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에 한번씩 주말에 이 외침이 들린다.
칼 가라요오오 .... 카아알 ....
언뜻 반말처럼 들린다. 칼 가라어어....카아알....
무디고 살짝 이가 나간 듯 안나갔다고 우기는 내 애정템 부엌 칼과
작고 소중하지만 노쇠한 과도를 들고 고민하는 사이,
그 칼 가는 장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신문지에 둘러서 칼을 들고 나갈까, 하면 이미 늦다.
그런데, 칼 가는 데 얼마나 줘야 하지?
지난달 만화책만 스무 권을 읽고, 철학책까지 구입하는 패기를 부렸지만 (열다 덮었고) 바쁘기 직전이라 몰아서 '놀아둔' 게 다행이다. 요즘은 책을 집중해서 읽기엔 시간이 나질 않는다 (이 말이 거짓말이라고 늘 생각했지만). 부엌일을 할 때 애니메이션를 보는 데서 위안을 얻는다. (칼이 잘 안들어서 조금 속상하고) 요즘은 왓챠에서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보는데, 만화책 전집 살 뻔한 걸 겨우 눌렀다. 그래서 칼을 간다. 호기롭게 카드를 휘둘러 스윽, 서억 긁고는 도착하는 책 택배 상자들을 정리하며, 다짐을 한다.
내, 기어코, 이 책들을 다 읽고 말 거시야. 정녕 이 이야기들을 다 꼭꼭 씹어서 소화시켜서 꿈 속에서 리뷰를 쓸 거라고!
아, 일단은 일.일.밥.밥. (나는 고백한다, 를 나는 기억한다, 로 검색한 사람 나말고 계신다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