 하는 기회인 것이다. 정책과 사회, 교육제도,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변혁이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야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법을 찾고자 뭉치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뭉쳐진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개혁의 길에 나서고 우리들의 비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반값 등록금 문제 덕분에 분노 신드롬이 적절하게 맞아들어가게 되었고 전국 곳곳의 20대의 대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직접 '분노' 하고 '저항' 할 수 있었다.  

결국 20대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다른 세대나 이론에 있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20대가 행복해 지는 길은 20대 우리들 속에 있고, 우리들이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들 20대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또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우리들의 생존을 다른 누구에게 맡길 수 없다. 우리들의 생존은 우리들이 함께 나서서 찾아야 한다. 자유는 스스로 찾으려는 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분노하라>가 대대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지가 않다.  책에서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의 영향이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부조리하고 잘못된 사회에 대해서는 분노할 줄 알고 비판할 줄 알아야한다는 사실이다.     홍세화의 추천사 속 문구대로 스테판 에셀의 분노는 단순히 프랑스만의 것일 수는 없다.    '분노' 신드롬을 뛰어넘어  전세계적으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앵디녜부' 를 사회적으로 실천할 줄 아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 관련기사  

[‘우향우’ 프랑스… 인종차별 살아나고 톨레랑스 사라진다]  동아일보 2010년 8월 18일 

[외국인 편견·몰이해 反다문화 정서 부채질]  서울신문 2011년 7월 26일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1-08-2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똘레랑스도 한계는 있다고 봐요. 잘못하면 냉소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분노하라는 것도 사실은 우리나라 정서에선 위험할 수도 있구요.
스테반 에셀은 분노하라기 보다는 저항하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은 아닌가 싶어요.
무저항 비폭력를 말했던 것을 보면.

분노하라의 리뷰를 쓸 때 저도 홍세화의 책을 생각은 했는데...
비교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못 읽은 게 아쉬워요.ㅜ

cyrus 2011-08-22 23:5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에 스텔라님 서재에 댓글 남겼을 때도 그랬지만,,
이미 관용이라는 게 잊혀진 지금으로 봐서는 거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가치도
시대에 따라 고치게 된다면 관용 역시 그리 나쁘지 않다고 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르코지도 동유럽 이민자 가문 출신입니다.그리고 2차 대전 후 프랑스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저지른 잔인한 전쟁을 생각하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cyrus 2011-08-23 00:01   좋아요 0 | URL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식민지나 제3세계 관련 세계사를 보게 되면
한 때 유럽에서 많은 식민지를 보유한 국가 중에 프랑스 역시 빠질 수 없다고
봐요. 사르코지가 이민자 가문 출신이군요. 자신이 쫓아내려는 이민자들
중에는 분명 자신의 핏줄과 같은 동족이 있었을텐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역사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정말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새롭네요.

분노나 불안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죠. 그 방향을 어디로 트느냐에 따라서 힘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다는 부분에 절대 공감합니다. 그리고 도가 지나친 목소리는 많은 이의 공감을 얻기 어렵죠, 물론 순수하기는 하지만요. 무엇인가 하려면, 항상 눈높이를 반보 높게하여 추진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실천적인게 아닐까요?

그런데 프랑스도 요즘 휘청거리죠? 에휴.

cyrus 2011-08-23 00:02   좋아요 0 | URL
프랑스나 영국이나,, 어쨌든 유럽 역시 우리나라 못지 않게
소란스러운거 같아요 ^^;;

귀를기울이면 2011-08-2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르코지조차도 GDP로 대표되는 성장률은 '이제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더군요.(책 'GDP는 틀렸다') 우리나라는 7%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이 되는 시대인데 말이죠. 우리나라라면 '빨갱이'취급 받을 사람이 프랑스에서는 극우 취급을 받는 상황이니 우리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cyrus 2011-08-23 00: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귀를 기울이면님 ^^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사르코지도 GDP 수치로 결정되는
성장 결과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는 노선을 취한거 같은데,,
반대로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들을 위한 복지보다는
그저 국익을 위한 성장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된거 같습니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2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그래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맞이하는 40대는 더 치열하네요.
아니, 치열해 져야만 하는 세대인 것 같아요.
쉽게 안주하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시기니까요.
저에겐 때론 <실천적인 분노>가 필요해요. 귀찮은 생각을 버리고, 나 하나 굶지 않으니까 됐어, 라는 이기심을 버리고...

cyrus 2011-08-23 00:11   좋아요 0 | URL
저도 느낌으로 실천적 분노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제 사회를
주도해야 할 20대들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저항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현재로서는 취업으로 결정짓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타인과 사회 공동체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은 수준이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 세대도 그렇고
다음 세대들까지도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분명 마음만은 남아 있긴 한데,, 정작 실천이 안 되고 있으니,,
막상 댓글 쓰고 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네요 ^^;;

아이리시스 2011-08-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도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거라 봐야겠죠. 사르코지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가는데 다음 선거도 기대돼서 프랑스가 어떻게 흐를지는 기대할만한 것 같아요.

저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맨날 벼르기만 하고, 어느새 고전처럼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저 책이 요즘도 써먹을만 할까요. 실용적이지는 못할 것 같아요. 어느새 똘레랑스만으로 통하는 시기가 아니게 되었으니까요. 적정한 통제가 언제나 필요했는데 그걸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요. [분노하라]는 못 읽었고, 저도 언제나 실천없는 분노만 하고 있기 때문에 죄스러워요.

cyrus 2011-08-23 20:26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요즘 똘레랑스 개념을 언급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우리나라 사회는 말 그대로
불만, 분노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