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400. 빛 속으로 (김사량)
식민지의 어둠을 나타내는 열 작품 중 마지막 편. 김사량의 단편은 일본어로 쓰인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어로 쓰인 작품 속 주인공 '나'는 일본식으로 미나미 선생이라 불리는 조선 유학생이다. 배경은 일본. 그곳에서 만난 조선인 엄마를 둔 어린 학생을 통해 식민지 시대 조선의 처지를, 그리고 일본어로 쓰는 조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투박하게나마 인물의 속내를 설명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작가는 끝내 자신의 갈등을 후련하게 풀어내지는 못하는 듯하다. 선생과 이 어린 학생과의 화해는 이루어질까. 글도 말도 아닌 몸으로 풀어 표현하는 무용을 이 두 인물이 택하는 것은 꽤 의미심장해 보인다. 하지만 학생의 폭력적인 아버지가 등장하기도 전에 끝나는 소설은 불안하다.
일본어로 쓰여진 일제 강점기의 소설이라니. 그것도 일본이 배경인. 김사량의 소설은 그 사실만으로도 무겁고 어렵다. 하지만 피하지 말고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