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읽을 수 있었는데, 이제사 읽고, 아아아아 


재미있다. 


합이 아주 잘 맞는 중국 무술을, 

아니 세계 종말 재난 영화를 (현실 말고) 본 기분이다. 


두 편이 있다. 늘 이쪽과 저쪽. 내가 선 곳은 어디인지 빨리 알아야한다. 하지만 내 편을 숨길지, 밝힐지는 상황마다 다르지. 목숨이 걸린 일이거든. 그런데 저쪽에 자꾸 마음이 간다면 어쩌지?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뚝심있게 약간은 촌스럽게 이야기한다. 믿고싶다. 


표지가 너무 널널하고 힐링 분위기라 안 읽을 뻔 했는데 다행이야. 정말. 이런 소설이 있었기에 지난 주말 광복절 그 현실 뉴스를 끄고 집안에 있을 수 있었지. 하지만 어쩐지 또다른 눈을 뜬 기분이 든다. 내가 어디 서 있는가. 


스포를 할 수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여러분 한 번 읽어봐요. 그리고 저랑 비댓으로 책얘기 해요. 절 믿고 읽어보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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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8-22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도 평이 좋던데, 유부만두 님도 이렇게 극찬을 하시니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

유부만두 2020-08-22 12:29   좋아요 1 | URL
어깨에 힘 빼시고요, 한 호흡에 달리시면 됩니다.

주말에 읽기 좋은 블럭버스터 에스에푸 디재스터 스토리 되겠습니다.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책 첫장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준비 되셨으면, 출발!

다락방 2020-08-22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의 발견으로 문목하를 꼽습니다.

유부만두 2020-08-22 13:42   좋아요 0 | URL
제겐 올해의 발견이에요!

다락방 2020-08-22 13:53   좋아요 2 | URL
누가 물어본 건 아니지만 저는 김초엽 보다 문목하!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잠자냥 2020-08-22 14:11   좋아요 0 | URL
네 두 분 믿어보겠습니다... ㅋ
 

정은지 저자의 <내 식탁위의 책들>을 재미있게, 무엇보다 시원하게 읽었기에 (내 오랜 음식 궁금증 '라임 절임'을 해결해줌) 다음 음식책을 찾아보고 있었다. 이 책은 그의 번역서다.


이 책은 현재 뉴욕에서 '푸주한'으로 일하는 카라 니콜레티의 독후 엣세이와 요리법 모음집이다. 저자는 문학 전공자에,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 역시 정육점을 했기에 각별한) 음식 사랑과 함께 성장했다. 어린시절/청소년기/성인기에 맞춰서 소개되는 책이 다양하고 글을 읽는 맛도 있다. 삽화도 맛있음. 실은 이런 음식/맛 주제의 독서록 엣세이를 읽을 땐 소개되는 음식보다는 책들에 더 궁금증이 일곤한다. 라임절임이 궁금한 채로 사십 년을 살았지만 맛있게 소개하는 책을 찾아보지 않고는 일 년, 아니 일 주일도 견디기 어렵다. 


지난 석달 간 많이 샀고 읽거나 훑었고 엄청나게 실망과 감탄도 했다. 하지만 아임 스틸 헝그리. 이 책이 나의 게걸스러운 (원서 제목  Voracious 게걸스러운, 열렬히 탐하는) 독서에 기름을 더 부었다. 음식은 늘 행복하거나 아름다운 상황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범죄 현장에서, 이별 직후에 혹은 거식증 환자의 이야기에 나오는 음식을 천연덕스레 소개하고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간 요리!!!) '자, 함께 만들어 먹어보자고요?!' 라고 말한다. 요리법은 그닥 어려워 보이지는 않.... 지만,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해 먹었다고) 요리법도 찬찬히 읽으면서 향과 맛을 상상해 보았다. 과식, 절식, 금식, 탐식 그 모두가 책 위에서 펼쳐진다. 




책에 대한 감상 (보다는 오마주)과 레서피를 엮었던 <하루키 레서피>보다는 내용도 문장도 훨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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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8-2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글 읽고 나도 사야지 하고 주문하려고 하니 3년전에 이미 샀지 않았냐 한심아-_- 라고 가르쳐주네요 친절한 알라딘-_-;;;

유부만두 2020-08-22 11:36   좋아요 0 | URL
전 인터넷 서점을 다른데도 쓰기 때문에 어쩔 땐 산책 또 사, 산책 안 읽고 또 사,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요.
 

중편 표제작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작품집이다. 2004년 봄에 나왔던 책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시리즈로 새로 나왔다. '사각사각'이라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방송 추천에 솔깃해서 읽었는데 방송도 책도 재미있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737/clips/4


다만, 이 책은 15년 이상 예전 책이고 시대는 90년대가 배경인 탓에 어정쩡하게 요즘 이야기인데도 어쩐지 촌스럽고 빻은 설정도 빠지지 않으며 펄떡대는 생생함과 작가 첫 책 다운 투박함, 이 모든것이 함께 한다. 


제일 긴 분량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남편 사후에 발견되는 메모에서 불륜의 흔적을 발견하는 부인의 이야기다. (비슷한 설정의 편혜영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부인은 어찌할 수 없는 분노에 고통을, 이유 없는 간지러움, 피부병으로 앓는다. '호텔 유로'는 자제력을 잃고 신용카드를 쓰다가 모르는 상대를 호텔에서 만나 성매매를 하기로 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성스러운 봄'은 아이를 잃은 보험사 직원이 대학교수의 교통사고 보상금에 대한 상담을 하는 장면과 아이의 투병생활을 엇갈려 묘사한다. 서서히 밝혀지는 사고의 증거가 에어백에 남은 그것이라니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소여인'은 화자인 남자가 여주인공 연과 만나는 장면부터 영 설득되지 않고 어색하기만 했다. (금자씨 연상되었고요) 제목 부터, 인물의 묘사나 전개가 너무 급하고 안타깝다. '나릿빛 사진의 추억' 역시 급하게 비약을 한다 싶었고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그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책이 재미있다는 게 함정. 소설의 문장은 매우 공들였고 차분하다. 깡패들이 나와서 설치고 패악질을 부리는 인물이 나와도 우아한 문장이 눌러주기 까지. 


여주인공들은 경제적으로 안락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기 직전에 주위를 정리하거나 주변의 '인간적인' 환경 혹은 다시 겪을 일 없는 서민 동네에 시혜적인 시선을 던진다. (나릿빛 사진의 추억,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끝났을 때 여자는 더할 수 없는 상실감, 혹은 배신에 고통 받고 그 고통은 경제적으로도 이어진다. 여자는 자립할 능력이 없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호텔 유로) 생명은 경제적 단위로 치환되고 (성스러운 봄, 비소 여인) 그저 낭만적 장치이기도 하며(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생생하게 살아있는 몸이기도(나의 피투성이 연인, 나릿빛 사진의 추억)하지만 성장하거나 변화하지는 않는다. 인물들 끼리의 대화체가 어색해서 70년대 영화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90년대면 그렇게 옛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 20년이 넘었으니 오래된 게 맞다. 예전에 윤대녕의 소설을 읽다가 '빨간 스포츠카'를 탄 여자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뿜었었는데, 이 소설집 역시 군데군데 옛 세대의 복학생 패션 같은 정서가 남아있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성애나 뜬금없는 폭력 장면들. (성스러운 봄, 에서 아이가 죽은지 채 한 달이 되기 전, 화자 '나'는 직장 회식 2차로 간 나이트에서 부킹으로 만난 여자와 호텔로 간다. 피임도구가 없다고, 행위가 투박하다고 여자가 '한국남자는 이래서' 라며 짜증을 거푸 내자 남자는 여자의 뺨을 때리고 욕을 한 다음 방을 나와버린다. "ㅆㄴ, 이게 말끝마다 한국남자야. [...] 이게 뒹굴어봤자 동남아 놈이지." 이런 게 극한 괴로움으로 내몰린 남자의 몸부림으로 소설에 들어있다.) 그래도 아직은 서민과 상류층 사람들이 어느정도 겹치는 시대의 이야기. 덜 각박하고 더 끈적거렸던 시대, 그래도 마음 속을 들여다 보려고 애쓰던 시대의 이야기다. 어쩌면 사회 엘리트였던 작가가 서민층에 대해서 고정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재미있다는 게 함정, 아니 매력이다. 


작가의 사후에야 그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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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8-11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분명히 읽은 책인데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전혀.. ㅠㅠ;;;;;;;

유부만두 2020-08-11 21:03   좋아요 0 | URL
표지가 바뀌어서 그런가봐요....
폰트랑 편집도 많이 달라졌어요... 세월이 얼만데요.
(로마사가 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열 편의 이야기가 묶인 소설집에서 세 편을 읽었을 때 옛 책의 표지와 피규어를 사진 찍어 올리고 '귀엽다'라고 썼다. 나머지 일곱 편을 어제 오늘 읽었다. 지난 번 '귀엽다'라는 말을 지울까 말까 생각했다. 더불어 복수와 저주의 쾌감 이야기도.


작가의 말에서 확인했듯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쓸쓸하다. 그들은 기괴한 운명에 묶여 끌려가고 싸우고 싸우다 자기 안으로, 본질로, 아니면 더 깊은 허무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 복수나 저주가 있었더라도 시작보다 결말이 슬픈 이야기들이다. 귀엽다고 표현한 건, 그러니까 읽으면서 공포스러운 이야기라도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안전하게 즐기면서, 결말을 예상하면서 여유를 부렸다는 의미다. 등장인물들은 귀엽기는 커녕 처절하게 피를 쏟고 목숨을 잃고, 앞을 보지 못하거나 엉뚱한 존재를 대면한다. 난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옆에 놓인 회색 토끼 피규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감상을 조금은 반성한다.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저주토끼'나 '덫'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에는 어린이들에게까지 지독한 저주가 이어진다. 수위가 높아서 매우 위험하다. 이야기 안에서는 그럴 수 밖에, 라지만 그 속에서 피범벅에 폐륜이고 서로 물어뜯는다. '재회'나 '즐거운 나의 집'은 가장 먼 존재가 나의 목소리를 듣고 위안을 주는 아이러니가 떠올랐다. '안녕 내 사랑'은 AI 아니면 로봇에 마음을 주고 업그레이드 할 때의 모순 혹은 반전을 그린다. 이언 매큐언의 최근작이 (재미 없어서 던져두었;;;) 생각났다. '몸하다'나 '머리'는 가장 기괴하며 가장 물질적이다. (이제 화장실에서 일을 본 뒤에 빨간 휴지 파란 휴지 말고도 '머리'를 신경써야한다.) 이야기 안에선 시치미 떼고 모든이들이 '머리'와 '아이'를 상대해 준다는 것이 그 기기한 분위기를 이어준다. '차가운 손가락'은 가장 현실의 귀신 이야기 같아 재미있기도(? 아니라니까?)  하지만 아쉽기도 했고 '흉터'는 신화 스케일로 긴 만큼 그 여운이 오래 간다. 인칭 대명사가 이리저리 흔들려서 마지막에 '그'가 '남자'와 싸울 땐 누구의 팔이 부러지고 누가 누굴 내려다 보는지 어지러웠다. 


모든 이야기들에서 폭력적인 상대는 아름답기도, 또 순간적으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서기도 한다. 결말은 예측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맘대로 '귀엽다'라고 섣부르게 말하면 안되겠지만) 이야기의 끝까지 몇 쪽 남았나 헤아리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이야기는 독자도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 이걸 즐기면서 읽어도 될까? 날은 눅눅하고 이 비는 '날씨의 아이' 속 장마 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습기를 틀었다. 습도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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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다룬 엣세이  "떡볶이 .."를 예전에 읽고 매우 실망을 했기에 이 책이 나온 직후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사각사각>에서 추천하는 이야기에 넘어가서 구입해 읽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그냥 넘겨 버리지 않아서. 


조울병, 이라고 우울증과는 구별해서 칭하고 있는데 조증과 울증이 심하게 번갈아 오는 양극성장애를 겪은 저자는 담담하게 하지만 솔직하고 생생하게 병의 증상과 당시와 현재의 감상을 나눠주고 있다. 쇼크가 와서 기절하고, 강제로 입원도 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비난한 경험들. 어쩌면 나도, 라고 생각이 든 적이 많았다.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서 내놓다니, 아직도 저자의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그리고 힘들면 나도 병원에 가야한다는 걸 '배웠다.'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은 병원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보이는 표현이지만 우을증, 혹은 조울병은 그리 간단하고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감기는 뭉겔 수 있지만 이건 아니니까.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삐삐 처럼 마냥 밝고 힘차기만 한 건 아니다. 내용이 무겁기도 하고 그만큼 울림이 크다. 삐삐언니가 '사막'을 건넜다고? 흠.... 그건 .... 독자마다 기대하는 바와 받아들이고 공명하는 면이 다르겠지만 사막 한복판 혹은 어디쯤에서 손을 건넬 수는 있을 게다. 저자가 이 책을 지금 내 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독서였다. 



조증은 자신에 대한 몰입이자 스스로에 대한 황홀인 동시에 타인과 관계 맺으메 대한 몰입, 감정 투사의 남발이다. (50)


어린 시절의 경험이 조울병의 범인은 아니지만, 후일 조울병이라는 낯선 손님이 찾아왔을 때 그 놀라운 식탐을 채워주는 먹거리인 건 분명해 보인다. 조울병은 망각의 냉동고에 갇혀 있었던 일들을 불러내 놀라운 기억력으로 소생시킨 뒤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병이다. 감정을 끄집어내 뼈를 다 발라 먹다시피 악착같이 후벼 파고 증폭시킨다. 조증이 점령한 머릿속에선 과거와 현재의 경험이 형광물질이라도 발라진 듯 총천연색으로 다가온다. (80-1)


아는 것과 겪는 것은 늘 다르다. 내가 고통의 견적을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고통의 주인은 고통이다. (132)


세상엔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나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불운이 피해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불행을 겪어야 한다. (138)


조울병은 단일 유전자에 의해 발병되는 멘델의 유전 법칙을 따르지 않고, 다수의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발병하는 '복합유전질환'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204)


정신의학계에선 의사와 환자 간의 경계 깨기 boundary violation를 의료 윤리 위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성이라 할지라도 의사와 환자가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환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성 사이엔 더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고요. 미국의 일부 주에선 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진료를 넘어서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규제하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이내엔 결혼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와 환자가 로맨틱한 관계를 맺는 설정이 종종 나옵니다.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면 로맨스 장르가 되겠지만, 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이런 관계가 되면 스릴러가 되기 십상이죠.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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