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삭 작가의 <한성부 달 밝은 밤에> 스핀오프라 해서 읽었다.

이번엔 감찰 궁녀이던 무산이 주인공. 신병을 핑계로 궁을 나와 무녀촌에 거주한다. 이곳은 전작의 아란과 중인 출신 감찰관 김윤오의 장소이기도하다.

무산은 무녀인 척 굴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읽으며 약자를 도우려 애쓴다. 무산과 현재 콤비를 이루는 돌멩, 과거 궁안에서 자매애를 나누던 의령과의 이야기가 좋았다. 주위의 인물들 모두 무산을 아낀다. 무산이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내미는 과정이 정성스레 때론 아프게 그려진다.

하지만 무산이 추적하는 사건이 심각해지는 중반부, 활인원에서부터 흐름이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녀가 테마라 그런가 사건의 추리와 해결 보다는 원한과 슬픔의 위로가 중심이라 전작의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아숴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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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사이 그림 표지 때문에 본 영화
웨이브에 있습니다.

https://naver.me/5R8Lhk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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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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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향수와 천재들의 우정,
엇나가는 사랑과 오해,
들이닥치는 사건과 사고.

비바 제인보다 더 넓고 분주하게 ‘플레이되는’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지의 파도가 치는 해변에 쓰러져있는 이치고를 생각한다. 저 파도는 내일도 치겠지. 개척자 게임의 에밀리의 선택들을 생각해본다.(비바 제인의 선택지들이 떠오르고)

게임 개발과 컴퓨터 이야기에 더불어 문학적 레퍼런스가 풍부해서 좋았다. 매운맛 인간 관계와 비극적 사건들. 이 모든것을 능숙하게 조종하는 작가 제빈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덧: 마크스-샘 관계는 Stay True를 떠올리게 했다. (조금 울었지) 세이디의 자학적 연애사는 비바 제인과도 연결된다. 섬에 있는 서점의 마야, 비바 제인의 루비의 계보를 잇는 여자 아이 나오미의 출연도 흥미롭다.

"너랑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치는 방법을 모르겠어. 앞으로 평생 너를 만날 때마다 나하고 같이 게임을 만들자고 조를 거야. 내 머릿속엔 그게 좋은 생각이 맞는다고 주장하는 레일이 깔려 있어."

"그게 정신이상의 정의 아냐? 같은 짓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

"그게 게임 캐릭터의 인생이기도 하지." 샘이 말했다.

"무한한 재시작의 세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이번엔깰 수 있어. 우리의 작업이 죄다 나빴던 것도 아니잖아.
난 우리가 만든 것들이 너무너무 좋아. 우린 엄청난 팀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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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5-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바 제인>까지는 읽었는데...

그 다음에는 또 읽어야 하나 싶은
그런 작가가 되어 버렸네요.

유부만두 2024-05-07 19:16   좋아요 0 | URL
맘이 내키지 않을 때엔 다른 작가 다른 책들을 만나셔야죠! ^^

Jeremy 2024-05-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이 책의 요지?
“What is a game?˝ Marx said.
˝It‘s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It‘s the possibility of infinite rebirth, infinite redemption.
The idea that if you keep playing, you could win.
No loss is permanent, because nothing is permanent, ever.”
― Gabrielle Zevin,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관하여?
“The way to turn an ex-lover into a friend is
to never stop loving them,
to know that when one phase of a relationship ends
it can transform into something else.
It is to acknowledge that love is both a constant
and a variable at the same time.”
― Gabrielle Zevin,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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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소재라 선뜻 읽기 싫었다. 어느쪽을 편들더라도 불편한 이야기일테고 끈적거리는 정치인-인턴 성애장면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중년 남 정치인 으 싫어, 젊은 여 인턴도 ‘순수’하지만은 않고 그 오만방자함도 싫어.

그런데 소설의 흥미로운 구성(여러 여성 화자 중심의 전개와 후반부의 ‘선택‘ 표기하는 형식)과 축소된 남자 캐릭터들의 분량(어차피 기대해 봤자 잖아. 그들에게 마이크를 줄 필요가 굳이?)으로 속도 높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다. 페미니즘을 대놓고 직접 그리고 딱 맞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불편한 여러 소재들에 불편한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그리고 불편한 문제들을 외면하지도 정당화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밝고 건설적으로 보이는 건 90년대 레트로풍이라서? 아니면 산뜻한 문장이라서? 루비가 등장하고부턴 심지어 청소년 성장소설로도 보였다. 마지막에 보이는 반전과 열린 결말도 희망차다.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지만)

재미있게 속도내서 읽었다. 원제 Young, Jane Young만큼이나 번역본 제목 “비바 제인”도 의미심장하게 소설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왜 그 정치인 부인이 아파야만 하는거냐 … 난 좀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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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형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던 인간미 없는 한의사가 병원 내 정치 싸움에서 밀려나 퇴직한다. 지방 소도시로 옮겨와 개원하지만 맞은편 한약방의 텃세와 특별함에 고전한다. 그러다 감전사고로 이 한의사는 귀신을 보게되고 귀신들과의 의사소통/한풀이 돕기로 인간 고객/환자를 조금씩 확보하고 지역 사회에 적응한다, 그러면서 예전의 이기적 성격을 고친다, 라는 너무나 뻔하고. 재미 없고 식상한 이야기다.

작가가 한의원에서 조무사로 근무도 했다지만 한의원과 한약방 셋팅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한의사가 처방내리고 침 놓는 장면의 묘사도 설렁설렁 넘어간다. 문장도 엉망이다. 귀신환자 처방이 주된 내용인데 그것도…애니 주술회전 느낌처럼 귀신들의 사연이 나열되나 싶다가 가족사랑 인류애로 포장하며 끝난다.

책 읽고 알게된 것: 요즘 대형 한의원은 양의사와 협업한다. 한의원에서 특수제작 파스를 판다.

트위터서 신간인데 재밌다고 해서 시작했다. 엄청 지루한 1/2를 견디면 중반부에 머리 잃은 귀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파묘 생각도 나게 흥미를 돋우….다가 결국 재미없음. 어차피 오늘 난 조금이라도 머리를 써야하는 글은 읽기 힘든 상황이었다.

책링크 대신 사진
역시 가게나 건물 표지는 다 고만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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