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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전지적 혼령 시점의 산속 눈폭풍 조난 이야기.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이 절반, 사고 이후 후유증 수습과 회복(?)이 후반부 절반이다. 살벌해지려는 찰나 태도를 바꾸는 후반부는 ya 분위기라 달콤하지만 가족, 장애인, 여성에 대한 전형적 표현이 깝깝하다.

작가의 ‘서늘한 체험’에서 소설이 시작했다는 후기를 읽고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양심은 뭘까, 나 너 우리, 이렇게 시작하는 옛날옛적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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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7-08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원서 오더블로 들었는데, 연기 너무 잘해서 진짜 웃고 울면서 들었잖아요. 오더블 소설 듣는 재미를 알려준 책.

유부만두 2021-07-08 16:49   좋아요 1 | URL
핀의 (들리지 않는) 외침 부분이 재밌게 표현됐을 거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 전반부랑 후반부 너무 온도차가 크지 않았나요? 작가의 의도나 뭐 다 알겠는데 뒤로 갈수록 순두부라 좀 그랬어요.
 

나는 서글프게도 어떤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서의 우리 사랑은 어쩌면 현실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9

나는 차창 너머 작은 검은 숲 위로 부드러운 솜털 같은 부분이 장밋빛으로 고정되어 꼼짝하지 않는깊게 파인 구름을 보았는데, 그 빛을 흡수하여 물들인 날개의깃털이나 화가의 충동적인 몸짓이 칠해 놓은 파스텔처럼 변하지 않을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난 이 빛깔이 무기력하거나 변덕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필연성이자 삶 자체인 듯 느껴졌다. 이내 이 빛깔 뒤로 빛의 공간이 몰려왔다. - P30

그리하여 그녀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삶의 형태에 대한 욕망이나 호기심, 새로운 존재의 마음에들고 싶어 하는 희망을 모두 제거하고 대신 그 자리에 가장된경멸이나 작위적인 쾌활함을 채워 넣었는데, 이러한 제거는만족감의 표지 뒤에 불쾌감을 느껴야 한다는, 또 자신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초래했으며, 바로 이런 두 조건이 그녀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호텔에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방식으로행동한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자존심 때문에, 또는 적어도 어떤 교육 원칙이나 지적인 습관을 위해 미지의 삶에 참여한다는 그 감미로운 불안감을 희생했다. - P68

그 시간 호텔 안에는 전기 불빛이 넘쳐흘러 식당은 거대하고 경이로운 수족관이 되었고, 그 유리 벽 앞에서 어둠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는발베크 일꾼들이나 어부들, 또 프티부르주아 가족들이 유리에 코를 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낯선 물고기나 연체동물의 삶만큼이나 경이로운 식당 안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삶이금빛 소용돌이 속에서 느릿느릿 흔들거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유리 벽이 그 경이로운 동물들의 잔치를 언제까지 보호해 줄 수있을지, 또 어둠 속에서 탐욕스럽게 구경하던 그 신분 낮은 사람들이어느 날 수족관 안으로 들어와 그들을 잡아먹을지를 아는 것은 중요한 사회문제다.) - P73

부인이 과거에 아름다웠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주 희미하게만 그 흔적이 남아 있었으므로 그 망가진 아름다움을 복원하려면 프랑수아즈가 아닌 다른 훌륭한 예술가가 필요할 듯 보였다. 왜냐하면 나이 든 여자가 지난날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이해하려면 쳐다보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얼굴 모습 하나하나를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 P100

다시 말해 이 두 세계는 발베크 만의 한쪽 끝에 위치한 바닷가 주민들이 또 다른 끝에 위치한 바닷가를 바라보듯이 서로를 허구적이고 거짓된 시각으로 보고 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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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엄마는 자기 아들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거울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처럼. 하지만 씁쓸한 진실은, 오즈는 누구보다도 엄마랑 가장 닮았다는 것이다. 연한 황금빛 피부, 긴 눈썹과 녹갈색 눈동자. 그렇지만 유령의 집 거울처럼 오즈는 엄마의 왜곡되고 지나치게 확대된 상(像)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오즈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 아이와 마주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엄마는 주먹을 꼭 쥔 채 그 자리에 계속 서서 어두운 밖을 바라본다.

후회란 감정을 갖고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든 이미 벌어진 일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기 쉽게 착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의 하나지만, 엄마는 그런 착각에 빠지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 참회의 결핍이라는 축복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양심은 끊임없이 아우성을 치고, 그들의 뇌에서는 했어야 할 일〉과 〈했으면 좋았을 일〉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가 없다. 자신들의 진정한 상(像)은 너무나 선명하고, 추하며, 너무 잔혹하고 정직하다. 그리고 나는 어떤 가장된 자아나일말의 무지 없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렇게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봐서는 안 되며, 또한 우리의 본성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서도 안 된다는것을 깨닫는다.
엄마와 모와 클로이 언니는 각기 다른 후회로 고통스럽다. 물론 그 근본적인 원천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운명을 뒤바꾸고 싶고, 그리고 그때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이기를 바라는 강렬한 욕망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말이다.

「괜찮아, 아가.」 카민스키 아줌마가 달래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반응을 통제하지 못해. 행동만 통제할 뿐이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하며, 그것도 얼마나 감쪽같이 하는지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모든사람이 그렇다. 언제나. 그들은 어떤말을 하고, 그리고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

「넌 날 잘 모르잖아.」모가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모조차도 자신의 말이 틀리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인생 전반에 걸쳐 드러내는 것들보다 더 많은것들이 그 비극적인 하룻밤 사이에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한 발자국씩이요.」 뭔가심오한 경험과 깊은 통찰력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남자의 대답에, 나는모든 고통은 그 근원과 상관없이 다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아직 여기 있어요.」 그가 계속 말한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1센티미터, 10센티미터씩이라도, 꼭 올바른 방향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야해요.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나의 차원이 사라진 것만 같다. 나는 카일의 냄새가 어떤지 궁금하다. 나는 상상으로 그에게선 아무 냄새가 나지 않을 거라는 결론에도달하고는 만족한다. 남자한테서 아무 냄새가 안 나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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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07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아재를 저주한다.
 


영어책 읽기와 피서를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평이한 단어와 문장들이 차곡 차곡 쌓아서 보여주는 기이하고, 또 슬프게 자학적인 사람들의 서늘한 이야기. 타인이 “오해 할까봐" 자신의 겉모습과 진짜 모습을 계속 변명하는 사람들. 그런데 내 속에도 그 사람들이 있다요? 

스물 몇 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이니 매일 한두 편씩 읽으면 칠월도 지나갈겁니다. 사이사이 수박도 좀 드시면서 읽으세요. 


작년에 개봉한다던 셜리 잭슨 전기영화 예고편만 봐도 으스스합니다. 

https://youtu.be/wxMtEean_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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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7-05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없는데 뽐뿌당하고 싶은 이 마음 어쩔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박은 큰 거 한 통 있거든요.

유부만두 2021-07-05 17:58   좋아요 1 | URL
뽐뿌 당해주세요. 셸리 잭슨 혼자 읽기 무섭거든요.

붕붕툐툐 2021-07-05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야~ 원서 수박이라니 우리 알라디너들의 꿈의 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쉽게도 전 괴기스러운 건 안 좋아해서.. 뭐 영어 원서를 못 읽고 그런게 아닌건 아시죠?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7-06 19:20   좋아요 1 | URL
ㅋㅋㅋ 개취존중합니다. ^^ 그런데 이번 영어책은 정말 문장이 쉬워서 부담을 덜고 도전해 보실만 합니다. 수박은 빼면 안되고요.

북극곰 2021-07-06 15: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댓글들이 하나같이 웃겨요.
아, 급 수박이 너무 먹고 싶네...... 라고 중얼거리며 나가는 북금곰.....

유부만두 2021-07-06 19:21   좋아요 1 | URL
수박을 뽐뿌했군요. ^^;;;;
요즘 자두도 참 맛있는데요.

북극곰 2021-07-07 16:18   좋아요 0 | URL
자두 좋아했었는데, 요즘엔 껍질 부분이 어찌나 신지 막 몸서리쳐져요.
나이 들면 신 음식을 잘 못 먹는다고 하던데.
예전에 어른들이 귤이 셔서 못 먹겠다고 하시던 거 이해가 됩니다. 아, 슬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