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400. 차별 받은 식탁 (우에하라 요시히로)

 

저자는 어릴적부터 소창자를 튀긴 요리인 아부라카스를 즐겨먹었다고 했다. 그 음식은 특정 지역,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천대받던 '부락'에서만 먹었던 음식이다. 다른 동네 아이들은 그 아부라카스를 몰랐다는 게 어린 시절 저자에게 꽤나 충격이었다고 했다. 과거 육식을 하지 않던 일본에서 도축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간간이 '조선인들과 함께' 먹었다는 소내장 요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시절 일본에서 조선인들 만큼이나 차별당한 사람들의 음식이었다.

 

이 책은 천대당하는 사람들의 천대 받는 음식 이야기다. 미국 남부의 흑인들, 브라질로 몇백년전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 중 해안가 밀림으로 도망가 마을을 이룬 사람들, 불가리아와 이라크 지역의 집시, 그리고 금단의 소고기를 먹는 네팔의 불가촉 천민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이런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먹을 게 없어서 특정한 음식을, 흙내 나는 갯가재를 이것저것 섞어서, 주인들은 종교상의 이유로, 내키지 않아서 먹지 않는 것들을 먹었다.

 

책에 실린 음식 사진들은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음식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저자의 '부락민의식"이랄까, 강한 자존심은 세계 어디에서도, 어느 누구와 함께라도, 떳떳하게 드러났다. 책의 맺음말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아부라카스'와 정육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더듬으며 말한다. 그게 자신의 음식이었고, 그게 바로 자신이었노라, 라고.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오늘도 카스트의 제일 아래 층에서는 가난하고, 질기고, 역한 냄새가 나는 음식들을 먹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내일이 어제보다 더 위태롭기 때문에, 저자의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둡다. 이 책에 실린 뭉개진 사진만큼이나.

 

당시 우리와 대립했던 KKK 멤버나 백인들을 지금도 거리에서 마주치고 있어요. 모두 침묵을 지키고는 있지만, 상황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지요. KKK의 창설자 중 한 명이었던 포레스트 장군의 동상이 그 증거입니다. 셀마에 흑인 시장이 나오자, 백인들은 이에 대항해서 마을 공동묘지에 그의 동상을 세웠지요.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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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00. 빛 속으로 (김사량)

 

식민지의 어둠을 나타내는 열 작품 중 마지막 편. 김사량의 단편은 일본어로 쓰인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어로 쓰인 작품 속 주인공 '나'는 일본식으로 미나미 선생이라 불리는 조선 유학생이다. 배경은 일본. 그곳에서 만난 조선인 엄마를 둔 어린 학생을 통해 식민지 시대 조선의 처지를, 그리고 일본어로 쓰는 조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투박하게나마 인물의 속내를 설명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작가는 끝내 자신의 갈등을 후련하게 풀어내지는 못하는 듯하다. 선생과 이 어린 학생과의 화해는 이루어질까. 글도 말도 아닌 몸으로 풀어 표현하는 무용을 이 두 인물이 택하는 것은 꽤 의미심장해 보인다. 하지만 학생의 폭력적인 아버지가 등장하기도 전에 끝나는 소설은 불안하다.

 

일본어로 쓰여진 일제 강점기의 소설이라니. 그것도 일본이 배경인. 김사량의 소설은 그 사실만으로도 무겁고 어렵다. 하지만 피하지 말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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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3-0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소개되었는데 혹시 들으셨는지요? 저는 작가 이름부터 처음 듣는 작가였어요.
이 시리즈 꾸준하게 읽으시네요.

유부만두 2015-03-01 00:0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어요. 이 시리즈 전집을 구입했어요. 꾸준히 열 권 다 읽으려고요~

라로 2015-03-0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책을 일주일에 몇 권이나 읽으세요????대단대단!!!!

유부만두 2015-03-01 15:05   좋아요 0 | URL
요샌 얇은걸 읽고 꼬박꼬박 기록을 하니 꽤 많이 읽는듯 보여요;;;
그리고 이 작품은 단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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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3-0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헨티나의 옷수선집 읽고 싶어요,, 라고 보니까 미식가의 도서관도 잼날듯~~~ㅎㅎ

유부만두 2015-03-01 14:37   좋아요 0 | URL
ㅎㅎ 전 나머지 두 권을 읽었는데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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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2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너무했어요!!! 넘 비슷!!

유부만두 2015-02-28 23:13   좋아요 0 | URL
같은 표지 디자이너가 작업했나보네요. 전 얼마전까지 두 책의 내용을 섞어서 기억하기도 했어요 ;;;
 

105/400. 날개 (이상)

이 단편을 이미 읽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유명한 마지막 문장도, 주인공의 처지도 다 외우고 있었으니까. 그저 심드렁하게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이렇게 반짝거리는 소설이었나 싶다. 황석영 작가의 해설처럼 나도 이상의 글을 치기어린 나약한 식민지 청년의 푸념으로만 기억했었나보다.

슬픈데 궁상맞지 않고 비참한데 독자는 더 정신이 또렷해진다. 이 스물여섯 먹은 청년, 동향 쪽방의 안쪽 벽에 붙어서 기생하는 이 목숨은 과연 볕들 날이 있을까. 날개는 고사하고 휘청거리지 않는 두 다리가 절실한 그. 왜 나는 그의 묘사에 이리 절절하게 공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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