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표지의 보라색 배경과 뭔지 모르겠는 얼굴들이 궁금했는데, 엥? 물고기 머리 같다는 생각을 했던 얼굴은 꽃 항아리 내지 꽃 무늬 비단 치마 조각들이다. 역시나 물고기 머리였을까. 책을 읽기 시작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엥? 이거 뭐임? 장르가 이런거였어? 하면서 마구 당황했다.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깊은 해구, 수온이 섭씨 37도 까지 올라가고 시커먼 광물 스프가 뭉게뭉게 흘러나오는 수몰 화산 근처에서, 바다 괴물 한 마리가 파이프 균열에서 새어나온 방사능 증기 냄새를 맡고 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 짐승은 만찬용 접시만한 큰 눈을 껌벅이고 눈곱을 떼어내며 잠을 떨쳐냈다. 그 짐승의 뇌는 본능과 감각,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뇌는 오래전 침몰한 러시아 원자력 잠수함의 잔해, 즉 깊은 수심의 압력에 의해 육질이 연해지고 입맛을 돋우는 방사능성 양념에 절여진 근육질의 조그마한 선원들을 먹어치웠던 일을 기억해냈다. (34)
바다괴물은 해변을 둘러 싼 높이 15미터의 절벽으로 다가가 꼬리에 힘을 주고 앞다리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짐승의 코끝에서 꼬리까지의 길이는 약 30미터이고, 굵은 목을 한껏 뻗어올린 상태에서 키는 7.6미터에 달했다. 넓적한 뒷발엔 물갈퀴가 달렸고 앞발은 발톱처럼 날카롭게 구부러져있었다. 엄지는 나머지 세개의 발톱과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어서 먹이를 잡아 죽이기 쉽도록 되어 있었다. (79-80)
하하, 이쯤 되면 영화 한 편이 떠오르기 마련
하지만 이번 코브 마을에 왕림하신 괴물님은 좀 더 발랄하고, 응큼하고, 거대하고, 뜨겁달까.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