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엄마는 자기 아들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거울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처럼. 하지만 씁쓸한 진실은, 오즈는 누구보다도 엄마랑 가장 닮았다는 것이다. 연한 황금빛 피부, 긴 눈썹과 녹갈색 눈동자. 그렇지만 유령의 집 거울처럼 오즈는 엄마의 왜곡되고 지나치게 확대된 상(像)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오즈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 아이와 마주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엄마는 주먹을 꼭 쥔 채 그 자리에 계속 서서 어두운 밖을 바라본다.
후회란 감정을 갖고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든 이미 벌어진 일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기 쉽게 착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의 하나지만, 엄마는 그런 착각에 빠지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 참회의 결핍이라는 축복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양심은 끊임없이 아우성을 치고, 그들의 뇌에서는 했어야 할 일〉과 〈했으면 좋았을 일〉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가 없다. 자신들의 진정한 상(像)은 너무나 선명하고, 추하며, 너무 잔혹하고 정직하다. 그리고 나는 어떤 가장된 자아나일말의 무지 없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렇게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봐서는 안 되며, 또한 우리의 본성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서도 안 된다는것을 깨닫는다. 엄마와 모와 클로이 언니는 각기 다른 후회로 고통스럽다. 물론 그 근본적인 원천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운명을 뒤바꾸고 싶고, 그리고 그때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이기를 바라는 강렬한 욕망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말이다.
「괜찮아, 아가.」 카민스키 아줌마가 달래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반응을 통제하지 못해. 행동만 통제할 뿐이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하며, 그것도 얼마나 감쪽같이 하는지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모든사람이 그렇다. 언제나. 그들은 어떤말을 하고, 그리고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
「넌 날 잘 모르잖아.」모가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모조차도 자신의 말이 틀리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인생 전반에 걸쳐 드러내는 것들보다 더 많은것들이 그 비극적인 하룻밤 사이에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한 발자국씩이요.」 뭔가심오한 경험과 깊은 통찰력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남자의 대답에, 나는모든 고통은 그 근원과 상관없이 다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아직 여기 있어요.」 그가 계속 말한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1센티미터, 10센티미터씩이라도, 꼭 올바른 방향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야해요.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나의 차원이 사라진 것만 같다. 나는 카일의 냄새가 어떤지 궁금하다. 나는 상상으로 그에게선 아무 냄새가 나지 않을 거라는 결론에도달하고는 만족한다. 남자한테서 아무 냄새가 안 나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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