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저자의 <내 식탁위의 책들>을 재미있게, 무엇보다 시원하게 읽었기에 (내 오랜 음식 궁금증 '라임 절임'을 해결해줌) 다음 음식책을 찾아보고 있었다. 이 책은 그의 번역서다.


이 책은 현재 뉴욕에서 '푸주한'으로 일하는 카라 니콜레티의 독후 엣세이와 요리법 모음집이다. 저자는 문학 전공자에,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 역시 정육점을 했기에 각별한) 음식 사랑과 함께 성장했다. 어린시절/청소년기/성인기에 맞춰서 소개되는 책이 다양하고 글을 읽는 맛도 있다. 삽화도 맛있음. 실은 이런 음식/맛 주제의 독서록 엣세이를 읽을 땐 소개되는 음식보다는 책들에 더 궁금증이 일곤한다. 라임절임이 궁금한 채로 사십 년을 살았지만 맛있게 소개하는 책을 찾아보지 않고는 일 년, 아니 일 주일도 견디기 어렵다. 


지난 석달 간 많이 샀고 읽거나 훑었고 엄청나게 실망과 감탄도 했다. 하지만 아임 스틸 헝그리. 이 책이 나의 게걸스러운 (원서 제목  Voracious 게걸스러운, 열렬히 탐하는) 독서에 기름을 더 부었다. 음식은 늘 행복하거나 아름다운 상황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범죄 현장에서, 이별 직후에 혹은 거식증 환자의 이야기에 나오는 음식을 천연덕스레 소개하고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간 요리!!!) '자, 함께 만들어 먹어보자고요?!' 라고 말한다. 요리법은 그닥 어려워 보이지는 않.... 지만,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해 먹었다고) 요리법도 찬찬히 읽으면서 향과 맛을 상상해 보았다. 과식, 절식, 금식, 탐식 그 모두가 책 위에서 펼쳐진다. 




책에 대한 감상 (보다는 오마주)과 레서피를 엮었던 <하루키 레서피>보다는 내용도 문장도 훨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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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8-2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글 읽고 나도 사야지 하고 주문하려고 하니 3년전에 이미 샀지 않았냐 한심아-_- 라고 가르쳐주네요 친절한 알라딘-_-;;;

유부만두 2020-08-22 11:36   좋아요 0 | URL
전 인터넷 서점을 다른데도 쓰기 때문에 어쩔 땐 산책 또 사, 산책 안 읽고 또 사,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