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책을 샀다. 그냥. 표지도 평범하고 (실과 교과서에 실릴 법한 그림에 뜨악한 표지) 저자도 잘 몰랐고 내가 듣던 팟캐스트도 아닌데. 실은 요즘 읽던 보르헤스가 너무 어려워서 술술 빠르게 읽히는 (소설 아닌) 신간을 찾다가 골랐을 뿐.
책을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는 말에 비웃었는데 반성한다. 맞다. 새 책, 젊은 사람들에게서 꾸준히 배우며 살아가는 게 맞다. 이번 대선을 치루면서 남편과 약속했다. 일흔다섯이 넘으면 애들 따라 투표하던지 아예 투표를 말아야한다고. .... 이 책엔 내가 몰랐던 사람들, 나보다 젊고 나보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그들 나름대로의 원칙과 터득한 기술들을 나누고 있었다.
돈 이야기, 시간 이야기, 일하는 이야기의 중심은 언제나 '자신'이어야 한다. 맞는 말이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그 본질을 꺼내서 이야기해야 한다. ... 다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상들이 꽤나 '독립'적이라 그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지나친 게 거북했다. 거대자본 나빠, 우린 소자본으로 바르고 PC하게 살아가고있지, 이런 분위기다. 이런 삶도 있구나 하며 경이롭게 읽었지만 내 나이와 내 굳은 마음으로는 거기 까지. (실은 어느 일상기술은 그저 정신승리로만 보이기도 했다) 그나마 가장 공감하며 읽은 부분은 '정리'의 기술 부분의 정철씨. 그의 덕후 일상에는 나도 모르게 맞아,맞아, 하며 박수치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과연 어떤 기술을 배웠나, 곰곰 생각해보니...나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는 게 먼저구나 싶었다. 나는 밖에서 본다면 꽉막힌 기성세대 아줌마. (아, 싫어진다)
또 하나의 젊은 세대의 색다른 삶의 모습을 담은 책. 일본인 저자의 편의점 알바 경험을 녹여낸 소설이다. 빠르게 SSG읽을 수 있고 경쾌하고 무덤덤한 묘사에 은근한 철학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철학을 뭐라뭐라 풀자면 귀찮고 또 꼰대스럽게 된다. 민폐남의 묘사가 꽤나 짜증나도록 실감났고 결말도 엄청 문학적이었는데 뭐랄까 이 생생함은 징그럽기도 하다. 불편한 부분을 어쩔 수 없이 보는 기분, 그런데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답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