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야근을 했던 이유는 일본에서 꽤 규모가 큰 모 대행사에서 회사로 오는데, 현재 한국의 온라인 광고 시장에 대한 브리핑 자료를 좀 만들어 달라고 했기 때문. 아, 이거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 있어? -_- 라고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해버렸다. 하여튼 나는 가끔 이렇게 강약 조절이 안된다. 사실 실장님이 발표하기로 한 건데, 요즘 바쁘고 상태가 좋지 못한 실장님께서 내가 발표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운을 띄우셨다. 사실 그 말을 꺼낼 때부터 날 시킬 생각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럼 차라리 빨리 얘기해 주시던가. 나는 애써 내가 발표하게 될 확률은 50%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80% 이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 발표하러 가기 싫어 아침에 옷을 그지깽깽이로입고 화장도 안하고 머리를 산발해서 출근을 해야 하나 심히 고민을 할 정도였다. 결국 옷은 그냥 멀쩡하게 입고 갔다. 잘못했다간 너무 데미지가 클 것 같아서 ㅜ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게 아닌데, 또 서두가 길어져버렸군. 결국 브리핑을 하게 됐고, 버버벅 하면서 겨우겨우 발표를 마쳤다. (오해말길, 통역 있었다) 한국에 방문한 일본 D사의 T부장은 우리 나라에 일본 브랜드의 광고를 집행할 때 우리 회사를 통해서 집행하는 것에 대해 고려중이라며 우리 회사에 대한 이러저러한 것을 물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일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놓고 뒤에 붙여진 말이 일을 진행하게 되면 '당연히' 일본어로 진행을 해야 하니까 였다. 아 그게 왜 당연한 걸까. 당연히, 귀에 와 탁 거슬린다. 과연 그 곳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을까? 


2

몇번 언급된 적 있는 유학갈 친구 R의 환송회를 내일 해주기로 했다. 우리의 귀차니즘은 결국 달력도 주문 안하고, 선물을 뭘 살지도 오늘 정해서는 교보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가서 사기로 했다. 이번 선물의 컨셉은 '다시 학생이 되는 친구에게' 이다. 어째 고르고 나니 뿌듯하다. 나에게 선물로 주려고 골라놓은 것도 가서 눈으로 검증하고 왔다. 주문해도 좋을 것 같다. 앗싸!

교보에 간 김에 이번에 졸업하는 교회 아동부에서 우리반이었던 재혁이와, 내가 좀 이뻐하는 중학생 은지의 졸업 선물을 샀다. 나름 의미도 있으면서, 가격은 또 저렴해줘야 하니, 고르는 게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실은 스터디플래너,라는 다이어리가 있어 살짝 고민했으나, 어쩐지 애들을 너무 억압하는 제품인 것 같아 다시 놓았다. 그래도 선물로 엄청 팔리지 않았을까 싶다. (선물할 만한 게 너무 없다.) 결국 은지에게는 스터디플래너보다 좀 더 아기자기한 '즐거운 학창생활을 위한 다이어리' 라는 다이어리를, 재혁이에게는 디게 귀엽게 생긴 돼지저금통을 사주기로 했다.

즐거운 학창생활을 위한 다이어리에는 월마다 재밌는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떡볶이 맛있는 집, 읽어야 될 책, 뭐 이런 정보들이다. 그 중 하나로 글로벌 시대에 영어이름 갖기, 라는 게 있고 영어 이름들이 쭉 나와있는데 찾아보니 웬디도 있다. 뜻을 찾아보니 방랑자라고돼 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요즘 가끔 시사인에 칼럼을 쓰시는 이국운 교수님께 원고를 청탁드리기 위해 오피스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이메일 어드레스를 알려드리자, 웬디의 어원이 아마 wind일 것이라며 바람둥이 아가씨냐고 놀린 적이 있었는데, 방랑자라는 뜻이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어쩐지 좀 안어울린다 싶으면서도 마음에 든다.

3

요즘 못된 선배되기 프로젝트 중이다. 아무래도 M이 입사 1년이 되도록 요모냥 요꼴인 건 애써 잡아 가르치려 하지 않고 답답하면 그냥 내가 해버린 무능한 선배의 탓인 것만 같아서, 말로 좀 몇 번 혼내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돌아오는 반응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저기, 하나도 안무서워요, 그거 혼낸 거에요?"

심지어 나는 화가 나서 부르르 떨면서 혼낸 거였는데, 친절했단다 -_- 난 진짜 카리스마가 넘치게 혼냈다고 생각했는데, 조곤 조곤 설명해주는 것 같았단다. 나름 나는 이것 때문에 얼마나 고민이 컸는지, 수요일에 만난 M언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나는 M을 말로 제압하려 하는 게 문제이고, 걔는 이걸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걔가 제일 무서워하는 걸 찾아서 대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줬다.

M은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아이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걸 제일 무서워한다. 그래서 어제는 M의 보고서를 계속 리라이팅 시켰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물론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여기저기 오타들이 산재해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그냥 내가 고치던) 다섯시간 이상을 보고서를 들여다봐도 못찾아내더라. 줄맞춤이 어색한 곳이 있었는데 죽어도 못잡아내더라. 결국 M은 어제 9시 이후에 퇴근을 하고, 오늘도 그걸 찾아내지 못했다. 나에게 제발 알려주시면 안되냐고 하소연을 하는데 어림없다. 찾아보세요. 라고 분위기 잡고 눈깔면서 얘기하고는 뒤돌아서 "이번엔 좀 무서웠나요?" 라며 팀원들의 체크를 받는다.

누군가의 위에 있는다는 게 참 좋기도 하겠지만 실은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동안은 M이 계속 회사에 있을 애도 아니고 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자꾸만 실수가 잦아지고 한두번 애기한 게 안고쳐지고 하니, 그런 부분에 대해 됐다, 내가 한다, 라고 생각하고 그냥 말아버리는 것 자체가 방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내가 좀 무서워질 작정이다. 흐흐흐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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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2-16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게 왜 당연한걸까요. 쳇.

암튼 웬디양님은 방랑자란 말이죠. 어쩐지 낭만적이잖아요! 잘자요, 웬디양님 :)

웽스북스 2008-02-16 11:44   좋아요 0 | URL
그쵸 -_- 쳇쳇쳇이에요
근데 저 이시간에 이미 자고 있었어요- 양치질도 안하고 ㅜㅜ

antitheme 2008-02-16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이고 친절한 웬디양님 무서운 선배의 길을 택하셨군요. 무서우면서도 존경받는 선배가 되시길...

웽스북스 2008-02-16 11:46   좋아요 0 | URL
네네 제가 바라는 게 바로 그런건데, 아 이게 뼛속부터 우러나와야 되는건데 이렇게 죽도록 노력해야 하다니 ㅋㅋ 감사합니다 (__) 부디 그렇게 되야 할텐데요

순오기 2008-02-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그 오만함이 싫어 싫어~~ 하긴 우리도 약자한텐 밀어붙이니까 쩝~~~~이다!
마지막 부분에 추천 한방~ㅎㅎㅎ 꼭 태그처럼 맛을 뵈주세요!^^

웽스북스 2008-02-16 11:46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우리는 말레이시아나 이런 나라랑 거래를 한다면 당연히 영어로 하지 않을까 싶긴 해요. 물론 언어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구, 다른 부분에서는 참 약자한테 못하긴 하죠 우리나라가 -_-

Mephistopheles 2008-02-1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흠흠...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 혹은 발굴하겠죠?
2.역마살은 괘안아요..문제는 도화살이겠죠.^^
3.전 아예 일을 안줘버립니다. 처음엔 조아라 하지만 일주일 지나면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잘라버립니다. (으미 무셔라). 사실 일을 안줘버린다 경지까지 갔다는 건 제가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웽스북스 2008-02-16 11:50   좋아요 0 | URL
1. 그쪽 회사랑 거래를 튼다고 해도 빌링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무조건 뽑거나 발굴할 수는 없죠- 일단은 그 쪽에서 우리 쪽으로 연간 집행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뽑거나 발굴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턱대고 뽑을 수는 없으니 영어로 이야기하자, 영어가 되는 직원은 있지 않느냐, 라고 그 쪽에 이야기했어요 (물론 내가 아니구 전무님이)
2. 도화살, 그런거 없어요 -_- ㅋㅋ
3. 자를 수가 있는 위치라면 벌써 잘랐지요 략 1년 전에 ㅋㅋㅋ 일을 안주면 그거 내가 다 해야 하니까, 두고봐야지요- 메피님은 디게 무서운 상사일 것 같음.

Mephistopheles 2008-02-17 15:25   좋아요 0 | URL
아니요 다정해요.화나면 야차로 돌변하지만..^^

웽스북스 2008-02-18 01:28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진정 카리스마! 내가 바라는 건데 말이죠 ㅋㅋ

깐따삐야 2008-02-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그게 당연한 거로군요. -_-
2. 조신한 방랑자. 웬디양님!
3. 웬디양님 같은 직장 선배가 있음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을 했어도 정말 잘했을 듯.

웽스북스 2008-02-18 11:57   좋아요 0 | URL
1. 재수없죠 재수없죠
2. 어머 그 이미지 너무 괜찮은데요? ㅋㅋㅋ
3. 선생님은 우리 엄마의 꿈이었는데 말이죠. ㅎㅎ 나는 애들 차별 안할 자신이 없다는 이상한 핑계로 요리조리 빠져나갔었는데, 아흑, 방학 때마다 후회하잖아요 ㅋㅋㅋ
 

살청 : 바로 시작하자. 일부 질문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니, 파장을 생각해 조심스러운 답변을 바란다. 물론, 솔직한 게 가장 중요하다.

웬디양 : 네~ (라고 누구맘대로 대답하라고 했나, -_-) 솔직히 지금 퇴근 전이다. 방금 일 하나를 마쳤고, 택시를 타기 위해 11시 30분까지 버틸 생각이다. 없어보여도 할 수 없다. ㅋㅋ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하다가 가겠다.

1.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였다. 오늘 옷차림을 설명해 달라 :
- 위에는 검정색, 목부분이 약간 특이한 라인의 티셔츠를 입었다. 아래는 베이지색 치마를 입었는데 이 치마도 좀 특이하다. -_-; 이 치마를 입으면 사람들이 꼭 한번씩 치마가 잘못된 게 아닌가 바로잡으려 해주곤 한다. ㅎㅎ (알라딘 정모 때 입고 나갔었다) 위에는 더블단추 검정 코트를 입었고 신은 황토색 부츠다. 이건 비밀인데 황토색 부츠 안에는 좀 무식해보이는 양말을 신었다.

2. 연인이 준 두 개의 선물 중 무엇을 고를겐가. 만원짜리로 접은 천 마리 학과 천 일 동안 쓴 천 통의 연애 편지. 솔직히 말해달라 :
- 학은 정사각형의 종이로만 접을 수 있으므로 만원으로는 학을 접을 수 없다. 학을 접었다면 그 만원은 사용이 불가할 것이다. 학 한마리 접는 시간보다는 편지 한통을 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므로 난 더 길고 귀한 마음을 갖겠다.
- 접을 수 있단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학을 굳이 만원짜리로 접어서 주는 사람의 저의에 기분이 나빠진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다닛!

3. 웬디양이란 이름은 왠지 댄디해 보인다. 왜 왠지양이 아닌 웬디양인가 :
- 대학교 때 영어회화 시간에 쓰려고 만들었던 이름이다. 실은 피터팬과도 별 상관 없다. 영어시간에 영어로 써서 이름을 앞에 붙어놔야 하는데 '왠지'는 영어로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영어선생님 깐따삐야님 가르쳐주세요)

4. 자신의 보물 2호는 :
- 글쎄. 아끼는 물건들이 좀 있긴 하지만 그 물건들에 번호를 붙인 적은 없다.

5. 무진장 슬픈 소설 한 권만 추천해 달라 :
흠. 얼른 생각나는 게 없다. 읽다 울었던 책은 있다.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재미없고 짜증나서 읽다가 울었다.

6. 좋아하는 작가는 : 조세희

7. 왜 책을 읽나 :
재미있어서 읽는다. 뭐 재미란, 좀 복합적인 의미이긴 하다. 좀 똑똑해지고 싶어서 읽기도 하는데 어째 읽으면 읽을수록 멍청해지는 것 같다.

8. 요즘 라캉 수업을 듣는 걸로 안다. 어떤 외모의 남자가 좋은가 :
외모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지는 않는다.

9. 이런 사람 멋있다 :
꽃보다 아름다워의 박상면 같은 사람- (아마 한달 뒤에 물어보면 대답이 또 달라질 거다)

10. 꺽꺽 울 수 있는 영화 한 편만 알려 달라 :
최근에는 오래된 정원을 보면서 또 질질 울었네요- 꺽꺽은 잘 안울어요- 질질 울지요

11. 얼마전 중국산 만두 때문에 일본이 시끄러웠다. 김치 만두가 좋은가 고기 만두가 좋은가 : 고기만두가 좋아요

12. 좋아하는 뮤지션은 : 루시드폴, 데미안라이스

13. 좋아하는 화가나 그림은 :
너무 흔하긴 하지만 인간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화가는 고흐다.

14. 책 살 때 알라딘 말고도 종종 응24나 고보문고도 이용하지 않나 :
라는 질문을 앞두고 나는 일단 퇴근할 예정이다. 40분 후에 만나자.

40분 후 만나자고 해놓고 너무 길어져버렸다. 일단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앞부분 적으면서 솔직히 좀 정신이 몽롱했는데, 이제 정신 바짝 차리고 대답할 예정이다.

14. 책 살 때 알라딘 말고도 종종 응24나 고보문고도 이용하지 않나 :
원래 좀 한우물만 파는 성격이다. 가격 비교, 이런 거 귀찮아서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알라딘을 이용하기 전에는 응24에서만 샀었다. 알라딘으로 온 이후에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산 적은 없고, 고보문고에서는 한 번도 책을 사본 적이 없다.

15. TV과 좋은가 라디오가 좋은가 :
둘다 즐기지는 않는다. 라디오는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거의 정기적으로 들은 적이 없다. 드라마를 안보는 건 아닌데 PC로 본다. 그러므로 현재 더 많이 접하는 매체는 TV이다.

16.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있는가 :
지금은 없다. 중학교 때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매우 즐겨 듣고 종종 애청자로 참여도 했었다. -_-v 별밤에서 뭐든 1등에게 주는 상품이었던 세고비아기타가 집에 있었다. (기타는 칠줄 모른다) 지금은 유명해진 이재용 아나운서가 무명시절 진행하던 모두가 사랑이에요, 라는 프로그램(새벽 2시-3시)까지 듣고 잤었다.

17. 아름다움이란 : 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18. 삶이란 : 자신의 한계와 모순을 줄여나가는 과정

19.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뭐 하나 :
시계를 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수 있을지 궁리를 한다. 그리고 씻고 와서 뜨끈한 바닥에 앉아 침대로 머리를 향해 엎드린다.

20. 좋아하는 라면은 : 다른 사람이 끓여주는 라면

살청 : 이상하게 배고프다. 갑자기 냉동 만두를 튀겨 먹고 싶어졌다. 기다려달라.
웬디 : 이 덧글을 보고나니 그만 나도 배고파져버렸다. 냉동만두라니, 아 맛있겠다. 나는 만두를 정말 좋아한다. ㅜㅜ

21. 알라딘의 매력은 :
절반 정도의 익명성에 있는 것 같다. 익명성이 존재하지 않는 미니홈피에는 친목회 같고, 너무 익명성이 심해 도무지 상대에게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 대형 포털의 블로그는 잘 마음이 가지 않는다. 알라딘은 적절히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내가 어느 정도는 나로서 존재하는 느낌이 든달까.

22. 현재 소원 2가지는 :
말할 수 있는 소원으로 두가지 얘기하자면 FTA 중지, 대운하 중지.
말할 수 없는 소원은 말하지 않겠다.

23. 야한 영화는 언제 처음 봤나. 사실대로 말해도 괜찮다 :
어렸을 때 집에 '아담과 이브'라는 비디오가 있길래 봤었다. 중학교때쯤인가? 옷만 홀딱 벗고 나올 뿐 별 거 없었는데, 암튼 빨간띠였다.

24. 커피는 어떤 스타일로 :
솔직히 말하면 예전 페이퍼에서 결심했던, 스타벅스 끊기,를 포기했다. 회사 근처에서 가장 저렴하게 맛있는 커피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뿐이라 열심히 타협중이다. 오늘의 커피를 숏으로 먹는다. 톨만 되도 맛이 없는 것 같다. 가급적 진한 커피를 좋아한다. 가끔 라떼나 카푸치노도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25. 술 버릇이 있나 :
특별한 술버릇은 없다. 실은 기분 좋을 정도를 넘어서 마셔본 적이 별로 없다.

26.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다. 언제 처음 사랑앓이를 해봤나 :
고맙다. 그런데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진심이다. 내 글이 가독성이 좋다는 건 인정한다. 단순해서 그렇다. 무슨 연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예인이 아닌 내 옆의 누군가 이성으로 좋아지기 시작한 처음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앓았는지는 모르겠다.

27. 서재 하루 방문자 수가 참 많다. 나름 생각하는 이유는 :
사실 잘 모르겠다. 이 질문은 방청석으로 마이크를 넘겨도 될까?

28. 최근 서글펐던 경험은 : 아이크림을 바르는 일을 까먹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 ㅜㅜ

29. 최근 가장 기뻤던 일은 :
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글프다. 28번 대답이 바뀌는 순간이다.

30. 심각한 질문이다. 엄마가 좋나 아빠가 좋나 : 솔직히 엄마가 좋다. (아빠 미안)

31. 컴퓨터 바탕화면은 : 모교의 하늘

32. 지극히 개인적인'이란 :
당연히 사적인 공간이라는 이야기. 주로 여기 쓰여지는 이야기는 나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말이면서 동시에, 여기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장소이긴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여기서 노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간섭받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33. 최근 양심에 가책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나 :
물론이다. 나는 나 자신과 가장 자주 싸운다.

34. 2시간 반 데이트 장소 중 하나만 골라 달라. DVD방과 공원 :
공원에 나갈 수 있는 날씨라면 나는 공원이 좋다.

35. 가슴이 멍멍해 질 땐 어찌하나 : 멍멍하면 멍멍해야지 어쩌겠는가.

36.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
잡힐 머리끄댕이가 없는 호랑이가 이길 것 같다.

37. 비가 좋은가 눈이 좋은가 :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고민 끝에) 비가 좋은가보다. 빗소리 듣는 것을 좋아한다.

38. 좌우명이 있나 : 없다.

39. 고양이가 좋은가 개가 좋은가 : 둘다 좋아하지 않는다. (왜 자꾸 이런 질문 ㅜㅜ)

40. 가장 오랫동안 잠을 잔 시간은 : 12시간 이상은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당연한 건가?)

41. 꽃은 잘 말리나 : 꽃을 잘 말려죽인다. ㅜ_ㅜ

42. 2억이 생긴다면 : 부모님 드릴 거다.

43. 좋아하는 연예인과 그 이유는 :
아까도 말했지만 감우성이 좋고, 박해일, 김민준도 좋아한다.
여자는 배종옥이나 김민선을 좋아한다. 더 있을텐데 생각이 안난다. -_-

44. 야한 거 좋아하나 : 즐기지는 않는다.

45. 핸드폰 컬러링은 :
We are the reason - CCM이다. Avalon의 곡인데 그 버전이 없어서 Tim의 버전이다.

46. 가장 여린 신체 부위는 :
여리다, 의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렵다. 부실하다, 와는 또 다른 것 같고.

47. 우는 당신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을 해 주었으면 좋겠나 :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면 좋겠다. 내가 우는 이유를 모른다면 굳이 묻거나 위로하려 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48. 웬디양님과 저와의 첫 인연은 MOT 이었던 걸로 안다. MOT의 노래가 왜 좋은가 :
쨍 하는 부분이 있다.

49. 조선 시대 낚시 같지만 제가 님의 실명을 안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가 :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페이퍼를 뒤져보면 여기저기 써있을 거다.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50.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들은 : 밥이랑 먹기에 가장 좋은 건 김치찌개다. 뭐든 잘 먹는 편이다.
51. 이런 음식은 절대 못 먹는다 : 파, 마늘, 양파, 생강, 고추, 당근 - 절대, 까지는 아니다.

52. 알겠지만 흑백논리는 항상 위험하다. 그럼, 콜라가 좋은가 사이다가 좋은가 :
사이다가 좋다.

53. 자신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
이래저래 불만사항들이 생각나지만 그런 것들을 쓰기가 영 부끄럽고 민망해 못쓰겠는 것이 불만.

54. 자신이 가장 이뻐 보일 때는 :
맑은 날 햇살 아래서 웃는 사진을 볼 때 (맑은 날 햇살 아래서 웃는 실물을 볼 재간이 없으므로 ㅋ) 햇살은 얼굴을 뭉개줘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55. 하루만 날개가 생긴다면 어디로 훨훨 가겠는가 :
주어진 시간이 짧으니 그냥 하늘 위로 올라가보고 싶을 것 같다. 날개가 하루 생겼다고 해서 내가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니까.

56. 일주일만 남자로 살 수 있다면 무얼 해보겠는가 :
갑자기 생각난 건데, 여자랑 소개팅을 해보면 재밌겠다. 흐흐.

57.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가 : 쳐다볼 수 있다.

58. 여행지 중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 섬진강과 화엄사

59. 우울해 보이는 사람을 어찌 생각하나 :
좋아한다 (물론 조금씩 다르다만) 우울의 기운이 조금도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60. 자주 사 보는 잡지나 계간지는 :
억지로 중앙선데이와 슈어라는 패션잡지를 정기구독한다. 거의 보지 않는다. 시사iN은 가판대에서 사서 본다.

61. 라볶기를 먹으면 떡, 어묵, 라면 중에 무엇이 제일 맛나나 :
가장 조금 들어있는 게 맛있다.

62. 담배 태우는 사람의 심정은 이해가 가나 :
담배맛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궁금해서 피워볼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63. 오리는 : 조류? 십리의 반? 자르는의 유의어?

64. 어릴 때 본 만화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 시간탐험대

65. 요리는 잘 하나 : 요리라 이름붙일 수 있는 것 중에는 잘하는 것이 없다.

66. 노래방에 가면 무슨 노래를 부르나 :
1994년 어느 늦은 밤과 박지윤의 환상을 부르는 걸 가장 좋아한다.
서영은 노래나 이소은의 노래가 목소리에는 맞는 편이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의 대부분은 내 목소리랑 징그럽게도 안어울린다.

67. 운명이란 있다고 생각하는가 : 필연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68. 사막과 극지방 중 어디를 가보고 싶은가 : 극지방

69. 다른 알라딘 분들의 글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
흠, 글마다 다른데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한가지 확실한 건, 여기가 참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장소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공간을 연구하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다.

메피님이 보채신다. 큰일이다. 앞에 아직 안써놓은 것도 있는데

70.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성격은 :
요즘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관계에 있어서, 상황을 좀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배려라고 느낄 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보기에는 일종의 성격적 결함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71.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의 성격은 :
누구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72. 좋아하는 싯구절 하나만 :
우리들의 두려움이 숲으로 돌아가네

* 살청 : 다방 커피가 먹고 싶다. 잠시만...
* 웬디 : 마셔두기 잘했다. 밤이 늦었다.

73.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 아, 미안하지만 이것도 비밀이다.

74. 마트에 가면 꼭 이것만큼은 사게 되더라 : 시식코너에서 만두 먹는 건 좋아하는데 ^-^  

75. 국제 유가 때문에 걱정이 크다. 걷는 것 좋아하나 :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어디를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좀 다르다. 불편한 사람과 걷는니 혼자 걷는 쪽을 택한다.

76. 남산 꼭대기에는 언제 올라가 봤나 :
유치원 때 가보고 안가봤다.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가 가장 가보고 싶은 데가 남산이라고 해서 놀랐다. 그 이후로 친구랑 계속 가자 가자 하면서 못갔다. 지난 봄에는 국립극장 뒤편 정도까지만 갔었는데 참 좋더라. 갑자기 올 봄에는 가보고 싶다.

77. 경회루는 살청과 관계가 깊은 곳이다. 경회루 앞 벤치에 앉아 본 적이 있는가 :
없나보다

78. 알라딘 분들 중에서 실제로 보고 싶은 분들도 있는가 :
비교적 이래저래 많은 분들을 만났었다. 야양청스교 멤버들은 꼭 만날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자주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다 만나보고 싶다. 참고로 난 밥도 잘사준다. 흐흐. ^-^

79. 사랑은 아프다'라는 말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
그러고 싶다가도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80. 남자 앞에 있으면 달라지는 게 있나 : 글쎄다. 본인은 특별히 잘 모르겠다.

81. 몸에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하나, 영혼에 몸이 깃들었다고 생각하나 :
한 쪽이 굳이 다른 한쪽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다.

82. 이인성의 소설,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제목에 공감할 수 있는가 :
이해할 수 있다

83.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이것도 비밀로 해도 될까?

84. 잘 하는 운동은 : 예전에는 숨쉬기 운동이라고도 썼었는데, 이제는 숨쉬기 운동도 못쓰겠다

85. 독서 스타일은 : 절대취미형

86. 지금 머리 스타일도 : 최근 사진의 머리와 동일하다

87. 앙드레 김에 대한 느낌은 : 느낌은 있지만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88. 노홍철에 대한 생각은 :
실은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었다. (지금은 참 좋다, 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이해는 된다. 내가 무한도전을 안봐서 그런 건지도)

89. 양자택일 할 수 밖에 없다면 밖이 단단한 자와 안이 단단한 자 중 어떤 것을 :
안도 밖도 지나치게 단단한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다.

90. 정신없는 질문에 허기가 느껴지지는 않는가 : 허기는 아까부터 느껴졌다.

91. 굉장히 슬픈 사랑 이야기인 만화책 한 권 만 소개해 줘라 :
왜 자꾸 슬픈 걸 물어보려고 하는지 역으로 내가 물어봐도 될까? (정말 궁금해서 그렇다)

92. 방문자 수나 즐찾수를 점검하기도 하나 :
점검,까지는 아니지만, 보이는 걸 일부러 가리지는 않는다. 즐찾이 줄어 있어서 은근 소심하게 뭐 잘못했나, 이런 생각 해본적 있다.

93. 공공 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에 대한 느낌은 : 수위에 따라 다르다 -_-

94. 고등학생이 담배피고 있으면 어찌하나 : 어쩌겠나

95. 종종 이런 오해를 받는다 : 매우 똑부러질 것이다. -_- 나 매우 헐렁하다.

96. 글쓰기 이외에 특기는 무엇인가 :
글쓰기를 특기로 생각하지 않는다. 특기는 모르겠고, 파워포인트로 문서 만드는 거 좀 즐겨한다. (집착한다. 오늘 퇴근이 왜 늦었는데 -_-)

97. 퀴즈를 좋아하는가 : 나는 좋아하는데 퀴즈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98. 많은 질문에 답하느라 고생했다. 혼자 당하니 억울하지 않나. 해서 이 사람도 고생시켜 주세요' 이런 분 있나 : 엄훠, 그런 거 없다 ^_^

99. 살청에 대한 생각/느낌은. 솔직히 말해도 된다. 이제 정말 뒤끝은 없을 거다. 약속한다 : 불안하다

100. 마지막으로 아무말이나 해도 된다 :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사실 마지막이 아니다. 빼놓은 질문들이 있어서 다시 올라가야 된다



살청 :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하자. 계란과자 먹어야한다.
웬디 : 두번 내려왔다. 아직도 안끝났다.
살청 : 징하다. 정말 오래 걸렸다.
웬디 : 그러게나 말이다. 문제를 만들어준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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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ng가 아니라..waiting.........이에요. 빨리 올려주시와요.

웽스북스 2008-02-15 01:35   좋아요 0 | URL
아 나 너무 굼뜬가봐요.

Mephistopheles 2008-02-15 02:35   좋아요 0 | URL
근데요 이 질문이 죄다 살청님 작성이 맞나요??

웽스북스 2008-02-15 02:38   좋아요 0 | URL
문제 만드신 분이 더 대단해요 정말 ㅋ

웽스북스 2008-02-15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거랑 같은 맥락의 문제였구나 ㅋㅋ
살청님 문제 재밌게 내놓구, 막 피곤할까봐 걱정하시구, 암튼 ㅋㅋㅋ

웽스북스 2008-02-15 02:52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입니다. 실은 내일은 오늘 야근 때문에 출근 시간이 좀 유예가 되거든요 ㅋㅋㅋ 그러니 이렇게 맘편히 잘 놀았지요 ^-^ 예전에 어디선가 1000문 파일을 구해서 심심할 때마다 한번씩 썼던 적이 있었어요. 물론 반도 못썼지만, 갑자기 그 파일이 궁금해지네요 ㅎㅎ

Mephistopheles 2008-02-15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독성이 좋은 웬디양님 페이퍼지만 난독성이 있는 제가 28번 "아이크림"을 "아이스크림"으로 읽고 아니 대체 왜 얼굴에 아이스크림을 바르나...라고 중얼거렸다는...

웽스북스 2008-02-15 02:51   좋아요 0 | URL
흐흐 아이스크림 ㅋㅋ 정말 한끝 차이네요
오늘은 피곤해서 아이크림한테 반항할래요 ㅋㅋㅋ

순오기 2008-02-1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대단하세요~~~~~야양청스교 만세~~~ ^^

웽스북스 2008-02-15 18:51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 근데 요즘 우리가 좀 뜸하긴 하죠? ㅋㅋ

보석 2008-02-1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우오...질문하신 살청님도, 답하신 웬디님도 대단하십니다.^^

웽스북스 2008-02-15 18:51   좋아요 0 | URL
크크크 재밌었어요~

깐따삐야 2008-02-1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36번 되게 웃겨요. 근데 웬디양님 나 모르게 비밀이 너무 많은 것 아녜요!!

Mephistopheles 2008-02-15 12: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 했었답니다. 진짜 신비주의는 웬디양님이구나 라구요...ㅋㅋ

웽스북스 2008-02-15 18:52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 이참에 삭발을 한번 해볼까요? 그리구 비밀은 3개밖에 안되는데 ㅜㅜ
메피님 // 우왓 정말요? 나 그 소리 한번 들어보는 거 소원이었잖아요
 
스트레칭 가이드북 - 뭉친 근육 풀어주고 비뚤어진 척추 바로잡는다!
수잔 마틴 지음, 성문영 옮김 / 넥서스BOOKS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살을 빼기 위해 헬쓰를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헬쓰장에서 불어 선생님을 만났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우리는 모두 놀랐다. 아니, 그 날씬한 선생님이 왜? 친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글쎄, 몸에 근육을 만들고 싶으시다지 뭐야? 당시의 나는 그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나에게 있어 운동의 목적은 그저 다이어트 하나 뿐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다이어트라는 것이 워낙에 굳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해본 적도 없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 성공해본 일도 없다.

재작년쯤, 그러니까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고 1년차, 2년차가 되어 가면서 점점 운동의 목적이 바뀌어 갔다. 직장 초년생 시절만 해도,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을 하려 했었는데, 그래서 물론 꾸준히 하지 못했었는데,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마음이 받는 스트레스가 몸으로 발현되기 시작하자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가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단 5글자로 표현해본다면 '좀살아보자' 이다. 언제부터인가 운동 부족으로 굳어가는 몸 상태가 살보다 더 신경쓰이기 시작했고, 살을 빼고 싶다는 열망은 이 살들이 좀 더 탄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늘 되뇌었지만 쉽지 않았던 건 일단 정기적으로 시간과 마음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설 연휴 때 지인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당장 찜해뒀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단 3주간 해보라는 자세교정 스트레칭을 해보고 있는 중인데, 필요한 시간은 딱 하루에 15분이다. 여기에 이런저런 스트레칭들을 더 해 20-30분간은 스트레칭을 해보려고 마음 먹었다. 어제 첫날, 딱 하루 했는데, 세상에나 아침에 눈은 죽어도 못뜨는 내가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번쩍 떴다.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안했으면 약발이 바로 나타나는지. -_- 그간 재즈댄스나 요가 등을 간간히 다니면서 익혀놓은 몇몇 스트레칭 동작들도 눈에 띄는데, 책을 보며 혼자 스트레칭을 한다는 건 무리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스스로 운동량을 설정할 수 있기에 좋은 것 같다. 몇달 전 처음으로 요가를 끊었을 때, 다음날 온몸이 쑤시기 시작해 일주일을 고생하고 요가도 못갔던 걸 생각해보면, 적은 양의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는 편이 낫겠다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쉽고 다양한 동작들이 소개돼 있다는 것인데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다. 일단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각 신체 부위들의 스트레칭 동작이 소개돼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 하기 좋은 스트레칭, 긴장을 풀 때 좋은 스트레칭, 활력을 주고 싶을 때 하는 스트레칭 등의 상황별 스트레칭이 소개돼 있다. 또한 테니스, 골프, 수영, 스키 등의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운동의 효과를 높여주는 지도 나와 있어 운동 시작 전 준비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의 가이드 역할도 해 준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 장시간 운전을 할 때, 비행기를 탈 때 등의 상황에 걸맞는 스트레칭 방법과 각종 결림이나 저림 등의 치료에 좋은 스트레칭 동작도 소개가 돼 있다.

그리고 자세교정 3주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소개해 주고 있는데, 나는 지금 이걸 해보고 있는 중이다. 매우 간단한 동작들로 구성이 돼 있어 사진을 보며 설명된 동작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등이 좀 결려서 등 위쪽과 아래쪽에 좋은 스트레칭을 해보고 있는데, 워낙 운동부족으로 점철된 몸인지라 금세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칭 동작 사진에는 하얀 점선으로 이 동작을 했을 때 어느 부위가 당겨야 잘 된 스트레칭인 지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 있어 내가 과연 올바르게 동작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짚어볼 수 있어 좋다. 책 앞쪽에는 스트레칭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와 준비시의 주의사항, 그리고 본인의 몸의 유연성을 체크해볼 수 있는 페이지도 마련돼 있다. 

다른 스트레칭 책을 본 적이 없어 비교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운동 관련된 책이라곤 처음 사보고, 처음으로 따라해본 나로서는 꽤 나쁘지 않은 첫만남이다. 뭔가를 꾸준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주는 작은 활력이 이 책이 준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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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8-02-14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적절한 책과 소개군요. 한참 몸이 건강해야 이것 저것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당장의 기분이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게 당장 큰 문제이구요. 뭐.. 좋은 소개 고마워요.^^;

웽스북스 2008-02-15 13: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일단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 기분과 몸은 정말 상호적으로 연관을 미치는 것 같아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에요 흐흐

순오기 2008-02-1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요. 체육이라면 질색인 딸을 위해 찜이에요.^^
물론 그 에미를 위해서도~~~~~ㅎㅎㅎ

웽스북스 2008-02-15 13:13   좋아요 0 | URL
저도 체육이라면 질색인데, 아무래도 순오기님 따님은 저랑 너무 닮았어요
흐흐

바람돌이 2008-02-1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어깨와 목의 근육통으로 침 맞으러 다니고 있어요.ㅠ.ㅠ 그게 참 침으로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없고 생활습관의 문제라는걸 알고는 있는데.. 이 책 어쩌면 저한테 제일 필요한 책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웽스북스 2008-02-15 13:13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저도 생활습관에 문제가 많아요- 엄마가 매일 저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차시거든요 ;;; 고쳐야할텐데

다락방 2008-02-1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이 리뷰 좋은데요.
저도 근육 만들고 싶어요. 팔에도 알통이 있었으면 좋겠고, 다리도 살짝 알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일단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ㅠㅠ

웽스북스 2008-02-15 13:14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나이를 먹으니 정말 탄탄함이 더 부러워진다는 ㅋㅋ

보석 2008-02-1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척추 교정에 눈이 번뜩. 저도 적당히 근육이 있는 몸매가 이상인데 말이죠..현실과 이상은 거리가 너무 멀어요.

웽스북스 2008-02-15 13: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것이 언제나 저희를 슬프게 하죠 ㅜㅜ
제가 부피에 비해 무게가 덜나가는 것도 다 지방 함유량이 높기 때문이라는 ㅋㅋ

해적오리 2008-02-1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페퍼 뽐뿌질 장난이 아닌데요? 바로 보관함 들어갑니다. ^^
책 살 때 꼭 넣을거야요. ^^

웽스북스 2008-02-15 13:15   좋아요 0 | URL
우헤헤헤 해적의 탄생님
새 닉네임도 어쩐지 잘어울려요 ㅋㅋ
바뀔 사진도 기대할게요

뽐뿌질하려는 페이퍼는 아니었는데, 역시 비슷한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군요 ㅋㅋ

마노아 2008-02-2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웬디양님! 이주의 마이 리뷰군요! 추카추카!! 완전 좋아요!!

웽스북스 2008-03-01 23:09   좋아요 0 | URL
우오호호 완전 감사합니다 (__)

네꼬 2008-02-2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어~ 웬디양님, 축하해요. 휘이이익♬ (<- 나름 축하의 휘파람인데 제가 불 줄을 몰라서...;;;; 긁적긁적)

웽스북스 2008-03-01 23:09   좋아요 0 | URL
아 들려요 들려~ ^^ 저 멀리서 고양이 휘파람소리

프레이야 2008-02-29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해용~~~ 웬디양님^^

웽스북스 2008-03-01 23:09   좋아요 0 | URL
아 흐흐 감사합니다 혜경님 (__)

이매지 2008-02-2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이 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8-03-01 23:09   좋아요 0 | URL
에헤헤 이매지님은 맨날 뽑히면서 ㅋㅋ

마늘빵 2008-03-01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이런게 있었군요. 축하해요.

웽스북스 2008-03-01 23:10   좋아요 0 | URL
으흐흐 고맙습니다~
그러고보니 아프님도 맨날 뽑히면서

세실 2008-03-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쓰셨네요. 실생활과 접목한 살아있는 리뷰~~ 축하드립니다.

웽스북스 2008-03-01 23:10   좋아요 0 | URL
어 감사합니다
근데 제 요즘 실생활이랑은 접목이 안돼있어요 ㅎㅎ

벨기에와플맨 2008-03-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리뷰 좋은데요... 나두 당장 따라하고싶게 만드는 리뷰! 잇힝~
 



D대리의 집은 수원이라 종종 함께 퇴근한다. 이 사람이랑 한 1년 정도 말을 안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다시 관계가 급 개선되고 있다. 다행이다. D대리는 우리 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여성성을 키우고 있는데, 그래서 D대리와 수다를 떨면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상하게 자꾸만 D대리 앞에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모드가 된다. ㅋㅋㅋ 정말이지 우리는 D언니라고 부른다. ㅋㅋㅋ

연봉 협상의 계절이다. 원래 이번 주로 예정돼 있었는데, 회사 내부적으로 조율해야할 것들이 좀 많아 연기가 된 상태이다. 애써 초연하려 하지만, 신경쓰이긴 한다. 솔직히 금액적인 부분에 신경이 쓰이기보다는,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평가 따위 중요치 않다고 쿨하게 말하고 싶지만, 중요한가보다. 은근히 신경쓰이고 궁금한 걸 보면.

나보다 입사가 3개월 늦어 애매하게 기수가 바뀌어 나보다 연차가 낮아져버린 D대리와 연봉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 사람이 내 연봉을 알고 있다는 거다. 웃으며 날리는 한마디에 뜨끔, 하며 매우 깜짝 놀란 사건. 게다가 D대리는 동기들과 연봉 공유를 해서 어느 정도 연봉이 오르는지에 대한 정보도 꿰고 있다고 한다. 나는 매우 심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하나도 모른다. 누가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대략적인 인상폭이 어느 정도고,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의 인상률을 적용 받았다는 정도만 알지 남들의 연봉에 대해서 관심만 있을 뿐 딱히 알려고는 하지 않았다. (차마 관심도 없었고, 라고는 못쓰겠고) 그냥 재무이사님이 동기들끼리 연봉 공유는 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원래 그런 건 비밀스러운 거니까, 나는 그냥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않았고, 내가 누구의 연봉도 알지 못하듯, 아무도 내 연봉이 얼마인지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예의상 서로의 연봉에 대해 묻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건 서로에게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 혹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문제니까 궁금해도 참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연봉이 얼마였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나도 모르는데 ㅜㅜ 내가 너무 순진했다. 억울해 억울해 정말 ㅜㅜ 이사님이 그런거 말하지 말랬는데 왜말해요!!!!! 라고 항변했다가 초무시를 당하고 말았다. 으흑. 그렇다고 해도 동기도 없고 술도 잘 안마시는 내가 알 방법이라고는 없구나. 아 완전 손해보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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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13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사특한 사주들이 옌 이거만 줘도 군말없이 일하니까..라는 마인드가 존재하긴 합니다. 이때 다른 직원들과의 연봉비교를 하게 대면 덩말덩말 기분 더러워지죠.

웽스북스 2008-02-13 01:29   좋아요 0 | URL
문제는 아직까지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에요 앞으로도 모를 것 같고 말이죠- 다른 사람이 나의 연봉도 모른다는 전제 하에서, 나도 남의 연봉을 모르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아요 정말.

Mephistopheles 2008-02-13 01:31   좋아요 0 | URL
손해라고 볼 수 있어요. 사회생활 성장 척도가 직책과 연봉인데.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나보다 연봉이 많을 이유가 하등 없는 사람이 나보다 연봉이 높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참 기분 거시기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 수준만큼 유지해주지 않으면 그만 두겠다라고 했던 적도 있었어요.

웽스북스 2008-02-13 01:57   좋아요 0 | URL
상대의 연봉 수준을 통한 협상의 기준과 관련된 손해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평균 인상률 정도는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거든요- 다만 누군가는 나를 편견어린 시선, 즉 자기보다 연봉이 높은, 혹은 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구 봤을테고 거기서 오는 2,3차 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교묘히 말하지 않으며 나를 판단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정말 정신적 손해.

깐따삐야 2008-02-1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막 짜증이 밀려오는 거죠. 야동 청년 D언니는 남자치고 쓸데없이 수다스럽군요. -_-

Mephistopheles 2008-02-13 01:15   좋아요 0 | URL
이로써 야동청년 D대리와 깐따삐야님을 연결해볼라고 했을지도 모를 생각을 단 1%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을 웬디양님의 생각이 드디어 0%대에 진입하게 되었군요..호호호

웽스북스 2008-02-13 01:34   좋아요 0 | URL
얘기하다보니 D대리 욕한것처럼 되버렸네 ㅎㅎ 그런 건 아니에요. 요즘 사이 좋은데...ㅋㅋ 원망한다면 그저 홀로 순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스스로나 원망해야지요. D대리님 좋아요- 이렇게 편안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남자, 아니 여자도 흔치 않아요, 특히 직장 동료로는 ㅎㅎ

보석 2008-02-1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웬디님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살았는데..저도 순진했나봐요;;

웽스북스 2008-02-13 16:31   좋아요 0 | URL
우리도 순진걸스 뭐 이런거 결성해볼까요?
아, 걸스에서 돌 날아오려나?

다락방 2008-02-1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싫어요 웬디양님.
물론 남의 연봉 모르는게 속편하다, 로 일갈할 수 있지만 그쪽에서 내 연봉을 알고있다면 문제가 달라지죠. 연봉앞에서, 그리고 사랑앞에서. 우리는 쿨해져션 안되는거예욧!
손해보는 느낌인데요, 정말.
그리고 저도 깐따삐야님 처럼 막 짜증이 밀려와요.
저도 비밀 잘 지키는데, 도대체 말하지 말라는걸 왜들 말하고 다니는 거래욧!! 버럭!

웽스북스 2008-02-13 16:31   좋아요 0 | URL
길건너오셔서 다들 혼내주고 가세요 다락방님 ^_^
D대리한테 명단 작성해놓으라고 할게요 ㅋㅋㅋ

다락방 2008-02-14 08:29   좋아요 0 | URL
진짜 다들 발차기 한번 날려줄까요? 슈퍼킥!!

antitheme 2008-02-18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솔직히 제 연봉도 제대로 기억 못하고 살아요.

웽스북스 2008-02-19 01:21   좋아요 0 | URL
전 연봉은 기억하는데요- 월급이 얼마인지 기억을 못해요 -_-
 

남대문이 불타 사라진 일에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이렇게 다함께 격분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남대문이 소중한 문화재인 건 맞지만, 남대문이 국보 1호라 해서 우리 나라의 수많은 다른 문화재들보다 탁월하게 훌륭하거나 훨씬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운하 건설을 가장 큰 공약으로 내세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나라다. 남대문만큼이나 소중한, 수없이 많은 문화재들을 '고의로'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를 너무 당연한 듯 한 사람을 지지했던 국민들이니, 그리고 그 옆에 어떻게든 땅한뙈기 장만해 보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즐비한 곳이니, 사람들이 남대문 앞에서 이렇게까지 황망해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나보다. 문화재는 괜찮고, 남대문은 안된다는 사고는 어디서 왔는지, 대운하 착공 뒤 사라지게 될 문화재 하나 하나에 이렇게 가슴 아픈 마음을 과연 가져줄 것인지 의문이다. 순위 매기기에 의한 상징성이라는 것이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대운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이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크게 대두됐던 이유도 환경이지만, 자신이 살지 않을, 미래세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니, 그래서 크게 개의치 않고 추진하려 하던 사람들이니 이제부터라도 부디 과거(문화재)가 좀 발목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남대문이 보기 좋게, 아름다운 형태로 복원되는 것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그래봐야 이미 원형과 같을 수는 없으니까. 더 화려하고, 더 아름답게 복원한다 하더라도 이미 불타버린 남대문이 이전의 가치와 동일한 가치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것들을 계기로, 대운하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던 그의 추진력에 제동이 걸리길 바랄 따름이다. 운하에 쓸려 없어질 문화재들도 남대문처럼 소중한 문화재라는 걸 이제라도 깨달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대운하 사업에 반대해 주길, 그래서 대운하 사업이 부디 중단되길 바란다. 적어도 내게, 아니 앞으로의 우리 모두에게, 그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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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1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 역시 운하를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가 환경이며 둘째가 경제성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리 광분하는 이유는 일종의 어설픈 노스텔지어가 아닐까 라고도 생각도 들어요. 어쩌면 죄진 놈이 성낸다..일지도 모르겠고요..^^

웽스북스 2008-02-13 00: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러니 서로 니탓 네탓 하고 있는 거겠죠? 도무지 내탓은 별로 없더라는

해적오리 2008-02-1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동감....

웽스북스 2008-02-13 00:08   좋아요 0 | URL
역시 감은 겨울에 먹는 감이 맛있다구요? (민망해서 이런 딴청을, 앗 딴청님!) ㅋㅋ

L.SHIN 2008-02-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힘 있고 멋진 말이로고~

웽스북스 2008-02-13 00:08   좋아요 0 | URL
흐흐 에쓰님 저 방금 스트레칭 했어요 ^_^

L.SHIN 2008-02-13 11:01   좋아요 0 | URL
오오~ 앞으로 1주일만 계속 해 보는겁니다.
그럼 그 후부터는 스트레칭도 습관이 되고, 숙면도 할 수 있고~^^

웽스북스 2008-02-13 16:34   좋아요 0 | URL
흐흐 3주 플랜 따라서 해보려구요 ^_^
오늘 아침에 벌떡! 일어났어요 약발 너무 잘받는다니까요 ㅋㅋ

바람돌이 2008-02-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직히 남대문의 붕괴에 이렇게까지 여론이 들끓을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어요. 어쩌면 tv의 힘일지도 모르겠네요. 대운하가 건설되면 소리소문없이 문화재들이 파괴되고 사라지겠지만 숭례문의 붕괴는 실시간으로 스펙트컬한 영상으로 생중계되었잖아요. 그 힘도 크겠죠. 님의 말대로 남대문의 붕괴가 대운하에 제동을 걸수 있다면 진정 남대문은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할 수도 있겠죠.

웽스북스 2008-02-13 00:09   좋아요 0 | URL
영상의 힘도 역시 무시하지는 못하겠네요- 저는 그 시간에 TV를 안보고 있어서, 미처 그 부분은 생각지 못했어요-

깐따삐야 2008-02-1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잘 썼다. 정말! 추천 팍팍 날려야 할 페이퍼에요!

웽스북스 2008-02-13 00:12   좋아요 0 | URL
그럼 곶감 2개 주세요 ^_^
(추천 하나보다 곶감이 더 좋은 단순 웬디)

깐따삐야 2008-02-13 00:21   좋아요 0 | URL
2개로는 한참 부족하죠. 근데 곶감은 너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는. 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2-13 00:24   좋아요 0 | URL
으흡, 정말요? -_- ㅋㅋ
난 2개만 먹을래요

다락방 2008-02-1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웬디양님.
국민들이 '대운하'때문에 그분을 대통령으로 뽑은것도 아니구요, '문화재를 고의로 없애겠다'는 말 때문에 뽑은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여전히 대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구요.
남대문이 다른 문화재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격분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문화재보다 더 자주 보이고, 더 친근한 것이었잖아요. 그리고 그것이 파괴되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중계가 됐구요. 이 나라의 대통령을 어떻게 뽑아놨든, 그 장면을 보고 서운하고 속상한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지는데요, 저는.


웽스북스 2008-02-13 00:17   좋아요 0 | URL
그 말 때문에 뽑았다는 게 아니라, 그게 제 1 공약인 사람을, 게다가 추진력까지 넘쳐나서 그걸 할 게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사람을 뽑았다는 말이었어요- 남대문이 다른 문화재보다 더 소중하다는 게 아니라, 다른 문화재들도 남대문만큼 소중하다는 이야기였구요. 그것두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여러개잖아요. 서운하고 속상해하는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구, 그것 만큼 다른 문화재들을 향한 속상한 마음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속상해하고 광분해할 다른 에너지들을, 현재 남아있으나 고의로 수장될 수도 있는 문화재들에게 쏟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구요. ^_^ 남대문은 이미 사라진 거구,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은 지켜야겠지요. 지금보니 글을 너무 띄엄띄엄 써서 곡해의 소지들이 있네요- 회사에서 몰래 써서 그래요 ㅋㅋ

대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너무 무력해요. 그분의 추진력 앞에서요. 이러다 정말 운하를 팔 것 같아서 너무너무 걱정되거든요 ;;

순오기 2008-02-13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숭례문의 전사가 대운하 발목이라도 꽉 잡고 늘어졌으면... 간절히 바랍니다!ㅠㅠ

웽스북스 2008-02-13 16:32   좋아요 0 | URL
발못 도끼로 찍고 피 철철 흘리면서 대운하 팔 것 같아 걱정이지요 ㅜㅜ

라주미힌 2008-02-13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수강산이 국보1호죠... ㅎㅎ

웽스북스 2008-02-13 16:32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 말씀이 정답입니다. 역시 한마디로 축약하는 저 능력에 저는 오늘도 감탄이에요 ^-^

보석 2008-02-1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을 수많은 문화재에 애도.

웽스북스 2008-02-13 16:34   좋아요 0 | URL
묵념......