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안에 초상화가 아니라 초상화 안에 그려진 목걸이

300년 이전 화가의 그림이니 증조모 보다는 더 이전 조상 

집 밖에 (혼자) 안 나간 것은 티치아노 화가가 아니라 초상화 

그래서 진품인 것은 초상화 


그녀의 드레스 위로 늘어져 있는 목걸이가 예쁘다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시자 그녀는 매우 만족스러워 하였다. 그 목걸이는 띠치아노가 그린 그녀의 먼 선조 할머니의 초상화 속에 보이는 바로 그것이며, 그 초상화가 단 한 번도 가문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 그림이 진품임을 확신할 수 있다고 하였다.(395)










부인은 그녀가 한 목걸이가 옷 위로 나온 걸 보고 할머니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흡족해 했다. 거기에는 가족들이 아니면 누구하고도 집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는 티치아노가 그린 부인의 증조모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진품임이 확인되었다. (118)












Elle fut contente que magrand-mère aimât un collier qu'elle portait et qui dépassaitde sa robe. Il était dans le portrait d'une bisaïeule à elle, par Titien, et qui n'était jamais sorti de la famille. Comme cela on était sûr que c'était un vrai.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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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중학교 2학년인 은유는 '느리게 가는 편지' 를 쓰라는 아빠의 강요에 억지로 1년 후 자신에게 도착할 편지를 쓴다. 그런데 이 편지는 1982년 '국민'학교에 다니는 같은 이름의 다른 은유라는 어린이에게 배달된다. 놀랍게도 82년의 은유는 미래의(??) 은유에게 답장을 하는데 편지들이 오가는 사이에 과거의 시간은 더 빨리 흐르고, 미래의 은유에게는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두 은유는 힘을 합쳐 두 사람의 시간이 겹치는/만나는 순간까지 미래 은유네 부모의 비밀 혹은 정체, 아니라면 사연을 밝히려 한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이거슨 드라마 '시그널'과 영화 '프리퀀시'의 편지 버전입니다. 



자, 과거의 은유가 지금, 미래에 어떤 사람인지가 핵심인데 (개명을 할 수도 있고)...


이야기는 아주 고전적, 혹은 클리셰 모음집인데 (신파도 빠질 수 없고) 책은 빨리 재미있게 읽었다. 이것도 작가의 힘이라고 할까. 출생의 비밀, 불치병, 아이를 위한 희생, 차별을 겪는 아이 등. 은유(들)의 정체 보다도 두 시대, 특히 과거의 은유가 '빠르게 감기'FWD로 시대를 묘사하는 것, 미래에는 얼마나 바뀌었을지 생각하는 점이 재미있었다. 또 그 많은 사건 사고들도. 다행인지 의도인지 과거의 은유는 '민주화 운동' 세대가 아니라 몸소 겪는 사회 문제는 IMF이다. 이것도 슬쩍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데, 지나고 보면 다 살 만 했던 것인가, 아닌가, 싶었다.  


요즘 중학생 독자들에게 부모 세대 이야기를 응칠,응사, 응팔 시리즈 식으로 (깔끔하고 착하게) 들려주며 부모와 대화를 유도할 수도 있겠다. 우리집에서는 그 것이 안되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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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07-12 0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임슬립 청소년 버전이군요^^

유부만두 2021-07-12 07:22   좋아요 3 | URL
네. 과거의 어린이/청소년/어른 (계속 빠르게 자라거든요)과 시간을 넘어 소통하는 이야기에요. 과거가 현재를 이룬다, 랄까요. 뻔한 이야기인데도 아이와 재미있게 (따로 따로 ㅜ ㅜ) 읽었어요.

그렇게혜윰 2021-07-12 07:24   좋아요 1 | URL
제가 중드를 자주 보는데 중드에 진짜 많거든요ㅋ 근데 청소년소설에선 첨보는 것 같아서 신선하네요^^
 

천천히 이어서 '잃어버린 시간/시절을 찾아서' 2권 (민음 번역서 4권)을 함께 읽고 있다. 마침 어제, 7월 10일은 프루스트의 생일 150주년이라 트위터에는 푹 꺼진 눈매의 작가 얼굴이 자주 올라왔다. 그의 (거의) 변태스러운 묘사와 상상은 위험수위에 가깝지만 주위 인물들 묘사는 풍경과 어울려 커다란 코메디를, 혹은 사회 분석을 보여주기도 한다. 


2권 2부 (번역서 4권) <고장들의 명칭 - 고장>에선 이제 고등학생이 된 화자 (마르셀이라고 부르는 게 편한데 아직 이름이 안나옴)가 지병인 천식을 완화하고자 노르망디의 해변 휴양지 발벡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 고급 호텔에서 만나는 귀족, 브루주아, 호텔직원들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그들은 겉모습과 태도로 타인을,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잘못 판단하지만 (호텔비를 흥정하려고 드는 할머니가 너무 부끄러운 고딩, 차라리 사라지고 싶고요) 자신들만의 '테두리' 안에서 만족하고 보호되는 것 처럼 군다. 왕족을 퇴물 창녀로, 지방 유지를 평범한 서민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작은 지위를 지닌 브루주아는 간혹 왕족과 만나기라도 하면 떠들석하게 자랑하느라 바쁘다. 상대는 만만한 호텔 직원. 단골의 빠워를 발휘한다. 그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는 화자는 그들 주변에 둘러진 나름대로의 '보호막'을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자는 다르다. 이 청(소)년은 남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래서 계속 관찰하고 상상하며) 그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길, (좋아해 주길) 함께 해변을 거닐기를 바란다. 귀부인과 친구인 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사람들에게 특별대우를 받기를, 그래서 병약한 모습 보다 조금 멋져 보이길 원한다. (쉽지 않아) 


하지만 


외할머니는 셰비네 부인을 따라서 엄마와 매일 편지쓰기, 외손주 수발들기, 바닷바람 즐기기만 좋아하신다. 할머니의 친구분 그 귀족부인도 휴양지 호텔의 명성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왕족 부인은 자신을 마치 동물원의 동물, 조금 낫게는 어린아이 정도로 자애심과 너그러움으로 대하지만 저 아래의 부류로만 서툴게 쓰다듬는다. 억척스런 하녀 프랑스와즈는 여러 사람들을 사귀는데 호텔 직원들과 친해지자 이젠 그들의 노고를 이해하느라 화자와 할머니가 제대로된 서비스/대접을 받기가 어려워지고 말았다. 프랑스와즈의 으으리는 그녀의 기준대로 작동하고, 화자의 눈엔 그녀가 그저 '지성'이 없는 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하녀라는 사실에 한치 의심이 없다. 


기차에 올라 의사의 조언 대로 음주를! 하고 취한 상태로 검표인의 반짝이는 단추로 빨려들어가고, 밤기차를 타고 바라보는 산속 간이역의 일출과 우유 파는 소녀, 호텔 식당에서 만난/바라보는 귀족 아가씨, 두 명을 상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매일 그녀(들)과 함께 하며 연인이 되는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만나는 (모르는) 여인에 대해 이런 뻘짓을 하는 건 델러웨이 부인의 전 애인도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화자, 작가를 욕하려는 찰나, 그의 묘사는 다시 천진난만하게 식탁에 오른 생선 요리를 먹은 후 남은 뼈, 그 건축학적 아름다움을 말한다. 


처음에 발벡을 고대했던 이유, 발벡 성당의 성모상이 세속적인 환경, 온갖 가게와 관청, 부산스런 사람들 속에서 노파, 늙어버린 석상으로 변해버린 것을 바라보고, 멀리 떨어진 해변 호텔에선 낯선 방에 긴장과 공포를 (1권 서두의 그 복잡한 묘사) 못견뎌 숨이 막힐 것만 같다가..... 할머니 덕에, 아름다운 해변과 '재미있는' 사람들 덕에 이 휴양지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그의 방식으로, 치밀한 묘사와 멋대로의 비유와 상상으로, 그리고 한 페이지에 두 문장으로 주어 찾아 헤매는 독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끈끈한 2021년 서울의 주말에서 읽기는 딱이다. (뭐여??!!) 


하루 늦게 Bon Anniversaire, M. Proust. 백오십 살 잡수셨소.


유툽 Comedie francaise 채널에서는 한참 전부터 배우들이 이 작품을 낭독하고 있다. 배우들의 낭독은 아름답지만 역시나 졸음을, 뱅글뱅글 도는 늪같고 마약같은 묘사의 꿈을 불러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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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11 1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였군요! 생일 맞춰서 민음사 11권 나올줄 알았는데... 쩝. 저도 이제 이어서 읽어야겠네요!😊

유부만두 2021-07-15 00:16   좋아요 3 | URL
미미님께선 지금까지 나온 번역 10권 거의 다 읽으셨죠? 내년 완역이라던데 아마 사망 백주기 11월에 맞출 것 같아요. 전 프루스트 굿즈가 궁금해요. 당연히 마들렌느, 홍차 있겠죠. 노트랑 연필이랑 .... 벌써 두근두근. ^^

미미 2021-07-11 16:12   좋아요 3 | URL
10권부터 거꾸로 읽어서 이제 3권 읽을 차례예요. 1권 몇번이나 읽다가 숙면에 들었기 때문에 앞에서부터 읽는분들 넘 대단하신듯 느껴짐요. 아 굿즈 기대되네요!!😆

희선 2021-07-12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여름에 태어났군요 어느새 프루스트가 죽고 150년이나 지났다니, 그런데도 여전히 프루스트 책을 많은 사람이 만나는군요 프루스트는 그걸 좋아할지... 책 볼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쓴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으니 많은 사람이 보겠습니다 프랑스말 아는 사람은 유튜브에서 배우가 책 읽어주는 거 좋아하겠습니다


희선

유부만두 2021-07-12 06:09   좋아요 0 | URL
프루스트는 자신의 소설을 출판하려 애를 썼으니 아마 좋아할 것 같아요. 이 관심에 치밀하고 자학/가학적인 묘사를 하겠지요. 150년, 정말 긴 세월인데 또 금방이구나 싶어집니다.

그레이스 2021-07-12 0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어로 읽고 계시군요
👏👏👏
코메디 프랑셰즈 구독버튼 눌렀어요.
언제 들어도 프랑스어는...!
👍

유부만두 2021-07-12 06:22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전 펭귄, 민음사 두 번역본을 함께 읽고 있고요, 원서는 몇 몇 구절들만 찾아보는 정도입니다. 우리말 번역서도 오래 많이는 읽기 힘드네요. ^^
 



발백으로 떠나는 기차를 타기위하여 내가 갔던 쌩라자르 역과 같은 채색 유리창 끼워진 거대한 아뜰리에들 중 하나 속으로 진입하기로 한번 결단을 내리면,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 희망은 깨끗이 버려야 하는데, 쌩라자르 역은 복부 갈라진 도시 위에 황량하며 비극적 흉조가 쌓여 무거워진 광막한 하늘을 펼쳐놓고 있었으며, 그 하늘은 만떼냐나 베로네세가 빠리의 현대적 감각에가까운 기법으로 그린 몇몇 하늘들과 흡사했고, 그 하늘 아래에서는 기차역에서의 출발이나 십자가의 설치 등과 같은 무시무시하고 장엄한 일밖에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 P309

나는 처음으로, 나의 어머니가 나 없이도 살아가실 수 있음을, 즉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삶을 영위하실 수도 있음을 감지하였다. 어머니가 바야흐로, 나의 좋지 않은 건강과 신경과민으로 인해 삶이 아마 조금 까다롭고 서글펐을 것이라 여기시던 아버지와 함께, 당신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하시려 하는 것 같았다. 그 이별이 나를 더욱 비탄에 잠기게 하였던 이유는, 그것을 어머니께서 아마, 일찍이 나에게 내색하시지 않았던 그리고 우리가 휴가를 함께 보내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 여기시던,
내가 당신께 안겨 드린 실망들의 연속선상에 찍는 종지부로 여기셨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아마 또한, 그 이별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로해지심에 따라 체념하시고 받아들이셔야 할 미래의 삶, 내가 어머니를더욱 띄엄띄엄 뵙게 되고, 나의 악몽 속에서조차 나타난 적이 없던 일이지만, 어머니가 이미 나에게도 조금은 낯선 여인으로 보일, - P313

진실들 이외에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에게는 사유라는 광막한 세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에서 발산되는 빛, 그 코와 입술의 섬세한 선 등, 발군의 기품이나 탁월한 지성의 고결한 초연함을 표징(表懲)하였을, 숱한 교양인들에게 결여된 그 모든 증거들 앞에서,
영리하고 착한 어느 개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일체의 개념들에 생소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개의 시선 앞에서 그러듯, 누구든 심한 동요를 느꼈던지라 - P315

우리는 일상 최소한으로 축소된 우리의 존재를 가지고 생활하며, 우리에게 있는 능력들의 대부분은 잠든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것들이 습관 위에서 쉬고 있기 때문이며, 습관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지라 그 능력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 중에 맞은 그날 아침에는, 내 존재적 타성의 중단과 장소 및 시각의 변화가 그 능력들의 출현을 불가결하게 만들었다. 항상 칩거하며 아침 일찍일어나지 않는 나의 습관이 자리를 비우자, 나의 모든 능력들이, 가장 천한 것으로부터 가장 고상한 것에 이르기까지, 예를 들면 호흡과 식욕과 혈액 순환으로부터 감수성과 상상력에 이르기까지, 자기들끼리 열성을 경쟁이라도 하듯 마치 물결들처럼 일상적이 아닌 어느 수위까지 일제히 치솟으면서 몽땅 달려와 습관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 P325

나의 평온을 위해서는 불행하게도, 나는 그 모든 사람들과 판이하게달랐다. 그들 중 많은 이들에 대하여 나는 조마조마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이마에 침울함 감돌고 회피하는 듯한 시선이 편견의 눈가리개와 예의범절 사이로 드러나던, 그 지역의 지체 높은 귀족이라고들 하는 어느 남자로부터 내가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는데 - P359

그동안 나는, 발백을 좋아할 수 있도록 내가 육지의 가장 먼 끝에 와 있다는 사념을 온전히 간수하기 위하여, 더 멀리 시선을 던져 오직 바다만을 바라보며 보들레르가 묘사한 현상들을 찾으려 노력하든가, 식탁용 나이프와 포크와는 반대로, 생명이 대양에 몰려들기 시작하던 태초에도, 즉 킴메리에인들의 시기에도 있었던 바다의 괴물 광어(廣魚)류가 우리에게 제공되는 날에만 식탁 위로 시선을 던지곤 하였는데, 무수한 척추들과 푸르고 분홍색인 힘줄들을 구비한 그 괴물의몸뚱이는, 일찍이 자연에 의해, 그러나 어떤 건축 설계도에 입각하여, 바다의 울긋불긋한 대교회당처럼 축조되어 있었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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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전지적 혼령 시점의 산속 눈폭풍 조난 이야기.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이 절반, 사고 이후 후유증 수습과 회복(?)이 후반부 절반이다. 살벌해지려는 찰나 태도를 바꾸는 후반부는 ya 분위기라 달콤하지만 가족, 장애인, 여성에 대한 전형적 표현이 깝깝하다.

작가의 ‘서늘한 체험’에서 소설이 시작했다는 후기를 읽고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양심은 뭘까, 나 너 우리, 이렇게 시작하는 옛날옛적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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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7-08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원서 오더블로 들었는데, 연기 너무 잘해서 진짜 웃고 울면서 들었잖아요. 오더블 소설 듣는 재미를 알려준 책.

유부만두 2021-07-08 16:49   좋아요 1 | URL
핀의 (들리지 않는) 외침 부분이 재밌게 표현됐을 거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 전반부랑 후반부 너무 온도차가 크지 않았나요? 작가의 의도나 뭐 다 알겠는데 뒤로 갈수록 순두부라 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