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400. 날개 (이상)

이 단편을 이미 읽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유명한 마지막 문장도, 주인공의 처지도 다 외우고 있었으니까. 그저 심드렁하게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이렇게 반짝거리는 소설이었나 싶다. 황석영 작가의 해설처럼 나도 이상의 글을 치기어린 나약한 식민지 청년의 푸념으로만 기억했었나보다.

슬픈데 궁상맞지 않고 비참한데 독자는 더 정신이 또렷해진다. 이 스물여섯 먹은 청년, 동향 쪽방의 안쪽 벽에 붙어서 기생하는 이 목숨은 과연 볕들 날이 있을까. 날개는 고사하고 휘청거리지 않는 두 다리가 절실한 그. 왜 나는 그의 묘사에 이리 절절하게 공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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