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디 아더스 The Others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절판


"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세상을 부정하거나 약에 취해야 살 수 있어요." -30쪽

파인 코브 철물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은퇴한 남자들로 거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며 잘난 척이 심한, 자칭 알파 남성들이었다. 상대해주는 여자가 없다보니 그들은 자신이 똥 덩어리 그 자체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들 있었다.
파인 코브 철물점의 문턱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리면 테스토스테론 경보기가 곧바로 작동하면서 상점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초인종 소리에 맞춰 점포 구석구석에 수컷의 영역 표시용 소변 분무기라도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184 쪽

"너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어, 시오?"
"특별한 사람?"
"단순히 남들보다 잘났다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방식으로 남들과 차별화된다는 생각, 그래서 이 행성에서 넌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 말이야. 그런 느낌 가져본 적 있어?"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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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란한 표지의 보라색 배경과 뭔지 모르겠는 얼굴들이 궁금했는데, 엥? 물고기 머리 같다는 생각을 했던 얼굴은 꽃 항아리 내지 꽃 무늬 비단 치마 조각들이다. 역시나 물고기 머리였을까. 책을 읽기 시작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엥? 이거 뭐임? 장르가 이런거였어? 하면서 마구 당황했다.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깊은 해구, 수온이 섭씨 37도 까지 올라가고 시커먼 광물 스프가 뭉게뭉게 흘러나오는 수몰 화산 근처에서, 바다  괴물 한 마리가 파이프 균열에서 새어나온 방사능 증기 냄새를 맡고 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 짐승은 만찬용 접시만한 큰 눈을 껌벅이고 눈곱을 떼어내며 잠을 떨쳐냈다. 그 짐승의 뇌는 본능과 감각,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뇌는 오래전 침몰한 러시아 원자력 잠수함의 잔해, 즉 깊은 수심의 압력에 의해 육질이 연해지고 입맛을 돋우는 방사능성 양념에 절여진 근육질의 조그마한 선원들을 먹어치웠던 일을 기억해냈다.  (34)

바다괴물은 해변을 둘러 싼 높이 15미터의 절벽으로 다가가 꼬리에 힘을 주고 앞다리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짐승의 코끝에서 꼬리까지의 길이는 약 30미터이고, 굵은 목을 한껏 뻗어올린 상태에서 키는 7.6미터에 달했다. 넓적한 뒷발엔 물갈퀴가 달렸고 앞발은 발톱처럼 날카롭게 구부러져있었다. 엄지는 나머지 세개의 발톱과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어서 먹이를 잡아 죽이기 쉽도록 되어 있었다. (79-80)
  

하하, 이쯤 되면 영화 한 편이 떠오르기 마련 

 

  하지만 이번 코브 마을에 왕림하신 괴물님은 좀 더 발랄하고, 응큼하고, 거대하고, 뜨겁달까.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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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8-2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에 일어나 밥 먹고 알라딘에 들어와 봤네요. 예스도 들어가야하는데 일단 여기부터 들어왔는데 페이퍼 상단에 만두님의 글이 짜자~~짠 들어왔어요. 방가방가~~~

괴물은 울 아들이 열혈스럽게 좋아하는 영화에요. 거짓말 좀 보태서 울 아들 저 영화 10번도 더 넘게 받을 거에요. 저는 사실 두번만 봐도 질리는데 걔는 진정 매니아의 모습을 보여주더라구요.

이따가 저녁에는 예스에서 봐요. 오늘 진료 있어서 병원 가야해서 좀 보다가 청소하고 슬슬 채비해야겠어요^^

유부만두 2010-08-24 11:37   좋아요 0 | URL
방가~~~ 난 아직 알라딘이 어색해. 예스는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좀 편하고. 하지만 알라딘 신간을 받게됬으니 여기에도 자주 와야지. ^^

기억의집 2010-08-2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저기 둘러봤는데 관심가는 신간이 별로 없네요. 저 책은 서평단 책이에요?

유부만두 2010-08-25 17:42   좋아요 0 | URL
옙, 서평단 책인데, 요새 관심있던 책들이 와서 너무 기뻐하는 중!!!
 
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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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하는 어머니, 믿음직스러운 아버지, 귀여운 아이들, 그리고 자애로운 조부모들...모두가 아름다운 가족 신화의 일부분들이라면,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가족은 다들 뭔가가 부족하고 삐걱거린다. 사랑의 가족, 따위는 없고, 피를 나눈 가 족이 남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 하고 생각하게 된다. 또, 그들이 살아가는 집도 마찬가지다. 다들 너무 높거나, 크거나, 비싸거나, 낡고 삐걱거려서 허물려고 했더니 돈이 너무 들어서 방치해 놓았다. 어쩌면 가족이나 집이나, '돈'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버블 경제의 상징인 고층 맨션을 무리하게 구입한 가족, 경매로 그 집을 사려는 소시민, 그 사이에 버티기로 끼어드는 가짜 가족들. 살인 사건을 둘러싼 진짜 가족들의 남보다 못한 가족 이야기들이 거푸 거푸 600쪽 넘게 이어진다. 사람이 죽고, 살인자에게 '사회적 현상' 쯤 되는 변명거리를 안기는 게 싫었는데, 역시 작가는 그런 어정쩡한 감동 코드는 쓰지 않았다. 후반부로 갈 수록 연속해서 나오는 가족 드라마에 질리는 느낌도 들지만, 역시 글"심" 있는 작가기에 맺음도 깔끔하다. 다들 그 빈 아파트에 괴물 원혼을 세우고 싶었을텐데, 작가는 그 마음을 미리 알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죽이고 왜 죽였는가, 그 이유를 굳이 알아야 겠는가? 그것도 초호화 20층 맨션에서 네 명의 목숨이 사라진 사건이라면 더 흥미가 동하는가? 그럼 책을 읽어야겠지. 그리고 계속 나오는 비정상적인 가족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당황스럽더라도 책 중간에 읽기를 멈출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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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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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인생도 끝장났구나 하는 심정이었어요."

-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이런 가정에서 자라니 내 미래도 별 볼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별 볼일 없을 거라고?

"네. 부모가 내 앞에 깔아주려는 레일이 잘못되고 있잖아요. 그러니 저 앞에 있는 내 미래도 별 볼일 없는 게 되는 거죠. 뽑기에 꽝 뽑은 것 처럼."

- 재미난 발상이군.

"그래요? 하지만 우리들은 부모가 뭐든지 다 결정하니까 스스로는 아무것도 고를 수 없어요. 부모가 실패하면 자식이 뒤집어써야 하는 거죠."

-405쪽

사람을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과거'라는 것을 야스타카는 깨달았다. 이 '과거'는 경력이나 생활 이력 같은 표층적인 것이 아니다. '피'의 연결이다. 당신은 어디서 태어나 누구 손에 자랐는가. 누구와 함께 자랐는가. 그것이 과거이며, 그것이 인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만든다. 그래야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잘라낸 인간은 거의 그림자나 다를 게 없다. 본체는 잘려버린 과거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이다.-5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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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1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199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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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철학이라고 해서, 중학생 방학 숙제라고 해서, 이 책이 쉽겠다는 생각을 했던 내가 우습다. 중학교 세계사 시간, 도덕 시간, 또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계속해서 나오는 철학사. 철학 사상 정리를 한두 줄로 해서는 안돼는 건데, 시간에 쫓기고 내용은 어려워서 대충 땜질 공부만 했던 탓에 아직도 나는 철학이 어렵고 무섭다.  

전 3권으로 나온 <소피의 세계>는 소피라는 (우리 나라 나이로 중2) 여자 아이가 의문의 엽서, 철학사 내용 설명이 담긴 편지와 비데오 테입등을 받고 공부도 하고 미스테리도 풀어가는 이야기다. 1권에선 상황이 점점 미궁에 빠지는 데까지 나오고 철학사는 제일 처음 문제, "세계의 시작은 어디인가?"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가?" "나는 누구인가?" 에서 시작해서 기독교의 시작, 헬레니즘 문화와의 충돌 및 융화, 바울의 전도 까지 다루고 있다.  

 노르웨이 사람인 요슈타인 가아더는 중간 부분 철학과 신화를 비교하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니라 북유럽 신화를 다루고, 영혼이나 종교 이야기를 다룰 때도 철저하게 비종교인의 입장을 취한다.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비교도 언급되는데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설득력이 있었다. 철학사와 종교사를 따로만 봐와서인지 기독교의 시작을 이렇게 인류사의 입장에서 다루니 교인도 아니면서, 왠지 불경스런게 아닐까 걱정도 되고, 참신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렇다. 책 속의 철학선생님이 말한대로 우리는 마법사가 모자에서 꺼내드는 토끼, 그 털 속에 사는 진드기인지도 모른다. 진드기에겐 토끼가 모자안에서 따뜻하게 웅크리고 있어주면 만사형통일텐데. 그렇지만 모자 밖으로 나와서 두 긴귀를 웅켜잡은 마법사의 손을 알아볼 수 있는 진드기라면 정말 더 없이 멋진 일이고.  

책은 옛날식 편집이라 (1994년 초판) 행간도 빡빡하고 말투도 뻑뻑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에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다. 갑작스레 편지나 엽서를 받는다는 설정이 진부하기도 하고. 하지만 두어장을 넘어가면 철학사를 공부하는 마음가짐이 (자연스레) 생겨서 계속 읽게된다. 한 번만 읽어서는 내용도 정리가 안 될거고 두세 번은 반복해서 읽어야한다. 설명이 친절하지는 않지만 정곡을 찌르는 느낌이다. 중학생 아들도 열심히 읽는다. 어느정도 이해했는지 의문이지만 어려운 책을 읽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한다. 이제 시작이다. 진드기가 토끼털을 잡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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